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0화 〉439화-광신도
"저랑요?"
"네. 노아 님과 니냐 님과대련하고 나니…… 이 기회에 랜트 님과도 대련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플단의 영웅. 범람을 이겨내신 플단의 유일한 S랭크 모험가이신 랜트 님의 실력을 한번 체험해보고 싶습니다."
렐리아 씨의 눈동자에는 어딘가 대련할 대의 노아와 니냐 씨와도 같은 기대와 호전적인 모습이 보였다.
즉 활기가 넘치는 매력적인 여성의 눈동자다.
그런 눈동자의 시선을 받고 내가 거절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렐리아 씨는 친절하게도 노아와 니냐 씨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도 해주셨다.
그런 렐리아 씨가 원하는 게 나랑 하는 대련이라면 얼마든지 상대하자.
"알겠어요."
나와 렐리아 씨는 훈련장 중앙에 가 서로 거리를 벌렸다.
내가 자세를 잡자 렐리아 씨는 인벤토리에 한손검과 방패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응? 검과 방패 안 쓰세요?"
"랜트 님을 상대로 방패를 들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기…… 저도 힘 조절해서 칠 거예요."
"네, 그러시겠죠. 하지만 이왕 랜트 님과의 영광스러운 대련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러니 가장 자신 있는 활은 아니라도……."
렐리아 씨의 양손에 조금 두텁고 길이가 긴 양손검이 쥐어졌다.
"제가 두 번째로 자신 있는 무기로 대련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이유라면야 더 이상 왈가불가할 이유는 없었다.
"렐리아 씨는 어떤 대련을 원하시나요?"
"선택지가 있는 겁니까?"
"제가 힘 조절을 해서공격을 주고받는 형식과…… 제가 속도 조절을 해서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공격을 서로 회피하는 형식이에요."
"과연…… 니냐 님과 노아 님의 움직임 특이한 성향을 보이는 건 랜트 님이 말씀하신 후자의 방식으로 주로 대련을 해서 그런 거였군요."
으음, 왠지 나쁜 방식으로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듣는 것 같아 조금 마음에 찔립니다.
"솔직히 제 공격이 랜트 님에게 얼마나 통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건 자만이 아닙니다만, 저는 솔라리오에서 손꼽을 실력자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네, 그러시니까 기사단장이 되신 거겠죠."
"그렇습니다. 저는 이 지위에 자신과 자부를, 그리고 저에게 이 지위를 내려주신 대신관님에 대한 감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술 취할 때는 실컷 대신관님을 욕했지만요.
"그렇기에."
렐리아 씨는 양손검을 두 손으로 강하게 쥐며 자세를 잡았다.
"조금이라도 제 공격이 랜트 님에게 통하지는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전자의 방식으로부탁드립니다."
씨익 살작 호전적인 미소를 지으며 렐리아 씨는 말했다.
"솔라리오 성기사단 제13기사단 단장 렐리아. 지금부터 진심을 다하여 임하겠습니다."
렐리아 씨의 말에 맞춰나도 일단 그럴싸한 말을 내뱉었다.
"플단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 랜트. 렐리아 씨의 진심을 받아들이며 임하겠습니다."
아아, 왠지 모르게 중2스러운 대사에 심금이 울려집니다.
『랜트는 참 이런 거 좋아하네요.』
마음은 언제나 젊게 있고 싶은 법입니다.
"갑니다!"
우우웅!
순간 렐리아 씨의 온몸에서 마력이 순환했다.
푸르고 맑은 느낌이 느껴지는 마력이 렐리아 온몸을 맴돌고 순간적으로 발에 집중된 때 렐리아 씨는 땅을 박차며 나에게 돌진했다.
순간적인 속도를 따지자면 니냐 씨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
렐리아씨는 검을 아래에서 위로 대각선 방향으로 베어 올렸다.
부웅!
거센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렐리아 씨의 양손검이 나를 덮쳐온다.
이게 노아나 니냐 씨와 같은 방식이었다면 이 검을 피하고 아슬아슬한 속도로 렐리아 씨에게 주먹을 내질러겠지만.
카아아아앙!
나는 마나웨폰으로 손에 건틀렛을 만들어 렐리아 씨의 참격을 막았다.
"역시 이 정도는 쉽게 막으시는군요,"
"이번엔 제 차례예요."
렐리아 씨의 힘은 방금 일격으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쥔 다음 렐리아 씨가 대응할만한 속도에 맞춰 나는 오른발로 올려 찼다.
"읏?!"
쩌어어엉!
렐리아 씨는 곧바로 내 움직임에 반응하여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양손검의 옆면으로 내 발차기를 받아내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날아간 렐리아 씨는 곧바로 낙법을 펼치며 땅에 착지해 자시의 양손검을 바라봤다.
"대단하십니다, 랜트 님. 이 정도도 당연히…… 힘 조절을 하신 거겠죠?"
"네."
어차피 렐리아 씨는 내 별명을 알고 있으니 괜한 거짓말을 해봤자 쓸모가 없다.
나는 가슴을 팍팍 두드리며 렐리아 씨에게 말했다.
"렐리아 씨, 좀더 강한 공격을 하셔도 돼요."
방금 일격이 렐리아 씨의 전력이 담겼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후우…… 알겠습니다. 처음에는 간 보기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렐리아 씨는 검을 다시 바로 쥐며 말했다.
"랜트 님, 솔직히 말씀해주십시오. 지금 랜트 님이 보기에 제 공격은 통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전혀 안 통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그럼 랜트 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대련 방식을 바꿔주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저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속도를 내는 조건을 만들어 랜트 님에게 임하겠습니다. 랜트 님은 노아 님이아 니냐 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저를 상대해주십시오."
"알겠어요."
나는마나웨폰으로 만든 건틀렛을 해제하고 자세를 잡았다.
바로 그때.
"마장 개방."
우우우우웅!
렐리아 씨가 그 말을 한순간 렐리아 씨가 들고 있는 양손검에서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검 중앙의 푸른 보석이 박힌 곳에서 마력이 흘러나와 검을 둘러싸고 있다.
"렐리아 씨, 그건……."
"브리단에서 쓰이는 마장이라는 무기의 활용법입니다. 무기에 담긴 마력을 해방시켜 무기의 위력과 소유자의 신체 능력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쿠웅!
렐리아 씨는 크게 오른발로 땅을 밟으며 말했다.
"영역 전개!"
렐리아 씨를 중심으로 훈련장 전체를 마력의 장막이 감쌌다.
"이것은 제 비장의 무기입니다. 제 마력이 충만한 영역을펼쳐 이 영역 안에서 제 모든 신체능력을 향상시키는 스킬입니다."
"오오……."
렐리아 씨가 보여준 마장과 스킬.
모두 뭐랄까…… 매우 남자의 마음을 자극하는 기술들이었다.
"이 2개를 동시에 쓰는 건 정말이지 오랜만입니다만…… 오히려 랜트 님을 상대로는 이것도 부족하겠지요. 허나 이것이 저의 전력입니다. 그러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렐리아 씨는 검을 나에게 겨누며 말했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렐리아 씨는 방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땅을 박차 단숨에 나와의 거리를 좁혀 검을 휘둘렀다.
◈-렐리아SIDE
랜트 님과의 대련.
그 감상을 말하자면 압도적 강함이라는 걸 실감했다는 것이다.
기사단장이 된 후로 지급받은 마장 양손검을 개방하고 비장의 무기인 영역 스킬까지 전개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든 건 2년 전 베히모스를 토벌할 때 이후로 처음이다.
그때는 혼자서 가까스로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하아아압!"
부우우웅!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랜트 님을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느껴진다.
랜트 님은 정확히 여유롭게 내 공격의 속도를 궤적을 전부 파악하고 계신다.
그뿐만이 아니다.
"흐읍!"
부우우우웅!
"읏?!"
검격을 피함과 동시에 내질러지는 매서운 주먹.
그 위력은 베히모스가 휘두르는 발톱보다도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명중했다간 내 머리가 몸이 단숨에 산산조각이 될 정도의 위력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피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속도로 제한되어 있다.
알고 있다.
만약 내가 피하지 못하더라도 랜트 님은 도중에 멈추실 것이다.
하지만 수없이 임무를 수행한 몸이 직감이 전력으로 당장 피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만큼 랜트 님의 공격은 정말로 전력으로 피해도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갈 정도의 공격이었다.
확실히 이런 공격을 계속 받으면 니냐 님과도 같은 버릇이 생기고 만다.
너무나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과도 같은 공격.
그 공격을 받을 때마다.
좀 더…….
좀 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
아직 내가 더 나아가야 할 수준이 어디인지를 가르침 받고 있는 것 같다.
이게 랜트 님.
이게 플단의 S랭크 모험가.
던전의 범람이라는 재앙을 끝낸 위대한 영웅.
아직 20살인 어린 나이에 이러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세상에는 이런 전설에 나올만한 인물이 실존한다는 사실에 가슴을들뜨게 만들었다.
절대로 내가랜트 님에게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순간은 오지 않겠지.
그렇다면…….
"하아아아아아아앗!"
내 모든 힘을 쥐어짜 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자.
이미 내 마음은 랜트 님과의 실력확인을 위한 대련에서 떨어져 마치 솔라리오에 와서 강해지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는…… 젊은 날의 그때와도 같은 향상심이 온몸을 맴돌았다.
◈-랜트SIDE
렐리아 씨와의 대련은 30분 동안 쭉 이어졌다.
렐리아 씨는 쉴 새 없이 마력을 온몸에 순환시키며 니냐 씨의 창놀림보다도 매섭고 빠르게…… 아니, 제이슨 씨와 비등할 정도의 속도로 양손검을 휘두르셨다.
단순히 검을 휘두를 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기습적인 발차기도 날리면서도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아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움직임에는 모두 균형이 잡혀 있었고 언제나 반격을 대비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말하자면…… 진짜 산전수전 다 겪어온 역전의 용사 같은 느낌이다.
움직임이 다 보이긴 했지만, 렐리아 씨의 움직임은 예술적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깨끗하고 멋졌다.
중간중간 내가 속도를 조금 높여서 내지를 때도 곧바로 반응해서 내 주먹을 피하려면 어떤 움직임을 해야 하는지 곧바로 판단해서 피하는 움직임이 정말로 예술적이었다.
"하아…… 하아…… 고맙습니다, 랜트 님……."
하지만 그런 시간도 렐리아 씨가 뒤로 물러나 양손검을 땅에 꽂으며 끝이 났다.
렐리아 씨는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얼굴에서도 잔뜩 흐르는 닦아내며 말했다.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렐리아 씨는 매우 개운한 표정을 지으셨다.
운동 후 땀을 흘리며 저런 표정을 짓는 여성의 얼굴은 개인적으로 매우 호감이 갔다.
나랑대련한 후의 니냐 씨와 노아가 저런 느낌이다.
"저도 렐리아 씨와 대련해서 즐거웠어요."
"즐거우셨다니…… 다행이군요. 혹여 제 실력이 랜트 님의 기대에 못 미쳐 지루하시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럴 리가요.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로 멋졌어요."
"맞아맞아~♪"
그때 니냐 씨가 우리에게 와서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었다.
"렐리아 언니 정~말 최고였어요. 랜트와 대련하면서 그렇게 격렬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모든 움직임에서 경지가 엿보이는 모습이…… 저에게도 많은 공부가 됐어요."
"니냐 님의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군요."
니냐 씨에 이어 노아도 우리에게 와 두 손을 머리에 대며 감탄했다.
"이야~ 대련할 때도 느꼈지만 렐리아 씨, 진짜 강하다. 있지, 랜트. 지금까지 대련한 상대 중에서 누가 제일 강했어? 역시 렐리아 씨?"
노아의 질문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으음…… 전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역시 렐리아 씨가 가장 빠르고 유연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해주신다니 영광입니다."
"후훗♪ 그럼 대련도 다 끝났으니까 몸 씻으러 가요."
나와 렐리아 씨, 니냐 씨, 노아는 대련을 끝마치고 몸을 씻었다.
물론 나는 남자 샤워실로.
3명은 여자 샤워실이다.
구경을 하던 티키아 씨와 엘시는 잠시 우리를 기다렸다.
그 후.
니냐 씨의 제안으로우리는 모험가 길드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미 밥을 먹은 후지만 노아, 니냐 씨, 특히 나와의 대련을 포함해서 3번의 대련을 거치신 렐리아 씨를 위해서 먹자는 니냐 씨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식사라고 해도 저녁때까지 배가 너무 고프지 않고 적당히 안주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거다.
"격렬하게 몸을 움직인 다음에 마시는 술은 좋지 않나요?"
식사라는 핑계로 니냐 씨는 렐리아 씨와 함께 술을 마시며 친목을 다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확실히…… 그 말은 동감합니다. 특히 임무를 마치고 난 후에 마시는 한 잔은…… 각별합니다."
렐리아 씨가 찬성을 하니 아무도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니냐 씨만이 아니라 노아도 엘시도 티키아 씨도 좀 더 렐리아 씨랑 사이가 좋아지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으허어어어어엉!!! 내 인생 어떡해애애애애애!! 흐어어어어엉!!!"
렐리아 씨가 술을 마시면 매우 술주정이 심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