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4화 〉413화-심부름 (414/818)



〈 414화 〉413화-심부름

"실례하겠습니다, 대신관님."

렐리아 씨는 들어오자마자 꾸벅하고 마렌 대신관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렐리아, 당신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얼굴을 들어 이 분을 봐주세요."

"네. ……읏!?"

렐리아 씨는 고개를 들고 나를 보더니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아, 저거 내가 모험가 길드에 있다는 거 알고 있는 표정이다.

"?  그러시나요, 렐리아?"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이 분은…… 누, 누구십니까?"

"후훗, 렐리아도 들으면 깜짝 놀랄 겁니다. 하지만 우선 렐리아의 소개부터 하죠. 이쪽은 렐리아. 저희 솔라리오의 제13기사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신뢰하는 사람 중  사람이죠."

"레, 렐리아라고 합니다."

렐리아 씨는 꾸벅하고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번엔 마렌 대신관님이 내 소개를 시작했다.

"이쪽에 계시는 분은 랜트 님. 플단에서 오셨습니다."

"프, 플단…… 에서?"

"네. 렐리아도 아시겠죠? 저희가 지원을 보내서 도착하기도 전에 범람의 종식에 막대한 공헌을 하신  위대한 모험가. 130년 만에 나타나신 플단의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 랜트 님입니다."

"어, 그, 그, 그러시군…… 요."

렐리아 씨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저거 자기가 술 취해서 말한 내용까지 다 기억하는 타입이시다.

"오늘은 의뢰가 있으셔서 직접 솔에 찾아오셨다고 하십니다. 아, 랜트 님. 그러고 보니 어째서 솔에 찾아오신 건가요?"

"길드장님에게 부탁받아서 새로운 마도구를 솔의 모험가 길드에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오는 도중에 솔로 향하는 산길을 막고 있는 바위도 없애고요."

"그 커다란 바위를 말인가요! 저도 오늘 보고를 받았습니다. 치우기에는 솔에 있는 A급모험가도 어렵다고 하여 렐리아에게도 부탁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랜트 님이 처리해주시다니! 렐리아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렐리아는 랜트 님에게 도움을 받고 있네요!"

"그, 그렇…… 네요. 가, 감사합니다, 랜트…… 님."

"아니요. 저는 맡은 의뢰를 다 했을 뿐인걸요."

되도록 빨리 대화를 끝내고 나가기로 하자.

내가 이 자리에 계속 있다간 렐리아 씨가 심적 고통으로 쓰러질 것만 같다.

아니면 위에 구멍이 뚫린다던가.

"그러고 보니 랜트 님! 미스 솔라리오라는 잡지를 알고 계시나요?"

"대신관님!?"

"아, 네…… 알고 있습니다."

"으윽!"

대신관님은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시군요! 미스 솔라리오는 저희 솔라리오에서 손에 꼽을 만한 미녀를 선정하여 그녀들의 매력을 뽐내는 모습을 찍어 세상의 남성들을 꼴리게 해서 출산의 촉진시키기 위해 발간한 잡지입니다! 아, 미스터 솔라리오도 있습니다!"

그건 처음 듣네요.

"대, 대신관님, 랜트 님도 바쁘실……."

"그 잡지에 여기에 있는 렐리아도 출현했답니다! 그것도 2번이나! 일정 시간이 지나지 않은 채 첫 등장을 하고 남성들의 반응이 좋아서 2번이나 출현하는 건 몹시 드문 일입니다!"

마치 자신의 가족이 금메달을 2번이나 수상하는  같이 대신관님은 환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만큼 렐리아가 미스 솔라리오의 출현으로 많은 남성들을 꼴리게 했다는 뜻입니다! 저는 지금도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으극!"

"아…… 그러시군요."

렐리아 씨는 짜증과 분노 그리고 기쁨과 해탈이 뒤섞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상사가 자신을 자랑스러워 해주는 건 좋지만 그 내용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든 그런 상황일 때 짓는 표정 같다.

"네!아, 렐리아! 이참에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미스 솔라리오에 나가면 어떨까요? 렐리아가 부끄러움이 많은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렐리아라면 솔리신의 가르침을 더욱 세상에 퍼트리는 데 도움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 대신관님…… 아침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저에겐 짐이 너무……."

"게다가 렐리아의 매력적이고 순산형인 몸을 보고 청혼해 오는 남성분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러면 렐리아도 그런 분과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낳아 솔리신의 가르침을 수행하며 행복하게   있을 거예요.

이상하게 제가 소개한남성들하고는잘 안 됐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스스로 렐리아를 찾아오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만남의 기회예요, 렐리아!"

빠득.

아, 이가는 소리 들렸다.

"소, 송구…… 합…… 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엄청 화나는 거 참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그렇군요…… 무척 아쉽습니다. 렐리아라면 분명……."

"……."

아, 이거 기본 상식이나 생각이 달라서 계속 두면 렐리아씨가 심적으로 고생만 하다 끝날  같은 분위기다.

"저기…… 마렌 대신관님."

"네! 왜 그러시나요, 랜트 님!"

"원래는 돌아가려고 했습니다만 역시 기왕 온 솔에 바로 돌아가는  좀 아쉬워서요."

"아아! 그러시군요! 그럼 제가 직접……."

"대신관님, 이다음에 머지않아 장로 신관님들과의 회의가 있습니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랜트 님.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대충 혼자 돌아다녀도 되고 어차피 조금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한 말이니, 정문까지 가는 걸 관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때 마렌 대신관님이 짝! 하고 손뼉을 치며 기발한 생각을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렐리아! 당신이 랜트 님을 안내해주세요!"

"네?!"

"제가 가장 믿을 만한 사람 중  명인 렐리아라면 랜트 님의 안내를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렐리아."

"아, 그……. 아, 알겠…… 습니다……."

"고마워요, 렐리아! 그럼 저는 회의실로 가보겠습니다! 렐리아, 랜트 님을 잘 부탁합니다!"

"……네."

그리고 마렌 대신관님은 방을 나가시고…….

방 안에는 우리 둘만이 남았다.

잠시 후,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렐리아 씨는 90도 각도로 몸을 숙이며 나에게 사과했다.

"죽어라고 말한 건 진심이 아닙니다! 술김에 말한 겁니다! 아니, 이게 변명이라고는 건 알고 있습니다. 범람을 끝내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신 랜트 님에 대해 무례한 말씀을 하다니!

게다가 랜트 님과는 관계없는 사적인 일을 어거지로 랜트 님을 연관시켜 그런 발언을 해서 정말로……."

속사포로 말을 내뱉으시는 렐리아 씨.

머리카락에가려져서 안 보이지만 분명 목덜미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는  느껴졌다.

우선 렐리아 씨를 진정시키자.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렐리아 씨. 신경 안 써요. 사람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 마시고 마구잡이로 분풀이를  수도 있는 거죠. 플단에서도 그런모습을 많이 봐왔으니까 익숙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고개를 들어주세요."

실제로 모험가 길드에서 대기를 하고 있으면 별 이상한 이유로 트집을 잡으며 취한 상태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성을 내는 사람도 있다.

보통은 그런 사람에게 참견 안 하지만 너무 도가 지나치면 내가 다가가기도 한다.

대충 내가 다가가면 얌전해진다든가 동료가 말린다.

물론 혼자인 상태에서 완전히 폭주한 사람도 있지만, 그때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기절만 시키고 얌전하게 만든다.

렐리아 씨는 고개를 들며 매우 껄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여기선 대충 사과를 하는 형식의 방법을 제공하기로 하자.

"정 저에게죄송하시다면 솔의 유명한 곳이나 구경할만한 곳을 알려주세요. 그걸로 용서할게요."

"……! 가, 감사합니다!"

렐리아 씨는 다시 한번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후 나는 렐리아 씨와 함께 대성당을 나와 솔의 거리를 걸어가며 구경을 시작했다.

렐리아 씨는 친절하고 성실하게 걸어가면서 보이는 가게나 거리 모습의 장점, 그리고 자그마한 역사를 알려주셨다.

"이 가게는 성기사들이 주로 쓰는 무구를 제작하는 곳입니다. 제가 입고 있는 이 옷도 여기서 만들어졌습니다. 저희 갑옷은 기본적으로 신성이 깃들어 있는 갑옷이기에 제작 과정에는 다른 갑옷과 다른 복잡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제작자가 신성 마법을 써야 되는 건가요?"

"조금 다릅니다. 신성 마법도 쓰려면 결국마력이 필요합니다. 만드는 과정은 초반에는 다른 무구와 같지만, 중간과정에는 특수한 기술이 도입되어 만들어져 있지요. 죄송합니다만 그 기술의 비밀은 극비이기에 저도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렐리아 씨는 안내하는 도중도중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과해왔고 나는 괜찮다고 하는 대화가 반복됐다.

그래도 대화를 해나가면서 처음에 보인 매우 딱딱한 긴장한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들어 보였다.

"랜트 님, 출출하시진 않으신가요? 제가 추천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점심은 거기서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솔직히 분신인 이 몸은 먹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지금도 본체로 미리 아침부터 미란다 씨가 만드신 도시락을 먹고 있다.

연인들과 함께 알몸인 상태로 아~앙 받으며 맛있게 말이다.

참고로 노아와 니냐 씨의 도시락에 정액을 뿌리니 둘은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여기서 거절하면 혹시 내가 안내가 마음에 안 들어 한다고 렐리아 씨가 생각할 수 있으니 이왕솔에도 온 김에 먹기로 하자.

어차피 돈도 예비용 인벤토리에는 어느 정도 들어 있다.

"네, 그럼 거기로 가요."



렐리아 씨가 추천하시는 곳에 들어간 지 30분.

"으허어어어엉!!! 내 인새애애애앵!!!"

"괜찮아요, 분명 좋은 날이 올 거예요."

나는 지금 술에 취한 렐리아 씨의 상대를 하고 있다.

경위는 이렇다.

가게는 들어가서 적당히 요리를 시키면서 같이 먹을 때 렐리아 씨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랜트 님은…… 플단에서 태어나셨나요?"

"아니요, 플단은 아니고 플단에서 마차로 3일 정도 걸리는 시골에서 태어났어요."

"그렇군요. 그럼 혹시 어릴 때부터 솔리신을 믿거나 하지는……."

"애초에 플단에  때까지 솔리신의 존재 자체를 몰랐어요."

"그, 그렇다면! 랜트 님은 정상적인…… 아니, 솔라리오와는 다른 성관념을 가지시고 있으시나요!?"

"아…… 네.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 그럼……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사, 사랑하는 사람과 느,능숙한 섹스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친근한 지인과 잠자리를 갖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네?"

"아, 됐습니다.  반응만으로 충분합니다. 휴우…… 다행이다. 정상이야……."

솔리 씨. 지금 발언을 생각해보면.

『섹스 프렌드 백퍼 있겠네요.』

와우!

그 문답이 있은  렐리아 씨는 더욱 나에게 마음을 허락하는 듯이 표정이 부드러워지며 말을 이어갔다.

평범한 일상대화.

도중도중 솔에 대한 불평을 살짝 늘어놓을  내가 힘드시겠네요. 라고 말하면 아닙니다! 힘들긴요! 라고 말하면서도 이해받아서 기쁘다는 표정을 렐리아 씨는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대화가 무르익어갈 때.

"랜트 님은 술은 좋아하시나요?"

"아니요, 저는 취하지 않아서요. 하지만 싫어하진 않아요."

"그러시군요. 그럼 독함보다는 맛을 중시해서…… 점장!"

렐리아 씨는 내가 본 적이 없는 술을 시켰다.

"취하시지 않으셔도 이거라면 랜트 님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아,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렐리아 씨가 따른 술을 마셔봤는데 이게 의외로 괜찮았다.

술 특유의 맛은 낫지만 과일향과 단맛이 강해 나도 마시기 쉬웠다.

"맛있네요."

"그러시죠? 자아, 한 잔 더! 마셔요!"

그리 말하며 렐리아 씨는 내 잔에 따른 다음 자신의 잔에도 따랐다.

렐리아 씨는 자시의 잔에 술을 따른 다음 살며시 잔을 들며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건배…… 해도 되겠습니까?"

"네? 네, 물론이죠."

"그럼…… 건배!"

나와 렐리아 씨는 건배를 하며 음식을 먹으면서 술을 마셨다.

술을 마셔도 렐리아 씨는 모험가 길드에서 처음 봤던 것처럼 울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살짝 취했습니다 라는 정도의 취기만을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렐리아 씨는 솔라리오 출신이 아닌가요?"

"네. 저는 에스칼의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출신입니다. 그런데 대신관님이 저를 발견하여 제게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해서…… 17살에 솔라리오로 오게 됐습니다."

"여기는 에스칼과 문화가 다르니 힘드셨겠어요."

내가 이 말을 꺼내자마자.

"네, 힘들…… 힘…… 들…… 윽…… 흐윽…… 으허어어어어엉!!!"

취한 렐리아 씨가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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