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8화 〉437화-광신도
"들어오세요, 렐리아."
"네."
렐리아 씨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렐리아 씨는 나를 보더니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랜트 님."
"렐리아 씨, 오랜만이에요."
"렐리아 인사하세요. 랜트 님과 같이 오신 분들은 모두 랜트 님의 아내가 되실 분들이십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솔라리오 제13기사단 단장. 렐리아라고 합니다."
렐리아 씨를 따라 엘시, 노아, 니냐 씨, 티키아 씨는 마렌 신관님에게 한 것처럼 간단히 자기 소개를 했다.
자기 소개를 각자 끝내자 마렌 대신관님은 상냥한 표정을 하신 채로 말씀하셨다.
"그렇다며 지금부터 랜트 님에게 지명의뢰를 요청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랜트 님이 솔에 다녀오신 후로 랜트 님에 관한 정보를 단테 길드장에게 부탁하여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공개 가능한 기본적인 정보입니다. 랜트 님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는 매우 궁금했습니다만 묻지 않았습니다."
사생활 궁금하셨나 보네요.
"랜트 님은 리단, 그리고 카놀에서 의뢰를 성공하셨다는 걸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의 비결 중 하나는 랜트 님이 가지고 있는 스킬의 뛰어난 조사 능력 덕분이라는 것도요. 자세히 어떤 스킬인지는 저도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뛰어난 조사 스킬이라면 이번에 제가 요청한 의뢰에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에 지명을 한 겁니다."
조사력이 뛰어난 스킬이라고 한다면 분명 분신을 말하는 거다.
물론 분신술을 이용하면 마물을 탐색하긴 엄청 쉽지만…….
"마물탐색이라면 몰라도 광신도 조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여기서 쓸데없이 허세를 부려봤자 나에게도 마렌 대신관님에게도 안 좋으니 나는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마렌 대신관님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시며 말을 이으셨다.
"괜찮습니다. 만약 어려우시더라도 여기에 있는 렐리아의 보조를 해주시면 됩니다. 렐리아는 이러한 일에는 전문가니까요.
하지만아무리 전문가인 렐리아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러한 사태를 대비해 랜트 님이 렐리아의 곁에 있어 줬으면 합니다."
말하자면 이번 임무는 광신도 조사를 하는 렐리아 씨의 보조 및 보호가 주된 임무인 것 같다.
그러한 의뢰라면 불가능하진 않을 거다.
"네, 알겠습니다."
"의뢰를 받아주시는 건가요?"
"네, 이미 그럴 생각으로 왔는걸요."
"감사합니다, 랜트 님."
방금 내 말 때문에 내가 거절하지 않을까 걱정하셨나 보다.
"그럼 지금부터 그…… 의심이 되는 지역으로 가면 되나요?"
내 말에 대신관 님은 고개를 저으셨다.
"아니요. 이번 임무는 확정된 구역이 아닌 어디까지나 의심된 지역의 조사이니 내일부터 출발하셔도 됩니다. 랜트 님이라면 빠른 이동이 가능하실 테니 그 정도의 여유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네. 그러니…… 렐리아."
"네, 마렌 대신관님."
꾸벅하고 마렌 대신관님에게 고개를 숙인 렐리아 씨는 나를 향해 말했다.
"랜트 님, 오늘은 저번에 맺었던 약속대로 연인분들과 함께 이 솔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임무를 끝내는 것보다 관광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
렐리아 씨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솔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일단 렐리아 씨는 가장 먼저 관광객들이 자주 들리는 기념품점으로 우리를 안내해주셨다.
"와아! 이거 보세요! 랜트! 정말 예뻐요!"
엘시는 기념품점에 가서 아주 텐션이 높아졌다.
솔리신 석상이 든 지팡이와 똑같은 디자인의 지팡이.
그건 엘시가 지금 쓰고 있는 지팡이보다 디테일이 더 자세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반지, 목걸이, 머리 장식 등 연녹색의 태양이 모티브인 여러 기념품들이 나란히 있다.
물론 그것만이 아닌 여러 상품도 팔고 있었다.
"솔라리오에서는 이런 걸 주로 파는구나~."
"어머, 노아. 이것 봐 콘돔도 팔고 있어?"
"어, 정말? 어디어디…… 와, 진짜다! 티키아, 이거 봐봐!"
"콘돔가지고 뭘 그렇게 신나……. 으응? 뭐야, 이거. 왜 여기서 마력이 느껴지는 거야? ……마나 서치. 우와, 여기에 인챈트 걸려 있어."
"어? 인챈트? 무슨 인챈트? 대충 예상하기에 끼면 아마 콘돔 전체가 빛나는 인챈트야."
"푸하하하! 진짜? 랜트! 이거 하나 사보자!"
"랜트의 사이즈에 맞을까?"
"랜트가 줄이면 되지 않아?"
"하, 하으……."
엘시는 장신구들에 눈이 팔려있었는데 니냐 씨, 노아, 티키아 씨의 대화를 듣고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참고로 우리를 안내해주던 렐리아 씨도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죄, 죄송합니다, 랜트 님…… 그…… 솔의기념품점에서는 보통 성인용품도 같이 파는지라……."
"하, 하하…… 아니에요. 이것도 문화인걸요."
"오오…… 뭐야 이거, 저번에 랜트랑 만든 거랑 비슷한 거 있어."
"쌍딜도네? 어머 유연한 거 봐."
"으응? 뭐, 뭐야? 랜트가 그런 것도 만들었어?"
"아아~ 그러고 보니 티키아는 몰랐지? 분신 만들기 전에 있지 몇 번인가 랜트가 마나웨폰으로 만들어서 니냐랑 연결해서 랜트 자지 빤 적 있었어~."
"그때는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어♡ 후훗, 오랜만에 다시 해볼까? 이번엔…… 티키아, 같이 할래?"
"으, 으음…… 나, 나는 좀 그런 건……."
"엘시랑 한다면 거부 안 할 거면서~."
"노, 노아, 볼 찌르지 마!"
"티, 티키아? 저랑은 할 수 있는 건가요?"
"으응?! 아, 아니…… 그…… 엘시라면 노아나 니냐처럼 장난도 안칠 것 같고…… 래, 랜트가 원한다면야……."
모두 새로운 장소의 가게에 와서 들뜬 건 알겠는데 그런 대화는 자제해줘.
"……래, 랜트 님?"
렐리아 씨의 시선이 아프다.
"아, 아하하……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연인분들도 그…… 행복해하신 것 같으니 제가 뭐라 할 자격은 없죠. 그…… 크흠, 연인분들끼리도 사이가 좋아 보여서 다, 다행이군요."
"아하하……."
기념품점을 들린다음에는 옷가게도 들려봤다.
"와, 이거 봐봐! 남편을 유혹하는 신관복 버전이래! 가슴골 엄청 뚫려 있어!"
"센스 좋은데?"
"래, 랜트도 이런 거 좋아하겠죠?"
"구멍 난 속옷도 팔고 있네."
"다, 다음으로 갑시다!"
그 후에도 여러 가게나 관광명소를 들렀다.
가게는 뭔가 성적으로 개방된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관광명소에 관해서는 이미 있는 커플들이 뜨겁게 키스를 하거나.
"자기야! 못 참겠어! 연습하러 가자!"
"응, 그래 자기야! 잔뜩 연습하자!"
하고 어느 한 여관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연습이라는 건 아마…… 내가 어제 한 그 연습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엘시는 조금 부끄러워하긴 했지만, 노아나, 니냐 씨, 티키아 씨는 그닥 놀라 하진 않았다.
하지만 우리를 안내해주신 렐리아 씨는…….
퍼억!
"젠장! 이놈의 수도는 왜 이런 곳밖에 없는 거냐!"
우리에게서 좀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나무에 주먹을 치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렐리아 씨는 아무리 밖에서 임무를 했다고 해도 솔의 개방적인 분위기에 11년 이상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다.
정작 이렇게 안내하면서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걸 보아 혹시 평소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았던 게 아닐까?
나는 렐리아 씨에게 다가갔다.
"저기…… 렐리아 씨."
"헛!? 죄, 죄송합니다.랜트 님. 소, 소개해준 곳마다 그……"
"아니요, 그건 괜찮아요. 그보다 렐리아 씨는 솔을 잘 돌아다니지 않으셨나요?"
"윽! 그, 그게, 그…… 부끄럽습니다만 사실 이번 안내하는 장소도 부, 부하들이 짜준 거라서…… 최대한 얌전한 곳을 고르라고 말했는데 그 녀석들……!"
렐리아 씨의 주먹이 파르릇 떨렸다.
"으음…… 아마 어딜 소개해도 똑같았지 않았을까요?"
내 말에 렐리아 씨는 푹 고개를 떨궜다.
"그, 그것도 그렇…… 겠네요."
"렐리아 씨는 평소에 안 돌아다니셨어요?"
"……제가 말하기도 뭐합니다만. 이곳에 정착한 후로도 맞선을 보는 날이 아니면 거의 숙사에서 일을 하고…… 일이 다 끝나면 훈련하거나 곧바로 자기에…… 그닥 둘러보지를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만큼 렐리아 씨가 성실하시다는 거잖아요."
"고맙…… 습니다."
그 후 조금 더 돌아다닌 후에 우리는 렐리아 씨가 소개해준 가게에서 가서 음식을 먹었다.
나눠준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점심에도 불끈불끈!
이라는 문장이 들어간 걸 보아 정력 붙는 음식에는 아주 자신 있는 가게 같았다.
안내해주셨기에 렐리아 씨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기로 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도중 렐리아 씨는 고개를 숙이며 모두에게 사과를 했다.
"정~~ 말 죄송합니다. 에스칼에 사시는 여러분들에겐 자극이 강한 가게로만 데려가게 돼서 정말로……."
렐리아 씨의 진심이 담긴 사과에 가장먼저 엘시가 말했다.
"아, 아니에요, 렐리아 씨. 그…… 조금 자극이 강했지만…… 괘, 괜찮아요! 저, 저도 솔리신의 신관인걸요. 새, 생명과 창조를 권장하는 모습이 조, 좋다고 생각해요!"
"난 구경하면서 재밌었으니까 괜찮아~ 그치, 니냐?"
"맞아. 오히려 서큐버스로서는 여긴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걸?"
"니, 니냐 님은 서큐버스이셨나요?"
"정확하게는 서큐버스하고 엘프의 하프예요. 아, 거부감 살짝 있었나요?"
"아,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큐버스라서 차별하는 건 지금에 와서는 매우 구시대적인 인식입니다. 오히려 마왕이 없는 지금서큐버스야말로 솔리신의 가르침에 가장 이상적인 종족이라고도…… 대신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정말요? 기뻐라~."
"저기…… 저에게 존대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렐리아 씨는 저보다 연상이잖아요?"
"윽…… 네. 올해로 32살입니다……."
"후훗, 그럼 렐리아 언니라고 불러야겠네요?"
"어, 언니……?"
"싫나요?"
"조, 좋으실 대로 불러주십시오."
왠지 니냐 씨는 매우 렐리아 씨가 마음에 드신 것 같다.
"저기…… 티키아 님은 거북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딱히? 뭐…… 미스 솔라리오라는책을 전 세계적으로 파는 나라니까. 이럴 수도있다고는 생각했어."
"윽……."
미스 솔라리오라는 말이 나오자 렐리아 씨가 엄청 식은땀을 흘렸다.
"저, 저기…… 티키아 님은 미스 솔라리오를 보신 적…… 있나요?"
"아니, 스승은 자주 봤지. 나는 딱히 관심 없었어."
"휴우…… 그, 그러시군요."
"하지만 랜트는 매달 사서 보는 것 같던데."
"네?"
"윽!? 티, 티키아 씨? 언제 그걸……."
"응? 저번에 마법도시 갔을 때도 샀었잖아. 그리고 이번에도 사서 방에서 혼자 읽고 있던 거 보이던데."
"아, 나도 알아. 아침에 일어났는데 랜트가 오오…… 하면서 보고 있더라."
"노, 노아도?!"
"그보다 다들 알고 있을걸? 가끔씩 그 잡지 참고해서 랜트랑 할 때 옷도 정하고 있고."
앗!?
그러고 보니 최근에 모두 은근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컨셉의 옷을 준비했었던 건 그게 이유였던 건가!
모두 사랑의 힘으로 눈치챈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 잡지를 읽고 다 준비하는 것도 사랑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요?』
그것도 그렇네요.
모두 고마워! 사랑해!
"래, 랜트…… 님?"
아.
렐리아 씨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나를 보고 있다.
"그…… 보고 계시는 건가요. 미스…… 솔라리오……."
여기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네."
"그…… 그렇다면 혹시…… 그…… 그게…… 제, 제가 나온 월호도……."
"……무, 무척 예쁘셨어요!"
"……."
렐리아 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를 쥐어 싸매며 가까스로 쥐어짜듯이 말했다.
"가, 감사…… 합…… 니다……."
"어? 뭐야? 혹시 미스 솔라리오에 나온 거야? 이 사람? 으음? 그러고 보니까 본 것 같기도……."
티키아 씨! 지금은 조용히!
그때 노아가 짝하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아~!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는데! 미스 솔라리오에 나왔던 사람이구나! 엘시랑같이 도서관 갔을 때 봤어!"
"어머, 이제 알아챘어, 노아?"
"으응? 니냐는 알고 있었어?"
"처음 볼 때부터♪ 그렇게 모두가 보는 책에 나와서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활동을 하다니…… 나 존경하고 있어♪"
니냐 씨가 렐리아 씨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건 바로 그 점이었나 보다.
"에? 어? 으응?! 미, 미스 솔라리오라니 뭐예요!?"
아무래도 엘시만 모르고 있었나 보다.
그런 점도 귀여워, 엘시!
"미스 솔라리오라는 건 있지…… 속닥속닥."
노아가 엘시에게 귓속말로 전해줬다.
"하읏!?"
엘시의 얼굴이 단번에 빨개지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머리를 싸맨 렐리아 씨는 수치를 못참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