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4화 〉393화-마물의 숲
"티키아 씨, 이 안개 없애는 방법 있나요?"
"안개 자체는 물리적으로도 없어질 거야. 하지만 마법으로 만들어졌으니까 양도 많을 거고."
"근데 티키아. 마물이라면 행방불명된 사람들은……."
"내 생각에는 죽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인가요!?"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야. 만일 죽일 생각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죽이지 흔적도 없이 납치하거나 하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렇다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어."
"우선 안개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그래, 그러는 게 좋을 거야. 랜트라면 단번에 안개를 날릴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 만약 흥분하거나 성을 낸 마물이…… 행방불명된 사람들을 죽인다는 상황도 있을 수 있어."
나는 우선 분신 1과 2는 대기하고 분신 3을 조종해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쨍쨍한 날씨에 있는 자욱한 안개.
하지만 어째서 지금까지 이런 안개를 발견하지 못한 걸까?
"어째서 이런 안개가 있는 줄 몰랐을까요?"
"마물이 쓰는 결계야. 사냥감에게만 인식하게 만들어서 안개 속으로 끌어들이는 거야."
설마 마물이 그런 테크니컬한 마법까지 쓸 줄이야.
마물에 대한 내 인상은 항상 갑자기 던전에서 나타나 끼에에에엑! 꾸우우울! 하며 외치면서 돌진하는 거지만…….
역시 밖에서 살고 있는 마물은 힘은 약해도 머리가 뛰어난 것 같다.
신중하게 안개 속을 걷는다.
하지만 안개는 그칠 기미가 안 보였다.
조금 답답해 단숨에 바람이라도 크게 불게 해 없애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계속 나아갔다.
10분 정도 계속 걸었을까.
"……지마! 안…… 돼!"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처절함과 슬픔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사람 목소리예요!"
"랜트! 빨리 가봐!"
"응!"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빠르게 이동했다.
여전히 자욱한 안개가 끼는 숲속.
하지만 계속 나아가니 목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왔다.
꾸우울!
이건…… 오크의 소리?
"싫어싫어싫어!!!! 오지 마! 오지 마아아아아아아!!!
이번에는 처절한 남성의 비명소리가 확실하게 들렸다.
긴박한 상황으로 보여 나는 더욱 속도를 냈고 나는 드디어 오크의 울음소리와 남성의 비명소리가 나는 근원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건……."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꾸꾸꾸꾸꿀!!!
"으아아아아아!!!"
오크 한 마리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알몸 상태로 나무에 구속된 남자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남성은 공포와 절망에 물든 표정을 지으며 창백해진 안색으로 하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오크는 그런 남성의 모습을 보고 더욱 신나 하며 덩실덩실 더욱 춤을 춘다.
그것도 알몸으로 말이다.
아니, 보통 오크들도 하반신에 천 두르는 스타일이니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오크는 던전에 있던 오크 하고는 확연히 달랐다.
그 오크에게는…….
출렁출렁!
가슴이 있었다.
가슴!?
잘 보면 아래쪽에는 남성을 상징하는 그것도 없다.
덩실덩실 춤을 추는 가슴 달린 오크는 혀를 낼름낼름거리며 남성을 향해 근접거리까지 다가갔다.
"오지 마아아아아아!!"
꾸우우우우울!!!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구하고 보자.
타악!
단숨에 땅을 박차 오크의 뒤로 이동해.
뿌득!
단숨에 목뼈를 꺾었다.
꾸엑!
오크는 곧바로 목숨을 잃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다, 당신……은……?"
오크가 쓰러지자 남성은 크게 눈을 뜨며 나를 바라봤다.
"플단에서 행방불명 사건을 조사하러온 모험가입니다. 당신은 리단의……."
"네! 리, 리단의 모험가인 쟝이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쟝 씨는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감사를 했다.
우선 나는 쟝 씨의 구속을 풀고 마나 웨폰으로 망토를 만들어 쟝 씨에게 둘렀다.
"쟝 씨, 대체 이 안개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네, 네…… 마, 말하겠습니다."
쟝 씨는 덜덜 떨면서 자신이 안개에서 본 것을 설명했다.
"이, 이 안개는 오크 메이지가 만든 안개입니다."
"오크 메이지?"
"네, 그것도…… 암컷 오크 메이지입니다. 오크 메이지뿐만이 아닙니다. 오크 레인저, 오크 워리어…… 전부 아, 암컷이었습니다."
나는 티키아 씨에게 질문했다.
"티키아 씨, 오크에게 암컷도 있나요?"
"던전에는 수컷밖에 안 나오지만…… 밖에는 암컷도 있어. 수컷보다 덩치도 더 크고 흉폭하다고 들었어."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 암컷 오크들이 이번 행방불명의 주범이군요."
"마, 맞습니다! 그 암컷 오크들은 남성 모험가들을 납치해서…… 흑, 흐으으윽! 자신들이 강한 자손을 낳기 위해 억지로…… 저희를 벗기고 구속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우우웁!"
오우, 즉…… 보통 떡인에서 나오는 오크 능욕물이 성전환된 버전이 지금 일어난 것이다.
"나중에는 몰래 한 사람씩 다른 장소로 데려와 무서워하는 우리를 보고 즐기면서 장난감처럼…… 흐윽! 으으윽!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 합니다!!!"
쟝 씨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몇 번이고 감사를 했다.
……암컷 오크에게 범해지는 나날.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쟝 씨, 분명 B랭크 모험가 파티도 행방불명 됐다고 들었어요. 그들도 못 이길 정도로 오크들은 강했나요?"
"……네. 무척이나 통솔된 움직임으로 협공을 하는 오크들이었습니다. B랭크 모험가 파티도 속수무책으로 잡혀서…… 지금은 쉴 새 없이 짜내지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오크들에게 상처를 내서…… 그게 더 오크를 흥분하게 만들어버려서……."
강한 자손을 남기려는 암컷 오크.
그런 오크에게 있어서 자신들에게 상처를 입힌 B랭크 모험가들은 최고의 씨보관소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설마 행방불명된 모험가가 전부 남성일 줄이야.
나는 떡인 전개처럼 여성 모험가들이 납치돼서 끔찍한 꼴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반전이 일어났다.
그래도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건 변함없다.
"쟝 씨, 오크들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지금 당장 모두를 구하러 가겠습니다."
"아, 안 됩니다! 호, 혼자 가서는 위험합니다! 그, 그 오크들은 정말로 강합니다! 적어도 A랭크 모험가 파티를 부르지 않으면……."
"괜찮아요."
나는 쟝 씨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최대한 안심이 가게 할 수 있도록 자신 있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랜트. 플단에서 파견된……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 랜트입니다."
◈
쟝 씨도 내 이름…… 이라기보다는 내 별명을 아는지 무척이나 놀라셨다.
다행히 그 후 쟝 씨가 무모하다고 다른 모험가를 불러와야 한다는 말은 안 하고 나를 오크들이 있는 본거지 근처로 안내했다.
"여, 여기입니다."
오크들의 본거지는 거창한 수준은 아니었다.
숲속에 있는 자그마한 동굴 주변의 나무를 베어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정도였다.
동굴 앞에는 2마리의 오크가 대기를하고 있었다.
……가슴을 가리지 않은 수컷 오크랑 같은 하반신만 가린 스타일이다.
오크의 가슴을 봐봤자 전혀 안 기뻐…….
『안구치료를 위해 접신몽에서 잔뜩 제 가슴을 보고 얼굴을 묻어주세요, 랜트.』
솔리 씨의 가슴치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런 곳에 동굴이……."
"마물의 숲은…… 너, 넓습니다. 중간중간에 작은 동굴들도 있지요."
"쟝 씨, 저 앞에 있는 오크들도 레인저인가요?"
"아니요, 저들은…… 그냥 평범한 암컷 오크입니다."
"그러고 보니 몇몇 오크들은 남상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그……."
"절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저를 갖고 노는 것처럼 밖으로 데리고 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오크들은 다 동굴 안에 있을 겁니다. 오늘은…… 저, 저만 밖으로 데리고 나와졌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동굴 안에 들어가면 오크들을 단번에 해치울 수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다른 오크들이 밖에 없다면 내가 해치우는 동안 만에 하나 쟝 씨가 밖에 있던 오크에게 발견돼 잡힐 일도 없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구출을 하러 갈게요. 쟝 씨는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던전 크래셔 님……."
"랜트라고 부르셔도 돼요."
나는 쟝 씨에게 떨어져 동글 근처로 다가갔다.
"후우……."
잠시 숨을 내쉬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분명 이 동굴 안에는 내가 보기에는 매우 끔찍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을 거다.
망상하기도 싫은 장면.
잔혹한 현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잔혹한 현실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돌격하기 전 나는 연인들에게 말했다.
"영상은 그만 비출게. 딱히 봐도 즐거울 만한 건 못 볼 것 같으니까."
모두 영상을 계속 보여주라는 말은 안 했다.
다만 노아가 말했다.
"랜트, 빨리 모험가들을 구해줘."
"응."
나는 플단에서 지금 티나랑 미란다씨하고 오붓하고 편안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런 나처럼…… 그들도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하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있을 거다.
그런 사람들의 행복한 나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구해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타악!
그리고 나는 암컷 오크들의 본거지를 향해 돌진했다.
꾸욱!?
뿌드득!
뿌득!
앞에 있는 2명의 오크를 단숨에 목을 부러뜨리며 해치운 다음 곧바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꾸꾸꾸꾸우우우우우울!!!
"하지 마…… 부탁이야 더는…… 아, 안 나와……!!!"
"엄마…… 엄마……."
"어어으에에헤헤헤헤 어어……."
"싫어…… 돼지…… 싫어! 가슴…… 싫어어어어!"
어떤 짓을 당하고 있는지 대충 예상 갈법한 비명과 소리가 들린다.
가슴까지 싫어지게 된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일인가!
나는 마력 웨폰으로 선글라스를 만들어 쓴 다음 크게 소리쳤다.
"모두 눈 감으세요!!!!"
꾸우우우울!?
꾸꾸울!!
당황하며 이쪽을 바라보려고 하는 오크들.
그보다도 빨리 나는 손에 마력을 모아 섬광탄을 이미지하며 동글 천장을 향해 마력구를 던지며 외쳤다.
"태양구!!!"
번쩌어어어어어어억!!
눈부신 빛이 동굴 전체를 밝혔다.
꾸에에에에엑!?!!!
강렬한 빛에 오크들이 눈을 싸매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존을 발동하며 오크들의 수를 확인했다.
등에 활이나 허리에 칼을 차고 있는 오크 8마리.
평범한 오크 12마리.
그리고 가장 안쪽에서 돼지 머리뼈가 장식된 지팡이를 들고 있는 오크가 한 마리.
밝아진 시야에서 내가 섬광탄을 던지기 전 오크들은 매우 끔찍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건 잘 알 수 있었다.
이 오크들은 B랭크 모험가 파티도 제압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나야 혼자서 바로 쓰러뜨릴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인질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바로 해치워야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남성들은 전부 바닥에 구속된 상태에서눕혀지거나 어디서 조달했는지 모를 벽에 박힌 쇠사슬 수갑에 묶여있는 상태로…… 끔찍한 행위를 당하고 있었다.
즉 일정 높이 이상 서 있는 남자는 아무도 없다.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마나웨폰을 만들어 손잡이를 쥐었다.
만드는 건 이런 사악한현장을 단숨에 해결해버릴 성스러운 빛의 검.
범람 때 수많은 고블린들을 단숨에 없앴던 대량으로 마물들을 처리하기에는 알맞은 기술.
동굴의 끝까지 뻗어 나갈 거대한 황금의 검이다.
"엑스……."
나는 앞을 향해 손잡이만이 만들어진 마나웨폰을 뻗으며 나는 외쳤다.
"칼리버어어어어어!!!!"
거대한 황금빛의 칼날이 손잡이에서 튀어나와 동굴의 맨 마지막 구간까지 뻗어나가 동굴에 있는 모든 오크들을 절단했다.
동굴 안에 있던 길드를 애먹게 하고 B랭크 모험가 파티까지 제압했던 숙달된 실력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되는 오크들은 나에게 반격할 틈도 없이 그대로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내가 마나웨폰을 해제한 순간 오크들의 상반신이 아래로 떨어지며.
쏴아아아아아!
절단된 오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동굴 안을 적셨다.
뿜어져 나오는 피는 오크의 바로 아래에 눕혀진 남성 모험가들에게 쏟아지고.
"우웁! 읍!"
어떤 남성 모험가는 절단돼서 떨어진 오크의 상반신에 얼굴을 묻히기까지 하고 있다.
"아! 죄송합니다!
나는 서둘러 오크의 상반신을치우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
……그냥 테트리스로 압살할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