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8화 〉477화-티잔가
아버님의 말씀에 그레이시아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님이…… 말씀이십니까? 라이링 아주머니도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괜찮을 겁니다."
"아니, 전혀 안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레이시아 씨의 말을 부정하는 그라파 아버님.
하지만 그레이시아 씨는 단호히 말했다.
"아니요, 괜찮을 겁니다. 아버님은 제가 기사가 되기보다는 다른 길을 찾길 원하셨습니다. 저는 아버님이 원하는 대로 기사가 아닌 서방님의 암컷…… 크흠, 아내가 될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필히 아버님도 기뻐하시겠죠."
"……."
그레이시아 씨의 말에 그라파 아버님은 심정이 복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시다가 박박 머리를 긁더니 팔짱을 끼며 말씀하셨다.
"에이, 몰라. 뭐, 사위가 알아서 잘 하겠지. 어쨌든! 티잔가에 잘 왔네, 사위! 그리고 우리 공주님의 새 자매들분들!! 티잔 가의 가주 그라파 티잔의 이름으로 그대들을 환영하네! 마침 시간도 됐으니 점심은 여기서 먹고 가게나!"
우리는 라이파 씨의 친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요리를 준비되는 동안 우리는 그라파 아버님과 라이링 어머님과 함께 담소를 나눴다.
얘기의 주체는 그라파 아버님과 라이링 어머님이 라이파 씨의 어릴 때 얘기였다.
"그때 우리 공주님이……."
"아버지! 그런 얘기까지꺼내지 마!"
아버님인 헤죽헤죽 웃으며 팔불출의 얼굴이 되어 이야기를 꺼내고 라이파 씨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어머님은 옆에서 후훗 하고 웃으면서 둘의 모습을 자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는 이 장면이 평소 라이파 씨에서 집에서 지내는 일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얘기를 나누는 도중,
"어머니, 라이파가 돌아왔다면서요. 응? 아버지도 있…… 이 사람들은 누구야?"
"어머니, 방금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라이파가 돌아왔…… 이 사람들은 누굽시죠?"
"어머니! 저 돌아왔습니다! 근데 우리 막내가 돌아왔다는데……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라이파 씨의 오빠들.
즉 나에게는 형님들이 차례대로돌아온 것이다.
"크하하하하! 어서와라! 그란! 그렐! 그릴! 우리 공주님이 말이다……."
아버님은 내가 라이파 씨의 서방이라는 걸 알렸다.
그러자.
"뭐."
"라."
"고."
""이 자시이이이이이익!!!""
그러자 세 형님들은 일제히 나를 향해 덮쳐들었고.
뻐어어억!
뻐어어억!
뻐어어억!
나는 아버님처럼 세 형님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며 기절시켰다.
"양동이 3개 가져와!"
그리고 세 형님들은 아버님과 같이 찬물을 끼얹어서 정신을 차리고 아버님과 똑같이 나를 인정해주셨다.
"뭐야, 우리 막내 서방이 그 던전 크래셔였어?"
"그렇다면 인정이지!"
"주먹 맞고 기절한 게 얼마 만이냐."
""으하하하하하!""
으하하하 웃는 건 가족 전통인가 보다.
나에게 덤벼들었을 때랑은 딴판으로 곧바로 이기니 흔쾌히 받아들이는모습은 흡사 개그만화라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강자가 존중되니 불륜을 일으켜도 압도적으로 이기면 받아들이는 전개라도 있을 것 같군요.』
적어도 그런 쪽의 도덕관념은 제대로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솔리 씨.
……되어 있겠죠?
혹시 모르니 나중에 라이파 씨에게 물어보자.
요리가 완성된 후 우리는 자리를 옮겼고 간 곳에는 커다란 원형의 테이블 위에 무척이나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와, 맛있겠다!"
"오오……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츄릅, 군침흐른다."
"응? 저건……."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음식 중 나는 전생에서도 본 적이 있는 음식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만두였다.
"라이파 씨, 저 요리는……."
"응? 아, 그러고 보니 플단에서는 안 팔았지. 저건 만두라고 해. 다진 오크 고기에다 야채랑 여러 향신료를 넣어서 찐 요리야. 맛있으니까 한 번 먹어봐."
우리는 우선 차례대로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큰 테이블이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할 때였다.
"빠빠~!"
"밥 먹을 시간이다!"
"어머, 얘들아 뛰면 안 되지."
"어머, 라이파 아가씨,언제 오셨어요."
"랴이뱌 이묘다!"
"뒤에 계신 분들은……."
방안으로 3명의 개, 곰, 호랑이 수인족인 여성분들과 그 자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들어왔다.
"모두 오랜만이야!"
"라이파 씨, 저분들은……."
"응? 오빠들의 암컷하고 애들이야. 즉 내 언니들하고 조카들이지."
어쩐지 테이블이 클만했다.
우선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고 라이파 씨는 언니분들과 조카들에게 나에 대한 소개를 했다.
"플단의……."
"던전크래셔……."
"S랭크 모험가가 라이파 아가씨의 수컷이시다니……."
""잘 돼셨네요, 라이파 아가씨.""
"응, 고마워!"
형님들과 다르게 언니 분들은 라이파 씨와 내 관계를 곧바로 받아들여 주셨다.
"라이파, 암컷 됐어?"
"얌쿗이 머야?"
"넌 좀 더 크면 알게 될 거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만두도 먹어봤는데.
"오오……."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는 전생에서 먹어본 만두 맛보다 더 맛있었다.
육즙이 장난 아니다.
"서방님? 왜 얼굴에 주먹 자국이……."
"라이파의 서방을 시험하다 호되게 당했지! 으하하하하! 엄청 강했어!"
"여보도 마찬가지예요?"
"하하하…… 형님과 마찬가지로 한 방에 나가 떨어졌어."
"당신?"
"큰 형님이랑 작은 형님과 마찬가지지. 강렬한 주먹 한 방!"
"아가들 아들들만이 아니라 너희 시아버지도 한 방에 당했단다."
""아버님도요!?""
어머님의 말에 라이파 씨의 언니들이 나를 보는 표정이 단숨에 존경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대단하시네요!"
"과연 플단의 S랭크!"
"결혼만 안 했다면 반해버렸을 거예요."
"여, 여보?"
식사를 다 마친 후 형님들이나 라이파 씨의 언니들 그리고 그 자식분들이 나에게 질문 공세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어머님이 여독을 풀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고하시면서 우리는 지금 라이파 씨의 방에 모여 있다.
라이파 씨의 방은 넓어서 우리가 모두 들어가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푸우…… 맛있었다. 플단하고 뭔가 풍미가 달라서 색달랐어."
"네! 특히 저는 만두가 맛있었어요! 니냐 씨는 어땠어요?"
"나도 만두가 마음에 들었어. 깨물 때 입안에 육즙이 파악하고 퍼지는 느낌이 좋더라♪"
"더, 더는 못 먹어……."
"티키아 씨, 맛있다고 과식하면 안 돼요. 아, 소화 잘 되는 마사지 해드릴까요?"
"괘, 괜찮아! 그, 금방 소화될 테니까 괜찮아!"
"미안, 서방. 우리 가족 시끄러웠지?"
"아니요, 화목하고 보기 좋던 걸요. 근데 이렇게 빨리 인정받을 줄은 몰랐어요."
"내가 말하는 것도그렇지만 우리 집 남자들 다 단순하거든. 서방이 한 방 쥐어박으면곧바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
"솔직히 라이파 씨처럼 이기면 복종의 포즈 하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하하하! 그럴 리…… 아니,내가 그때 받은 일격이라면 가능하나?"
주먹으로만 제압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자의 그 복종의 포즈는…… 솔직히 보기가 매우 그렇습니다.
그때 나는 전혀 말하지 않아도 곰곰이 고민에 빠져 있는 그레이시아 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레이시아 씨?"
"응? 아, 왜 그러시죠, 서방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그래 보이나요?"
"네."
그레이시아 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만. 그와인 경과 라이링 아주머니의 말이 걸렸습니다. 아버님이 날뛰신다는 말이 말입니다. 혹여아버님이 저와 서방님의관계를 인정하시지 않으신다면 저는……."
그레이시아 씨의 얼굴이 어두웠다.
"지금 저에게 소중한 건 서방님입니다. 아버님이 반대하시더라도…… 저는 언제나 서방님의 곁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아지는 건 파더콤인 그레이시아 씨에게는 괴로운 일일 거다.
"그레이시아 씨."
"네, 서방…… 아."
나는그레이시아 씨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괜찮아요. 이번처럼 제가 아버님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게요. 그러니까 그레이시아 시는 아무런 걱정 안 해도 돼요."
"네, 서방님♡"
라이파 씨가 툭툭하고 그레이시아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야야,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 라인살럿 경도 결국에는 브리단의 기사잖아. 우리 아버지나 오빠들처럼 한 방에 나가떨어지면 인정하겠지."
"존경하는 아버님이 한 방에 나가떨어지신다라……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텐데.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됐어."
그레이시아 씨는 매우 복잡한 심경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티키아 씨가 부유 마법으로 내 어깨에 올라타시며 물었다.
"랜트, 이제부터 어떡할 거야? 이대로 그레이시아네 친가로 갈 거야?"
"그러는 편이 낫겠죠?"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서방. 그레이시아네 가는 건 저녁으로 미루자."
"어째서요?"
라이파 씨는 힐끔 그레이시아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레이시아도 라인살럿 경이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걸 볼 마음다짐도 필요할 거고."
"아니, 대화로 풀어질 가능성도……."
"어쨌든! 모처럼 브리단에 왔잖아? 우리 가족하고 만남도 끝났으니까 조금은 관광하면서 놀아야지."
"오오,그거 좋다! 라이파, 브리단에서 구경할만한 거 있어?"
"물론 있지! 노아가 좋아할 만한 거라면…… 역시 투기장이지."
"투기장?"
"전사들이나 모험가들이 출전해서 싸우는 걸 구경하는 곳이야."
"와, 재밌겠다! 그치, 니냐!"
"응, 나도 보고 싶어."
"마법사도 나와?"
"물론 있지. 따로 마법사들끼리 싸우는 경기도마련되어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티키아만큼 강한 마법사는 그다지 없을걸?"
"그, 그래? 헤,헤헷. 하지만 마법사 간의 결투 모습을 보는 건 내 마법연구에서 좋은 도움이 되겠어."
노아, 니냐 씨, 티키아 씨는 투기장에 흥미진진한 것 같다.
"아참, 티나, 마사지에 관한 책 읽고 싶다고 했지? 우리 집 서재로 안내해줄게."
"아, 네! 와아, 브리단의 마사지 책…… 기대돼요!"
"엘시도 같이 올래?우리 집에도 아마 전설이나 설화가 담긴 책은 있을 거야."
"정말요! 네, 갈게요!"
"그레이시아, 넌 투기장좀 안내해줘."
"알았어."
우선 점심 시간대에 지낼 일정이 정해졌다.
나는 분신을 하나 만들어 라이파 씨, 엘시, 티나와 함께 서재에 가고 본체로는 투기장에 가려고 했다.
손가락을 튕기며 분신을 만들려고 할 때.
"아, 잠깐만 서방."
라이파 씨가 나를 말렸다.
"응? 왜 그러세요."
"서방은 일단 내 방에 있어 줘. 분신을 만들려면 2개 만들어서 투기장이랑 서재에 가주고."
"그거야 쉬운데…… 어째서요?"
"인정받긴 했는데 솔직히 말 나누는 것도 짧았잖아?."
"아아…… 하긴 그렇네요."
식사할 때는 티잔가의 분위기가 너무 시끌벅적해서 차분히 아버님, 어머님과 마주 보며 강함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내가 라이파 씨를 책임지겠다는 대화는 그다지 하지 못했다.
식사를 하기 전에도 얘기를 나눴다기보다는 라이파 씨의 어릴 적 얘기를 듣는 게 다였고 말이다.
"알았어요. 분신을 만들고 전 기다리면 되는 거죠?"
"응."
딱!
퍼펑!
손가락을 튕겨 분신을 2개 만들었다.
우선 투기장에 가는 멤버와 함께 밖을 나간 다음에 서재로 가는 인원과 함께 방을 나갔다.
나는 가만히 라이파 씨의 침대에 앉아 방을 둘러보며 기다렸다.
라이파 씨의 방은 여성의 방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트레이닝실처럼 보였다.
침대랑 옷장은 있지만 단지 그뿐.
그 외 공간에는 아령이 놓여 있다든지 쿵푸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나무로 된 연습대가 있었다.
몇 번 부순 전적이 있는지 방구석에는 나무 연습대의 잔해가 모여 있기도 했다.
방을 천천히 둘러보는 사이 투기장에 분신1은 투기장에 도착해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고, 분신2는 라이파 씨와 이미 헤어져 서재에서 엘시하고 티나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나는 라이파 씨가 다시 방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20분 이상이 지나도 라이파 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서 손목에 찬 마도구를 써서 방을 나서 라이파 씨를 찾으러 갈까 생각하고 있을 때.
"미안, 서방. 늦었지."
라이파 씨가 돌아왔다.
"아니요, 괜찮…… 응?"
그런데 라이파 씨의 복장이 나갔을 때와는 달랐었다.
위쪽만 살짝 가슴골이 트여 있던 차이나 드레스는 가슴 중앙이 트인 디자인으로 바뀌어 있었고 언제나 늘씬하고 매끈한 맨다리 스타일이었던 라이파 씨가 노란색의 테투리가 있는 하얀색 스타킹과 장갑을 끼고 있었다.
새롭게 입은 하얀 장갑과 스타킹이 라이파 씨의 갈색 피부를 더욱 돋보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변한 건…….
"서~방♡"
라이파 씨가 당장에라도 교미하고 싶다는 발정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