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6화 〉345화-연애 도우기!
◈-랜트SIDE
오랜만에 남자애들과 놀아서 즐거웠다.
내가 던져도 다들 능숙하게 낙법을 하며 돌진하는 게 전혀 녹슬지 않았다.
힐끔 하고 옆을봐보면 시마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데이브를 보고 있다.
이제 슬슬 놀이도 끝낼 때다.
"받아라아아아아아!"
데이브가 엑스칼리버를 들고 나를 향해 돌진한다.
"어림없다! 하아아앗!"
오른손으로 데이브를 향해 공격성이 없는 마법빔을 쐈다.
데이브는 그 빔을 피한 다음에 나를 향해 대각선으로 검을 내리그었다.
"이야아아앗!"
데이브에 검의 움직임에 맞춰 엑스칼리버가 닿는 갑옷 부분을 깨지는 것처럼 해제해나간다.
"그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나는 털썩하고뒤로 쓰러졌다.
"정의의 승리다아아아!"
데이브가 엑스칼리버를 들고 외치자 다른 남자애들도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 재밌게들 노네."
멜리사의 살짝 질린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후우,오랜만에 하니 재밌다. 아. 랜트. 이제 일어나도 돼."
"응."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 근데 마지막에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나 그냥 베는 시늉만 하려고 했는데."
"그건 좀 요령이 필요해. 하지만 실감 났었지?"
"응! 사실 도중에 어 진짜 나 랜트 베는건가? 라고 쫄았다니까."
"맞아맞아, 갑자기 랜트의 갑옷이 부서졌잖아."
"그것도 연출이야?"
"응, 마력을 이용해서 그럴싸하게 부서지게 했어."
"랜트, 진짜 쩐다."
다른 남자애들과 놀이 후의 감상을 어느 정도 대화한 다음 나는 데이브와 함께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들의 곁으로 갔다.
"어땠어?"
"히히힛, 마왕 역할 잘 하던데, 랜트?"
"머, 멋있었어요!"
"다음에 그 복장하고 해볼까♡"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네."
"랜트, 나중에 그 공격성이 없는 마력포 어떻게 했는지 나한테도 알려줘."
"네."
내가 연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데이브는 볼을 긁적이며 시마에게 물었다.
"아…… 저기, 시마. 어땠어?"
"머, 멋졌어……. 데, 데이브의 용사 모습…… 어, 어울린다고 생각해."
"저, 정말?"
"응……. 정말로…… 멋졌어."
"그, 그랬구나."
풋풋한 연애 분위기가 여기까지 전해져 온다.
저래 놓고서 좋아한 지 아닌지 의심하는 걸 보면 데이브도 참 둔하다고 생각됐다.
실컷 몸을 움직이며 놀았으니 남자애들은 각자 할 일을 하러 해산했다.
그리고 나도 모두와 함께 여관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 도중 데이브는 시마와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를 풍겼고…….
"시, 시마, 잠깐 할 말이 있는데……."
"응?! 무, 무슨 얘기인데……?"
이럴 때는 자리를 먼저 떠나는 게 눈치 있는 행동이다.
나는 시마를 향해 말했다.
"시마, 우리는 먼저 여관으로 돌아가 볼게."
"응? 그, 그래? 아, 알았어."
시마가 다시 고개를 데이브를 향해 돌리자 나는 데이브를 향해 엄지를 척하고 세웠다.
잘해야 돼, 데이브.
◈-데이브SIDE
다른 애들과 랜트, 그리고 랜트의 여친분들이 숲을 나갔다.
가는 도중 랜트가 나에게 엄지를 세웠다.
나보고 잘 이야기하라는 뜻이겠지.
눈앞에는 예전에 비해 조금 머리를 기른…… 시마가 있다.
정말로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시마가 나에게…… 호, 호, 호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최근에 부쩍 들었다.
그래서 랜트에게 상담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다.
까놓고 말해서 시마가 나에게 호의를 두기보다는 나도…… 시마가 정말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시마가 더 예쁘게 보이고…… 나를 보고 멋지다고 시마가 말하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어? 이거 내가 시마를 좋아하게 된 건가?
"데이브?"
"으, 응! 왜 그래?"
"할 얘기가…… 뭐야?"
"아, 그러니까 그게……."
솔직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한 건 단순히 구실이다.
제대로 무슨 얘기를 할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시마랑 둘이 있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 말도 안 하는 건 안 된다.
"아, 그…… 최근에시마 머리 길렀잖아?"
"응."
"그게…… 어째서 머리 기르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서."
"그, 그건……."
시마가 말을 흐린다.
어릴 때부터 시마를 봐왔기에 알 수 있었다.
저건 말하기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아, 마,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냥 한 번 신경 쓰여서 물어본 거니까."
"휴우…… 그래?"
시마가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여, 역시 물어보면 안 되는 질문이었나?
"응."
"물어볼 건…… 그걸로 끝이야?"
"아, 그게 그러니까……."
물어볼 거 찾아라, 물어볼 거 찾아라, 물어볼 거 찾아라!
좀 더 시간을 만드는 거야!
여기서 곧바로 시마 나 좋아해? 라고말할 순 없잖아!
무엇을 물어볼까 고민하는 도중 시마가 나에게 말했다.
"저기…… 데이브. 이번엔 내가 물어도 돼?"
다행히 시마는 나에게 질문이 있나 보다.
좋아, 시, 시간을 더 끌을 수 있겠어.
"어? 으, 응! 괜찮아. 뭐, 묻고 싶은데?"
"데, 데이브는…… 어떻게 생각해?"
"어, 어떻게 생각한다니?"
"내 머리…… 어울려?"
시마가자신의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 몸짓이 평소보다 뭐랄까 그…… 귀여워 보였다.
"어, 응! 어, 어울린다고 생각해."
우와, 완전히 더듬고 있잖아.
"저, 정말?"
"응. 평소 스타일도 좋지만…… 지, 지금도 좋다고 생각해. 예, 예쁘게보여."
"예쁘게 보이는구나…… 헤헤, 그렇구나……."
시마가 기뻐하는 것 같다.
이거 그냥 칭찬받아서 기쁜 거지?
아닌가?
대체 뭐야?
젠장! 하렘을 이룬 연애전문가 랜트야 좀 도와줘!
"저, 저기 데이브……."
"으, 응! 왜?"
"데이브는 그…… 여성 좋아하는 취향 같은 거 있어?
"어? 어? 여, 여성 취향 그, 그건 왜?"
어? 왜 그걸 지금 물어보는 거야?
여, 역시 나한테 관심 있는 거야?
무, 물어보는 게 나으려나?
"그, 그게 있지! 나,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타입은 뭔지 구,궁금해서."
"아, 그랬구나."
우와…… 괜히 물어보다가 쪽팔릴 뻔했다.
아아, 진짜 심장에 안 좋네.
"여, 역시…… 니, 니냐 언니 같은 타입이 좋아?"
"응!? 어, 어째서 니냐 씨가 나오는 거야?"
"그, 그야…… 남자애들 모두 니, 니냐 언니에게 시선이 갔고 데이브도…… 그랬잖아?"
윽, 여자애들은 시선에 민감하다는데 정말인가 보네.
"그, 그건…… 니, 니냐 씨는 스타일이 좋잖아? 나, 남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눈이 가는 거야."
아, 이 대답은 내가 생각해도 글러먹은 대답이야.
이것 봐! 시마 표정이 어두워졌잖아!
빨리! 빨리 다른 말을…….
아, 그래!
"하, 하지만 나는 시마도충분히 눈길을 끈다고 생각해."
"그, 그래?"
"응. 시마 최근에 머리도 길고 그…… 분위기도 밝아진 것 같아서 평소보다 예, 예, 예뻐졌으니까."
"그, 그렇구나…… 고, 고마워……."
"나, 나는 그냥 사,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그래,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걸 본인 앞에서 말하는 게 엄청 부끄러웠다.
"……있지,데이브."
한 발짝.
시마가 나에게 다가와 내 옷자락을 잡고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데이브는……어떤여자애가 좋아?"
"응?!"
"데이브는 어떤 여자애가 취향이야?"
"어…… 그, 그게……."
"꿀꺽……."
뭐라 대답하려고 해도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대답을 못 하고 있을 때 시마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야한…… 여자애 좋아해?"
"시, 시마!?"
"좋아해?"
"으, 대, 대답해야 돼?"
"……응, 부탁해."
시마가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 남자라면야 당연히 조, 조, 좋아하겠지……."
야한 여자애를 싫어하는 남자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구나."
시마가 나에게서 떨어지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그럼 나도 힘낼게!"
"으, 응. 힘내."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해버렸다.
"아, 청소할 시간 됐겠다. 데이브, 나 먼저 가볼게."
그렇게 말하며 시마는 뒤를 돌아뛰어갔다.
그리고 아지트에는 나 혼자만 남겨졌다.
"……응? 잠깐. 뭘 힘낸다는 거야?"
하지만 그 대답을 해줄 시마는 이미 이 자리에는 없었다.
◈-랜트SIDE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남았으니 여관에 들린 후 나는 모두에게 잠시 내 집에 들르다 온다고 말하고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 앞에 선 다음 나는 똑똑 노크를 했다.
똑똑.
저번처럼 어무이와 아부지가 둘만의 시간을 들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어무이~ 아부지~."
끼익…….
어무이 아부지를 부르자 문이 열리고.
"어머, 우리 아들 왔어?"
매우 피부가 번들번들해진 어무이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나왔다.
"잠시 와봤어, 어무이. 아부지는?"
"너네 아빠자는 지금 침대에서 자고 있단다. 후훗, 어제는 정말 힘을 썼으니까."
어무이는 매우 즐거워 보인다.
번들번들한 피부를 보아…… 상당히 어제는 아부지의 기운을 빤 게 아닐까?
잠깐.
그런데나 분명 어제 아부지에게 정력제까지 줬는데…….
어무이는 지금 말짱히 일어나 있고 아부지는 지금 자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력제를 먹은 아부지도 어무이는 이겨버렸다는 것이다.
"어무이, 피부 때깔이 엄청 좋아졌어?"
"어머, 그러니? 어제 우리 아들이 준 요리를 먹어서 그런가~?"
어무이가 시치미를 떼듯이 말했다.
여기서 더 자세히 묻는 건 자식으로서는 그만두자.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벌써 가니?"
"응, 정말로 잠시 들려본 것뿐이니까."
"그래. 아참, 가서 니냐에게 고맙다고 전해주렴. 우리 며느리가 준 선물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이야."
"응, 어무이. 아…… 아부지 점심 잘 챙겨드리고."
"그래그래, 우리 아들은 언제나 효자네~ 너네 아빠도 점심 먹고 또 힘써야 하니까~."
어디다 힘쓰는데?
라고 묻고 싶었지만 효자로서 그런 말은 구태여 묻지 않았다.
나는 다시 뒤를 돌아 여관으로 돌아갔다.
여관에 돌아가도 1층에는 아무도 없기에 내 방에 들어가니 내 사랑스러운 연인들이 모두 내 방에 있었다.
게다가 다들 각자 앉아 독서를 하고 있었다.
엘시와 노아는 침대에 앉아 니냐 씨는 서서 멜리사와 티키아 씨는 바닥에 앉아 있었다.
"다들 뭐해요?"
"아, 랜트 왔구나. 그게 있지~ 딱히 할 것도 없으니까 뭐하지라고 말을 꺼냈는데 티키아가 그럼 마법소녀 마린을 읽어보라고 해서."
내가 없는 사이에 티키아 씨가 포교활동을 하고있었다.
"그래서 나랑 니냐랑 멜리사가 1권을 읽고 있는 중이야."
"티키아 씨, 같은 책 3권이나 있으셨어요?"
"내 인벤토리에는 삽화판이 아니라 일반판도 있어. 게다가 일반판은 소장용으로도 가지고 있지."
오덕의 모범이네요, 티키아 씨.
읽는 속도를보니 노아, 니냐 씨, 멜리사도 3분의 1 정도는 읽은 것 같다.
"다들 어땠어?"
"뭐~ 읽는 도중이지만 재밌긴 하네."
"나쁘진 않아. 랜트랑 티키아가 딱 좋아할 것 같은 내용이라고는 생각해."
"처음에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좀 앞내용이 신경 쓰이는 정도?"
노아와 니냐 씨는 반응이 좋고 멜리사는 미묘한 것 같다.
아마멜리사는 주로 조금 질척한연애 소설을 주로 읽어서가 아닐까?
하지만 사람이란 한 장르에만 빠지지는 않는다.
그 증거로 나는 순애물도 좋지만 능욕물 망상도 아주 좋아한다.
사람이란 일면성만 있는 게 아닌 다양한 측면이 있듯이 취향도 그만큼 무수히 많을 수 있는 것이다.
흐음…… 책이라…….
다음에 도서관에서 야설을 빌려와 낭독시키면서 플레이하는 건 어떨까?
야한 대사를 읊게 하면서 야한 책에 나와 있는 체위를 따라 하는 시츄에이션!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기 티키아 씨, 괜찮다면 다음에 제가 읽는 책도 읽어보실래요?"
"응, 멜리사가읽는 책? 어떤 책인데?"
"연애물이에요."
"연애물…… 으음, 랜트랑 데이트하는데 차, 참고 자료가 될 수도 있겠네……. 알았어."
멜리사도 은근슬쩍 티키아 씨에게 질척 연애물의 포교활동을 하려고 한다.
마법소녀물을 좋아하는 티키아 씨에게는 자극이 강할 수도 있지만…… 그런 종류의 소설을 읽고 얼굴을 붉히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읽는 티키아 씨의 모습이 상상되니 이건 이것대로 좋다고 생각됐다.
"티키아 씨, 저 2부 읽고 싶어요."
"오오! 그러고 보니 랜트는 저번에 1부 마지막까지 읽었었지!좋아! 바로 꺼내줄게!"
티키아 씨가 신나하며 곧바로 나에게 책을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아, 불편할 테니까 의자 만들게요."
나는 곧바로 방 안에 4개의 의자를 만들었다.
"후훗, 고마워, 랜트."
""고마워.""
3명에게 감사를 받은 뒤 나도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고 우리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독서시간을 가졌다.
다들 책에 집중하며 있는 조용한 시간.
이렇게 평화롭게 연인들과 지내는시간도 무척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