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0화 〉309화-레니 씨의 의뢰!
평소보다 레니 씨의 얼굴빛이 안 좋아 보였다.
분명 평소대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런 느낌이 들기에 물어봤다.
그런데 내 예상이 맞았는지 레니 씨가 몸을 움찔거리며 반응하셨다.
"……레니 씨, 역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레니 씨는 고개를 저으시며 말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랜트~ 저거 거짓말이야~♪"
내 뒤에서 빼꼼 니냐 씨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레니~ 내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 무슨 일 있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잖아?"
"니냐님……."
"쓸데없이 혼자서만 끙끙대지 말고 한번 말해 봐."
니냐 씨의 말을 들어봐도 레니 씨에게 무슨 일은 확실히 일어난 것 같다.
만약 레니 씨가 곤경에 처해 있거나 한다면 나도 최대한 도와주고 싶다.
"맞아요, 레니 씨. 만약 제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하지만……."
쾅!
말하기를 꺼려하는 레니 씨를 향해 니냐 씨가 강하고 접수처를 손바닥을 내리치며 말했다.
"일은 우선 메지나에게나 맡기고 상담실로 안내해."
"……."
레니 씨는 잠시 침묵을 하셨지만 이내 입을 여셨다.
"알겠습니다."
레니 씨는 뒤에 있는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던 여성 직원분과 몇 마디얘기를 나눈 뒤 접수처를 나와 우리를 1층에 있는 상담실로 안내했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지명의뢰 같은 게 있었을 때 모험가와 직접 찾아온 의뢰인이 만나서 대화하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거기서 레니 씨에게서 요 일주일간 시선을 느낀다는 걸 들었다.
모험가 길드에서 일할 때는 아니지만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
항상 시선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시선에 적의나 살의 같은 건 느껴지지 않지만 어디서 오는지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레니 씨는 시선을 잘 느낄 수 있나요?"
"네. 원래부터 시선에는 민감한 편이었습니다. 길드장님의 주최로 랜트 님이 여우의 쉼터 여주인님과 그 따님에게 하셨던 것처럼 한 번 던전에서 승격을 한 후로는 더욱 잘 느끼게 됐습니다."
혹시 그러면 내가 첫날에 레니 씨의 가슴을 쳐다봤던 걸 알고 있는 걸까?
매우 뻘쭘해집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으음~ 즉 그거지? 적의까지는 아니지만 아침이나 저녁에 레니 씨를 계속 바라보는 스토커가 있다는 소리지?"
노아가 지금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나도 노아의 결론과 같다.
"설마 레니에게 스토커가 생길줄이야~ 뭐, 레니는 얼굴도 좋고 스타일도 좋으니까 인기 있어도 연애 쪽으로 대쉬하는 남자는 없었지~ 설마 이 나이에 인기 시기가 도래한 거 아니야?"
"니냐님……."
"농담이야, 농담. 아무리 악의 같은 게 안 느껴져도 정체도 안 밝히고 계속 보는 건 솔직히 무섭지. 하지만~."
니냐 씨는 방긋 웃더니레니 씨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레니 씨의 이마를 튕겼다.
딱!
"앗! 니, 니냐님?"
"그런 일이 있으면 진작에 말해, 레니. 섭섭하잖아?"
"……죄송합니다."
그때 티키아 씨가 레니 씨에게 말했다.
"접수원. 아니, 레니. 분명 시선은 아침과 저녁에만 느껴진다고 했지?"
"네, 티키아님."
"그럼 레니를 스토킹하는 자는 모험가일 확률이 높겠어. 아니,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인 레니니 상대가 모험가일 게 뻔하겠지. 은밀 같은 스킬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아침과 저녁 사이에는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던전에 가야하니까 말이야."
오오, 천재 마법소녀 티키아 씨의 추리가 시작되었다.
"모험가라면 꼭 모험가 길드에 들릴 필요는 없지. 생계를 유지할 생각이라면 딱히 모험가길드에서 의뢰를 받지 않아도 던전에 들어가 마석을 채취해 환전소에서 돈으로 바꾸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반대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매일 모험가 길드에 들릴 가능성도 있어."
"매일이요?"
"스토커라면 레니에게 집착이 많겠지. 매일 스토커 행위를 할 정도면 무척이나 자신의 은밀 실력에 자신이 있는 거겠지. 레니, 딱히 수상하다고 여기는 모험가는 없었나?"
티키아 씨의 질문에 레니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 분은 없었습니다."
"흐음……."
티키아 씨는 턱을 집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곰곰이 생각하는 티키아 씨는 매우 귀여웠다.
"레니, 너는 최종적으로 그 스토킹을 하고 있는 모험가가 어떻게 됐으면 좋다고 생각하지? 벌을 받았으면 해?"
"아니요, 분명 시선에 저를 해하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되도록 평화적으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그저…… 스토커 행위는 그만둬주셨으면 할 뿐입니다. 그것밖에 제가 바라는 건 없습니다."
"……니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뭔데, 티키아?"
"보통 스토커 행위를 한다는 건 상대방에게 집착이나 일그러진 호의가 있을 때가 많겠지?"
"으음~ 뭐 그렇겠지? 아, 레니. 묻는거 깜빡했는데 시선에 야한 느낌이라든지 없었어? 예를 들어 다른 남성 모험가들이 나를 볼 때 같은 끈적~한 시선이라든지 말이야."
"아니요. 시선은 전체적으로 제 모습 자체를 볼 뿐입니다. 특정 부위를 향한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가슴이나 엉덩이를 말하는걸까?
그건 그렇고 전체적인 모습만 보고 레니 씨의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도 그리고 예쁜 얼굴로도 시선이 안 간다니…….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레니 씨의 말에 니냐 씨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한 시선도 없이 그냥 레니 자체를 봤다고? 별난 사람이네? 적의도 없고 성욕 넘치는 시선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때 엘시가 자그맣게 손을 들었다.
"저, 저기…… 혹시 그 사람은 레니 씨의 팬…… 같은 게아닐까요?"
"팬말인가요?"
"네. 레니 씨를 동경하는 마음이 강해서 그…… 바라보거나 하는 게 아닐까요? 레니 씨는 그…… 제가 봐도 일도 척척 해내시고 언제나 성실하시고 모험가분들을 위해 힘써주시잖아요. 저도 그런 레니 씨는 존경하고 있어요."
레니 씨가 꾸벅하고 엘시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엘시님."
"으음~ 하지만 팬이라고 해도 일주일 동안 계속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는건 문제야."
"아니, 아직 팬이라고 결정된 건 아니야. 혹여 시선을 조작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어."
"티키아 씨, 그런 스킬도 있나요?"
"아무리 증오스러워도 살기를 죽일수 있는 자들도 있다고 하니까 거기다……."
"거기다?"
티키아 씨가 해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랜트를 보고 있으면 어떤 스킬이든 일단 존재할순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요새 들어."
"아…… 네."
"어쨌든 상대가 레니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건 명백해. 그렇다면 지금 중요한 건 그 스토커의 정체를 한시라도 빨리 밝히는 게 중요하겠지."
"하지만 어떻게 밝히면 좋을까요?"
그때 티키아 씨가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실 때처럼 조금 음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질투심이나 분노를 자극하는 거지."
"질투심이나 분노요?"
"그래! 때는 9년 전! 내 마법학원 학창시절! 어느 정도 수업에 따라간다고 연애질에 몰두하는 년놈들이 항상 있었지! 그런 년놈들 중에서 연애질을 하다가 마치 연애를 놀이처럼 생각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뭔 놈의 사랑을 시험한다고 해서 현재 여친을 놔두고 그 여친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다른 여자랑 친밀 이상의 어프로치를 하는 걸 보였지!
물론 여친이던 여자는 분노가 극에 달했고 점심시간 도중 남자를 향해 공격 마법을 날린 소동이 일어났었어! 그때의 그 수라장은 정말이지…… 으하하하하!"
티키아 씨가 다크 사이드로 빠지려고 한다.
흑화하기 전에 티키아 씨가 사랑스러운 마법소녀라는 사실을 알게 하자.
"티키아 씨. 높이높이!"
나는 티키아 씨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고 티키아 씨를 들어 올렸다.
"우왓!? 뭐, 뭐야, 랜트!"
"진정해주세요. 마법소녀는 그렇게 웃지 않아요."
"아…… 그, 그렇지. 크흠! 미, 미안하게 됐어. 추한꼴을 보이고 말았어."
"아니요, 괜찮습니다, 티키아님."
"랜트! 내려줘! 다들 보고 있잖아! 그래도 이거 의외로 신나니까 나중에 또 해줘!"
"네."
나는 티키아씨를 다시 땅에 내려놨다.
레니 씨가 티키아 씨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티키아님의 작전이란 뭔가요?"
"레니의 스토커는 적의는 없어도 어느정도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지. 호의를 가지고 있는 이성이든 아니면 동경하는 동성이든 그 대상이 다른 남성과 너무 사이좋은 모습을 보거나 하면 어느 정도 자극이 되겠지."
"으음~ 즉 레니가 다른 남자랑 꽁냥꽁냥대는 장면을 일부러 보여주면서 스토커를 자극시킨다는거지?"
"맞아, 니냐. 내 학창시절처럼 공격까진 하지 않겠지만, 추궁하려고 모습을 드러낼지도 몰라."
말하자면 염장질해서 스토커가 스스로 나오게 한다는 거다.
"하지만 공격할 수도 있지 않아?"
노아가 의문을 제기했다.
확실히 아무리 적의가 없거나 해도 티키아 씨의 걱정처럼 살의나 적의 또는 일그러진 욕정 같은 걸 숨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 거기서! 중요한 남성 역할이다만. 나는 랜트가 그 남성 역할을 하면 제격이라고 생각해!"
"제가요?"
"랜트 님이요?"
"그래, 랜트라면 습격이 일어난다고 해도 누구보다도 빨리 대처할 수 있을 거야."
뭐, 습격을 하는 순간 존을 사용하면 레니씨를 확실히 지킬 수 있다는 자신은 있다.
하지만 내가 레니 씨랑 꽁냥거리면서 스토커를불러일으키는 전개라…….
으음…….
"래,랜트가…… 레니 씨랑…… 하읏!"
엘시…… 여기서도 흥분하는구나…….
그런 엘시도 난 사랑해!
오히려 엘시의 본래 성벽을 알고 나니 더욱 흥분됩니다.
『랜트도 엘시 못지않네요.그런 랜트도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솔리 씨.
"……즉 티키아님의 말씀은 제가 랜트 님과 연인행세를 하는 연기를 하며 스토커를 유인하자는 건가요?"
"바로 그거야!"
"모처럼 작전을 생각해주신 것은 감사합니다만…… 그 제안은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어째서지? 꽤 좋은 작전이라고 생각하는데……."
티키아 씨가 작전을 거절 받아 풀이 죽으셨다.
귀엽다…….
하지만 어째서 레니 씨는 거절한 걸까?
호, 혹시 나랑 연인행세는 하기 싫나?
으음, 그렇다면 조금 마음이 아픕니다.
"티키아님의 작전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작전을 하기에는 여러분에게 죄송스럽습니다."
"응? 죄송스럽다니?"
레니 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며 말했다.
"……여러분은 모두 랜트 님의 연인이시죠?"
오우, 레니 씨는 내가 하렘을 차리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뭐, 딱히 숨기지도 않았고 여우의 쉼터에 있는 모험가분들도 내가 하렘상태라는 걸 아는 분들도 있으니 접수원인 레니 씨의 귀에도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응!? 그, 그렇지! 나, 나랑 랜트는 연인…… 헤헤헤♡"
"후훗, 맞아~♪"
"응!"
"네,네……."
"여러분들이 계시는데 제가 랜트 님과 연인연기라니……."
"어머, 지금 우리 생각해주는 거야, 레니?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돼~ 오히려 레니도 이김에 랜트랑 사귀어볼래?"
"뭐, 뭐!? 니, 니냐. 아무래도 그건 좀……"
티키아 씨가 당황하며 니냐 씨를 향해 손을 이리저리 휘젓고있다.
"……니냐님. 그런 농담은 하지 말아주세요. 자신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어머, 난 의외로 진심인데? 뭐, 어쨌든 연인연기 하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어차피 스토커를 유인하기 위한 것뿐이니까. 작전을 발행한티키아는 물론이고나도 엘시도, 노아도 괜찮아. 그치?"
"응. 나도 괜찮아. 한다고 해봤자 기껏해야 데이트 흉내 정도잖아?"
"저, 저도요. 레, 레니 씨! 사, 사양하지 마시고 래, 랜트랑 데, 데이트 연기…… 하읏! 하시면서 빨리 스토커를 잡으셨으면 해요!"
"여러분…… 하지만 멜리사님도……."
"멜리사는 착하니까 사정을 얘기하면 곧바로 이해해줄 거야.그러니까 레니는 스토커 잡는 거에만 신경 써."
"하지만……."
레니 씨는 나를 바라보시며 물었다.
"랜트 님은 괜찮으신가요? 저랑 그…… 연기라도 저랑 연인행세하시는 건……."
나는 레니 씨를 향해 방긋 웃고 진심을 다해 말했다.
"괜찮아요! 게다가 말했잖아요. 전 레니 씨의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솔직히…… 남자로서 레니 씨처럼 예쁘고 매력적인 분하고 연기라도 한 번 데이트라도 하는 건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랜트 님…… 알겠습니다. 그럼 랜트 님, 개인적으로 제 스토커를 잡기 위해…… 호위임무를 의뢰하겠습니다."
"네, 레니 씨! 반드시 제가 스토커도 잡고 안전하게 지켜드릴게요!"
이렇게 나는 레니 씨의 호위 지명의뢰를 맡게 됐다.
쭉쭉
티키아 씨가 내 손가락을 쥐고 당기셨다.
"티키아 씨?"
내려다보니 티키아 씨가 살짝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나, 나도 데이트하고 싶어……."
"그럼 다음에 시간 나면 해요!이번 의뢰 끝나면 데이트 계획 같이 세워요."
티키아 씨는 반쯤 뜬 눈조차도 곡선이 만들어지며 무척이나 환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응!"
역시 칭찬받을 때나 기뻐할 때의 이런 티키아 씨의 얼굴은 정말 귀엽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