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9화 〉438화-광신도
렐리아 씨가 수치심에 비명을 내지르는 사건이 있었지만, 그 후 렐리아 씨는 비명을 질러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그다음 곧바로 음식이 나왔기에 우리는 일단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니냐 씨가 어떻게 미스 솔라리오에 나가게 됐냐는 질문에 렐리아 씨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대, 대신관님의 추천이 있어서입니다."
라고만 대답했다.
더 이상 물어보면 렐리아 씨가 또 비명을 지를 수 있기에 나는 우선 그런 질문을 삼가자고 니냐 씨에게 말했다.
니냐 씨는 아쉬워했지만 이런 부분은 일부러 건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점심을 다 먹은 후.
노아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렐리아 씨에게 물었다.
"있지있지, 렐리아 씨~."
"네, 네…… 노아 님."
렐리아 씨는 노아가 미스 솔라리오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게 아닐까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행히 노아가 하는 질문은 다른 종류의 질문이었다.
"렐리아 씨는 성기사단의 단장이잖아?"
"아, 네. 제13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럼 렐리아 씨는 얼마나 강한 거야?"
"강함…… 말입니까?"
"응. 기사단장이라고 하면 플단으로 치자면 얼마나 강할까 싶어서. 내일은 다 같이 조사 임무를 하더라도 같이 다니잖아? 렐리아 씨가얼마나 강한지 궁금해."
"그러시군요. 후우……."
렐리아 씨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물론 저는 랜트 님에비하면 발끝에도 못 미칠 겁니다."
"아니, 그건 누구나 그럴걸?"
"하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범람의 해결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랜트 님과비교할 분은 거의 없겠죠. 그럼 랜트 님을 제외하고 말씀드리자면…… 아마 플단의 A랭크 모험가분들과 비슷한 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오, 그렇구나."
"네. 자만이 아닙니다만, 저는 꽤 강한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이 지위를 얻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하긴 한 나라의 기사단의 단장이라는 사람이라면 플단의 A랭크 모험가 수준의 실력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구나~♪"
노아가 능글맞으면서도 호기심과호전성이 드러난 표정을 짓고 있다.
"있지, 렐리아 씨. 한번 대련해봐도 돼?"
"대련 말인가요?"
"응! 관광은 충분히 한 거 같고…… 저녁때까진 시간 있으니까 렐리아 씨가 얼마나 강한지 나 체험해보고 싶어!"
"노, 노아. 갑자기 대련을 신청하면……."
"괜찮습니다, 엘시 님.좋습니다, 대련을 합시다. 식후 운동도 할 겸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어머, 그렇다면 나도 참가할래. 렐리아 언니가 얼마나 강한지…… 나도 궁금하거든♪"
"니, 니냐 님도 말씀이십니까? 네, 물론 얼마든지 상대해드리겠습니다."
언니라는 호칭이 익숙하지 않아서 주춤한 렐리아 씨.
하지만대련이라는 주제이기에 곧바로 니냐 씨의 신청도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대련하기 좋은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계산을 마친 뒤, 우리는 렐리아 씨를 따라갔다.
그리고 렐리아 씨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대련하려면 이곳이 제일 좋죠."
솔의 모험가 길드에 있는 훈련장이었다.
"여기구나……."
"뭐, 당연히 여기겠지."
"보통 모험가들은 여기를 쓰지는 않지만, 직원들이 관리하니 환경은 좋습니다. 두 분은 훈련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신가요?"
"이용한다면 아마 플단에서 가장 많이 이용할 거라고 생각해~."
"노아랑 내가 많이 대련을 하거든요."
"그러시군요. 던전에서만이 아닌 밖에서도 실력을 키우려는 그 자세. 무척이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스 솔라리오에서 완전히 화제가 벗어나니 렐리아 씨의 표정이 밝다.
"그럼 대련을 시작하도록 합시다. 누구부터 상대하실 겁니까?"
렐리아 씨는 어느새 손에 방패와 한손검을 꺼내 들고 자세를 잡았다.
"어? 렐리아 씨, 그건……."
"네, 인벤토리입니다. 단장이 되면 지급받는 물품입니다."
5천 골드짜리의 인벤토리도 단장이 되면 위에서 지급을 해주나 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게 있었다.
미스 솔라리오에서 봤던 렐리아 씨의 주무장은 분명 활이었다.
"렐리아 씨, 활은 안 쓰시는 건가요?"
"아…… 대련하는데 활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물론 제 주무기는 활입니다. 하지만 성기사로서 많은 경험을 해왔기에 웬만한 무기는 모두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오오, 웨폰 마스터라는 소리네요. 멋져요!"
"웨, 웨폰 마스터라니…… 쑤, 쑥스럽군요."
렐리아 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하실 때 노아가 번쩍 손을들었다.
"나!나부터 할래!"
"노아 님부터군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해~!"
노아와 렐리아 씨가 대련하기로 정해졌기에 우리는 우선 거리를 두며 물러났다.
"노아, 보조 마법 걸까요?"
"아니! 이건 내 힘으로만 해봐야지!"
스윽 하고 노아가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으며 자세를 잡았다.
"언제든 오십시오, 노아 님."
"그럼 갈게~! 하아아앗!"
그리고 노아는 렐리아 씨를 향해 덤벼들었다.
◈
"허억…… 허억……."
대련이 시작된 지 30분 후.
노아는 숨을 헐떡이며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어, 엄청 단단해……."
노아는 열심히 렐리아 씨를 향해 공격을 했다.
하지만 렐리아 씨는 노아의 모든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고 튕겨내며 때로는 검을 휘둘러 견제하기까지도 했다.
노아가 쉐도우 스텝을 써서 속도를 올리고 순간적으로 마력을 강화해서 뒤로 돌아 공격을 해도 렐리아 씨는 아주 능수능란하게 노아의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그야말로 철벽이라는 느낌이었다.
"노아 님, 좋은 움직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격에 끝내려는 경향이 너무 움직임에 두드러져 있습니다. 마물을 상대하실 때는 유효하실 겁니다만 좀 더 공격이 안 통하거나 피하는 적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거기에 적절한 충고까지 하신다.
"으으…… 하피를 사냥할 때도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피도 일격에잡으니까 어느새 또 나쁜 버릇 들었나 보네."
그리고 노아는 그런 렐리아 씨의 충고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했다.
"이야, 근데 렐리아 씨, 진짜 강하다. 니냐보다 강한 거 아니야?"
"확실히 지금 렐리아 씨는 나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해. 랜트, 창 좀 꺼내줘♡"
"네, 니냐 씨."
인벤토리에서 니냐 씨의 창을 꺼내서 건넸다.
니냐 씨는 빙글빙글 창을 돌리면서 노아 쪽으로 다가갔다.
"노아, 잠시 쉬고 있어. 이번에는 내가 대련하고 싶어."
"후우…… 알았어. 힘내, 니냐."
"후훗, 노아의 스승으로서~ 최선을 다할게♪"
"다음은 니냐 님이시군요. 언제든지 와주십시오."
"네~ 렐리아 언니♪"
"어, 언니라는 말은 역시 익숙하지가 않군요……."
언니라고 부르는 계기가 계기니 더욱 그러지 않을까?
"후훗, 익숙해지면 오히려 좋을지도 몰라요?"
휘리릭하고 창을 휘두르며 니냐 씨는 진지하게 자세를 잡으셨다.
"잠깐만 봐도 알겠어요. 렐리아 언니는 저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라고요. 플단의 A랭크 모험가라도 이겨버릴 수 있을걸요?"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라이트닝 인챈트."
파지지지지지직!
니냐 씨는 단숨에 자신의 주위에 번개를 둘렀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갈게요!"
타악!
니냐 씨가 번개가 쏘아지는 것처럼 나아가 렐리아 씨를 향해 찌르기를 시도했다.
"후우…… 흡!"
키기기기기긱!
하지만 렐리아 씨는 방패로 니냐 씨의 창을 흘려 받았고 그대로 니냐 씨를 향해 검을 내지르셨다.
"읏!"
니냐 씨는 몸을 크게 회전시키면서 렐리아 씨의 방패를 지지대로 쓰면서 창을 휘둘러 공격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니냐 씨가 휘두르는 창의 힘이 최대로 들어가려는 순간 렐리아 씨는 방패를 살짝 뒤로 빼면서 니냐 씨의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핫!"
방패를 힘을 주며 앞으로 내밀었다.
카아앙!
니냐 씨는 양손으로 창을 잡으며 렐리아 씨의 방패 가격을 막으면서 뒤로 날아가며 낙법을 펼쳐서 착지했다.
니냐 씨는 이마에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강해. 정말로."
"니냐 님도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세에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제 방패를이용해 연격을 하려는 행동의 대담함. 그리고 균형을 잃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창을 잡고 제 방패를 막는 건 제 부하들도 쉽사리 할 수 없습니다."
"충고를 말하자면?"
"아직은 없습니다. 좀 더 실력을 보여주시죠."
순간 니냐 씨의 미소가 호전적으로 변했다.
오랜만의 멋진 니냐 씨의 웃음이다.
"알았어."
그리고 니냐 씨는 전기를 여전히 몸에 두른 채 렐리아 씨를 향해 돌진했다.
◈
그리고 30분 후.
"하아…… 하아……."
결국 니냐 씨도 렐리아 씨에게 공격을 맞출 수는 없었다.
그래도 노아보다는 확연히 렐리아 씨가 막기보다는 회피하는 동작이 많았었다.
니냐 씨가 공격을 멈추자 렐리아 씨는 지도하는 교관처럼 니냐 씨에게 말했다.
"니냐 님은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움직임이 중간중간에 너무 위험을 감수하는 면이 큽니다. 대담한 공격은 상대를 당황 시키면서 틈을 노리기는 좋습니다만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법입니다."
"당황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그러시다면 평소에 아슬아슬한 간격의 유지하는 식의 대련을 하셨나요? 예를 들면 랜트 님과 말입니다."
"……정답이에요."
"흐음, 그러시군요. 랜트 님의 실력이시라면 분명 니냐 님을 다치지 않게 하고 공격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움직임에 경계는 하고 있어도 자신은 공격을 맞지 않는다는 안일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고치시면 더욱 날카롭고 더욱 정확한…… 그리고 스스로도 안전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겁니다."
"마음 깊이 새겨듣겠어요."
니냐 씨는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고 렐리아 씨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니냐 님은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잡혀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단련만 착실하게 하면 그 상태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신체 능력만 더 올리면 된다는 소리인가요?"
"아니요. 분명 성장하면서 니냐 님만이 발견하실 수 있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으실 겁니다. 그것을 거쳐 가면서 더욱 완성되어 가는 것이죠."
렐리아 씨의 말을 듣고 니냐 씨는 고개를 숙였다.
"조언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니냐 님의 도움이 됐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결국 노아도 니냐 씨도 렐리아 씨의 상대가 되진 않았다.
노아도 많이 성장하고 니냐 씨도 A랭크 모험가만큼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렐리아 씨는 정말로 강하셨다.
역시 한 나라의 기사단의 단장을 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소리겠지.
"우와, 니냐가 저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거 랜트랑 대련하는 거 본 이후론 처음이야."
"렐리아 씨…… 정말 강하세요."
"괜히 기사단장이 아닌 거겠지. 전위가 아닌 내 눈으로 봐도 엄청나. 거기다…… 존재력도 굉장하고."
그러고 보니 티키아 씨는 존재력의 정도도 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티키아 씨, 렐리아 씨의 존재력은 어느 정도예요?"
"으음…… 크라이그랑 아만다라고 있지? 그 웃옷을 거의 다 까거나 속옷이나 다름없는 옷을입은 A랭크 모험가 커플."
"네."
"내가 봤을 때 그 둘의 존재력보다는 강한 존재력을 가지고 있어."
"오오."
그 말은 렐리아 씨는 A랭크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플단은 이미 랜트가 있고…… 애초에 랜트하고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는 S랭크 인정받아도 될걸?"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티키아 님."
렐리아 씨가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티키아 님은 존재력이 보이시는 건가요?"
"아, 응. 엄청난 존재력이던데? 랜트만큼은아니지만."
"이래 봬도 기사단장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임무와 고난을 헤쳐나왔습니다. 그 도중에 승격도 많이 했으니…… 존재력만큼은 자신이있습니다. 물론랜트 님에게 비교할 바는 안 되겠지요."
"우와, 그럼 니냐랑 나 실제로는 S랭크나 다름없는 사람하고 대련한 거야? 어쩐지 속수무책이더라."
"노아,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안 돼?"
"히히힛, 물론이지! 향상심은 중요한 거잖아?"
노아와 니냐 씨는 렐리아 씨와의 대련으로 많은 걸 깨달은 걸로 보인다.
이걸 계기로 두 사람이 더욱 성장할 거라고 생각하니 매우 흐뭇해집니다.
"랜트 님."
"응? 네, 렐리아 씨."
노아와 니냐 씨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렐리아 씨는 나에게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대련 한번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이번에는 내가 렐리아 씨랑 대련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