소설리스트

〈 291화 〉290화-심판 (291/818)



〈 291화 〉290화-심판

◈-랜트SIDE

티키아 씨와의 첫날밤이 내일로 정해졌다.

그리고 티키아 씨의 방은 멜리사의 옆방으로 정해졌다.

티키아 씨의 방에 나가서 산 침대를 배치하고 아래로 내려가 여분의 테이블, 의자, 쓰레기통 등등 그 외 필요한 것들을 옮겼다.

그 후에는 모두가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엘시는 나에게 힐을 해준 다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 방에 혼자 남은 나는 아직 읽다 만 마법소녀 마린 6권을 읽었다.

역시 츤데레 노선으로 계속되는 라이벌 세실리와의 대화는 마치 전생의 오락소설을 읽었을  같은 느낌이라 매우 그리웠다.

그리고 한 40페이지 정도를 남기고 있을 때.

끼익~

"랜트 씨~."

티나가 문을 열며 마사지를 하러 들어오려고 했다.

40페이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남은 페이지 용량.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부분은 힘을 합쳐 이형의 마물을 쓰러뜨리는 아주 재미가 무르익을 때의 장면이다.

이대로 책을 덮기에는 뒷내용이 궁금하다.

하지만 티나와의 마사지 시간도 즐기고 싶다.

이럴 때는…….

나는 최대효율로 존을 발동시켰다.

순간적으로 세계가 느려진다.

나는 존을 발동시킨 채 책을 읽었다.

2페이지를  읽으면 내가 딸  때의 미세한 힘 조절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책에 상처입히지 않게 빠르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었다.

촤라라라라라라라락!

현실 세계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이겠지만 존을 발동시킨 나에게 있어서는 40페이지를 느긋이 읽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마음을 열 것 같았지만 라이벌 캐릭 세실리는 살짝 튕기며 헤어지는 장면에서 끝났다.

아마 다음 권이나 다다음 권에 마음을 열지 않을까?

텁하고 책을 닫고 인벤토리에 책을 넣었다.

티나가 방문을 닫고 나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헤헤헤~♡ 마사지 시간이에요♡"

"응!"

6권은 다 읽었다.

개운한 마음으로 이번에는 티나의 마사지를 만끽하자!

◈-티키아SIDE

내가 랜트랑 내일 첫날밤으로 치루기로 한 지 1시간이 지났다.

……집중이 안 된다.

마법소녀 마린을 다시 재정독 하려고 해도

오리지널 마법의 술식을 다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짜려고 해도.

전혀 집중이  됐다.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사귀는 바로 다음  첫날밤이라니 어떡하냐고!

아, 아직 키, 키, 키스조차 한 적 없는데!

아니, 내일 키스를 하면 곧바로 하게 되는 건가?

으아아아아아아아!

침대 위에서 머리를 싸매며 데굴데굴 굴렀다.

"어, 어떡하면 좋지……!"

설마 이럴  알고노아나 니냐는 나를 데리고 밤거리에 간 거야!?

"오, 옷!"

나는 인벤토리에서 오늘 밤거리에서 산 옷을 마구잡이로 꺼냈다.

여러 야한 속옷이나 다양한 밤용 옷이 침대 위에 널브러졌다.

"뭐,  입어야 하지……."

애초에 랜트의 취향이 뭔지도 모르고 이런 옷들은 평소에 입어본 적이없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모두 귀엽다고 어울린다고 해서 기분은 좋았지만, 막상 랜트 앞에서 보여줄 옷을 고르라고 한다면…….

"머, 머리가 아파……."

설마 천재인 날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가 생길 줄이야…….

랜트의 취향…… 랜트의 취향……

"가슴?"

랜트의 연인들은 하나 같이 가슴이 크다.

가장 작다고 생각되는 멜리사도 그럭저럭 가슴이 있는 편이다.

그에비해 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마법소녀 마린처럼 납작한 가슴을 봤다.

"아니아니아니, 랜트도 나랑 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가, 가슴은 그다지 상관없을 거야!"

상관…… 없겠지?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럴 때 누군가에게 상담이라도 하면 좋겠는데…….

잠깐.

상담?

"그래! 상담이야! 상담받으면 돼!"

모르면 선구자에게 물어보는 게 당연한 것!

하지만…….

"누구에게 상담받으면 되지?"

애초에 나는 랜트도 만난 지 3일밖에 안 됐고 다른 연인들도 만난 지 길어도 이틀밖에 안 된다.

그나마 같이 파티로서 사냥을  노아와 니냐는 오늘 밤은 랜트의 상대를 한다고 했고…….

티나는 같이 쇼핑을 했어도 왠지 묻기 껄끄럽다.

미란다 씨는 쇼핑하는 도중에 랜트랑 했다고 하니 어쩐지 부끄러워서 물어보기가 그렇다.

물론 멜리사도…….

그런데 멜리사는  볼 때 언제나 불만인 듯한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역시 허락하긴 했어도 새로운 여자가 들어오는 게 신통치 않은 거다.

랜트의 연인들은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넓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멜리사같이 평범한 반응을 하는 여성도 있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엘시…….

"그래, 엘시다! 엘시에게 물어보자!"

오늘 파티로서 같이 던전에 있기도 했고 같이 마법소녀 마린을 좋아하는 동지! 엘시!

게다가 엘시라면 상냥하고 친절하게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쇼핑하느라 제대로 마법소녀 마린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못했어."

게다가 마법소녀 마린 삽화판도 빌려주지 못했다.

엘시는 1부인 12권밖에 못 읽었다니 13권부터 빌려줘도 되겠지만 이왕이면 삽화판으로 1권부터 보길 원했다.

상담을 받은 후에는 즐겁게함께 1권부터 마법소녀 마린을 읽으면서 대화하는 거다!

"좋아!"

결정했으면 곧바로 행동!

그것이 바로 마법사!

나는 방을 나가 엘시의 방 앞으로 갔다.

모두의 방 배치는 내 방에 가구를 옮기면서 설명을 들었다.

엘시의 방문을 두드리기 전.

자는 잠시 왼쪽에 있는 거대한 문을 봤다.

……지, 지금 랜트랑 그 둘이 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엄청 복잡한 기분이 됐다.

아니, 지금은 내일 나의 소중한 첫날 밤을 위한 상담이다.

똑똑

엘시의 방문을 두드렸다.

"엘시."

문들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똑똑

"엘시."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어디 나갔나?"

그때였다.

끼익!

엘시의 방문이 열렸다.

"하아…… 하아…… 티, 티키아 씨? 무슨 일이세요?"

엘시는 살짝 숨을 내쉬며 얼굴은 조금 빨개져 있었다.

"아아…… 그게…… 내, 내일은 내가 래, 랜트랑 하는 날이잖아?"

"흐읏! 네, 네…… 그, 그러네요."

"그래서 그…… 엘시에게 상담하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은 상담하기가 그래서 말이야. 역시 마법소녀 마린을 좋아하는 동지인 엘시라면 좀 더…… 말하기 쉬워서. 지금…… 괜찮아?"

"……네. 괜찮아요. 하지만 지금 방이 어질러져 있어서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아니,  딱히신경 쓰지 않……."

"그, 금방 끝날 거예요!"

탕! 하고 엘시가 방문을 닫았다.

남에게 보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의외로 엘시는 청소가 서투른 걸까?

후훗, 그렇다면 스승의 뒷바라지 하느라 청소 스킬도 겸비한  내가 앞으로는 엘시의 방 정리를 도와줘야겠어.

상담도 받아준 데다 같은 동지끼리 이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3분 정도 지났을까.

엘시는 다시 문을 열었다.

"드, 들어오세요, 티키아 씨."

"응."

방에 들어가자 향긋한 복숭아향이 코를 간질였다.

오오, 복숭아 방향제라도 뿌렸나?

"여, 여기 앉아주세요."

엘시는 침대의 끝부분에 앉아 톡톡 손으로 내가 앉을 자리를 두드렸다.

나는 바로 엘시의 옆에 앉았다.

"그래서…… 어떤 걸 상담받고 싶으세요?"

"그게 실은 오, 오늘 밤거리에서 여러 옷을 샀잖아?"

"네."

"그래서 그…… 랜트는 어떤 취향의 옷을 좋아하는지 엘시에게 묻고 싶어서."

"아……."

"에, 엘시는 랜트랑 그…… 자, 자, 잔 적 있지?"

"……네♡"

엘시의 얼굴이 무척이나 쑥스러워하는 여자의 얼굴이 됐다.

카페에서 서로 꽁냥대는 이야기를 했을 때의 그 얼굴이다.

"그, 그러니까 랜트의 취향도   아니야? 그러니까…… 오늘 내가 산 것 중에서 랜트 취향에 맞는 게 있으면 골라줬으면 해서."

"아, 그런 상담이었군요."

엘시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나에게 있어서 랜트 취향에 맞는 옷을 생각하고 있는 거다.

"내, 내가…… 티키아 씨에게 랜트를 유혹할만한 옷을…… 하읏!"

하지만 아무리착한 엘시라도 조금은 복잡한  같다.

미, 미안, 엘시…….

4분 정도 고민했을까.

엘시는 눈을 뜨며 나에게 말했다.

"티키아 씨."

"으, 응!"

"솔직하게 말할게요."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과연 엘시는 어떤 말을 할까?

"랜트는 티키아 씨가 어떤 옷을 입든……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뭐?"

"티키아 씨는 오늘 입은옷 중에서 가장 랜트가 좋아할 만한 옷을 추천해주셨으면 했겠지만…… 솔직히 저도 지금까지 랜트랑 그…… 사랑을 나눠오면서 한 가지 확신할만한 사실이 있어요.

그건 바로…… 래, 랜트는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옷을 입든 전부 좋아해 준다는 거예요."

"하, 하지만 나는…… 나, 나는 몰라도! 랜트는 나를 사랑한다고 하긴 애매하지 않아? 내 스스로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스스로 느끼기에도 난 랜트에게 강한 호의를 느끼고 있어.

하지만 랜트는…… 솔직히 나를 사랑하는지 모르겠어. 사귀게 됐지만…… 그건 내가 랜트를 좋아해서 그런 점이 크지. 랜트가 나를 정열적인 사랑을 품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워.

그러니까 나는 조금이라도 더…… 랜트가 나에게 여성으로서 매력을 느껴줬으면 해서 고민하고 있는 거야!"

"티키아 씨……"

"랜트라면…… 확실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뭐든 입어도 좋아할 거라곤 생각해.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난 그 수준이 아니야! 그런 나라도 랜트가 엄청 하, 하, 하, 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옷을 골라줘!"

솔직히 스스로 말하고서 엄청 창피하다.

하지만 내일 내가 랜트랑 하는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

그렇다면 창피를 무릅쓰고 엘시에게 상담하는 거다!

"……알았어요."

엘시가 침대에서일어나서 나를 보고 말했다.

"티키아 씨, 우선 오늘  옷들을 침대 위에 올려놔 주세요. 소, 속옷 종류만요,"

"아, 알았어!"

엘시의 지시에 따라 나는 인벤토리에서 밤거리에서 산 속옷들을 꺼냈다.

……이, 이렇게 보니까 진짜 야한 것들만 샀네.

엘시는 유심히 속옷들을 살펴보았고.

"이, 이걸로 해요!"

그중 하늘색의 프릴이 달린…… 대부분 천으로 가려지지만 속살이 다 비쳐 보이는 하얀색 속옷을 골랐다.

"이, 이걸 입고…… 내일 밤 랜트를 찾아가는 거예요! 그, 그러면  거예요!"

"이, 이거 말이야?"

"네. 그…… 티키아 씨는 귀, 귀여우시니까 귀여운 걸 더 강조하는 게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자, 장점을 살리는 거예요!"

"그, 그렇구나…… 자, 장점을 살리는 선택……."

나는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엘시가 골라준 속옷을 양손으로 집어 올렸다.

이, 이게…… 내 승부 속옷!

"고, 고마워! 엘시! 내, 내일은 이걸 입고 할게!"

"하읏! 네, 네……."

아, 진지하게 골라준 게 기뻐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하고 말았다.

엘시도 큰 소리로 말하는 건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일 입고갈 속옷이 결정 나고 나는 꺼내놓은 속옷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회수했다.

"그,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가 볼게. 고마워, 엘시."

"네, 네! 그…… 내, 내일 힘내세요, 티키아 씨."

"응!"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

나는 엘시의 방을 나와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 마법소녀 마린 삽화판 빌려주는 거 깜빡했다!"

거기다 아직 엘시하고도 원래 할 마린 토크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이러면 안 되지!"

모처럼 생긴 독서 친구와의 시간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

나는 곧바로 내 방문을 열고 다시 엘시의 방 앞으로 갔다.

그리고 엘시와 마린에 대해 얘기한다는 기대에 노크도 하지 않고 곧바로 엘시의 방문을 열었다.

헤어진 지 얼마  돼서 엘시는 방문을 잠그지 않은 것 같았다.

"엘시! 마침 잘 됐으니 같이 마린에 대해서 얘기……."

"하아아아앙♡ 하응♡ 히으으응♡"

딸랑딸랑딸랑딸랑

"노아아아!"

찔꺽찔꺽찔꺽

"햐으응♡ 랜트의 손가락♡ 하응♡ 굉장한 테크닉이야♡ 아아아아앙♡"

방안에 아마도 옆방에서 밤일을 치르고 있는 세 명의 목소리가 울렸다.

엘시의  벽에는 미닫이로 보이는 공간이 열려 있었고…….

엘시는 그 방향을 보고 스스로의 가슴을 주무르며 가랑이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흐으♡ 하응♡ 버, 벌써 저렇게까지 진행 됐…… 아."

그리고 아마도 장면을 보고 자위를 하고 있던 엘시는 내가 들어오는  알아차렸다.

화아아아악!

엘시의 얼굴이 곧바로 빨개졌다.

엘시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

"티, 티키아 씨, 이, 이건……!?"

그 반응만으로 엘시가 몰래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천재적인 두뇌로 이해할 수 있었고…….

타다다다다닥!

"아!"

나는 곧바로 옆방으로 달려가 있는 힘껏 문을 열었다.

"노아아아아!! ……응?!"

"히으으응♡ 어?"

"햐아앙♡ 어머?"

한창 사랑을 나누고 있는 노아,니냐, 랜트.

적나라한 세 명의 알몸 모습에 얼굴에 피가 몰렸다.

아마  얼굴은 사과처럼 새빨개졌겠지.

하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나는  명을 향해 크게 외쳤다.

"가족 회의이이이이이이이이이!!!"

내일 내  경험을 위해서라도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 할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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