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77화 〉476화-티잔가 (477/818)



〈 477화 〉476화-티잔가


현재 우리는 어머님이 계셨던 방이 아니라 티잔가의 저택 중앙쯤에 위치한 방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딱 봐도 손님을 맞이할 때 쓰는 분위기가 풍겼으며 가운데 부근에는 기다란 소파4개가 있었다.

라이파 씨가 우리를 소개하자마자 어머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오렴."

라고 말하며 라이파 씨에게 따가움이 느껴지는 눈초리를 줬다.

방안에 온 다음 나와 그레이시아 씨, 라이파 씨는 어머님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위치에 다른 연인들은 내가 앉는 방향에서 왼쪽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라이파 씨의 어머님은 탁탁탁하고 접이식 부채를 접어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리시며 물으셨다.

"그래…… 라이파, 다시 한번 말해보렴. 이분들이 누구라고?"

"응! 내 서방하고 자매들이야! 어머니도 알잖아? 내가 서방감 찾으러 떠난 거."

"그래, 그레이시아를 데리고 함께 떠났었지. 플단에 도착했을 때가  달이나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더구나."

"아아~ 그게 서방하고 있는 게 너무 좋아서 깜빡했지, 뭐야. 하하하하!"

"……행복해 보이는구나, 라이파."

"응! 엄청 행복하지!"

"네가 행복하다면 어미로서 나도기쁘구나. 하지만……."

탁!

어머님이 손바닥에 부채를 치시며 말씀하셨다.

"좀 자세히 얘기해보지 않으련? 서방감을 찾았다는 건 그렇다 치고 새 자매라니…… 이해가 안 가는구나."

째릿하고 어머님이 나를 노려보셨다.

"어머니, 우리 서방에게 그런 눈빛 보내지 마. 아무리 어머니라도 그건 좀 아니지."

"그렇다면 빨리 설명하렴. 그나마 나니 이렇게 얘기라도 들으려는 거지. 너희 아빠였다면 서방이라는 분을 향해 주먹이 날아갔을 거야."

"알겠어, 알았다고. 어떻게 됐냐면 말이야……."

"잠깐만요, 라이파 씨. 얘기하기 전에 우선제가 어머님에게 스스로 소개하고 싶어요."

우리가 만난 경위를 설명하기에 앞서.

나는 여기에 인사를 드리러 온 것이다.

그런데 아직 인사도 안 드리고 라이파 씨에게 전부 맡길 수는 없다.

"응? 그래?"

"네."

그리고 나는 어머님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어머님. 저는 랜트라고 합니다."

"랜트…… 랜트……? 어디선가 들은 적이……."

내 이름을 듣자 어머님은 왼손으로 부채를 문지르시며 생각하기 시작하셨다.

이대로 어머님이 스스로 떠올리게 하시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밝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저는 플단에서 모험가를 하고 있습니다. 랭크는……."

"아, 혹시 당신이 그 플단의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인가요?"

내가 다 말하기도 전에 어머님이 떠올리시더니 부채로 나를 가리키셨다.

"네. 제가 그 던전 크래셔입니다."

내가 인정하자 따갑고 싸늘했던 인상은 어디로 갔는지 어머님은 입에 손가락을 대시며 놀라고 계셨다.

"어머, 어머어머. 라이파, 정말로 이 분이…… 던전 크래셔 님이신 거니?"

"맞아, 어머니! 내 수컷은 지금 소문이 자자한 최강의 남자야! 나는 그런 서방의 암컷이고!"

라이파 씨, 부모 앞에서 자신을 암컷으로 부르는  괜찮은 건가요?

조금 불안했지만.

"이럴 수가…… 설마 우리 라이파가 그런 강자의 암컷이 되다니……. 자랑스러우면서도 조금 복잡하구나."

어머님도 암컷암컷 거리기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역시 라이파 님의 어머님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브리단 자체의 인식이 원래부터 이런 걸까.

적어도 차가웠던 어머님의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는  좋은 일이었다.

"그 플단의 S랭크 모험가이자 던전의 범람을 막아낸 영웅…… 과연 그런 남자라면 이렇게나 많은 여성들을 소유해도 당연하겠군요."

어머님은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스스로 뭔가 납득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드시며 나를 바라보고 자리에 일어나셔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하셨다.

"저는 라이링 티잔. 라이파의 어미되는 자이자 티잔가의 안주인입니다."

다시 어머님은 자리에 앉으시고 라이파 씨를 향해 말했다.

"라이파, 지금 당장 어떻게 이 분의 암컷이 됐는지 말하렴."

"원래부터 말할 생각이었어! 그게 있지……."

라이파 씨는 그레이시아 씨와 플단으로 오기까지의 여정을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 나와의 만남을 어머님에게 얘기했다.

얘기를 다 들으신 어머님은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놀라고 계셨다.

"그게 정말이니, 라이파? 마장을 개방한 너와 그레이시아를 상대로 가지고 놀고 있었다고?"

"가지고 놀다기보다는 우리에게 맞춰서 상대해주고 있었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격의 차이를 톡톡히 알게 하는 주먹! 크으으! 지금 다시 떠올려도 몸이 짜릿짜릿하다니까!"

"그레이시아도 랜트 님의 암컷이 된 거니?"

"……네, 라이링 아주머니. 저도…… 서방님의 암컷이 됐습니다. 지금은 라이파와 함께 서방님을 보필해나갈 생각입니다."

"흐음…… 그 소리를 들으면 라인살럿 경이 소란을 일으키겠구나."

"아버님도 서방님이 던전 크래셔라는 걸 아시면 납득해주실 겁니다. 강한 수컷은 하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라이파아아아아아아!!!!"

그때 누군가가 우렁차게 라이파 씨의이름을 부르며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공주님 돌아왔니이이이이이!!!"

들어온 사람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다부진 근육질의 몸을 하고 있었으며 남성용 검은색 치파오를 입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불타오르는 화염처럼 붉은색에 라이파 씨와 닮은 푸른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아, 아버지. 돌아왔어."

"어서 오세요, 여보."

이 분이 바로 라이파 씨의 아버님이신가 보다.

"오오! 우리 귀여운 딸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구나! 그리고 다녀왔소, 여보! 그레이시아도 있구나! 그런데……."

아버님은 나와 연인들.

주로 나를 가느다란 눈으로 쳐다보며 탐탐치 않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사람들은 누구냐?"

"아버지! 소개할게!  서방이랑 새 자매들이야! 아, 그레이시아하고도 자매가 됐어."

"……뭐, 라고?"

순간 아버님의 몸이 굳음과 동시에 어머님이 나를 향해 말씀하셨다.

"랜트 님, 우리 라이파를 암컷으로 만든 실력을 한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 암컷……? 이, 이, 이!!! 이 노오오오오오오옴!!!!"

콰아앙!

아버님이 바닥을 박차며 단숨에 내 앞으로 이동해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앞에서 뚝 멈추는 것도 그렇고 나를 향해 내지르는 주먹의 속도도 그렇고 라이파 씨보다도 훨씬 실력이 높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순간 존을 발동하여 아버님의 얼굴을 봐봤는데…….

오우, 얼굴이 머리카락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시뻘개져서 완전히 성난 호랑이의 얼굴이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이 내 암컷이 됐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화가 나 있는 건 톡톡히 알  있었다.

어머님은나에게 실력을 보여달라고 했었다.

브리단은 강자존중 사회.

즉 여기서 아버님을 제압하여 화난 아버님에게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내 실력을 선보여주라는 거겠지.

그렇다면 나는 성심성의껏 내 실력을 뽐내 어머님하고 아버님에게 인정을 받도록 하자.

그런데 인정을 받으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염동력을 써서 곧바로 멈출 수는 있지만, 아버님은 딱 봐도 라이파 씨와 같은 무투가.

마력을 써서 하는 방법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버님에게 인정받는 방법.

강자존중 사회인 브리단.

그렇다면 역시…….

텁!

나는 내질러진 아버님의 주먹을 한 손으로 받았다.

"뭣!?"

자신의 주먹이 쉽사리 막아지자 놀라는 아버님을 향해 나는 말했다.

"아버님, 대련 한판 하죠."



우리는 티잔 가에 설치된 대련실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주먹을 막고 대련을 제안하자 아버님은 붉어진 얼굴을 여전했지만  제안을 수락해주셨다.

대련실로 자리를 옮기는 도중 아버님은 어머님에게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다.

어머님은  이야기를 들으시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지만 아버님은 무뚝뚝한 반응을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대련실에는 우리 말고도 티잔가를 모시고 있는 몇몇 시중과 아버님과 함께 돌아온 기사분들이 나와 아버님을 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대련실의 중앙에서 거리를 두며 아버님과 마주 보았다.

그때서야 아버님은 입을 여셨다.

"던전 크래셔…… 랜트…… 플단의 S랭크 모험가. 한 번쯤은 어떤 남자인지 나도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설마…… 우리 공주님을 빼앗아간 도둑놈일 줄이야……."

아버님의 입장에선 역시나 나는 라이파 씨를 빼앗아간 못된 남자인 것 같다.

"그것도 우리 공주님만을 사랑하는 게 아닌 다른 여자들을 두루두루 데리고 다니는 놈팽이라……."

혹시 원래 라이파 씨가 가지고 있던 1대1 연애를선호하는 경향은 아버님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허나 강자는 그만큼 암컷을 거느릴 자격이 있지."

뚜둑뚜둑하고 아버님은 손목을 푸시고.

"하지만!"

눈을 부릅뜨며 처음 나에게 주먹을 날릴 때와 같은 화난 호랑이의 얼굴이 되시며 외쳤다.

"우리 공주님은 예외다아아아아!!!"

쿠우우웅!

땅을 밟으며 아버님은 자세를 잡고.

"마장 개바아아아앙!"

양손에 끼신 황금빛의권갑의 마장을 개방시켰다.

라이파 씨와 같이 맹렬한 화염이 일어나 권갑을 휘감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렁이는 불꽃처럼 붉은색의 마력이 아버님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우리 공주님을 갖고 싶다면 나를 쓰러뜨려라아아아아아아아!!!!"

아버님의 포효가 대련실 안에서 울려 퍼졌다.

"우와, 아버지 처음부터 전력이네."

"그와인 경의 전력을 보게 될 줄이야. 좋은 공부가 되겠어."

"와우, 박력있다."

"라이파랑 다르게 빨간 마력이네."

"몸속에서 믿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마력이 순환하고 있어. 이게 브리단의 마력순환……."

아버님에게 인정받으려면 압도적인 강함을 증명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라이파 씨처럼 마력을 엄청 모아서 날리는 건 쓰고 싶지 않았다.

혹여나 썼다가 아버님까지 나에게 복종의 포즈를 취하기라도 하면……  가문의 가장으로서의 위엄이 바닥을 치닫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단순하고 재빠르게  힘을 보여드리도록 하자.

"간……!!!"

쾅!!!

단숨에 땅을 박차서 아버님의 앞으로 이동해.

뻐어어어어억!!!

아버님의 안면에 주먹을 내다 꽂았다.

"구에에엑!?"

얼굴에 꽂은 주먹을 그대로 아래로 내질렀다.

터어엉!

아버님은 그대로 균형을잃고 얼굴부터 대련실 바닥에 부딪히고 그대로 튕겨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공중에 뜨고 그대로 대자로 바닥에 드러누우셨다.

"어어어……."

쉬이이이익…….

아버님의 권갑을 휩싸인화염도 아버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색의 마력도 단숨에 사그라들었다.

왼쪽 볼에  주먹 자국을 남김 채 아버님은 흰자를 드러내며 정신을 잃으셨다.

그리고 나는 대련에서의 승리를 증명하기 위해 아버님의얼굴을 가격한 주먹을 드높이 들었다.

"그, 그라파가  방에……."

""그, 그라파 님!?""

어머님과 시중들, 그리고 기사분들은 동시에 놀라시고.

"서방, 최고! 으하하하! 봤냐,이게 내 서방이다!"

"역시나 서방님이십니다."

"마력순환법 제대로 보지도못하고 끝났네."

"꺄악♡ 멋져, 랜트♡"

"근데 한 방에 당하셔서…… 좀 불쌍하네요."

"히히힛, 티나, 라이파네 아빠니까 오히려 강하다고 좋아할 것 같은데?"

"히, 힐 걸어야 할까요?"

"냅둬, 엘시. 서방도 힘 조절한 것 같으니까 알아서 낫겠지. 야, 누가 찬물 좀 가져와!"







"으하하하하하!!! 역시나 우리 라이파를 암컷으로 굴복시킨 사위! 대단한 남자야!"

아버님은 찬물을 맞고 정신을 차리시자 나에 대한 태도과 완전히 돌변해 있었다.

팡팡!하면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라이파 씨를 똑닮은 호쾌한 웃음을 지으며 아버님을 나를 환영하셨다.

"설마 내가 아무런 공격도 못하고  방에 당할 줄이야! 역시 플단의 S랭크는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군! 완전히 쪽도 못하고 당해버렸어! 이렇게 깔끔하고 시원하게 당한지가 얼마 만인지!"

솔직히 일어나자마자 이딴  인정 못한다! 다시 한번 붙자! 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아버님은 엄청흔쾌히 패배를 받아들이시면서 나를 받아들였다.

"내가 평범한 수컷에게 굴복할  없잖아, 아버지?"

"으하하하하!! 그래, 우리 공주님이 누군데! 안목 하난 나를 닮아서 정확하다니까! 흐음, 근데 그레이시아도 사위의 암컷이 됐다고 했지?"

"네,그와인 경. 라이파와 함께 서방님의 강함에 반해 암컷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강함만이 아닌 서방님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그래……? 으으으음…….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 뭐가 말이시죠?"

"아니, 그게 말이다……."

아버님은 머리를 긁적이시면서 말씀하셨다.

"갈프 녀석, 엄청 날뛰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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