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화 〉424화-티키아 씨의 학창시절
염동력을 이용해 쾌적한 스카이 플라이를 즐기면서 나와 티키아 씨는 마법도시로 향했다.
가기 전에 니냐 씨와 노아에게 함께 가겠냐고 물어봤지만, 오늘은 수련에 몰두한다고 하기에 결국 티키아 씨와 둘만 출발했다.
하늘을 나는 도중 나는 잊지 않고 티키아 씨를 꼬옥 껴안고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길드장님이 오시기 전에 그 속도훌륭했어요,"
"헤헷, 당연하지! 난 천재니까!"
"내, 티키아 씨는 천재예요. 게다가 사랑스럽기까지 하잖아요?"
"진짜 랜트는 그런 남사스러운 말 잘도 한단 말이야."
"싫으세요?"
"짱 좋아! 쪽쪽쪽♡"
티키아 씨의 부드러운 3연속 입맞춤을 받아 기분이 좋습니다.
가는 김에 나는 티키아 씨에게 궁금한 걸 미리묻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티키아 씨. 마법학원의 이사장님을 게으름뱅이라도 부르시던데. 예전에 무슨일이라도 있으셨어요?"
"이사장하고? 아니,딱히 이렇다 할 일은 없어. 일이 있다고 한다면 나랑 같은 반이었던 년놈들이지."
"그럼 어째서 게으름뱅이라고 부르시는 거예요?"
"그건 이사장으로서 행동이 엄청 느려터졌다고 생각해서야."
"예를 들면요?"
"……진짜 자랑할 건 아닌데."
티키아 씨는 에휴하고 한숨을 내쉰 다음 말했다.
"랜트에게도 몇 번 말했지? 나한테 시비 거는 년놈들 많았다고."
"네."
"그 시비 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천재라는 거야. 자기들보다 마법도 엄청 잘하니까 시기나 질투를 느껴서 하는 거지. 나이도 어렸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거 알아? 내가 천재인 것도 있지만 그것들 자기 스스로 도통 공부를 안 해요. 공부를. 나도 걔들이 열심히 해서 재능의 차이를 느끼고 분해서 시비를 거는 거라면 별로 화나지도 않아.
그런데 보통 수업에서는 서로 꽁냥대거나 딴짓하는 것들이 제대로 수업을 듣고 열심히 한 나한테 와서 시비 거는 데 내가 화 안 나겠냐고."
"확실히 그렇겠네요."
"내가 다녔던 곳이 마법학원이잖아? 교육기관이잖아? 그렇다면 공부 안 하는 놈들 주의하거나 좀 더 교육에 열을 내거나 해야 하잖아? 그런데 마법학원의 학원 교수 놈들은 전~혀 신경 안 써.
그냥 앞에서 마법 이론 나불나불 설명하기만 하고 끝이야. 뭐, 나는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지만 말이야. 그래도 어떻게든 3학년까지는 올라갔는데…….
티키아 씨는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졸업시험 볼 때 같은 학년의 7할이 낙제점 가까이 받았을 때는 내 그럴 줄 알았다라고 생각했지. 그때 이사장의 이게 무슨 꼴이라면서 노발대발할 때는 진짜 웃겼다니까.
자기도 학원에 관심 안 두고 이사장실에나 처박혀있는 게으름뱅이면서 말이야.뭐, 나중에 추가시험으로 그 년놈들 어찌저찌 졸업할 수는 있었지만."
"우와……."
진짜 심각하네.
그리고 어째서 티키아 씨가 마법학원의 이사장을 게으름뱅이라고 부르는지는 알았다.
한 학년이 그 지경이 될 정도로 방치하면 확실히 한 학원의 책임자로서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 티키아 씨, 마법학원에 들른 다음에 아버님에게 들려요. 아직 크림슨 미노타우로스의 고기요리랑 암컷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도 못 드렸잖아요."
"그러자. 으음, 하지만……."
"왜 그러세요?"
"아니, 스승이 그 요리를 먹으면 한동안은 창관에서 안 돌아올 것 같은데…… 그거 먹으면 몸이 후끈해지고 그…… 기운이 너무 넘쳐나잖아?"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엄청 높다고 나도 생각된다.
"티키아 씨는 아버님이 창관에 가는 게 싫나요?"
"아니, 딱히 그건 일상이니까 이제 상관은 없는데…… 밥도 안 먹고 가려고 할까 봐 걱정이야."
입을 험하게 말해도 결국 체인버 씨의 걱정을 하는 티키아 씨가 사랑스러웠다.
"하하, 그건 티키아 씨가 먹기 전에 단단히 주의해둬야겠네요."
"과연 그 영감탱이가 들을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고 우리는 마법도시에 도착했다.
땅에 착지한 후 평소대로 나는 티키아 씨에게 목말을 태우고 걸어갔다.
"그러고 보니 아직 랜트에게 마법학원 안내는 안 시켜줬지?"
"네. 티키아 씨가…… 저랑 하고 싶어져서 곧바로 밤거리로 갔으니까요."
"으, 으으……."
"일 끝나고 체인버 씨를 만나면 또 갈까요?"
티키아 씨는 내 머리를 꼬옥 안으며 말했다.
"……갈래."
"네!"
티키아 씨의 안내에 따라 나는 마법학원에 도착했다.
마법학원은 뭐랄까 중세 시대 귀족 건물 같은 느낌으로 뾰족뾰족한 지붕으로 된 건물이 연결되어 있었다.
"오오, 멋지네요."
"나는 3년 동안 질리게 봐서 그다지 감흥 없어. 빨리 들어가기나 하자."
그렇게 말하면서 티키아 씨는 부유마법으로 잠시 부웅 떠서 땅으로 내려왔다.
"목말, 안 타세요?"
"도중에 문 지나갈 때 부딪치잖아."
"아하."
"이쪽이야."
티키아 씨를 따라 마법학원의 복도를 걸었다.
마법도시 밤거리의 호텔에서 티키아 씨가 입었던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다니는 젊은 학생들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딱 봐도 마법사입니다! 라고 홍보하는 것 같이 로브와 고깔모자를 쓴 사람들도보였다.
15분 정도를 걸었을까.
"여기야."
마법학원의 이사장실에도착했다.
나는 우선 방문을 노크했다.
똑똑.
"누구지?"
방문 너머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플단에서 왔습니다."
"플단에서……? 벌써? 흐음, 들어오게."
허락이 떨어져 나는 티키아 씨와 함께 이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호오……."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아마 마법학원의 이사장을 보이는 노인은 티키아 씨를 보고 눈을 살짝 크게 떴다.
"확실히 플단에서 온 게 맞는가 보군. 오랜만이군, 티키아 학생."
"졸업했으니까 이젠 학생이 아니야."
"티키아 씨……."
적어도 출신 학원의 이사장님에겐 조금 공손해도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티키아 씨의 질풍노도의 학창시절에 아무론 도움도 되지 않았다던 이사장을 향해 티키아 씨가 좋은 감정을 품을 순 없다는 것도 이해는 갔다.
"허허허, 그래. 지금은 우리 학원의 학생이 아니라 모험가지. 하지만 자네는 엄연히 우리 학원의 자랑스러운 졸업생이야. 그런데 못 본 사이에…… 많이 복장이 귀여워졌군."
"흥!"
으음, 이대로 계속 가만히 있다간 티키아 씨의 기분이 나빠질 것 같다.
우선볼일을 끝내자.
나는 앞으로 걸어가 길드장님에게 받은 두루마리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여기 의뢰하신 두루마리입니다."
"아아, 고맙군."
이사장님은 두루마리를받아들고 펼치고 내용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 받았네. 단테 길드장은 가장 믿음이 가는 모험가를 보낸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빠르니 정말 놀랍군."
"고맙습니다."
그때 티키아 씨가 이사장님을 향해 말했다.
"어이, 이사장. 근데 나를 부른 이유는 뭐야?"
목소리는 전보다도 조금 더 기분이 나빠 보였다.
아마 마법학원에 와서 질풍노도의 학창시절이 떠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어차피 전달 의뢰라면 나는 부르지도 않았을 거잖아."
"허허허, 귀여운 졸업생을 한번 보고 싶다는 이유로는 이해하지 못하겠나?"
"못하지."
"흐음, 모습은 귀여워져도 그 거친 성격은 여전한가 보군."
빠득.
티키아 씨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느 누구 씨가 제대로 지위에 맡는 일도 하지 않고 학원을 내팽겨쳐서 말이야. 분위기가 개판된 곳에서는 성격이 아주 지랄 맞게 되더라고."
"……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군. 이사장이면서도 내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학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길도 못 줬으니 말이야. 티키아, 네가졸업한 후에는 그래도 많이 개선됐지.
학원에는 괴롭힘의 빈도가 압도적으로 줄어들고 학업에 너무 매진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제재를 가하고 말이야."
"아, 그러셔."
"이미 졸업한 자네에겐 상관없는 일이겠지. 그래도…… 이사장으로서 자네에게 사과를 하고 싶네. 미안하군, 티키아."
티키아 씨는 이사장님을 가는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뭐, 사과는 그렇다치고. 진짜 날 부른 이유는 뭐야?"
"나는 정말로사과를……"
"아, 그래 사과하고 싶은 것도 있겠지.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을 거 아니야. 예를 들어…… 나보고 다시 마법학원에 들어오라든지?"
"네?"
티키아 씨가 다시 마법학원에?
"허허허, 물론 그런 마음도 있지. 정확히는 티키아, 네가 내 조수가 돼서 연구를 도와줬으면 해."
티키아 씨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역시나 그럴 줄 알았어."
"……저기. 방금 얘기는 대체 무슨 뜻인가요? 티키아 씨가 이사장님의 조수가 된다니요?"
방금 얘기는 나에게도 아주 중요한 얘기다.
"흐음, 자네는 티키아의……."
"연인입니다."
"호오. 그렇다면 이유를 들을 자격이 충분하군. 자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티키아는 아주 우수한 학생이었지. 성적은 어린 나이에 3년 내내 항상 수석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말이야. 실은 티키아는 졸업한 후에 바로 내 조수로 뽑으려고 했지만…… 졸업식 날 크게 사건을 일으켜서 그러지도 못하게 됐지."
"사건이요?"
"수석 대표로 많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크흠, 부끄럽지만 졸업시험에 떨어져 추가시험을 봤던 자들을 비웃고 놀리고 조롱을 했지. 그 추가시험을 본 자들하고 싸움을 일으켰다네.
물론…… 티키아는 그 많은 인원을 상대로 전부 이겼고 말이야."
"와우."
내가 놀라며 티키아 씨를 바라보자 티키아 씨는 가슴을 쭈욱 펴고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에헴! 그때는 진짜 기분 째졌지!"
"덕분에 다른 학생과 교수들의 시선도 있어서 티키아를 내 조수로 뽑지 못했지."
"뽑으려고 해도 갈 생각은 전혀 없는데."
"그래도 난 자네가 졸업한 후에도관심을 두고 있었어. 나도 연구가 바빠 세세한 건 모르지만 플단으로 떠났다는 건 알았지."
"……여태까지 내가 마법도시에 있는 동안 안 부른 걸 보면 내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되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부른 거야?"
"바로 이것 때문이지."
이사장님은 내가 가져온 두루마리를 가리켰다.
"사실 이건 지금 세상을 더 편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마도구의 설계도야. 플단에서는 아직 초기단계의 마도구를 만들어 여러 나라에 배포했지.
나는 이걸 보고 아주 획기적이라 생각해 더 나은 개량을 위해 플단에 설계도를 보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말이야.
티키아, 너에겐 바로 이마도구의 개량에 나의 조수가 되어 도와줬으면 해. 이 마도구에는 아주 커다란 가능성이 숨겨져 있어. 그 마도구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마법사로서 크나큰 영광이나 다름없……."
"됐거든."
이사장님의 말을 티키아 씨는 단칼에 거절했다.
"……어째서지?"
"내가 미쳤다고 엿같은 기억밖에 없는 이 빌어먹을 학원에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도 마법사여서 마법에 대한 탐구나 호기심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관심 있는 개인적인 마법에 대해서야.
세상 발전이니 뭐니 하는 건 하나~도 관심 없어. 그리고 마법도시에 있는 것보다는 랜트랑 함께 플단에서 알콩달콩사는 게 마법사로서의 영광보다 수천 배 더 나아."
"조수가 된다면 자네가 원하는 마법 연구에 대한 지원금도……."
"플단에서 모험가 하면서 버는 게 더 벌려."
"던전은 목숨에 대한 위험도……."
"우리 랜트 엄청 강하니까 날 제대로 지켜줄 거야. 무려 S랭크 모험가니까."
"……뭐라고? S랭크? 그렇다면 자네가…… 던전 크래셔인가?
"네."
"……이거 엄청난 남자를 연인으로 뒀군. 하긴 괜히 플단의 길드장이 신뢰는 두는 게 아니겠지."
이사장님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시더니 한숨을 쉬셨다.
"하아…… 어쩔 수 없군. 티키아, 네가 그렇게 거절한다면 나도 더는 제안하진 않겠어. 너무 강요같이 하다간 재앙을 저지한 플단의 영웅이 나에게 화낼 테니."
강요같이 정도라면 화내지 않는다.
다만 억지로 나와 티키아 씨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다면야…….
엄청 화내겠지만.
적어도 이사장님의 얼굴에 주먹 자국을 내줄 정도르는 화낼 거다.
"이걸로 할얘기는 다 끝났으니 이만 돌아가도 된다네."
"흥."
티키아 씨는 아직도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분명 조수 제안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던 걸로 보인다.
돌아가면 곧바로 체인버 씨의 집에 들러 음식을 전달한 다음 밤거리로 곧장 직행…….
퍼어어어어어엉!!!
갑자기 바깥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