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8화 〉357화-의뢰 상담!
"드디어! 드디어 온 겐가 랜트으으으으!"
"네, 켈반 씨. 죄송해요. 요새 새로운 파티 동료인 티키아 씨의 승격을 위해서 활동하느라고요."
"괜찮다네! 전혀 괜찮다네, 랜트! 그래서 오늘은 어떤 마물을 가져온 겐가?"
"오늘은 미노타우로스예요."
"그렇군, 미노타우로스인가! 그러면 어서! 어서 꺼내게나!"
네.
나는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대량의 미노타우로스의 시체와 함께 미노타우로스가 들고 있던 도끼를 꺼냈다.
"오오오오! 역시나 랜트가 잡아 온 마물들은 다들 양도 많고 품질도 좋아!"
"그래도 이번엔 중간에 많이 훼손된 시체들도 있을 거예요."
"허허허허!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게나! 원래 해체의 본래 일은 훼손된 시체에서 얼마나 쓸만한 소재를 분리하느냐이니까 말이네!"
"아참, 켈반 씨. 부탁할 게 있어요."
"부탁? 뭔가 말해보게나."
"저번에 주셨던 미노타우로스의 정력제 있잖아요."
"오오, 그래. 한 번 써보니 어땠나?"
"……너무 효과 좋아서 폭주해버렸어요."
"허허허허! 그 정도로 좋았나? 그거 잘 됐군!"
켈반 씨는 아마 내가 폭주해버렸다는 뜻을 아주 심각성이 낮게 생각하신 것 같다.
기껏해야 신나게 허리를 흔드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거겠지.
하지만 굳이 그 오해를 풀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정력제를 이번에 고향에 갔을 때아부…… 크흠, 아버지에게 드렸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또 하나 주실 수 있으세요? 아, 물론 가격은 제대로 낼게요."
"허허허! 그거 참 좋은 효도를 했군! 그럼 내가 또 지인에게 부탁해서 만들어달라고 하겠네! 값은 자네에게 줄 보수에서 빼겠네."
"네, 고맙습니다."
이걸로 데이브에게 줄 정력제는 확보됐다.
추가로 다른 부탁도 하자.
"아, 그리고 미노타우로스의 고기 좀 따로 해체해서 주실 수 있으세요?"
"미노타우로스의 고기? 오크의 고기가 아니라 말인가?"
"네. 미노타우로스의 고기는 보통 소고기랑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서요."
내 부탁에 켈반 씨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알겠네. 고기의 양은 얼마면 되지?"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 정도면 충분해요. 이건 제 호기심이니까요."
"모험가에겐 그런 호기심도 아주 중요하지! 그럼 내일 정력제와 함께 신선한 고기를 주지."
"고맙습니다, 켈반 씨."
"고맙기는! 오히려 고마운 건 나일세! 흐흐흐흐! 오늘은 아주 즐거운 날이 될 거야……."
켈반 씨가 미노타우로스의 시체들을 향해 아주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더 이상 내가 여기에 있어봤자 켈반 씨의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켈반 씨."
"그래, 잘 가게나, 랜트."
나는 곧바로 밖으로 나가 창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야호오오오오오오!!! 오늘은 너희를 잔뜩 귀여워해주마아아아아아아!!!"
뒤에서 켈반 씨의 활기찬 외침이 들렸다.
며칠 동안 내가 시체를 제대로 안 갖다 줘서 여러모로 쌓이신 모양이다.
켈반 씨와의 용무를 끝내고 나는 다시 모험가 길드로 돌아갔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엘시, 노아, 티키아 씨, 니냐 씨는 마침 같은 자리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모두가 앉아 있는 자리로 갔다.
"다녀왔어."
노아가 히죽 웃으며 나를 향해 살짝 손을 흔들었다.
"어서 와, 랜트. 켈반 아저씨 엄청 좋아하는 거 같더라? 외침이 여기까지 들려."
"응, 정말 좋아하셨어."
"저, 저기…… 랜트."
"응? 왜 엘시?"
"랜트가 켈반 씨와 만나는 사이에…… 그 멜리사가 저희가 있는 테이블에 왔어요. 그래서……."
이상하게 엘시가 말하는 걸 무척이나 꺼리고 있다.
"무슨 일 있었어?"
"그게……."
엘시가 힐끔 티키아 씨를 쳐다봤다.
티키아 씨는 뭔가 뻘쭘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으응?
대체 무슨 일이지?
"풉."
그때 잠시 웃음을 터트린 니냐 씨가 나에게 말했다.
"랜트~ 푸훕, 점심에 레니가 조금 차가웠었잖아?"
"아, 네."
어째서 그런 건지 짐작이 잘 가지 않았다.
사실 거기에 대해서 창고에서 돌아와 니냐 씨에게 물어보려고 하려던 참이었다.
니냐 씨가 계속 말을 이으셨다.
"그게 있지~ 랜트가 레니를 저녁에 초대하고 던전에 가는 사이에 멜리사가 레니에게 말했대."
"……? 뭐를 말이에요?"
"랜트가~ 내일 티키아랑 데이트한다는 사실 말이야. 그거 듣고 레니 삐진 거 같은데? 오늘 꼬실 목적으로 저녁 초대받은 것 같았는데 내일 티키아랑 데이트한다고 들어서 말이야."
"아."
그 말은 혹시…… 레니 씨는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일까?
방금 전 차가운 태도도 내일 티키아 씨랑 데이트한다는 사실에 질투로 삐지신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레니 씨가 질투할 정도로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져서 조금 기쁘다.
그리고 니냐 씨가 결국에는 나에게 화나셨다는 게 되니까 좀 슬프다.
"삐진 레니 태도 보고 멜리사가 자기가 괜한 말 한 게 아닌가 걱정했었거든. 멜리사 딴에는 레니를 보고 오늘 랜트에게 잔뜩 유혹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 같은데…… 후훗, 멜리사의예상을 너머서 레니는 상당히 랜트를 좋아하나 봐?"
니냐 씨는 매우 즐거워 보였다.
마치 친한 친구가 연애로 삐지거나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해서 재밌어하는 장난꾸러기 친구와도 같은 얼굴이다.
"있지, 랜트~."
"네."
"어떻게 할 거야? 저대로 삐진 레니를 놔둘 거야? 어서 말 걸어봐~."
"네……."
니냐 씨의 말에 나는 접수처로 걸어갔다.
"저기…… 레니 씨……."
내가 레니 씨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레니 씨는 무척이나…… 사무적인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하셨다.
"랜트님, 다른 분들과의 대화는 다 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딱히 삐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의뢰 상담에 관한 약속도 지키실 테니 안심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외 딱히 할 말씀이없으시다면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처리해야 할 서류도 있고 무엇보다 다른 모험가분들도 접수처에서 처리할 일도 있으니까요."
"……네."
나는 곧바로 테이블로 돌아가 니냐 씨에게 말했다.
"엄청 화내고 있어요. 무서워요."
특히 평소의 레니 씨와는 다른 저 사무적인 미소를 한 채 속사포로 말한 게 무섭다.
"어머, 우리 대화 들어서 정곡이 찔렸나 보네? 귀여워라♪"
니냐 씨는 귀엽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나는 무섭다.
그때 티키아 씨가 엘시의 수녀복 자락을 꼬옥 쥐며 말했다.
"나 저 표정 알아. 학창시절에 항상 미소를 얼굴에 달고 사는 여교사가 있었는데 멍청한 놈들이 계속 성질 박박 긁어서 꼭지 돌 때와 같은 분위기야."
천재인 티키아 씨가 보기에도 지금 레니 씨는 무척 화나 있으신 것 같다.
어, 어떡하지…….
"랜트,이럴 때는 억지로 계속 말을 거는 것보다는 기다리는 게 더 좋을 거야."
"기다려요?"
"응♪ 어차피 레니도 랜트랑 같이 저녁 먹는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어차피 저녁이 오면 둘이서 대화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 방법밖에 없을까요?"
"지금은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혹시 몰라?"
니냐 씨가 레니 씨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레니도 좀 머리가 식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때 멜리사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멜리사가 무척이나 뻘쭘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미, 미안, 랜트. 나 괜한 말 했나 봐. 레니 씨에게 오늘 랜트가 적극적으로 가서 덮칠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의도로 말했는데……."
"아니야. 괜찮아."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자.
멜리사가 미리 말해줘서 더 나아진 상황이 된 거라고.
만약 내가 니냐 씨랑 저녁 식사를 나누는 도중 내일 티키아 씨랑 데이트라는 말을 꺼냈다 치자.
그러면 그 순간 레니 씨의 표정이 곧바로 차가워지는 걸 실시간으로 보게 될지 모른다.
그런 상황을 미리 막고 레니 씨가 저녁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기분이 풀리실 수도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멜리사는 나에게 있어서 이득이 된 일을 한 것이다.
"멜리사, 나 사과 주스 하나 줘."
"응, 알았어."
내 주문을 받고 멜리사는 곧바로 바쪽으로 갔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고 생각했다.
레니 씨와의 저녁 식사 시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해도 바로 여우의 쉼터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오늘은 레니 씨가 끝날 때까지 모험가 길드에 있는 게 나을 거다.
"난…… 모험가 길드에 있으려고하는데 다들 이제부터 뭐할 거야?"
제일 먼저 대답한 건 티키아 씨였다.
"난 오늘 노아랑 대련하려고 하는데…… 노아도 좋지?"
"응, 좋아. 니냐랑 대련하면…… 좀 아프긴 하지만 확실히 실력은 느니까."
노아에 이어 티키아씨가 말했다.
"……나도 모험가 길드에 있을 거야. 니냐랑 노아가 둘이 대련하면 어떤지 궁금해."
"저, 저도 여기에 남을게요. 노아가 니냐 씨랑 대련하다 다치면…… 치료해야 하니까요."
결국 모두 다 모험가 길드에 남게 됐다.
평소 같았으면 다들 훈련장에 갈 사이에 나는 여기에 앉아 근육 마차의 손님을 기다렸겠지만…… 오늘은 레니 씨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목적이다.
흐음…… 짜증을 유발하게 된 원인인 내가 계속 자리에 앉아 있어도 지금은 화나계신 레니 씨의 마음을 긁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레니 씨의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나도 훈련장에서 둘의 대련을 구경하는 게 좋은 걸까?
그때였다.
"랜트, 여기에 있었군."
바로 내 뒤에서 남성의 목소리가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 있던 건 제이슨 씨였다.
천으로 몸을 칭칭 감은 암살자 같은 복장을 한 A급 모험가 제이슨 씨.
방금 말을 생각해보면 제이슨 씨는 나를 찾는 것 같았다.
"제이슨 씨, 무슨 일이세요?"
"한가지 너에게 부탁할 게 있다, 랜트."
"부탁이요?"
제이슨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랜트, 나와 대련해줬으면 한다."
제이슨 씨의 말에 모험가 길드에 있던 모두가 눈을 크게 뜨거나 아니면 이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A랭크 모험가인 제이슨 씨가 S랭크 모험가인 나에게 대련신청을 한다.
그것은 분명다른 모험가들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흥미가 끌리는 얘기일 것이다.
"대련이요?"
"그래. 저번에 너와 뇌창의 니냐가 대련하는 것을 보고 한 번 너와 대련해보고 싶었다. 순수하게 강자인 너와 대련해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너와의 대련으로 내 안에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확인해 보고 싶다. 그러니 부디 대련을 해줬으면 한다."
"알았어요, 그럼 대련해요."
나는 곧바로 제이슨 씨의 부탁을 수락했다.
제이슨 씨하고 대련해서 나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제이슨 씨는 같이 재앙을 뛰어넘은 모험가이다.
그런 제이슨 씨가 나와의 대련으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야 오히려 나에겐 기쁜 일이다.
"고맙군. 그럼 곧바로 훈련장으로 이동하지."
제이슨 씨는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노아와 니냐 씨를 보며 말했다.
"죄송해요, 노아, 니냐 씨. 아무래도 나랑 제이슨 씨가 먼저 훈련장을 쓸 것 같아요."
노아는 곧바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미안할 게 뭐 있어! 오히려 랜트가 그 순속의 제이슨이랑 대련하는 걸 볼 수 있잖아! 자아자아, 랜트 빨리 훈련장으로 가자!"
노아는 신나 하며 내 등을 밀었다.
"후훗, 랜트랑 순속의 제이슨이라…… 순속의 제이슨이 얼마나 랜트의 상대가 되는지 기대되는걸? 자아, 랜트. 어서 가자♪"
니냐 씨는 매우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노아랑 같이 내 등을 밀었다.
나는 잠시 둘에게 등을 떠밀리다가 내 스스로 걸어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훈련장으로 향한 건 나와 내 사랑스러운 연인들뿐만이 아니다.
모험가 길드에 있는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우리를 따라 훈련장으로 들어왔다.
훈련장의 중앙에는 나와 제이슨 씨가 서 있고 다른 모험가들은 훈련장의 복도 부분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거기서는 여러 모험가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내 사랑스러운 연인들의 대화도들렸다.
"노아, 저 제이슨? 이라는 사람은 누구야?"
"아, 티키아는 모르겠구나. 저 사람은 순속의 제이슨이라고 플단의 A랭크 모험가야. 던전이 범람할 때 랜트랑 같이 최전선에서 사운 사람이야."
"뭐? 그렇다면 랜트의 실력을 잘 알 거 아니야? 그런데도 대련한다고?"
"처음에제이슨이 말했잖아? 순수하게 강자인 랜트랑 대련해보고 싶다고. 지금 자신이 엄청 강한 랜트한테 얼마나 통할지 궁금하나 보지."
"랜트."
내 앞에서 제이슨 씨씨가 이름을 부르기에 의식을 제이슨 씨에게 돌렸다.
"네, 제이슨 씨."
"우선 대련할 시간을 내줘서 고맙군.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네."
제이슨 씨는 재빠르게 양손에 구불구불한 모양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간다."
타악!
그리고 제이슨 씨가 땅을 박차며 마치 쏘아져 오듯이 나를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