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0화 〉449화-질풍과 호염 (450/818)



〈 450화 〉449화-질풍과 호염

"오호라…… 던전 크래셔라…… 어이!"

라이파는 수군거리던 남성모험가들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며 평소와 같은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던전 크래셔라면 날 굴복시킬  있다고 했지?"

"아, 그, 그게……."

"솔직히 말해."

"네! 던전 크래셔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누가 뭐래도 플단의 영웅이자 재앙을 막은 장본인이니까요!"

"거기다 카놀에서 일어난 사건 아시죠? 오우거 킹이 발견됐다는 그 사건이요."

"카놀? 아아, 있었지.오우거의 대량발생이라길래 몸 좀 뿌듯하게 풀겠다 싶어서 준비한 다음 날…… 감쪽같이 의뢰가 없어졌었지."

"그 사건도 소문에 의하면 던전크래셔가 도착해서 하루 만에 해결했다고 합니다! 오우거 킹도 단번에 잡고요!"

"뭐? 그럼 모처럼 싱글벙글하면서 준비한  마음을 단숨에 실망시킨 게 바로 그 던전 크래셔라는 거야?"

"네, 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라이파는 남성 모험가들에게서 손을 풀고 나를 향해 걸어와…… 매우 나에게 있어서 성가신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봐, 그레이시아."

"뭐야, 라이파."

"심심한데 던전 크래셔나 한  구경하러 플단에 가자!"

"……하아, 역시 그런 말을 하는군. 나는 됐어. 가려면 혼자 가."

"어이어이어이, 쓸쓸하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레이시아~. 우린 친구잖아?"

"이 캬멀에서 플단까지 가려면 적어도 3주 이상은 걸려."

"그게 뭐 어땠는데! 솔직히 너도 플단에는 한 번도  가봤으니까  보고 싶긴 했었잖아?"

"그랬긴 했지만,  계기가 너에게 휘말리는 건 싫어."

라이파가 플단에가려는 이유는 뻔하다.

그 소문의 던전 크래셔란 모험가가 얼마나 강한지 궁금해서 근질근질한 거겠지.

"쯧쯧쯧, 이건 그냥  호기심을 위해서만 아니야. 너를 위해서기도 한다고, 그레이시아."

"날 위해서라고?"

"그래! 너도 슬슬 결혼해야 할 나이고…… 아무리 네가 양녀라도 너는 어엿한 로크가의 여자잖아? 그런 네가 계속 노처녀면…… 갈프 경의 명성에서 흠이   있고 말이야."

"윽……."

"하지만  너를 아주 잘 알아~ 너도 자기보다 약한 남자하고는 결혼하고 싶지 않은 거지? 기사단에서도 우릴 상대할  있는 녀석들은 거의 없어.있다고 해도 그런 놈들은 다~ 정략결혼이 결정된 놈이고……."

째릿하고 라이파가 주변 모험가들을 쳐다봤다.

"이놈들은 내가 파격적인 조건을 걸어도 안 덤비는 겁쟁이들이야."

"……덤볐다가 다치면 우리만 손해인걸."

"그럼  다치게  봐주던가."

"그런 건 감수해야지 이것들아! 정말이지."

라이파는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플단에는 강한 모험가들이 많잖아? 거기서 성격까지 좋은놈이 있을 수도 있고 네 마음에 쏙 드는 녀석이 있을 수 있잖아."

"즉…… 나보고 자신의 신랑감 찾기에 동행하면서 나도 찾으라는 거냐?"

"바로 그거지!"

"……라이파. 너는 던전 크래셔를 남편으로 들일 생각이야?"

"응? 아니, 솔직히 그냥 얼마나 강한지 보고 싶어서야. 신랑…… 내 서방으로 삼으려고 해도 그만한 영웅이니 이미 원하는 여자는 갖고 있겠지. 난 의외로 순정파라서 말이야~ 내 남자는 나만바라보길 원한다고?"

"지금 네 행동거지를 보면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어, 라이파."

"하하하!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라고! 그래서? 갈 거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내 의견을묻는 라이파.

끄덕이지 않으면 수락할때까지 계속 달라붙을 생각이 뻔히 보인다.

"하아…… 장기간 외출이 될  같으니 서로 내일까지 준비하자."

"야호! 역시 그래야 내 친구지! 그럼 준비할 테니까 내일 아침에 만나자고!"

라이파는 방긋 웃으며 재빠르게 모험가 길드를 뛰쳐나갔다.

뛰쳐나가면서 이미 훤히 보이는 드러난 엉덩이 부분을 남성 모험가들이 빤히 쳐다보고 있다.

"크흠!"

""읏!?""

이미 저렇게 다 보이고 있고 일상적인 모습이라 딱히 나무라지 않겠지만 조그마한 주의는 필요하다.



저택에 돌아가 아버님에게 플단으로 향하는 일을 전하려고 복도를 걷는 도중.

"아, 그레이시아 누님~!"

"알렉스."

복도에서 나를 보고 알렉스가 뛰어왔다.

아버님과 똑 닮은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늑대 귀.

그리고 회색 눈동자.

나에게 없는 걸 가지고 있는 소중한 나의 동생.

"길드에 갔다 오시는 거예요?"

"맞아요, 알렉스는 뭐 하고 있었나요?"

"저는 오늘 검술에 대해서 배웠어요! 선생님이 잘힌다고 칭찬해주셨어요!"

"그건  됐군요. 아버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그레이시아 누님은 기쁘지 않아요?"

"물론 저도 기쁘답니다."

피가 이어지지 않아도 동생은 동생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님이 바쁘시면 내가 돌보기도 해서 알렉스에게는 가족의 애정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남동생이다.

"아으, 그레이시아 누님, 술 냄새가 나요."

"아, 그러나요?  잔밖에 안 마셨는데. 죄송해요, 알렉스."

"아니에요! 저도 언젠가 커서 누님하고 같이 술 마시고 싶어요!"

"후훗, 네. 알렉스가 같이 술을 마실 날을 저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럼 저는 아버님에게 볼일이 있으니 실례할게요."

"네!"

그리고 나는 아버님의 집무실의 앞에 도착했다.

똑똑똑

"누구지."

"아버님, 접니다."

"들어와라."

문을 열고 아버님의집무실에 들어갔다.

아버님은 원탁의 기사.

실력이 출중할 뿐만이 아니라 브리단을 위해.

그리고 야서왕을 위해 갖가지 업무를 도맡아 하시고 계신다.

"무슨 일이지? 혹여 계속 평소대로 훈련장을 쓰고 싶다는 부탁이라면……."

"아닙니다, 아버님. 그것이 아니라…… 당분간 장기간의 외출을 할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뚝하고 집무를 하시던 아버님의 손이 멈췄다.

"장기간 외출……? 모험가 의뢰를 말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라이파의 권유로 한 번…… 플단을 견학하러 가는 겁니다."

"하아……  그와인 경의 막내 자녀군……."

한숨을 내쉬는 아버님.

아버님은 라이파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계시진 않으시다.

이유 찾으면 많이 나오지만…… 벗인 그녀를 아버님이 좋지 않게 보는 건 개인적으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버님, 플단에는 수많은 강한 모험가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인 던전도……. 저도  번쯤은 강자들의 집합지라는 플단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습니다."

이건 진심이다.

언젠가는 아버님과 같은 기사고 되고 싶은 몸으로서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하아, 그레이시아, 분명 나는 너에게 이렇게 말했지 않니. 기사가 되는 길을 굳이 고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네, 아버님."

"그 말은 기사가 되지 말고 모험가가 되라는 소리도아니다. 물론 네가 정 모험가가 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으마. 허나…… 다른 길을 모색할 수는 없는 것이냐?"

"읏……."

역시 아버님은…… 내가 밖에서 활동하는 걸 원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주변의 눈길을 신경 쓰고 로크가의 명예를 위해.

가족을 사랑하더라도 나를 소중히 여기시더라도 아버님도 귀족.

로크 가를 등에 짊어진 분.

당연히 주변의 시선도 신경쓰시는 거겠지.

아버님의 뜻이 그렇다면…….

"아버님. 역시  플단에 가 보고 싶습니다."

"꼭…… 말이더냐?"

"네, 꼭 가 보고 싶습니다."

아버님이 내가 기사가 되는 걸 원치 않으시다면…….

아버님이 내가 모험가 되는 걸 원치 않으시다면…….

적어도 라이파와 같이 나의 서방님이 될 분이라도 물색하는  좋을 거니까.

가정을 가지게 되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키우며 남편을 보필하기 위해 바깥 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편이…… 아버님에겐 좋겠지.

아버님은 길가에 버려진 나를 주워서 로크 가의 양녀로 받아주신 은인이시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존경하는분.

아버님도 내가 기사로서 나서는 것보다는 여성으로서 행복을 찾는 걸 더 선호하시겠지.

그래…… 내가 실력을 키워 앞에 나가는 것보다…… 알렉스가 장차 커 아버님의 뒤를 잇는 것이 더 나으니까.

아버님의 뒤를 이어 기사가 되고 싶어도 로크가의 대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아버님의 입장에서…… 기사가 되고 싶은 나의 행동은 역시 폐가 되는 걸까…….

한 번도 그런 소리를 하신 적은 없으시지만…… 최근의 훈련장에 가는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태도만 봐도…… 그 정도는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래, 결정했다.

라이파를 따라 신랑이라도 찾기로 하자.

나도 나이가 나이니까.

25살이 되어도 연인도 못 찾으면 위태위태하고 30살이 넘어서는 가망이 없다는 풍문도 있을 정도지 않나.

"하아…… 알았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도록 해라."

"네, 아버님. 꼭 아버님이 기뻐하실만한 소식을 갖고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능하면약혼을 맺을 남성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네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만이 나에겐 제일 기쁜 소식이란다, 그레이시아."

아아, 역시 나는 아버님에게 소중히 대해지고 있다.

아버님의 말에서 진심 어린 걱정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나는…… 더는 아버님을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다.

나의 서방님이 되실 분을 찾자는 마음은 더욱 굳어졌다.



다음 날.

나는 준비를 마치고 모험가 길드에서 라이파를 기다렸다.

"야, 기다렸냐."

허리에 인벤토리를  라이파가 권갑 형태의 마장을 낀 채 나타났다.

"여전히 늦어."

"하하하, 미안하다니까. 응? 뭐야? 어제 헤어질 때보다 뭔가…… 달라 보이는데?"

역시 어릴 때부터 지내온 벗이라서 그런 걸까.

 심경의 변화에 라이파는 알아차렸다.

"맞아, 나도 너와 함께 이번에 본격적으로  서방님이 될 분을 찾으려고 해."

"오오? 정말? 웬일이래?"

"네가 말한 대로 나도 이제 25살이니까. 가정을 꾸리는 것이…… 아버님도 더 좋아하겠지."

"에휴…… 그 의 아버님 아버님. 너 그거 엄청 파더콤인 거 아냐?"

"파더콤이 아니다. 이건 단지 아버님에 대한 순수한 존경과 감사……."

"아, 눼~눼~ 듣기도 질렸거든. 근데 갈프 경이 잘도 허락했네? 왠지 허락하지 않으면 억지로 끌고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는 아버님을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냐. 아버님은 딱히  구속하려고 하시는 분이 아니야. 걱정이 되셔서  번 말리시긴 했지만 이해해주셨어."

"그래?"

"그보다 너는 괜찮았던 거냐? 그라파 경은 상당히 너를 예뻐하시잖아."

"뭐, 위에 오빠만 해도 3명이니까. 어제 내가 서방될 사람 찾으러 떠난다니까 떼쓰면서…… 오빠들이랑 말리더라. 뭐, 어머니가 찬성해서 찍소리도 못했지만, 키키키킥.  광경 너도 한 번 봐야 했었는데."

"너무 웃지는 마. 다 너의 오라버님들과 그라파 경이 널 사랑하는 증거잖아."

"그래도 그건 과보호라고 하는 거야. 우리 어머니는 오히려이제야 남편감 찾으려고 하는 거냐며 조금 나 꾸짖더라? 너네 어머니는 어땠는데?"

"어머님은 그저 조심해서 다녀오시라고 했다. 오히려 알렉스가 떠나지 말라고 우는  곤란했었지."

"아~ 너네 동생 널 엄청 좋아하니까. 마치 네가 갈프 경을 존경하듯 말이야."

"알렉스가 내가 아버님을 존경하는 것처럼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쑥스럽군. 나는 아버님처럼 훌륭하지 않은데 동생이 그렇게 생각해준다는  무척 기뻐."

"여전히 아버님, 아버님이네. 이번 여행에서 네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이라도 찾아서 아버님 졸업이라도 하는 게 어때?"

"아버님 졸업이라는 게 있을 리 없잖아, 라이파, 아버님은 언제나 존경하는 대상이다. 졸업이란 애초에 없어."

"에휴, 진짜 중증이라니까. 아참  인벤토리 챙겨왔어?"

"물론 챙겨왔지."

나는 망토를 살짝 펼쳐 어깨끈에 맨 인벤토리를 보였다.

"좋아, 식량이랑 침구랑 챙길 건 다 챙겼지?"

"난 네가 아니야, 라이파. 준비는 미리 다 꼼꼼히 해왔어."

"야, 나도 준비는 잘 하거든?"

"저번에 인벤토리에 지갑 안 넣어서 숙박비는 다  부담이었던 거 잊진 않았어."

"아, 아하하…… 그랬나? 잠깐만 지금 확인해볼게. ……좋아! 다 챙겼어! 문제없음!"

"하아……, 그럼 출발하자."

"그래그래! 기다려라, 던전 크래셔! 기다려라, 플단! 기다려라! 미래의 내 서방! 내가 지금 간다!"

그리고 나와 라이파의 플단을 향한 서방 찾기 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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