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6화 〉355화-의뢰 상담!
레니 씨와의 저녁 약속을 잡고 나는 들뜬 마음으로 던전으로 향했다.
던전으로 향하는 도중 나에게 요구해서 지금 목말을 타고 있는 티키아 씨가 말했다.
"……랜트."
"네, 티키아 씨."
"내일 나랑 데이트하는 거 맞지?"
"네."
"……그럼 어째서 오늘 저녁 레니랑 같이 식사하자고 하는 거야!"
티키아 씨가 다리 사이를 좁히며 내 머리를 양손으로 휘저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그저 평소대로 인사만 하고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를 처음 봤을 때의 레니 씨의 그 표정.
그건 확연하게 동요를 나타내고 있었다.
즉.
대쉬하면 레니 씨랑 좀 더 사이를 진전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충동적으로 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고향에 가지 않았다면 의뢰에 대해 얘기하려는 건 원래부터 하려던 일이었다.
"그게 사실 마을에 가지 않았다면 레니 씨랑 한 번 대화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그래도 내일 데이트 날인데……."
티키아 씨가 더욱 허벅지를 조여온다.
티키아 씨.
그거 말랑말랑한 티키아 씨의 허벅지 감촉이 더 자세히 느껴져서 저한텐 포상입니다.
니냐 씨가 목말을 타고 있는 티키아 씨를 향해 싱긋 웃으시며 말했다.
"티키아~ 너무 삐지지 마. 랜트가 레니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잖아?"
"니냐…… 난 아직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히 납득 못했어."
"히힛, 그래도 나랑 같이 랜트랑 찐하게 기분 풀었잖아? 게다가 의도친 않아도 레니 씨랑 랜트가 하게 된 건 티키아 씨의 작전 내용에 많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
"윽…… 그건…… 그렇지만."
"티키아, 내일 랜트랑 데이트한댔잖아? 그럼 오늘 기분 상한 만큼 잔뜩 랜트랑 둘이 있으면 되겠네. 랜트, 티키아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줄 거지?"
"응,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야.
"내, 내가 원하는 거 전부…… 헤헤헤헤."
티키아 씨가 헤실헤실 웃으며 즐거워했다.
이걸로 티키아 씨의 기분이 풀린다면 내일은 얼마든지 들어줄 생각이다.
던전 입구에 도착해서 우리차례가 되자 노아, 엘시, 니냐 씨는 먼저 미노타우로스가 있는 10층으로 갔고 나는 티키아 씨와 함께 6층으로 이동했다.
워프할 때는 워프장치에 손을 댈 필요가 있기에 티키아 씨는 내려온 상태다.
6층에 도착하고 어느 정도 걷자 티키아 씨가 나에게 말했다.
"랜트,둘이 있으니까 말할게. 나 솔직히 랜트가 레니를 그…… 유혹? 공략? 하는 건 그다지 좋게 생각 안 해."
"네, 티키아 씨."
"다른 사람들은 레니를 알기에…… 아니면 랜트랑 같이 지낸 시간이 많아서 랜트가 하는 행동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는 거라고생각해.
하지만 나는…… 플단에 온 지도 얼마 안 됐고 레니가 어떤 인물인지도 잘 몰라.그래도 성실한 사람이라는 건 알 수 있어."
"네."
"하지만 나중에 들어온…… 그것도 7번째인 내가 할 말은 진짜……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도 내 입장은 이해해. 그러니까 랜트한테 묻고 싶어."
티키아 씨가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랜트는…… 레니를 손에 넣고 싶어?"
여기서는 정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네."
레니 씨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이미 보수라는 형태라도 레니 씨와 관계를 맺은 후로…… 나는 분명 레니 씨에게 마음이 가고 있다.
물론 다른 연인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레니 씨에게 마음이 있다고 해서 다른 연인들을 소홀히 대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내 대답에 티키아 씨는…….
"하아……."
한 번 한숨을 쉬고.
"랜트."
나를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안아줘."
"네. 어떻게 안을까요?"
"공주님 안기."
나는 두 손으로 티키아 씨를 안아 들었다.
그러자 티키아 씨가 내 목에 팔을 두르며 꽈악나를 안았다.
"랜트…… 난 천재야."
"네, 티키아 씨는 천재예요."
"천재는…… 마음도 넓겠지?"
"……네."
그러자 티키아 씨는 팔을 푸시더니.
짜아아악!
양손으로 내 양 볼을 치시고 말했다.
"에이! 천재에 마음이넓고 좁고가 어딨어! 그냥 먼저 사랑에 빠진 내가 지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티키아 씨는 얼굴을 가져와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포갠 뒤에 티키아 씨의 혀가 내 이빨을 건드렸다.
티키아 씨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입을 열고 나와 티키아 씨는 진하게 서로의 혀를 휘감았다.
"츄릅♡ 츄르릅♡ 츄우우우우웁♡♡ 푸하……! 좋아! 꿀꿀한 기분 해소! 아아, 정말! 진짜 해소됐어!"
티키아 씨가 새빨개진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랜트! 내일 나랑 데이트하는 거 진짜 맞지?"
"네, 티키아 씨."
"오늘 저녁에 레니랑 잔다고 늦장 부리거나 그러면 나 화낸다!"
"아니, 오늘 레니 씨랑은 안 잘 건데요."
"시끄러! 믿음이 안 가!"
"읏……."
반박할 근거가 없는 게 슬픕니다.
"……랜트, 내일 나랑 데이트할 곳은 마법도시야."
"마법도시요?"
"그래. 랜트의 그 하늘을 나는 거라면 마법도시도 금방 갈 수 있지?"
"얼마나 떨어져 있나요?"
"마차로 대략 일주일이면 돼."
"으음…… 그럼 저희 마을에 갈 때보다 더 힘을 내면…… 2시간이면 갈 수 있겠네요."
"……거기서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거야?"
"네, 가능할 거예요. 마을에 갈 때는 여럿을 옮기고 있어서 최대한 조심해서 그 속도를 낸 거예요. 하지만 티키아 씨 혼자라면 더 속도를 낼 수 있어요."
몇 번 근육 제트기를 반복하니 요령도 제법 생겼다.
다음에 마을로 돌아갈 때는 30분 만에 도착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째서 마법도시인가요?"
나는 티키아 씨가 도서관에서 같이 책 읽거나 하면서 데이트를 할 줄 알았다.
"……랜트는 멜리사네 부모님한테 인사드렸잖아?"
"네."
"그거 부러웠으니까 나도 랜트를 스승한테 소개하고 싶어.스승은…… 내 부모나 마찬가지니까. 참고로 이거 랜트가 나랑 결혼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그런 의식 같은 거야. 여자를 더 늘려도 절대 나랑 안 헤어지도록 말이야."
"전 절대로 티키아 씨랑 안 헤어져요."
"그건…… 미, 믿고 있어!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잖아! 그러니까 이 마음도 해결하는데 협력해, 랜트!"
티키아 씨는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그리고 안심하기 위해 이번 데이트 코스를 마법도시로지정했다.
그렇다면 티키아 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나는 기꺼이 거기에 따를 뿐이다.
"네, 티키아 씨. 데이트하면서 제가 티키아 씨를 얼마나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은지 증명할게요."
"으읏……."
티키아 씨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완전히 빨개졌다.
"역시 너의 그 서슴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 진짜 좋지만 부끄럽다."
"자제할까요?"
티키아 씨가 강한 기세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 좀 더 말해줘! 말 안 하면 삐진다! 이왕이면 그냥 내 이름 부르면서 해!"
"네."
나는 쪽 하고 티키아 씨의 입술을 잠깐 포갠 다음 지금 간직하고 있는 마음을 말했다.
"사랑해, 티키아."
"아읏!"
티키아 씨가 입을 꽉 다물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입가가 씰룩씰룩하는 걸 보니 무척이나 좋나 보다.
좋아, 좀 더 말하자.
"내 귀엽고 사랑스러운 천재 마법소녀.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줘."
"래, 랜트……."
"넌 언제나 똑똑하고 귀여워, 티키아.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나도 정말로 사랑해."
"자, 잠깐만 이제 그……."
"장래에 나랑 결혼해서…… 티키아를 맞은 귀여운 아이들도 낳으면서 행복하게 살자."
"흐아아아아……."
티키아 씨의 입이 벌려지면서 흐물흐물한 느낌으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부끄러움과 기쁨이 믹서기로 섞인 듯한 그런 표정이다.
"으으으으……!"
티키아 씨는 한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얼굴을 파묻은 다음 다른 한 손으로 내 가슴팍을 두드렸다.
"내 심장 터트릴 생각이야? 누가 그렇게까지 하라고 했어?"
볼을 부풀리며 힐끔 나를 올려다보는 티키아 씨.
귀엽다.
"하지만 티키아 씨가 말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지금 생각한 진심을 말했을 뿐이에요."
"으으으…… 정말…… 먼저 반한 쪽이 지는 거란 말이 딱 들어맞네."
티키아 씨는 내 품에서 잠시 얼굴을 묻은 다음 잠시 얼굴을 떼고 나에게 물었다.
"정말…… 결혼할 거지?"
"처음 제가 티키아 씨에게 고백할 때 이미 말했잖아요?"
"아이도 낳을 거고?"
"물론이죠. 티키아 씨는 몇 명이나 아이를 가지고 싶으세요?"
"그, 그런 건 나중에 가서 생각하는 거야! 하아……."
티키아 씨는 한숨을 쉰 다음 말했다.
"지금 가슴 마구 뛰고 좋아서…… 랜트가 레니를 손에 넣는다고 해도 다 용서할 것 같은 기분이야. ……내가 스스로 생각한 작전은 성공했는데 왠지 분해.나 진짜 손쉬운 여자네."
티키아 씨는 나름대로 자신의 마음이 납득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티키아 씨가 정말로 고마웠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만 사랑을 전하는 건 조금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다.
즉 나도 티키아 씨에게 잔뜩 사랑한다고 듣고 싶다.
"티키아 씨."
"응? 왜? 더, 더 이상 사랑을 속삭이면 나 진짜 이상해질 것 같으니까 좀 봐줬으면 하는데……."
"이번엔 티키아 씨가 저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뭐!?"
"저 티키아 씨에게 사랑한다고 듣고 싶어요. 이건 티키아 씨가 말하는 거니까 괜찮죠?"
"아니, 그건말이지, 랜트. 좀 봐주라…… 지금 이 상태에서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내 스스로 심장 터트리라는 거야?"
"그럼 심장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릴게요."
"다, 다른 애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잖아? 어, 어서 출발하는 게 좋지 않아?"
"어차피 4층이나 건너서 가는 걸요. 조금 늦어도 이해해줄 거예요."
"……."
"……."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기대하면서 티키아씨를 바라봤다.
"그, 그런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은 눈으로 보지 마……."
티키아 씨가 보기에 지금 나는 강아지 같은 것 같다.
흐음? 나쁘진 않은 기분이다.
"내, 내일 나랑 할 때…… 그때는 나도 분위기에 취하니까 그때 잔뜩 말하는 건…… 안 돼?"
"티키아 씨……."
"아, 진짜! 알았어! 알았다고!"
티키아 씨가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리다 여전히 새빨간 얼굴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사, 사랑해. 세, 세,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앞으로도 내가…… 사, 사, 사랑하는 남자는 너뿐이야, 랜트♡ 후우, 후우…… 이, 이러면 돼?"
티키아 씨의 말을 들으니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네, 티키아 씨! 저도 제일 사랑해요!"
"……네 경우에는 공동 1위가 여러 명이잖아."
"그건 어쩔 수 없는 점이네요."
"진짜 난봉꾼이야…… 쪽♡"
티키아 씨가 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이제 됐지! 빨리 가자!"
"네!"
행복한 기분을 가슴에 가득 품은 채 나는 티키아 씨를 안은 채 10층으로 향했다.
◈
"아, 랜트 왔다!"
1시간이 걸쳐 나는 티키아 씨와 함께 10층에 도착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 하늘을 날 기분이어서 근육 제트기를 써서 이동하니 금방이동할 수 있었다.
모두와 합류하고 나는 티키아 씨를 내려놓았다.
"으응~? 티키아."
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티키아 씨에게 말을 걸었다.
"뭐, 뭐야?"
"오는 도중에 랜트랑 무슨 좋은 일 있었어?"
"뭐!? 왜, 왜그런 걸 묻는데?"
"아니, 그야…… 티키아 지금 히죽이고 있잖아."
"으응?!"
티키아 씨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나, 나, 히죽이고 있어?"
"응, 방금까지만 해도 헤실헤실 웃고 있었어. 히히힛, 뭐야? 오기까지 무슨 일이있었던 거야? 말해봐~♪"
"후훗, 그건 나도 궁금한데?"
노아에 이어 니냐 씨까지 가세해 티키아 씨에게 다가갔다.
"시, 싫어! 말 안 해!"
"저, 저기…… 노아, 니냐 씨. 너무 그렇게 묻지는 말아요. 티키아 씨도 곤란해하시잖아요."
"오, 오오! 역시 엘시! 내 편은 너뿐이야!"
티키아 씨가 잽싸게 이동해 엘시의 뒤로 숨었다.
노아는 양손을 뒤통수에 대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체에~ 알았어. 뭐, 어차피 오는 도중에 잔뜩 랜트에게 사랑한다고 들은 걸 거지만."
"뭣!? 어, 어떻게 안 거…… 아."
"랜트에게 사랑한다고 잔뜩 들어서 그런 거야? 후훗, 하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속삭여지면 미소도 절로 나오니까. 상태를 보니 상한 마음도 다 나아진 것 같네?"
"으, 으으으……."
티키아 씨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이번에는 행복함이나 흥분이라기보다는 부끄러움과 수치 쪽이 강해 보였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에, 엘시……, 노아랑 니냐가 나 괴롭혀……."
이윽고 티키아 씨는 엘시의수녀복에 얼굴을 파묻었다.
"노, 노아, 니냐 씨…… 그, 그만 하세요."
티키아 씨의 눈물 맺힌 모습에 노아랑 니냐 씨가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응? 나 놀릴 생각은 없었는데."
"어, 어머. 미안해, 티키아. 울지 마."
"아, 안 울었어!"
연하인 엘시의 뒤에 숨으면서 눈가에 눈물을 맺히며 안 울었다고 주장하는 티키아 씨.
티키아 씨에겐 미안하지만 그 모습은 정말 귀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