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0화 〉339화-우정의 힘
저녁 먹을 시간이 돼서 한 번 멜리사네 집에 들러봤다.
"미안, 랜트. 오늘은 가족끼리 먹으려고."
"알았어. 그럼 어머님이랑 아버님하고 맛있게 먹어."
"응. 아참, 그리고 이거."
멜리사가 나에게 종이 한 장을 줬다.
안을 보니 다양한 연애소설이라고 추측되는 제목들이 나열돼 있었다.
"다음에 올 때 사와 달라는데…… 물론 랜트가 싫다면 내가 내일 거절할게."
"아니야, 이 정도가지고 뭘."
오히려 여기서는 다음에 책을 가지고 와서 더 마을 여성들의 나에 대한 평가를 올리는 게 이득이다.
나는 멜리사네 집을 떠나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아들! 오, 오,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 갖고 왔다면서!"
"응, 어무이랑 아부지가 오늘 저녁으로 먹었으면 해서."
"아이구, 우리 예쁜 아들!"
어무이가 기뻐하며 나를 안았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우리 아들과 며느리들에게 맛있는 걸 주려고 해도 고기가 듬뿍 들어간 수프밖에 할 수 없어서……."
"아니야, 어무이. 난 어무이가 만든 고기수프 좋아하는걸."
"어, 어머님, 저, 저희도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수프 좋아해요."
"맞아맞아, 단순하게 진~한 고기 맛이 느껴져서 맛있는걸요."
"밤에 움직일 때도 아주 좋고 말이에요♡"
저번에 어무이의 고기수프를 먹은 엘시, 노아, 니냐 씨는 어무이에게 걱정 말라고 말했다.
참고로 먹어보지 못한 티키아 씨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저번처럼 나는 마나웨폰으로 테이블을 만들고 그 위에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를 올려놨다.
의자는 어무이가 미리 사다 둔게 있다고 해서 그걸 썼다.
그리고 저녁을 먹었다.
어무이와 아부지는 오랜만에 먹는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를 한 입 맛볼 때마다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하셨다.
"아, 맛있다!"
티키아 씨도 어무이가 만든고기수프를 먹고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채소들은물론 고기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져 있고…… 고기의 맛 자체도 수프 전체에 잘 스며들었어……. 어머님 요리 잘하신다."
티키아 씨는 늙은 스승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가사도 할 줄 알아서 그런 걸까?
맛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요리의 실력에 관해서도 칭찬했다.
원래라면 어무이도 티키아 씨의 칭찬에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를 먹느라 여념이 없다.
저녁을 먹은 다음…….
"아들……."
아부지가 나에게 눈치를 준다.
아마 저번처럼 부부간의 아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시는 거겠지.
……그런데 저번 걸로 내 동생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말로 놀랍다.
이번에는 정말로 생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니냐 씨가 나에게 귓속말로 전했다.
"랜트♡ 어머님에게 음문 새겨드렸어."
니냐 씨?!
아니, 뭐…… 어무이도 음문이 생기면 동생 늦둥이를 낳을 걱정도 없고 음문의 효과는 여성에게 좋은 것들이 많으니 새기면 그야 좋겠는데…….
자식으로서 어무이에게 음문이 생겼다는 사실에는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어무이가 내 동생을 낳을 걱정이 없다면야…….
이걸 아부지에게 건네도걱정 없을 거다.
"아부지, 이거 받아."
"……응? 이건 뭐야, 아들?"
나는 인벤토리에서 나를 폭주하게 만들었던 켈반 씨의 선물.
그렇다.
바로 미노타우로스의 정력제이다.
"정력제."
"저, 정력제?"
"응, 엄청 효과 좋아. 이거 아부지에게 줄게."
어차피 나는 필요도 없고 내가 쓰면 폭주해버려서 안 된다.
그럴 거면 아부지와 어무이의 사이를 더욱 돈독히 하는 데 쓰면 좋을 것이다.
"한 알만 먹어 아부지, 효과 엄청 쎄니까."
"아, 알았어. 고, 고마워, 아들."
그리고 우리는 곧바로 집을 나갔다.
아마 몇 분 후면 끼익끼익소리가 밖으로 들려오지 않을까?
그런 소리는 자식으로서 듣기 좀 그렇기에 곧바로 시마네 여관으로 돌아갔다.
시마네 여관은 마을 아저씨들이나 내 또래 애들이 모여서 술을마시고 있었다.
"어? 랜트잖아! 야, 이리와이리와!"
마침 술을 마시고 있던 데이브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데이브, 뭐 하는 거야?"
"딸꾹! 뭐하긴! 술 마시고 있지!"
"가게는?"
"어차피 이 시간에 가게 안 여는 알잖아? 오늘은 기분도 좋은 날이니까 아부지랑 같이 마시러 왔지. 아, 아부지는 저기서 아저씨들이랑 술 먹고 있어."
"오늘은 이상하게 사람들이 많네."
"그야 랜트 네가 냉장고 사 왔잖아? 그게 신나서 다들 기분 좋게 마시고 있는 거지!"
"물론 그것만이 아니라…… 우읍!"
옆에서 다른 남자애가 말하려던 걸 데이브가 입을 막았다.
"하하하, 랜트네 연인들도 있는데 조심해야지? 응?"
끄덕끄덕
아마 아저씨들 말고 데이브나 남자애들이 모인 건 내가 미스 솔라리오를 가져와서 모였나 보다.
"응? 랜트가 또 뭐 가져왔어?"
노아가 묻자 데이브는 두 손을 저으며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아하하하!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네!"
"뭐, 아무래도 좋지! 랜트! 우리도 술 마시자!"
"방금밥 먹었는데?"
"후후후, 몸을 움직이는 모험가가 그 정도로 배가 다 부를 리 없잖아?니냐도, 엘시도…… 티키아도 좋지?"
노아의 말에 엘시와 니냐 씨는 끄덕였지만, 티키아 씨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술 좋아하진 않는데……"
"응? 어째서?"
"맛없잖아. 그리고……."
"그리고?"
"술주정 자체가 싫어. 내가 술주정 부릴 정도의 상태가 되는 게 싫어.매번 스승이 술 먹고 오면 그 주정을 내가 다 받아야 했어…… 으으으."
아무래도 주정 부리는 스승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술 자체에 거부감이 있으신 것 같다.
"하지만 이왕 온 거 마시자~ ……취한 랜트 모습 보고 싶지 않아?"
"취, 취한 랜트 모습?"
"응. 랜트가 취하면~ 엄청 달라붙어서 애교부릴 것 같지 않아?"
노아…… 나 술 안 취한다는 거 알면서…….
물론 노아는 지금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노아는 같지 않아? 라는 예상하는 말만 썼다.
확정 지은 건 아니지 거짓말은 아니다.
그리고 티키아 씨는 그 거짓말에 넘어갔다.
"……나, 나 조금만 마실 거다?"
"응응! 같이 자리에 있는게 중요하지!"
우리도 자리에 앉아 술을 시켰다.
자리는 데이브네가 앉아 있는 테이블과 가까운 자리다.
술과 안주를 시키고 기다리는 도중 시마가 데이브가 있는 곳에 안주를 갖고 왔다.
"데, 데이브…… 여, 여기 안주 나왔어……."
"어…… 으, 응. 시마. 고마워."
시마는 평소대로지만 시마를 대하는 데이브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꿀꺽.
데이브가 침을 한 번 삼킨 다음 시마에게 말했다.
"시마."
"응? 왜?"
"이제 보니까…… 그 머리 잘 어울린다."
"어? 저, 정말?"
"응. 예…… 예쁘다고 생각해."
"그, 그래? 그, 그렇구나……. 고, 고마워……."
시마와 데이브 사이에 뭔가 달짝지근한 분위기가풍기는 것 같다.
좋아, 데이브.
그대로 점점 시마와 거리를 좁혀가는 거야.
다른 테이블에 서빙도 해야 하기에 시마는 이동하고 데이브는 그런 시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데이브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자애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겨우 진전 나가려고 하네."
"이제와서? 우와, 시마가 불쌍해진다."
"야, 그나마 좀 나아진 게 어디냐."
역시 시마가 데이브를 좋아하는 건 본인들 말고는 다 아는 사실이다.
"……상상했던 것보다 저 데이브란 애 둔탱이네. 내 학창시절 때는 웬만한 남녀들은 대놓고 나랑 사귈래? 좋아! 하는 경박한 놈들뿐이어서 저런 애는 신선해."
"대체 티키아 씨가 다니던 시절의 마법학원은 얼마나 풍기가 나빴던 거예요?"
"학원 설립 사상가장 나빴다고 나중에 들었어.뭐…… 마법성적만 좋으면 크게 사고 치지 않는 이상 건들지 않는 주의니까 말이야."
"후훗, 하지만~ 앞으로 티키아는 학창시절에 만난 애들보다 더 문란한 생활을 보내게 되지 않아? 어제도 셋이서 같이 했잖아?"
"그, 그건…… 으으으……. 생각해보니 바람은 피웠어도, 그 자식들도 3P는 한 적이 없어……. 나, 난 어느새 그 년놈들보다 더 심한 짓을 하고 있었던 건가!"
"하하하, 뭐~ 서로 동의하고 사랑하면 되지 않아?"
"하읏! 그, 그래요. 티키아 씨. 너,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 돼요……."
그 후 우리는 시마가 가져온 술과 안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각 층 마물에 대한 감상이라든지, 노아의 나랑 대련했을 때의 아찔함이라든가, 티키아 씨가 마력서치를 써서 처음 나를 봤을 때 얼마나 놀랐다든지.
도중에티키아 씨가 다크 사이드 시절의 학창생활을 이야기하려는 걸 니냐 씨가 분위기를 읽어 자신의솔로 시절 얘기를 한다든지.
그렇게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도중 나는 궁금증이 하나 생겨났다.
"그러고 보니 모두 옷은 어떻게 할 거예요? 이번에는 내 인벤토리에 잠옷도 안 넣었었는데."
"그거라면 걱정 마, 랜트. 티키아의 인벤토리에 넣어놨으니까."
"아, 그랬어?"
"응. 역시 같은 여자인 티키아에게 잠옷 맡기는 게 더 편해서."
하긴 그건 그렇겠다.
연인이라도 나에게 잠옷을 맡기는 건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니냐 씨가 음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게다가 야한 옷도 맡길 수 있으니까…… 나중에 랜트를 놀래켜 줄 수도 있잖아?"
그, 그런 기발한 생각이!
확실히 나에게 맡기면 내가 내용물을 알아버리기에 연인들에게 있어서 나를 놀래키는 즐거움이 줄어들 수 있다.
인벤토리를 소유하고 있는 티키아 씨가 있기에 나는 연인들이 밤에할 때 어떤 옷을 입을지 모른다.
미지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아니, 뭐…… 그냥 코스튬이니 넣는 거야 상관없어. 하지만 내 인벤토리는 옷장이 아니니까 너무 맡기지는 마."
티키아 씨와 노아를 살짝 질린 표정으로 니냐 씨를 보고 있다.
"헤헤♡ 아침에는 미안해, 티키아~ 랜트를 깜짝 놀래켜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워져서~."
"어차피, 대부분 짐은 랜트 인벤토리에 넣으니까 괜찮지 않아?"
"정도라는 게 있잖아. 적어도 엘시처럼……."
"티, 티키아 씨!"
"아, 미안."
엘시처럼?
무슨 내용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엘시가 티키아 씨에게 코스튬 하나 정도는 맡겼다는 건 추측할 수 있었다.
흐음…… 과연 엘시는 어떤 복장을 하는 걸까? 매우 기대됩니다!
◈
2시간 후.
"아하하하하하! 봐라! 이것이 나의 마법쇼다!"
예쁘게 드레스를 입은 티키아 씨가 어느새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꺼낸 지팡이를 들고 흔들며 테이블 위에 서서 마법으로 묘기를 부리고 있다.
천재 마법소녀 티키아 씨는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위력이 약하면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마력을 조작하고 속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생겨난 불로 된 새라든지 물로 된 용 모양 마력을 만들어내 티키아 씨는 묘기를 부렸고.
"와아아아! 굉장해!"
"아가씨, 대단한데!"
"좀 더! 좀 더 다른 걸 보여줘!"
"으하하하하하!!! 내 대단함을 알겠지? 좋아! 기분이다! 이번에는 전기로 된 용이다!"
""와아아아아아!!!""
1층의 술집은 완전히 티키아 씨의 무대로 변했다.
묘기를 부리는 티키아 씨의 볼은 매우 빨갛다.
이른바 완전히 취한 상태다.
술을 마셔서 칭찬을 받고 싶다는 욕구의 제한이 풀려서 그런 걸까?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할 때마다 티키아 씨가 더 흥이 나서 마법을 선보였고.
"더해라 더!"
"야호~ 티키아 멋지다~ 예뻐~♪"
"아하하하하하하! 고마워! 고마워!"
같이 술에 취한 노아랑 기분이 업된 니냐 씨가 그걸 부추기고 있다.
"아, 아하하…… 랜트…… 조금은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술을 조금씩만 마셔서 그다지 취하지 않은 엘시가 어색한 웃음을 띠며나에게 말했다.
"즐거워 보이니까 놔두자. 너무 지나친 것 같으면 내가 말릴게. 지금은 티키아의 마법쇼를 즐기자."
"네."
"랜트! 이리와! 마력 부족해!"
"네, 티키아 씨."
내가티키아 씨에게 다가가자 티키아 씨가 볼을 뾰루퉁하고 부풀렸다.
왜?
"랜트! 뒤를 돌아서 머리를 숙여야지! 나를 좀 더 높은 곳으로 안내해라!"
아하, 목말 태워달라는 거군요.
내가 목말을 태우자 티키아 씨는 내 정수리에 손을 얹고 마력을 흡수했다.
"으하하하하! 모든 게 나보다 낮아! 낮다고! 으하하하! 낮은 너희를 위해 내가 자비를 베풀어주마! 워터 드래곤과 피닉스의 싸움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티키아 씨가 조금 폭주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즐거워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