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화 〉428화-오우거 킹
길드장님의 의뢰를 수락하고 나는 모두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래서 브리단에 가게 됐어요."
"오우거라…… 니냐, 밖에 있는 오우거면 어느 정도 수준이야?
노아의 질문에 니냐 씨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으음~ 플단에서 C랭크 파티가 사냥하는 수준이니까 잘하면 워킹 베어 수준 아닐까?"
"뭐야, 그럼 의외로 약하네?"
"후훗, 노아. 그건 비유가 틀려 던전에 있는 마물들이 이상하리만큼 강한 거야. 하지만 생각해봐 12층에 있는 워킹베어만 한 힘을 가진 마물이 200마리 이상 우글우글 있는 모습을."
"……오오, 그렇게 들으니까 엄청 힘들 것 같아. 하지만 랜트가 있으면 금방 해결될 것 같네."
"그건 나도 동감이야. 그럼이번엔 다 같이 브리단 관광 어때? 변두리에 있다고는 하지만 브리단이 어떤 분위기인지는 알 수 있잖아?"
"브리단…… 수많은 전설과 소문이 가득한 나라예요! 특히 역대 야서왕과 그를 기사들의 이야기를 세자면 100가지가 넘어요!"
역시 이야기를 좋아하는 엘시에게 있어서 브리단은 매우 관심이 있나 보다.
"티키아 씨는 브리단에 흥미 있으세요?"
"나? 뭐, 브리단에는 보통 마법과는 다른 마력 응용 기술 체계가 있다고 하니까 흥미는 있어."
"다른 기술 체계요?"
"기본적으로 마법은 쏘는 방출형식이 많아. 하지만 브리단은 신체강화 기준계열이 많지. 예를 들어…… 니냐의 라이트닝 인챈트 등이 있잖아? 그런 류의 신체에 마력을 두르거나 신체강화를 극도로 강화시키는 마법체계가 많다고 해."
예상하자면 보통은 중세 판타지 같은 펑펑 쏘는 마법이 있다고 하면 브리단은 무협에서 나오는 신체에 관련된 마력 운용이 많다는 말 같다.
"그 때문에 브리단의 기사들이나 모험가는 강인한 신체능력이 특징적이라고 하지."
"오오."
그러고 보니 브리단의제3기사단이라든지 하는 곳에서는 치파오 같은 복장이 여성들이 주로 입는다고 코스프레 전문점에서 들었다.
과연 일반 주민들도 그런 복장을 하고 있는 걸까?
매우 궁금합니다.
"랜트 님. 지도를 갖고 왔습니다."
"아, 레니 씨, 고마워요."
"아닙니다, 이건 길드 직원으로서도 당연한 일인 걸요."
레니 씨는 지도를 펼쳐 우리가 가야 할 카놀의 위치를 지정했다.
"카놀은 브리단의 수도인 캬르멜과는 꽤 떨어진 곳에있습니다. 대신 플단과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죠. 바로 여기입니다. 거리로 따지자면 플단과 마법도시 정도의 거리가 있습니다."
지도를 보니 길드장님 말대로 지도로 봐도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었다.
"카놀은 지형은 험해도 플단과 브리단을 잇는 중간지점입니다. 광장에서 파는 브리단의 특산품을 파는 상인들도 카놀을 경유하며 옵니다."
"우와, 그럼 빨리 이거 해결해야겠네! 나, 가끔씩 광장에서 브리단의 특산품도 많이 사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던전에서 돌아온 뒤 노아하고 광장데이트를 할 때.
브리단에서만 나는 열매라든지 브리단에서 만들어진 야서왕 미니 나무 조각이라든지 엑스칼리버 목걸이라든지 그런 기념품도 즐겁게 샀었다.
마치 관광지에 가서 쓸데없지만, 왠지 디자인이 좋아서 사버리는 그런 마음이 되살아나는 좋은 추억이다.
그런 노아와의 광장에서의 즐거움이 없어지게 만들 순 없다.
"그럼 곧바로출발해요!"
광장에 대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길드장님이 오우거 킹이 나올 수 있다고 위험시할 정도다.
최대한 일을 빨리 해결하는 게 좋을 거다.
◈
여우의 쉼터와 모험가 길드에 놓을 분신을만든 다음 레니 씨, 티나, 미란다 씨, 멜리사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엘시, 노아, 니냐 씨, 티키아 씨와 함께 카놀로 향했다.
이동은 물론 염동력 플라이!
빠르게 날아도 머리카락이 흐트러지지 않는 안전 및 고속비행으로 우리는 아래를 쳐다보며 쾌적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여러 산이 이어진 산맥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와, 산 엄청 많다."
"이렇게 아래에서 보니까 산들도 그냥 작아 보이는 게 신기해."
"저 산들 속에…… 오우거들이 있는 거죠?"
"이거 랜트가 아니면 수색도 힘들겠는데?"
확실히 이렇게 산들이 이어져 있는 데다가 카놀 주위에는 다른 산들도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산들에는 나무가 우거지게 나 있어 마치 거대한 숲으로 보일 정도다.
나야 분신을 사용해서 수월하게 탐색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려면 상당한 인원이 필요할 것 같다.
"랜트, 저기가 카놀 아닐까요?"
엘시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산으로 둘러싸인 곳 중앙에 한 마을이 보였다.
교역의 중앙지점이라서 그런 걸까?
보통 마을보다는 훨씬 크고 도시보다는 스케일이 작은 느낌이다.
아마 산에 둘러싸여 마물이 올 것을 경계해서 그런지 마을 주변은 기다란 벽으로 마을을 두르고 있었다.
"저기가 맞을 거야. 내려가자."
천천히 나는 사랑하는 연인들과 내려갔다.
그때 아마 정문으로 보이는 곳에서 경비병으로 보이는 남성이 우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대, 대장님! 하늘에서 근육질의 남자와 여인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사뿐히 우리가 내려오자.
스릉!
하고 우리를 가리킨 경비병은 검을 뽑고 대장이라고 불린 남성은 주먹을 쥐며 자세를 잡았다.
"누구냐! 마물이냐! 사람이냐! 정체를 밝혀라!"
나는 먼저 경비병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인벤토리에서 인식표를 꺼냈다.
"플단에서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S랭크 모험가 랜트라고 합니다. 이쪽은제 파티 멤버입니다."
"플단의……."
"S랭크 모험가?"
자세를 쥔 경비병 대장은 경계를 풀지 않은 채 나에게 다가왔다.
"인식표를 자세히 봐도 되겠나?"
"물론이죠."
내 손에서 인식표를 건네받은 경비병 대장은 유심히 내 인식표를 봤다.
"검은색 바탕의 다이아몬드 박힌 인식표…… 이건 분명 몇 주 전 모험가 길드에게서 공지받은 대로의 디자인이야."
경비병 대장은 나에게 다시 인식표를 건네준 다음 빠릿빠릿하게 서면서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플단에서부터 이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던전 크래셔 랜트 님! 그리고 그 파티 멤버님들!"
"대, 대장님…… 지, 진짜 실물인가요?"
"맞아! 인식표는 틀림없는 진짜다! 너도 빨리인사해!"
"네, 네! 카, 카놀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바로 의뢰를 하고 싶은데 뭘 하면 될까요?"
"우선 모험가 길드에 와주십시오."
"카놀에도 모험가 길드가 있나요?"
"네, 이곳은 브리단과 에스칼을 있는 교역로의 중간지점입니다. 그 외에도 이렇게 산에 둘러싸여 있으니 여러모로 모험가들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그렇군요."
하긴 생각해보니 길드장님이 카놀의 상황을 잘 알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카놀의 모험가 길드에서 직접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엘론! 네가 던전 크래셔님과 동료분들을 모험가 길드로 안내해드려라!"
"네, 네! 대장님! 따, 따라와 주십시오!"
◈
엘론이라는 경비병을 따라 우리는 카놀 안으로 들어왔다.
카놀 안은 플단에서보다도 많은 비율의 수인족들이 있었다.
늑대, 개, 표범, 토끼, 쥐, 말, 소 등등.
인간이나 엘프, 드워프 종족 모습도 보였지만 수인족들이 가장 많은 분위기를 띄웠다.
복장은 플단과 그다지 변함은 없었는데.
"오오."
몇몇 수인족 여성들이 치파오 같은 복장을 하고 걸어가는 것은 색달랐다.
게다가 밑단도 짧아서 다리라도 위로 벌리면 팬티가 그대로보일 것만 같은 바람직한 스타일이다.
"신기하신가요?"
두리번두리번거리자 엘론씨가 말을 걸어왔다.
"아, 네. 플단보다 수인족분들이 많아서요."
"아아, 확실히 에스칼 쪽은 인간족들이 많죠. 아, 참고로 저는 견인족입니다."
살짝 쓰던 헬멧을 벗어 개 귀를 보이는 엘런 씨였다.
"하지만 꼬리가……."
"하하하, 더러워지니까 갑옷 안에 넣고 있는 중입니다. 뭐…… 덥지만요."
그때 노아가 삐죽하고 나와 엘론 씨에게 물었다.
"있지있지,은근 마을 분위기가 어두워 보이는데…… 역시 오우거 때문이야?"
노아의 말대로 마을의 활기가 많이 없는 느낌은 났다.
"……네. 오우거가 집단으로 발견됐으니까요. 위협하거나 따라가지 않는 이상 공격하진 않아도 너무나도 많은 숫자라 언제 오우거들이 쳐들어올지 몰라서 그렇습니다."
"히히힛, 걱정 마! 랜트가 있으면 금방 오우거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거니까! 괜히 S랭크 모험가가 아니야!"
활짝 웃으며 자신 넘치게 말하는 노아의 말에 엘론 씨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네!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카놀의 모험가 길드에 도착했다.
엘론 씨는 들어가자마자 접수원 아가씨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이, 2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는 길드장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똑똑똑.
"누구지?"
"경비병 엘론이라고 합니다! 플단에서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 랜트 님과 그 파티 멤버분들이 오셨습니다!"
"뭐? ……들어와라."
길드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사자의 갈기와도 같은 머리카락과 털을 가진 한쪽 눈 쪽에 흉터가 있는 덩치 큰 사자 수인족 남성이 있었다.
그 남성은 나를 보고 의아해하면서도 경계하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네가…… 플단의 던전 크래셔인가?"
"네. 던전 크래셔 랜트라고 합니다. 단테 길드장님으로부터 의뢰를 받아왔습니다."
"나는 카놀의 길드장, 라이가라고 한다. ……잠깐만 기다려 봐라."
라이가 길드장님은 서랍에서 통신용 마도구를 꺼내시더니 그 마도구에 손을 올리며 마력을 보냈다.
그리고 수정구에서 빛이 나더니.
「나네, 라이가.」
길드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단테! 지금 랜트라는 모험가가 왔다. 녹색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지고 있는 근육질의 모험가다. 그리고 뒤에 여자들을 줄줄이 데리고 있군."
「그가 맞아. 지금 도착한 모양이군.」
"이봐, 이게 말이 돼? 내가 너에게 의뢰를 요청한 건 바로 어젯밤이야. 그런데 하루도 안 지나서 도착했다고?"
「하하하, 그가 한 속도 하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일걸세.」
"……하아. 네가 인정할 정도의S랭크 모험가라니까 터무니없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그 정도는 돼야 범람을 막을 수 있지 않겠나. 어쨌든 그에게 자세한 정보와 행동방침을 알려주게.」
"알았다."
라이가 길드장님은 수정구에서 손을 떼시고 대화를 끝내셨다.
"아무래도 진짜인 거 같군."
라이가 길드장님은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오신 다음 손을 내미셨다.
"오우거들의 조사 의뢰를 잘 부탁하지, 던전 크래셔 랜트."
"네, 맡겨만 주세요."
텁!
하고 나는 라이가 길드장님과 악수를 했다.
그 순간.
씨익하고 라이가 길드장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랜트라고 그냥 말해도 되나?"
"네."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아무리 단테의 신뢰를 받는다고 해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믿음이 안 가서 말이야."
아무래도 라이가 길드장님은 내 실력을 보고 싶어 하신 것 같다.
"어떤 식으로 확인하실 건가요?"
"대련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건 시간이 걸려. 게다가 S랭크 모험가인 자네와 내가 싸웠다간 여기저기 부서질 수도 있으니 비서에게 내가 쪼이지. 그러니 간단하게……."
씨익 웃던 정도에서 송곳니까지 드러낼 정도로 호전적인 웃음을 지으며 라이가 길드장님은 말했다.
"팔씨름 어때?"
"좋아요."
아주 자신 있는 분야입니다.
◈
"길드장님이 팔씨름하신다!"
"상대는 플단의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다!"
"모여모여!"
"나 길드장님에게 3실버!"
"그럼 난 던전 크래셔에게 5실버!"
분명 팔씨름으로 실력확인 정도만 할 건데…….
어느새 도박판이 됐다.
"저기 이 상황은……."
"으하하하! 미안하지만 이게 우리 길드의 전통이라서 말이야. 팔씨름을 하게 되면 내기를 하면서 관객들도 즐기는 거지. 덕분에 오우거 때문에 다운됐던 분위기도 살아나고 아주 좋아!"
나를 경계했던 눈빛은 어디로 갔나.
지금 눈앞에 있는 건 호쾌한 모험가나 다름없었다.
"랜트, 힘내라!"
"힘내, 랜트♡"
"히, 힘내세요!"
"본때를 보여줘! 나 10실버 걸었어!"
티키아 씨…… 어느새 내기에 참여한 거예요?
내 실력을 증명해서 라이가 길드장님의 신뢰도 얻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응원해주기 때문에 질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시작해요."
의자에 앉아 나와 라이가 길드장님의 사이에 있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울렸다.
"그러지."
라이가 길드장님도 나와 똑같이 자리에 앉아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나와 손을 마주 쥐었다.
그리고.
"준비…… 시작!"
심판을 맡은 엘론 씨의 목소리와 함께 팔씨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