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화 〉429화-오우거 킹
"흐읍!"
라이가 길드장님이 손에 힘을 주시며 내 팔을 넘기려고 했다.
물론…….
"으으으읍!!!!!"
아무리 라이가 길드장님이 힘을 줘봐야 나는 꿈쩍도 안 했다.
라이가 단장님은 얼굴과 팔이 시뻘게질 정도로 힘을 줬지만 내 팔을 넘기는 건 역부족이었다.
계속 버티고 있으면 길드장님도 힘들테니 나는 편안히 최대한 라이가 길드장님이 팔을 안 다치도록 팔을 넘겼다.
텅!
하는 소리가 나며 라이가 길드장님의 손등이 테이블에 닿았다.
"허억…… 허억……."
"제 승리네요."
"……개, 개쩔어!"
"괴력이라고 불리던 길드장님이 꿈쩍도 못 했어!"
"얼마나 센 거야!"
"와아, 힘세고 강한 남자……."
"역시 S랭크 모험가야!"
"으아아아 내 3실버어어어!!"
모험가 길드 안은 감탄에 싸이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다.
라이가 길드장님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후우…… 산과 팔씨름하는 것만 같았어. 정말 힘이 세군."
"힘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입니다."
"오우거를 상대하는 데는 전혀 걱정이 없겠어. 하지만…… 힘만으로는 이번 의뢰를 하기 힘들 거야."
"그것도 걱정 마세요. 다 방법이 있으니까요."
"호오, 자네의 동료들 중에 탐색에 능한 자가 있나 보군. 예상컨대…… 거기 있는 고양이 묘인족 아가씨인가?"
"노아, 탐색에 자신 있어?"
"응? 나? 하하하, 무슨 소리야, 랜트. 나 은밀 스킬은 어찌저찌 가지고 있지만, 던전에서 하는 건 니냐랑 함께 계속 마물이랑 싸우는 것밖에 없었잖아."
노아가 자신의 귀를 살짝 집으며 말했다.
"소문이나 대화엿듣는 건 몰라도 탐색 같은 건 잘 못 하지."
하긴 마물이야 좀 걸으면 금방 발견되고 주로 던전에서만 싸워왔으니 탐색 기술이 늘어날 리 없다.
"흐음, 그럼 의뢰 수행 기간은 길어지겠군."
"아뇨, 그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맞아맞아, 길드장님 예상과 다르게 우리 중에서 가장 탐색하는 힘이 뛰어난 건 바로 랜트니까."
"으음? 던전 크래셔, 네가 말이냐?"
"네."
나에게는 분신술이 있으니 인해전술로 가버리면 탐색이야 빨리 끝날 수 있을 것이다.
"단테 길드장님도 그걸 알고 있기에 절 보낸 겁니다."
"흐음…… 하긴 단테가 의뢰 내용에 걸맞지 않은 인재를 보낼 리는 없겠지."
길드장님은 다른 지역의 길드장님에게 두터운 신뢰를 지니고 있으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라이가 길드장님, 제 실력도 확인하신 것 같으니 곧바로 의뢰를 수행해도 될까요?"
그편이 카놀에 있어서도 좋을 거고 무엇보다 리단에 있을 때처럼 의뢰를 무사히 끝내고 카놀 관광을 연인들과 즐기고 싶다.
"아아, 그럼 부탁하지."
◈
라이가 길드장님은 조사 방법은 나에세 맡긴다고 하며 오우거들이 발견된 곳을 표시한 지도를 건네주셨고, 나는 조사를 위해 나와 모두는 다시 카놀의 정문 밖으로 나왔다.
"잘 부탁드립니다, 던전 크래셔 님."
"오우거 놈들을 혼쭐 내주세요!"
경비병 대장과 엘론 씨의 배웅을 받고 우리는 우선 산속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들어갔지만, 아직 오우거가 보일 기미는 없었다.
산속이라 나무에 머리가 부딪칠 수 있으니 목말을 타지 않고 걷고 있는 티키아 씨가 나에게 물었다.
"랜트, 분신술은 안 쓸 생각이야?"
"아니요, 이제 적당히 안에 들어왔으니쓸 생각이에요."
"그럼 어째서 나오자마자 안 쓴 거야?"
"플단사람들은 제가 쓰는 모습을 자주 봐서 익숙하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물론 쓰는 모습을 보여서 굉장하다아아!! 라는등 감탄을 듣고 싶은 마음이있긴 하지만 지금 오우거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괜히 놀라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건 다 해결된 다음 이런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라고 밝히는 게 나는 더 좋다.
"이왕 보여주는 거 다 해결된 후가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
티키아 씨는 잘 이해가 안 되었나 보다.
어쨌든 본격적인 탐색을 시작하자.
"시작할게요, 하압!"
퍼퍼퍼퍼퍼퍼퍼펑!
단숨에 대량의 분신을 만들어냈다.
한 분신을 맨 하늘 위로 떠오르게 해서 방향을 파악하고 나는 나머지 분신들을 라이가 길드장님이 주신 지도에 표시된 곳을 향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게 해 탐색을 시작했다.
물론 한 번 대량으로만든다고 해서 이 산들을 다 탐색하는 건 불가능하니 추가로 만들어 또 보냈다.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했다.
"이번에도 스킬로 다 보여주는 거야?"
니냐 씨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수가 너무 많아서 다 보여주면 다들 눈이 어지러울 거예요. 그러니까오우거가 발견되면 그 영상 보여드릴게요."
딱!
손가락을 튕기며 나는 모두가 앉을 의자와 영상을 비출 영사구 그리고 하얀 벽을 준비했다.
"저기…… 랜트. 분명 랜트의 분신을 쓰면 빨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방향을 안 잃을 수 있나요?"
엘시가 있을 법한 곤란한 상황을 말했다.
하지만 그럴 걱정은 없다.
"그건 걱정 마."
나는 아주 보기 좋은 예시로 하늘에 떠 있는 분신의 시야를 비췄다.
영상에는 우거진 나무로 가득한 산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분신 중 하나를 멈춘 다음 하늘을 향해 그저 빛이 날 뿐인 마력포를 쐈다.
퓨우우우우우웅!!!
우거진 나무들이 있는 사이에서 하늘 위로 쭈욱 올라가는 빛이 영상에 비쳤다.
"이런 식으로 확인하면 되니까."
"아…… 그러면 확실히 방향을 잃지는 않겠네요."
"저거 엄청 마력 잡아먹으니까 평범한 마법사는 절대 못 하는 방법이야. 뭐, 랜트처럼 하늘을날 수 있는 방도 자체가 나 말고는 지금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지만."
즉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는 거다.
유일…….
흐음, 힘과 마력량 말고도 나의 유일한 점은 뭐가 있을까?
『꿈에서라도 며칠 동안이나 저를 연속으로 범할 수 있는 건 랜트가 유일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렇게나 야한 걸 좋아하는 신령은 솔리 씨가 유일할걸요?
『상대하는 사람이 랜트밖에 없으니 꿈에서는 제가 유일하게 랜트를 독차지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저도 솔리 씨를 유일하게 독차지할 수 있는 남자가 저라는 게 행복해요.
『랜트♡』
마음속으로솔리 씨와 꽁냥대면서 나는 계속 탐색을 시작했다.
3분 정도가 지났을까.
우가…….
각기 다른 곳인 5곳에서 오우거 무리가 발견됐다.
"5곳에서 오우거를 발견했어요."
"뭐, 정말?"
"빨리 영상 보여줘 봐!"
"알겠어요."
한꺼번에 발견된 숫자가 많았기에 나는 추가로 하얀 벽과 영사구를 만들고 영상을 띄웠다.
5곳에서 5마리의 오우거가 무리를 지으며 걷고 있었다.
오우거는 트롤과도 같은 거대한 몸집에 누런 갈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머리는 빡빡이이며 양어깨에는 뿔이 나 있었다.
"저게…… 오우거. 어떡할까요? 일단 처치할까요?"
내 물음에 티키아 씨가 말했다.
"이제 겨우 5무리를 발견했을 뿐이지? 장소는 다 다르고."
"네."
"그렇다면 우선 해치우…… 아니, 염동력으로 움직임을 구속시키고 뭘 가지고 있는 지 알아보자."
"알겠어요."
"네."
분신을 이용해 염동력을 사용하여 오우거들의 움직임을 멈췄다.
우가……!?
오우거들은 갑자기 멈춘 자신들의 상태에당황하는 기색을보였다.
우선 다른 분신들은 계속 탐색을 시키고 나는 5개의 분신으로 오우거들에게 다가갔다.
우가……!!
오우거들은 나를 보자 곧바로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오우거는 신경 쓰지 않고 나는 오우거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 지 살폈다.
"이건……."
5곳에 있는 오우거 무리.
그 오우거 무리의 가장 뒤에서 걷고 있는 오우거의 허리춤에서 양피지 같은 걸 발견했다.
우가가……!!!
오우거들이 내가 양피지를 가져가자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그 반응만으로 이게 오우거들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는 것은 알아챌 수 있었다.
돌돌 말아진 양피지를 펼쳤다.
"으응……?"
양피지에는 그림이그려져 있었다.
아니, 이거…… 그림이라고 해야 하나?
선으로만 거의 구불구불하게 그어져 있고 중간에 삼각형 그려져 있는데…….
다른 4곳의 양피지에서도 별반 다를 거 없는그림이 그려져있었다.
뭔가 오우거만의 특수한문양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5개의 양피지에 딱히 통일성이 보이지않았다.
영상에그림을 비추어 연인들에게 물어봤다.
"이거 뭐로 보이세요?"
"어…… 음…… 적어도 마법진은 아니야."
"구불구불한 선에 세모라…… 뭘까?"
"죄송해요, 전혀 모르겠어요."
다들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노아가 말했다.
"이거 지도 아니야?"
""지도?""
"응, 구불구불한 건 아마 길? 산맥? 같은 거고 세모는 나무 아닐까?"
그게 그렇게 해석되나?
"하지만 지도라기엔…… 너무 조잡…… 아니, 오우거가 자세히 그릴 거란 생각은 안 하는데."
"으음~ 아마, 일일이 걸어온 길 굴곡 같은 거 적은 거 아니야? 오우거들이 엄청 많이 발견됐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한 양피지에 그리는 면적은 적어도 되니까 잔뜩! 그린 거 모아서 연결한다든가?"
……그럴싸하다.
확실히 그거라면 오우거들이 많은 곳에서 다발적으로 발견된 것도 설명이 간다.
사람들을 습격하지 않은 거는 지도를 그리느라 바빠서…….
따라오는 걸 위협하는 건 자신들의 본거지라든지 하는 행위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끼어맞추면…… 모든 게 들어맞는다.
"노아."
"응, 왜?"
"진짜 똑똑하다."
"어? 정말? 에헤헤헤♡ 쑥스럽네."
"으으, 노아한테 이런 쪽에서 밀리다니……. 천재 마법소녀의 명성이……."
분해하는 티키아 씨가 귀엽습니다.
"흐음……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는 건 결국 지도를 쓸만한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지? 게다가 오우거들은 평소에 지도를 만들려는 생각 자체를 안 하잖아. 즉……."
"네, 니냐 씨. 아무래도 정말로 오우거 킹이 있는 것 같아요."
엘시가 지팡이를 꽈악 쥐고 눈을 반짝반짝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지금 해야 할 건 오우거들의 소탕과 오우거킹의 토벌이네요! 래, 랜트가 정말로 전설에나 나올법한 오우거 킹을 토벌하는 거예요! 영웅처럼요!"
나는 이미 범람을 막은 장본인으로서 영웅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 같지만 거기에 업적을 더 추가해서 나쁠 건 없다.
오히려내 업적이 추가할 때마다 깡충깡충 뛰며 기뻐하는 엘시의 모습이 상상되니 입가가 느슨해진다.
오른팔로 알통을 만들며 왼손으로 알통을 툭툭 치면서 엘시에게 말했다.
"엘시! 내가 또 전설적인 업적을 쌓는 모습을 봐줘!"
"네,랜트!"
그렇다면 지금 가장 해야 할 우선순위는 오우거 킹이 있는 장소의 탐색이다.
엄청 비효율적이지만 대량의 오우거들을 시켜 지도를 작성시킬 정도로지능이 있는 오우거다.
만약 준비를 다 끝내 전투를 지휘하는 상황이 오면 얼마나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지 나로서는 잘 상상이 안 간다.
적어도 이대로 두면카놀이 위험하다는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마땅히 오우거 킹을 찾아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분신을 대량으로 더 보내서 찾는다면야 찾아지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좀 더 확실한 방법은 없을까?
"티키아 씨, 오우거 킹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우거는 말도 안 통하고 통한다고 해도 순순히 오우거 킹이 있는 곳을 불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으음…… 공포를 심고 놓아주는 건 어때?"
"공포요?"
"그래. 아무리 오우거 킹의 지휘를 받고 있다고 해도 상대는 마물이야. 원초적 분노나 공포에는 이기질 못하지. 예를 들어 랜트가 한 마리만 남기고 4마리의 오우거를 압도적으로 죽이는 모습을 보면 공포에 떨 거야.
그리고나머지 한 마리의 오우거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히고 놔두면…… 자신이 가장 살 수 있는 선택지인 본거지 쪽으로 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없이 무작정 도망치면요?"
"뭐, 그러면 헛걸음이 되겠지만…… 다행히 오우거는 많이 분산되어 있고 무엇보다 랜트는 엄청 빠르잖아. 오우거가 도망친 방향으로 랜트가 먼저 쭈우우욱 달려나가다 없으면 다시 하고 만약에 찾으면 다행인 거지."
티키아 씨가 팔짱을끼며 말을 이었다.
"사실나도 이런 무식한 방법은 말도안 되니까 꺼내지도 않을 텐데 랜트면 충분히 가능하잖아?"
"그렇네요."
평범한 모험가라면 도망친 방향으로 쭈욱 간다고 해도 며칠이 걸릴 수 있지만 나는 1시간도 안 돼서 산의 끝까지 갈 수 있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오히려 그런 무식한 방법이 나에게는 딱 들어맞았다.
"고마워요, 티키아 씨."
마침 추가로 12무리의 오우거를다른 부근에서 발견한 참이다.
이만큼 있으면 한 명쯤은 정답이 있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