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1화 〉450화-질풍과 호염
그동안 나는 라이파와 함께 다니면서다양한 남자들을 보았다.
사실은 조용히 다닐 생각이었지만 라이파왈.
"뭐, 플단에 가는 건 확정이지만 도중에서방감 후보를 점찍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라고 말하며 가는 곳곳마다 라이파는 유혹적인…… 승부 도발을 했다.
게다가 라이파는…….
"한 번 차갑고 건방진 여자 연기 해보라고 그레이시아. 살짝 남성혐오 들어가는 느낌으로 말이야. 너 복장은 엄청 야한데 그런 컨셉으로 하면 덤비는 남자 많을걸?"
이라고 나에게 말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그럴필요는 전혀 못 느꼈지만…… 한시라도 빨리 아버님을 안심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그런 장난스러운 라이파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차갑고 건방진 여자라고 해봤자…… 라이파가 하는 도발에 편승에 차가운 태도로 결국 내용은 똑같은 말을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고향인 캬멜이 아니라서 그런지.
우리를 모르는 남성들은 우리의 도발에 걸려 일제히 승부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브리단의 남성들은 자신이 강자라는 위엄을 보이기 위해.
물론 나와 라이파에게 져서 꽁지를 빼고 도망갔다.
솔라리오 출신이라는 남성들은 우리에게 아이를 순풍순풍 낳을 것 같다는 성희롱을 날리면서.
……나중에 알았지만 그건 그저 솔라리오식 인시라고 한다.
평소보다조금 힘주며 때린 게 미안해졌다.
에스칼의 영역에 들어가면 꽤 실력이 있는 자들도 보였다.
에스칼 출신의 모험가들은 물론 강자를 존경은 하지만 브리단 만큼은 아니란 인상이었다.
그리고 솔라리오식의 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도발을 하면 결국에는 발끈해서 덤비고 지면은 분해하거나 우리에게 감탄을 했다.
개중에는 플단 출신의 모험가도 있었다.
확실히…… 다른 모험가들보다는 평균적으로 강하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와 라이파를 철저하게 굴복시킬 정도의 실력은 없었다.
단지 우리가 도발하지 않아도 다른 모험가가 우리에게 덤비는 것을 보고 실력확인 겸 대결을 권하는 모험가도 있었다.
물론 우리의 상대는 안 됐다.
"강해…… 그 정도 실력이면 플단의 A랭크급인데?"
플단 출신의 B랭크 모험가라는 자는 우리에게 그런 평가를 내렸다.
상대해본 상대도 우리 브리단에서는 충분히 A랭크 모험가의 실력을 가진 자.
그런 상대가 B랭크라는 건 그만큼 플단의 수준은 한단계 높다는 소리다.
"이봐, 너 플단 출신이지? 그럼 던전 크래셔라고 당연히 알겠지?"
"랜트 말이지? 당연히 알지. 같은 여관에서도 묵고 있거든."
"뭐?"
그리고 우리는 의도치 않는 수확을 얻었다.
무려 던전 크래셔와 같은 여관에묵고 있다는 전사와 만난 것이다.
이곳에 있는 이유는 상단의 호위 임무를 맡아서라고 한다.
"던전 크래셔…… 이름은 랜트라고 하는 건가?"
"이름까지는 몰랐네. 야, 더 자세히 말해봐. 패자는 승자의 말을 들어야지?"
"뭐…… 얘기하는 것만이라면야. 나도 오랜만에 진지하게 대련해서 좋았으니까. 뭐가 궁금한데?"
딱히 거부하지 않고 전사는 던전 크래셔 랜트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 녀석 강해?"
"강하냐고? 그야 강하지 플단에서 제일로 말이야."
"흐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구체적이라…… 범람이 일어났을 때 나도 참가는 했었는데 그때 거대한 구멍이 났었지. 대량 이 술집보다도 더 큰 범위의 구멍이 말이야. 나중에 들은 사실인데 그 구멍은 랜트가 주먹 한 방으로 낸 거라고 하더군.
던전 크래셔라는 별명에 맞게 말이야. 아마 이 세상에서 그렇게 주먹으로 던전 바닥을 파괴하는 건 그 녀석밖에 없을 거야."
"호오~ 던전 크래셔라는 별명은 그런 거에서 붙여졌나 본데? 하지만 뭔가 믿기지 않고 두리뭉실한데…… 좀 더 다른 강함 같은 건 모르냐?"
"다른 강함이라고 해도 말이야…… 구체적으로 묻지 않으면 나도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라이파, 내가 대신 질문할게. 던전 크래셔는 누군가 대련하거나 싸운 적은 있나?"
"아, 그런 거라면 말하기 쉽지. 대련이라면 같은 파티인 여자들하고 종종 해. 대련이라고 해도…… 아마 상대하면서 실력 키우길 도와주는 거겠지만.
나도 봤었는데 그건 참 대단했지. 상대 움직임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상대방 실력을 가늠해서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도록 공격을 날린다구? 반사신경이랑 회피능력은 절대로 늘어날 거야."
그러한 방식은 압도적인 실력차와 상대방의 실력을 판단하는 관찰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기술이다.
던전 크래셔라는 자는 그저 힘만이 자랑인 자는 아닌 것 같았다.
만에 하나. 만에 하나 라이파가 그 던전 크래셔와 승부를 해서 굴복…… 혹은 자신의 서방감으로 삼으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미래를 상정해서 나는 꼭 물어봐야 하는 사실을 물어봤다.
"성격은 어떻지? 플단의 S랭크 모험가…… 플단의 최강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으스대는 성격인가?"
"응? 랜트가? 푸하하하하!"
내 물음에 전사는 배를 부여잡고 크게 웃었다.
"설마 그럴 리가. 걔 엄청 착한 애라고. S랭크 모험가라는 명성하고 덩치가 커서 좀 다가가기 힘든 인상도 있지만, 가끔씩 특이 마물 잡으면 여관에서 순수하게 밝은 얼굴로 재현해 보이기도 하고. 오크 고기 잡는 날에는 덤으로 많이 받아와서 우리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말이야."
"신사…… 적이기도 한가?"
"신사? 신사라…… 뭐 신사적이라면 신사적이지. 적어도자기 여자들한테 하는 애정공세라든지 너무 깨가 쏟아져서 으으, 닭살이 다 돋더라."
"여자들?"
"아, 랜트 걔는 사귀고 있는 여자가 많거든.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지금…… 8명인가?"
"8명~? 완전 날나리 자식 아니야?"
"아니아니, 분명 인원수만 들으면 그러겠는데. 다들 모~두 깨가 쏟아질 정도로 사이가 좋아. 보통 여자 많으면 험악하거나 치정 싸움 날 것 같은데…… 거기 하렘은 진짜 여자들끼리도 사이가 좋아서……. 뭐, 그것도 랜트 걔니까 가능한 거겠지만."
여러 여성을 포용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건가?
하지만 8명이라니……사막의 나라에서는 20명 이상의 아내를 가진 대부호도 있다고 들었지만 여기는 에스칼.
그런데도8명이라니…….
"사랑은 원래 일대일로 하는 건데 8명이라…… 내 서방감이 되긴 글렀구만."
라이파는 이 이야기만으로 던전 크래셔의 실력에 대해서라면 몰라도 연애 면에서는 탈락을 내린 것 같다.
하지만 신사적이라…… 아버님보다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들은 얘기로는 더욱 어떤 인물인지 나는 궁금해졌다.
"달리 특징 같은 건 없나?"
"특징? 특징이라…… 뭐, 일단 자기 여자들에 대한 사랑공세가 찐하다는 거지? 저번에 쉬는날에 여관에 있을 때도 항상 미란다 씨 곁에 있어서 꼬옥 손잡고 있었고…… 모험가 길드에 한 번 들렀을 때는 멜리사를 살짝 놀리면서 알콩달콩하고 있었고……
광장 구경하러 갔을 때는 티키아를 평소처럼 목말태우고 노아한테 허벅지에 꼬리 말리면서 오붓이 걷고 있었지. 아, 노아라는 건 고양이 묘인족 여자애를 말하는 거야."
"과, 광장이라면 사람들 많은 곳이잖아? 그런 곳에서 꼬리를 말고 걸었다고? 부끄럽지도 않나?"
어머님도 아버님에게 꼬리를 마는 건 둘이 있을 뿐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걸 사람들이 걷는 거리에서 하다니…… 어지간히 둘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걸까.
음? 잠깐.
"이봐, 방금 이야기는 각각 다른 날이 아니라 마치 하루에 다 일어난 것처럼 말하는 것 같은데……."
그 뒤 나오는 말에는 나도 라이파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설명이 부족했네. 요새는 너무 익숙해져서 말이야. 랜트는 늘어날 수 있거든. 그래서 언제나 자기 연인들하고 쭉 있을 수 있지."
""응?""
늘어나?
늘어난다고?
"그리고 하늘도 날 수 있고."
""하늘?""
"아참, 마법도 쓸 수 있었지. 아마 모든 속성 다. 술 마신 티키아랑 같이 즐겁게 마법쇼 보여줄 땐 진짜 재밌었는데."
""마법…….""
던전 크래셔는 소문만 들어보면 강한 힘을 가진 전사의 느낌이었는데 마법을 다룰 수 있다.
물론 그것도 의외의 사실이지만 앞에 말한 2개가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
라이파는 잠시 정신을 차리고 전사의 어깨를 팍팍 두드리며 말했다.
"야야야야, 사람이 늘어날 리 없잖아."
"아팟! 아니, 진짜 늘어난다니까. 분신술이라고 했나. 걔는 그거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분신술이 그렇게 오래 쓸 수 있을 리 없잖아! 게다가 그런 건 대부분 허상을 만들어내는 스킬이잖아."
"랜트는 의식 공유하는 분신을 만들어낼 수 있어. 궁금하면 직접 가서 확인해보던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도 진짜인가?"
"진짜야. 자기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동시에 띄워서 날 수 있어. 아, 부탁하면 공중에 뜰 수 있게 해줄 거야. 내가 저번에 부탁해서 한번 떠봤거든. 그때 참 신선했지……."
전사는 감회로운 표정을 지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 표정에 거짓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전사가 술집을 떠나고 라이파는 6잔 정도 술을 마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던전 크래셔란 놈은 어떤 놈이야? 그냥 강한 놈인줄 알았는데 여자들 여러 거느리는 놈팽이일 것 같다가 애정 높은 신사? 게다 뭐? 늘어나? 하늘을 날아? 이거 뭔……."
탕! 하고 라이파는 술잔을 거칠게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나에게 물었다.
"이거 뭔 애들 야서왕 동화에서도 안 나올 인물이잖아."
"확실히…… 얘기만 들으면 터무니없는 인물이야."
"뭐, 적어도 내가 서방 삼고 싶은 남자는 절대 아닐 것 같아.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깨가 쏟아진다고?절대 안 그럴 거야. 아무리 분신? 같은 걸로 늘어난다고 해도 말이야."
의외로 정말 라이파는 연애에 대해서는 순정적인 면이 강하다.
만약 자신을 굴복시킨 상대라면 상대가 누구라도 지극정성으로 보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은 불안할 정도다.
하지만 그런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던전 크래셔와 같은 여러 여성을 애인으로 가지고 있는 남자겠지.
여성들이 행복하다면야 나는 그다지 상관없다는 주의지만…….
그래도 하렘의 형성하면서 여성들에게 잘해주는 것이 과연 신사적인지는 의문이다.
"안 그래, 그레이시아?"
"글쎄. 우선 남에게 듣는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게 낫겠지. 게다가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서방님이 될 분을 찾는 거지. 던전 크래셔에게 시비를 거는 게 아니야."
"알고 있어, 알고 있어~ 그래도 방금 얘기 들어서 머리에 열이 오른 것뿐이야. 흥, 실력 좋고 성격 좋아봤자, 그런 놈팽이는 내가 사양이야."
아마 던전 크래셔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방금 얘기를 듣고 라이파는 서방님 감으로서 기대에 벗어나 기분이 상한 것 같다.
하아…… 오늘은 늦게까지 술 마시는데 어울리게 생겼어."
◈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째.
우리는 플단에 도착했다.
"여기가 플단인가! 오오~ 강해 보이는 녀석들이우글우글 있는데?"
라이파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플단의 거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라이파의 말대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많은 비율을 모험가가 차지하고 있었고…….
그들은 모두 평균적으로 수준이 높아 보였다.
과연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전력들이 모여 있다는 도시라는 이명은 멋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라이파, 너무 두리번거리지 마."
"하지만 안신기하냐? 이렇게 강한 녀석들이 드글드글한대? 아니, 우리보다 강한 녀석들은 아직 없지만말이야."
"하아…… 잠시 실례하지."
나는 길을 지나가던 행인 여성에게 모험가 길드의 장소를 물어봤다.
여성은 친절히 장소를 알려줬고 나와 라이파는 곧바로모험가 길드로 갔다.
"오오……."
모험가 길드에 들어가자 라이파가 감탄의 소리를 흘린다.
"이건……."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피부로 직접 느껴진다.
여기는 강자들의 집합소다.
"어제 승격도 했으니 슬슬 8층으로 갈까?"
"찬성, 그 리자드맨들 얼굴은 이제 질려. 습지도 더는 싫어."
"흐음, 호위 임무라…… 오랜만에 던전 말고 바깥에도 가 볼까……."
"젠장! 가고일때문에 무기 날이 나갔어! 돈 또 깨지겠네……."
"그러니까 내가 대장간에서 좋은 거로 챙기라 했잖아."
각양각색의 종족의 모험가들이 모험가 길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초보로 보이는 자도 보이지만…… 강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 길드 안을 향해.
"던전크래셔는 누구냐아아아아아!!!"
라이파가 길드 전체에 쩡쩡 울리도록 우렁차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