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46화 〉445화-광신도 (446/818)



〈 446화 〉445화-광신도

촌장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아아, 성욕! 쾌락! 그건  세상에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 그것들은 인간을 어리석게 하고 그릇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악한 욕구!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맞습니다!""

"솔리신은 자비를 내려주셨겠지. 하지만 더 이상 인간에게 그러한 자비는 필요 없다! 우리는! 솔리신의 손길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나, 모두!"

""맞습니다! 맞습니다!""

일제히 합창을 하듯 말하는 게 무슨 세뇌 종교집단 같다.

"그렇기에 우리 신의 자비 근절회는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왔지!"

그때  청년이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촌장님! 아아, 촌장님!"

"왜 그런가. 게일!"

"아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저의 죄를 고백하고 싶습니다!"

"말해보거라, 게일!"

"사흘 전! 이 마을을 떠난 일행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일행에게 성욕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더 상세히 말해 보거라!"

"분홍의 양 갈래머리를 한 음란한 복장을 한 엘프에게 강한 성욕을 느꼈습니다!  커다란 가슴! 사각으로 트인 틈 사이로 보이는 배꼽! 그리고 튼실해 보이는 새하얀 허벅지에 성욕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사일런스."

자그맣게 말하며 사일런스를 펼치는 엘시.

그 후 니냐 씨가 입을 열었다.

"어머…… 누군가 했더니 유난히 나에게 강한 시선을 보내던 사람이네?"

"성욕은 불필요한 것이거늘…… 죄송합니다, 촌장님!"

"아니다, 게일! 우리는 아직 불완전하고 수행이 부족한 몸이다! 너무 자신을 나무라지 말아라!"

"아아, 촌장님!"

그때 다른 청년들도 일제히 손을 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촌장님!"

"저도 죄송합니다, 촌장님!"

청년들은 일제히 자신들이 느낀 성욕에 대해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신관으로 보이는  청초한 여인의 커다란 가슴에! 걸을  살짝 보이는 새하얀 허벅지 살에 성욕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하읏!?"

"고양이 묘인족 여인의 잘록한 허리와 트인 가슴골에 강한 성욕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오오……."

"하악…… 하악…… 쬐, 쬐끄만 그 몸에 새로운 성욕을 일깨우고 말았습니다!"

"……지금 마법  날려도 돼?"

"참아주세요, 티키아 씨."

남자만이 아니라 여성 또한 손을 들며 외치기 시작했다.

"저도 그 하인이라는 벤에게 강한 성욕을 느끼고 말았습니다!그 다부진 근육과 순한 얼굴! 그 조합이 너무나도 성욕을 이끌게 했습니다!"

끄덕끄덕

왜 고개 끄덕이는 거예요, 티키아 씨?

 후에도 몇몇 남녀들이 손을 뻗어 자신이 우리들에게 느꼈던 성욕에 대해 해설했다.

내 사랑스러운 연인들만이 아니라 나도 마을 여성들의 성욕의 대상이 되었다니…… 매우 복잡한 기분입니다.

다만 그 성욕을 느끼는 대상에 렐리아 씨는 없었다.

렐리아 씨도 그걸 눈치챘는지…….

"어차피  같은 건……."

주먹을 불끈 쥐며 조금 분해하고 있었습니다.

"조용! 조용히! 다들 잘 들었네. 아직도 우리는 수행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알았어."

촌장은 마을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성욕을 없애기 위해 쾌락을 없애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지.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렇게나 무력하다는 걸  알 수 있지. 그렇기에! 아아, 그렇기에 우리는 혼자만이 아닌 자연의 힘을 빌리기로 하지 않았는가!"

""오오오오오!!""

자연의 힘?

촌장은 마침 자신의 옆에 놓여 있는 풀을 집어 위로 들어 올렸다.

"이걸 봐라!"

"우리의 신념을 위해 발견하고 배양에 성공한 우리의 희망! 우리의 꿈의 결정인! 절성초를!"
""절성초! 절성초!""

"이것을 이용하면 어떠한 성욕이라도 어떠한 쾌락이라도 근절할 수 있다! 쓸데없이 성욕에 휘둘려 생명을 낳는 것이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이성적인 재단으로! 출산을 정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섹스에 쾌락은 불필요! 그저 마음이 통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충분히 행복해질  있다! 쾌락이 있기에 불필요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거다!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모두에게 아주 기쁜 소식이 있다! 모두 기뻐해라! 우리의 노력에 의해 오늘! 이날! 나는 마침내 절성초를 이용한 성욕근절약을 만들었다!"

""오오오오오오!!""

성욕근절약?

"자아! 이 약의 효능을 먼저 시험해보고 싶은 자는 누군가!"

"접니다! 저! 저 먼저 시험해보고 싶습니다!"

"아니에요, 저예요! 빨리 이 성욕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내가 대머리가 된 건 다 성욕이야! 성욕만 없으면 머리는 다시 자라난다! 나부터어어!"

자신이 먼저 한다고 서로를 밀치며 손을 드는 마을 사람들.

그 모습은 그야말로 광기였다.

"조요오오오옹!"

하지만 그런 광경도 촌장의 호통에 곧바로 잠잠해졌다.

"처음 시험해볼 자는…… 바로 너다, 게일."

"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게일이라는 청년이 앞으로 나왔고 촌장은 바닥에 놓인 컵을 들고 풀이 아닌 액체가 들어간 통에서 액체를 꺼내 청년에게 건넸다.

"자아! 마시는 거다, 게일!"

"네!"

꿀꺽꿀꺽하고 청년은 아무런 주저 없이 액체를 마셨다.

그리고…….

"아, 아아아! 촌장님! 사그라듭니다! 성욕이 사그라듭니다!  음란한 몸을 떠올려도 전혀 발기하지 않습니다!"

""오오오오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노력의 결정! 성욕근절약! 아직은 효과가 하루밖에 없을 거지만 앞으로 개량  발전을 시키면 우리의 염원은 언젠간 이루어지게 되는 거다! 기뻐해라! 우리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우리의 희망은! 우리의 노력으로 이룰 있는 거다!"

""와아아아아아아!!!""

커다란 마을 사람들의 함성이 공동 안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면서 생각하는   한가지.

엄청 끔찍한 약을 그들이 개발해내고 있다는 거고…… 이런 집단은 곧바로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렐리아 씨. 지금 당장 제압할까요?"

"아니요. 상황을 보아하니 아직 저 약이라는 건 개발 중입니다. 완성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니 당장 다른 마을이나 지역에서 실험을  기미는 안 보이는군요. 저희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조사입니다.

물론 이들이 당장 약을 완성해내서 다른 곳으로 유통할 속셈이었다면 신속히 막았을 겁니다만 그럴 필요까진 없어 보입니다."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떡할까요?"

"여길 나가 솔로 돌아가 보고를 하죠. 그럼 솔에서 이 마을을 향해 진압대를 보낼 겁니다. 저희의 임무는 사실상 이걸로 끝입니다."

"알겠어요."

우리는 아직도 열광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는 마을 사람들 몰래 염동력으로 이동해 공도에서 나와 촌장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랜트 님, 이런 시간에 죄송합니다만 곧바로 솔로 향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한시라도 빨리 렐리아 씨는 보고를 마치고 싶어 했다.

그런 근면한 렐리아 씨의 부탁을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다.

"네, 물론이죠! 최고 속도로 날게요!"

◈-렐리아SIDE

확실한 증거를 잡아낸 다음 나는 지금 랜트 님 일행과 함께 솔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조사는 정말로 랜트 님이 있었기에 이렇게 빨리해낼 수 있었다.

외부인이  뒤로 마을 주민들은 일제히 그러한 집회를 가지지 않은 것 같았고 분명 아무리 잠입을 하고 있어도 그건 변하지 않았을 거다.

그것을 랜트 님의 스킬로 인해 모습을 숨겨 잠복한 지 단 이틀 만에 밝혀낼 수 있었다.

주변에 안 보이는 투명한 막의 형성과 발자국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염동력을 이용한 이동.

강렬한 빛으로 생기는 그림자만 주의한다면 밤에는 인기척에 민감한 자들이 아니면 찾기도 어려운 방법이다.

솔직히…… 너무나도 편했다.

랜트 님의 방법을  첫째 날에는 솔직히 랜트 님과 다른 연인분들의 행동으로 껄끄러움과 긴장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그건 랜트 님이 마련해준 침대에서 편안히 잠을 자 전부 날아갔다.

 침대도 마나웨폰으로 만들었다는데 보통 마나웨폰은 그런 식으로 쓰일 수가 없다.

게다가 마법까지 사용하셔서 잠이 솔솔 오도록 선선한 바람까지 보내시고…….

원래는 가면만 취할 생각이었는데 결국에는 정말로 편히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둘째 날 밤에 곧바로 이렇게 증거를 잡을  있었다.

어째서 대신관님이 랜트 님 일행에게 협력을 구했는지 납득이 갔다.

랜트 님의 스킬만 있으면 얼마든지 잠복해서 몰래 감시할 수 있다.

편리하면서도 무척이나 무서운 스킬이다.

그리고 발견한 마을 주민들의 정체.

말하는 걸 보아 베인신의 광신도가 아닌 일그러진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상집단이었다.

성욕과 쾌락을 없애 솔리신의 자비로부터 독립하자는 취지.

주모자는 자신의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뼈저린 실수를 겪었던 과거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과오이자 잘못.

 경험을 통해서 성욕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것을 마치 신념처럼 주장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들은 제압대가 파견된 뒤 정상적인 관념을 가지게 하기 위한 정신치료와 상담이 이루어질 거겠지.

그리고 왔을 때보다도 빨리.

랜트 님 덕분에 나는 솔에 도착했다.

솔에 들어간 뒤 나는 랜트 님과 연인분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자고 보고는 내일 올리도록 하죠."

"네? 바로 보고해야 하지 않나요?"

"괜찮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만약 이동하는 수단이 마차였다면 아무리 새벽이라도 곧바로 대신관님에게 보고했을 거다.

하지만 랜트 님의 터무니없는 이동속도 때문에 시간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단축됐다.

게다가 상대방은 무장집단도 아닌 데다 약물의 개발도중인 이상신념 집단.

너무 급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보고를 하려면 랜트 님과 다른 분들도 참석해야 하는데…….

마렌 대신관님이 자실 때의 복장은 알몸이다.

예전에는 자신의 방에만 들어가면 옷을 벗으려고 하는 것을 내가 극구 말려서 최근에는  때만 알몸이 되도록 바꾸었다.

내가 미리 방문 너머로 옷을 입어달라고 말씀을 해도 걸치는 건 아마 연한 천 하나.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상태의 대신관님을 앞에 두고 보고를 하는 건…… 매우 뻘쭘하다.

그러니 보고는 내일 하는 게 더 좋다.

"알겠어요, 렐리아 씨는 이대로 숙사로 돌아가실 건가요?"

"네."

랜트  덕분에 편하게 자서 그다지 졸리지는 않지만, 생활 리듬을 위해 자두는 게 좋겠지.

나는 랜트님과 연인분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조사 임무에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저희도 의뢰 때문에 했는 걸요."

"오, 오히려 랜트 말고는 저흰 그다지 도움이  돼서 죄송해요……."

"아니, 엘시는 사일런스라도 펼쳤잖아. 니냐랑 티키아랑 나는 그냥 랜트랑 꽁냥댔을 뿐이고. 미안한 건 우리가 더 미안하지."

"윽…… 바, 반박할 수 없어……."

"만약 다음에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말해주세요, 렐리아 언니♪"

정말로 다들…… 선하신 분들이다.

랜트 님과 연인분들이 여관으로 돌아가고 나는 숙사로 돌아갔다.

이미 가정이 있는 자들은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고 남은 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 애들뿐이다.

……그마저도 다들 연인이 있다.

"아, 단장님? 벌써 다녀오셨어요? 혹시 도중에 챙기실 물건이라도 떠오르신 건가요?"

"아니, 조사 임무는  끝났어. 내일 대신관님에게 보고 드리고 곧바로 제압대를 보낼 거다."

"네? 벌써요? 으으응?"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이해되지만 무척이나 뛰어나신 분이 도와준 덕분이야. 아, 그런데 나렌, 잠입을 위한 설정을 짠 사람은 누구지?"

"아, 그거 말인가요? 바로 저예……."

이 녀석이냐.

곧바로 꿀밤을 먹였다.

꼬오오옹!

"으악!"

"다음부터 그딴 설정 하면 한 방으로 안 끝날 줄 알아."

"네……."

"난 이만 쉬러 들어간다."

"네, 잘 쉬세요, 단장님."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몸을 씻은 다음 자기 위한 편한 옷으로 갈아입어 침대에 누우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지금쯤 랜트 님과연인분들은 한창 즐기시고 있겠지."

마을에서 묶었을 때 들렸던 신음소리가 머릿속에서 되살아난다.

생각해보면  여러 개의 신음소리는 랜트 님이 분신을 써서각자의 방에서 한 게 아니었을까.

임무를 끝내고 다른 분들은 행복한 연인들끼리의 시간을.

나는 쓸쓸히 혼자 숙사에서 취침을.

기분이 단숨에 울적해졌다.

"……결혼하고 싶어. 연애하고 싶어. 으윽, 크흑."

왠지 모르게 눈물이 눈가에 맺히고 말았다.

이 상태로는 절대로 잠을 자긴 글렀다.

결국 평소대로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러 술집으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