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6화 〉435화-집보기
◈-랜트SIDE
"우오오오오, 랜트으으으으으으!!!!"
카놀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
나는 드디어 하피 퀸을 잡을 수 있었기에 켈반 씨에게 가져갔다.
켈반 씨는 일주일 전 오우거 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매우 주눅 들어 하셨던 모습이 인상에 남았기에 최대한 빨리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하피 퀸은 찬란한 푸른색털을 가지고 있는 커다란 하피였다.
여왕인 만큼 가슴과 엉덩이도쭉쭉빵빵하다.
"하악하악하악…… 하피 퀸을 이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아아, 나는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대로 해체하고 싶은 마음과 내 콜렉션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고 있다네!!!"
으음~ 그건 켈반 씨가 스스로 정해야 하는 일이기에 내가 딱히 걸 말은 없었다.
하지만 이말만은 해보자.
"켈반 씨."
"오,랜트! 무슨 할 말이……."
"하반신에 충실해져 봐요."
"……충고 고맙네, 랜트. 이 하피 퀸은 당장 내 지인에게 맡겨야겠군."
켈반 씨는 아주 진지한 남자의 표정이 된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셨다.
아무래도 박제 오나홀로 만들기 결정인가 보다.
표정과 목소리는 진지해도 뻣뻣하게 바지 너머로도 확연히 보이는 켈반 씨의 발기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나머지 하피들도 다 꺼낸 뒤 나는 켈반 씨에게 한번 물어봤다.
"켈반 씨, 혹시 좋은 집터같은 거 아세요?"
인맥도 있고 연륜이 있는 켈반 씨라면 잘 알지 않을까?
"집터?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거지?"
"집을 장만해보려고요. 생활이 안정되고 그…… 결혼하고 애들까지 낳으면 언제까지나 여관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아, 그런 거였군. 흐음, 자네의 연인이 지금 레니까지 포함해서……."
"8명이에요."
"8명에다가 아이들을 적어도 2명씩 낳는다고 하면 꽤 넓어야겠군. 일반 가정집보다는 저택이 낫겠어. 랜트 자네는 돈 걱정도 없으니 말이야."
"역시 그런가요?"
"저택이라면 귀족들이 사는 북쪽 구역에 많지만 딱히 거기에만 저택이 있는 건 아니지. 오히려 고랭크 모험가들도 돈을 많이 벌기에 허영심에 저택을 짓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그렇군요."
"집을 새로 지으려는 생각인가?"
"아니요, 미리 지어진 집을 사도 괜찮아요."
"그렇다면야…… 던전의 입구에서 동쪽으로쭈욱 가면 플단 부동산이라는 단순한 이름의 부동산이 있을 거야. 거기로 가보게나."
"네."
켈반 씨의 충고에 따라 나는 엘시, 노아, 니냐 씨, 티키아 씨, 그리고 티나와 함께 부동산으로 찾아갔다.
멜리사와 레니 씨는 일을 해야 하고 미란다 씨는 여관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실례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어떤 물건을 찾으러 오셨습니까?"
"켈반 씨의 추천으로 왔습니다."
"켈반이라면…… 혹시 해체를 위한 비밀창고라든지 필요하십니까?"
"아니, 그런 쪽 취미는 안가지고 있습니다."
"아아, 그러시군…… 으음? 큰 덩치에 녹색 머리의 푸른 눈. 혹시…… 던전 크래셔 랜트 님 아니십니까?"
"네, 맞습니다!"
"오오, 역시나! 우리 플단의 영웅님이시군요. 랜트 님. 어서 오십시오."
부동산 주인은 다시 한번 인사를 하며 방긋 웃으며 물었다.
"어떤 물건을 원하십니까?"
"그게……."
나는 원하는 물건의 정보를 설명했다.
20명 이상은 살아도 괜찮을 크기에 훈련도 할 수 있게 정원이 있었으면 하는 집.
그리고 북쪽 부근이 아닌 곳을 원한다고 말했다.
과연 내가 원하는 물건이나 아니면 공터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하하하하! 그런 조건을 원하신다면 딱 알맞은 물건이 있습니다!"
예상외로 물건은 빨리 찾아졌다.
"정말인가요?"
"네! 원하신다면 곧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부동산 주인이 안내해준 곳은 의외로 던전 입구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아니, 그보다 몇 번이고 봐온 건물이었다.
던전 입구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넓은 저택.
옆에는 거리를 좀 두고 있지만 다른 여관이라든지 가게들이 늘어져 있는 가운데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저택이다.
볼 때마다 우와, 저런 저택에서 살고 싶네 라는 생각이 머리 한쪽에 들게 할 정도의 건물이었다.
"……여기 빈 건물이었어요?"
"네. 그렇습니다."
"어머, 빈 건물치고는 깨끗한데?"
"혹시나 언젠간 팔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건물입니다. 관리는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물이면 누구나 먼저 살려고 하지 않아?"
노아의 의문에 부동산 주인은 말했다.
"……보통 이런 걸 살 수 있는 건 고랭크 모험가분이나 귀족분들입니다. 하지만 귀족분들은 자신들의 거주지와 떨어진 이곳에 살려고 하시진 않고.
최근의 고랭크 모험가분들은 여관의 삶에 만족하시거나 아니면 좀 더 작은 집을 원하시죠. 모든 고랭크 모험가분들이 랜트 님처럼 사랑이 많으신 분은 아니시니까 말입니다."
"하, 하하하……."
"파티 하우스로 쓸 수 있지 않나요?"
"그럴 수도 있지만…… 최근에 그런 분들은 안 보이시더군요."
"그럼…… 이 저택은 어떻게 여기에 세워진 건가요?"
"그건 안에 들어가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저택 안을 들어가니 나는 입이 쩌억 벌어졌다.
마치 저택 안은 그야말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그런 구조였다.
카페트도 깔려 있고 뭔가 넓은 계단도 있고.
방도 여러 개가 있었다.
안을 더 둘러보니 화징실도 있고 샤워실도 따로 있다.
어떤 방은 러브호텔처럼 샤워실과 화장실을 함께 겸비한방도 있다.
방을 둘러보면서 부동산 주인은 이 저택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했다.
25년 전.
설레이라는 한 A랭크 모험가가 있었다고 한다.
성격도 호쾌하고 성욕도 호쾌해서 사귀고 있는 여성이 5명에다가 모두 같은 파티 멤버였다고 한다.
그런 설레이 씨는 깜짝 선물을 위해 파티 멤버들 몰래 이 저택을 짓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그 뒤에 결혼식 날도 잡고 결혼을 하는 날에 맞춰서 완공된 저택을 짜잔하고 보여줘 놀래켜주려는 생각이었나 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파티 멤버 중 한 명은 솔라리오보다 더욱 남쪽에 있는 사막의 나라에서 온 여성이었다는 거다.
거기에서는 보통 데릴사위가 풍습이라고 하고…… 파티 멤버의 여자의 친가도 엄청난 부자 귀족 집안이었다고 한다.
그 여성은 설레이 씨의 제1부인이라닌 위치로 이미 서열이 정해져 있었고 다른 멤버들도 데릴사위건을 승낙하고 있었다고 한다.
모르는 건 설레이 씨뿐.
결혼식을 올리고 저택을 소개할 때의 분위기는 매우~ 어색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건 기쁘지만 이미 사막의 나라인 사하말에서 있던 친가분들이 모두를 맞이할 준비까지 다 마친 상태.
매우 뻘쭘한 상황에서 셀레이 씨는 결단을 내렸다.
곧바로 이 물건을 팔아버리고 사하말로 떠나는 것이었다.
참고로 이 결단에 친가의 사람들은 매우 감동했다고 한다.
사하말은 자신의 집을 아주 중요시하는 풍습이 있는데 그것도 자신의 피땀을 흘려가며 지은 집을 아내들과의 생활을 위해 포기한다는 자세에 장인과 장모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나 뭐라나.
결국 이 저택은 부동산에 맡겨지고 설레이 씨와 그 아내들은 사하말로 떠났다고 한다.
"그런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생각보다도 심각…… 하지는 않은 사연이라 다행이다.
누가 이 저택에서 자살했다던가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보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이 저택은 얼마인가요?"
"완전히 사신다고 하신다면야…… 2만 골드가 되겠습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저택이라면 더 싸겠지만 여기는 입지가 아주 좋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던전 입구와 가깝다는 거죠."
확실히 던전 입구에 가깝다는 말은 집 주변에 바로 많은 가게가 있다는 거고 모험가에게 있어서는 던전에서 오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매력적인 환경이다.
"하지만 랜트 님은 우리 플단의 영웅! 거기다 켈반의 소개이기도 하니……. 깎아서 1만 8천 골드로 하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더 깎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 물건을 관리하는데도 돈이 들어서……."
"알았어요."
돈은 던전에서의 생활과 오크 고기 수집과 리단, 그리고 카놀에서 얻은 의뢰 보수금으로 상당히 많이쌓여 있다.
한 도시의 위기를 구한 셈이니 보수는 그야말로 두둑.
1만 8천 골드를 내기에는 전혀 문제없었다.
"여기서 지불하면 되나요?"
"여기서…… 라니? 혹시 이 자리에서 곧바로 대금을 주실 생각이십니까?"
"네. 금액은 인벤토리에 들어 있으니까요."
게다가 모두의 반응을 보니 싫어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도 던전 입구 근처라면 레니 씨도 모험가 길드로 출근하기 편할 거다.
"아무리 깎더라도 1만 8천 골드인데도…… 이렇게 단숨에 결정을 내리시다니…… 역시나 S랭크 모험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아아, 금액은 저희 가게에서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곧바로 가도록 하죠!"
그후 나는 부동산에서 곧바로가격을 치르고 추가로 돈을 더 내며 말했다.
"지금 당장 살 생각은 없으니까 조금만 더 관리해주세요. 이건 그 돈이에요."
지금 당장 산다고 해도 레니 씨도 곤란할 거고 여우의 쉼터 정리라든지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도 결혼한 후에 사는 걸 전제로 샀으니 이번에는 일단 물건을 사는 데에서 끝냈다.
"네! 물론이고 말고요! 지금까지는 그저 보수 관리만 해왔습니다만, 이번부터는 아주 저택 안이 번쩍번쩍해지도록 업자도 다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우의 쉼터로 돌아가 미란다 씨에게 집을 골랐다는 소식을 전했다.
레니 씨와 멜리사에게는 모험가 길드에 있는 분신으로 전했다.
미란다씨는 상냥하게 웃으며 기뻐하시고, 멜리사는 감이 잘 안 오는지 살짝 시큰둥한 반응.
레니 씨는 그 저택을 아는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셨다.
"무척…… 비싸지 않았나요?"
"앞으로 저희가 지낼 행복의 보금자리니까요. 비싸도 문제없어요."
"래, 랜트 님♡"
부끄러워하는 레니 씨 엄청 귀여워요.
저녁에는 결혼식 후에 저택으로 옮길 준비에 대한 걸 미리 상담을 해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
"얼마나 좋은 저택인 거야?"
"휴일에 함께 구경 가자, 멜리사."
"알았어."
그말을 하고 멜리사와 레니 씨는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그와 반대로 여우의 쉼터에서는 저택에 관한 이야기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정원도 넓었으니까 대련하기 편하겠어."
"히힛, 대련도 좋은데 과일 나무 심어보는 건 어때? 리단에 가서 사과 씨앗 사 가지고 심는거야! 대련이 끝나고 맛있는 사과를 한 입 아삭하고 씹는 거야!"
"그거 좋은 생각인데?"
"서재 방도 따로 있었어요. 저, 그 서재를전설이나 신화 책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요!"
"파티 멤버에 마법사도 있었는지 간이 마법 공방도 있었어. 잘만 꾸미면 마법연구가 더 편해질 거야."
"하렘을 가진 모험가분이어서 그런지 부부의 방으로 보이는곳은 정말 넓었어요! 아아~ 설마 제가 그런 저택에서 살 수 있게 되다니 마치 꿈만 같아요!"
"아마 사는 건 결혼한 후가 될 거야, 티나."
"알아요! 하지만 사는 건 확정된 거죠? 헤헤헤♡ 랜트 씨하고의 신혼집 생활♡ 벌써 기대돼요♡"
"어머, 우리 티나, 정말 신났네? 그렇게 멋진 저택이었어?"
"응! 다음에 엄마도 같이 구경 가자! 분명 엄마도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그래? 기대되네."
그렇게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랜트, 잠시 와주게."
모험가 길드에 있던 분신에게 길드장님이 말을 거셨다.
"길드장님? 혹시……."
"의뢰네."
세상에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S랭크 모험가인 나에게 맡길 일도 많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길드장실로 들어갔다.
"길드장님, 이번에는 무슨 의뢰인가요? 마물들이 나타났다거나…… 사람들이 사라졌나요?"
"아니, 이번에는 마물에 관련된 일이 아니네, 랜트."
"마물에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요?"
"그래. 이건…… 자네를 향한 지명 의뢰요청이네."
"저를 향한…… 지명 의뢰요?"
지명 의뢰는 플단에서 오크 고기를 모아달라는 의뢰 말고는 처음이다.
"누가 저에게 의뢰를 했나요?"
내 물음에 길드장님은 말씀하셨다.
"의뢰한 사람은 바로 솔라리오의 대신관 마렌 님이시네."
"마렌…… 대신관님이요?"
"그렇다네. 의뢰의 내용은…… 제13기사단 단장 렐리아와 협력해…… 광신도 집단이 있다고 의심되는 지역에 대한 조사의뢰라네."
아무래도 솔라리오에 또 가게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