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9화 〉498화-본선!
내가 연인들과 합류했을 때는 이미 3번째 시합은 끝나 있었다.
8강의 4번째 마지막 시합은 양손 대검을 쓰는 말디라는 선수와 예선에서 우승 후로가 소개를 받았었던 갈프 아버님의 기사단.
즉 제2기사단 소속랑인족 기사인 사르만이었다.
【이번 대회의 우승후보이기도 사르만 선수! 과연 이번 시합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 건지 매우 기대됩니다!】
【로져 선수가 기괴한 화려함을 보여준다면 사르만 선수는 전통적인 강함을 저희에게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인 말디 선수 또한 8강까지 올라온 강자. 반전이 일어날 여지는 있습니다.】
사르만은 그레이시아 씨와 갈프 아버님과 같이 한손검을 주무기로 쓰고 있었다.
"그레이시아 씨, 저 사람 제2기사단 소속이라는데 아는 사람인가요?"
"네, 옛날부터 같이 훈련소에서 훈련을 한 적도 있습니다. ……요 몇 년 새에는 아버님의 눈총에 얼굴을 비춘 적이 거의 없지만요."
"강한가요?"
"지금까지의 시합을 보니 그도 실력을 많이 키운 듯합니다."
"그레이시아 씨와 싸우면 어떨 것 같아요?"
"좋은 승부를 벌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서방님과의 대련으로 저도 실력이 상승했으니 제가 이길 거라는 자신이 있습니다."
【시합 개시!】
그레이시아 씨와 대화하는 사이에 시합이 시작되었기에 나는 시합에 시선을 돌렸다.
캉! 카카캉!
말디의 양손검이 매섭게 휘둘러지고 그 공격을 사르만은 흘려내는 방식으로 막아냈다.
그 흘려내는 방식은 역시나 그레이시아 씨와 비슷한 움직임을 이용한 것이었다.
"크윽! 슬래……."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않자 말디는 스킬을 사용하려고 마력을 모았다.
하지만 그 순간.
"윈드 부스트."
사르만은 그레이시아 씨가 쓴 스킬과 같은 스킬을 쓰며 단숨에 말디의 품속으로 들어가 검을 휘둘렀고.
"크허…… 윽!"
상반신을 베인 말디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말디 선수에게 추격할 틈을 주지 않는 사르만 선수의 신속한 검격이 작렬했습니다!】
【말디 선수가 초조해하지 않았다면 좀 더 시합 시간이 길어졌겠군요.】
"하하하, 저 녀석도 꽤 강해졌네."
"라이파 씨도 사르만 씨를 알고 있나요?"
"그야 나도 종종 로크가 저택에 놀러 갔으니까. 대충 실력이랑 얼굴 정도는 알고 있어."
"그러고 보니 방금 윈드 부스트를 썼네요."
"저는 스킬로 얻었고 그는 마법을 배우며 스스로 습득하였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사르만은 아버님을 존경하였으니까요. 하지만…… 제 윈드 부스트가 더 빠릅니다."
살짝 경쟁심을 불태우는 그레이시아 씨도 귀엽네요.
"그러고 보니 라이파 씨, 이번에도 돈 많이 땄나요?"
"크흐흐, 물론이지. 이번에는 12골드나 땄어. 고마워, 서방!"
"라이파 씨가 좋아하니 저도 기뻐요."
"뭐, 내가 오늘 가장 즐거웠던 건 서방의 그 이상하면서 웃긴 세레머니였지만 말이야. 서방이랑 함께 있으면 진짜 신난다니까!"
"……나도 맘만 먹으면 랜트의 세레머니보다 화려한 마법쇼를 보여줄 수 있다고."
살짝 승인욕구에 질투를 내는 티키아 씨도 귀엽습니다.
◈
8강까지 다 끝나고 오늘 우리는 그레이시아 씨의 저택에 묵기로 했다.
그레이시아 씨의 저택에 도착한 나는 몸을 원래대로 만든 다음 노아의 요청으로 훈련소로 갔다.
"랜트 포즈!"
노아는 훈련소에 들어온 후 나를 바라보며 양팔로 알통을 만들었다.
"히힛, 어때? 닮았어?"
"나랑 다르게 노아가 너무 귀여워서 안 닮았는데?"
"히히힛♡ 그럼 랜트가 시범 보여줘!"
"이렇게?"
"푸, 푸하하하하하!!"
내가 시범을 보이자 노아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노아?"
"미, 미안! 랜트가 다시 포즈 취하니까 그 세레머니들이 다시 떠올라서! 하하하!"
"푸큽……."
"풉……."
웃는 건 노아만이 아니라 티키아 씨랑 라이파 씨도 마찬가지였다.
내 세레머니는 상당히 세 사람의 웃음보를 자극했나 보다.
"에잇♡"
그때 알통을 만들고 있는 내 팔에 니냐 씨가 팔을 두르며 매달렸다.
"니냐 씨?"
"랜트가 그 포즈하니까 왠지 이러고 싶어졌어."
그 기분 조금 이해가 갑니다.
"와, 그럼 저도 할래요! 에잇!"
니냐 씨에 편승에 티나가 반대쪽 팔에매달렸다.
"에헤헤, 랜트 씨의 근육에 매달리는 것도 좋아요!"
"아! 나도 그거 할래!"
노아를 시작하여 다른 연인들도 차례대로 내 알통에 매달려봤다.
이럴 때는 덩치 큰 게 좋네요.
"그레이시아 누님, 랜트 형님! 여기에 계셨……."
마침 그레시아 씨와 라이파 씨를 매달고 있을 때 알렉스가 훈련소에 들어왔다.
"뭐하시고 계시는 건…… 가요?"
"아, 알렉스 이건……."
동생에게 매달린 모습을 보이자 당황하는 그레이시아 씨.
"알렉스! 너도 한 번 매달려 봐! 은근 재밌다."
그에 반해 라이파 씨는 내 팔에서 내려오며 알렉스에게 씨익 웃으며 알렉스도 내 팔에 매달릴 걸 권유했다.
"제, 제가 랜트 형님의 팔에 말인가요? 그건……."
알렉스는 수줍어하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해보고는 싶은데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레이시아 씨."
"네, 서방님."
그레이시아 씨가 내 팔에서 내려오고 나는 알렉스에게 걸어가며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알통을 알렉스에게 보였다.
"자, 알렉스."
"아…… 네!"
알렉스가 내 팔을 잡자 나는 벌떡하고 일어났다.
"와앗……!"
내 팔에 매달린 알렉스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좀 예의 바르다고 해도 역시 이런 걸 좋아하는 모습은 나이에 어울렸었다.
"어때?"
"노, 높아요!"
"팔은 안 아파?"
"괜찮아요! 저도 단련하고 있으니까요!"
그때였다.
"랜트 공!"
아버님도 훈련소에 찾아오셨다.
"아, 아버님!"
"응? 알렉스. 뭘 하고 있는 것이냐?"
"이, 이건……."
"알렉스, 이만 내릴게."
"네, 랜트 형님."
나는 알렉스를 내린 다음 아버님에게 걸어갔다.
"아버님, 왜 그러세요?"
"왜…… 그러냐니. 당연히 오늘 시합에 관해서네. 뭔가 그 시합이 끝난 후의…… 기행들은."
"즐겁지 않았나요?"
"그라파는 폭소를 하더군."
그라파 아버님에겐 대호평이었나 보다.
"야서왕께서도 웃으셨네."
"오오."
야서왕에게도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걸 보아 세레머니는 대성공인 것 같다.
"다행이네요."
"뭐가 다행인가! 적어도 정도를 생각하게! 그보다 입에서 어떻게 그렇게 불을 뿜은 거지!?"
"입에서 마력을 뿜어내 화염으로 변환했어요."
"그리…… 단순한 설명으로 끝날 기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네만……."
"아버님,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건가요?"
알렉스의 질문에 갈프 아버님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란다, 알렉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아직 수업이 남아 있지 않았니?"
"네! 하지만 그레이시아 누님과 랜트 형님이 오셨다길래 휴식시간에 잠시……."
"그렇다면 지금 돌아가도록 하렴."
"네……."
알렉스가 훈련소에서 떠나자 갈프 아버님은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랜트 공. 자네의 그 기행 같은 세레머니를 이제 와서 말릴 생각은 없네. 다만 결승에서는 적어도 제대로 싸워줬으면 하는군. 부탁이니……."
갈프 아버님은 나에게 결승에서는 제대로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분명 기념적인 무투대회에서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결승이 끝나는 건 캬멜의 기사로서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준결승 상대는 사르만 선수인데 저에게 무슨 할 말 같은 건 없으신가요?"
"……적당히 상대하면서 끝내주게."
"그것뿐인가요?"
"랜트 공에게 사르만이 이길 확률이 없다는 건 일목요연하지. 그저 단장으로서 사르만이 랜트 공과 좋은 시합을 벌였으면 할 뿐이군."
"흐음…… 아, 그럼 이번에는 로크가의 검술로 상대해볼까요?"
"우리 가문의 검술을 말인가? 그러고 보니 오늘은 티잔가의 권법을 주로 썼었군. 대체 어떻게 한 거지?"
"평소에 라이파 씨하고도 대련하고 있어서 움직임은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것만으로 따라 할 수 있다는 건가? 홍련권도 말인가?"
본래 신체 스펙이 뛰어나서 그런 건지 은근 따라 하기 쉬웠다.
하지만 홍련권에 관해서는 조금 다르다.
"그건 그냥 외견만 똑같게 재현한 거고 나머지는 단순히 주먹에 불을 두른 것뿐이에요."
"……그걸 해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네."
갈프 아버님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듯이 눈을 감더니 나에게 말했다.
"그럼 그레이시아의 움직임도…… 내가 그레이시아에게 가르친 검술도 쓸 수 있다는 말이겠군."
"네."
"그럼 얼마나 따라 할 수 있는지 내가 시험해보도록 하지."
"아버님?"
"그레이시아, 랜트 공이 대단하다는 건 이미 뼈저리게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로크 가문에 내려져 오는 검술이 한 달 정도 대련해서 따라 할 수 있다는 말은 그냥 넘어갈 수가없겠구나."
아버님은 저번에 본 화난 광전사와 같은 눈동자가 아닌 한 사람의 긍지를 지닌 기사로서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랜트 공,잠시 상대를 부탁하지. 검은 훈련소에 배치된 것 중 아무것이나 쓰게나."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는 마나웨폰으로 곧바로 한손검을 만들어냈다.
"바로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10분 후.
"마, 말도 안 돼……."
아버님과의 검술 대련은 스킬을 쓰지 않는 단순한 검술대련으로만 이루어졌다.
애초에 힘도 속도도 내가 빠르니 나는 아버님의 속도에 맞춰 평소 그레이시아 씨가 나에게 휘두르는 움직임과 저번에 본 광전사가 된 아버님의 움직임을 참고하여 검을 휘둘렀다.
대련이 끝나고 아버님은 땅을 짚으며 몸을 부들부들 떠셨다.
"와, 완벽하게 로크가의 검술을 재현하다니……."
"마치 아버님이 2분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이야~ 랜트, 멋지다! 한손검 스타일도 어울린데?"
"마, 망토만 두르면 완전히 용사님일 거예요!"
"고마워, 노아, 엘시."
"……정말 믿기지 않는군."
갈프 아버님은 몸을 일으키며 잠시 한숨을 쉬었다.
"랜트 공, 지금 자네의 검술은 누가 봐도 명백한 로크가의 검술 그 자체네."
로크가의 당주인 아버님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지금 감사를 받아도 마음이 복잡하군. 하아, 어쨌든 로크가의 검술을 쓰려면 마음대로 하게나."
"네!"
좋아! 내일은 아버님이 인정한 검술로 사르만과 시합을 벌이자!
◈
저녁이 되고 나는 연인들과 함께 그레이시아 씨의 방에 모였다.
"그럼 시작할게요."
나는 분신을 하나 만들고 우리를 쳐다보게 한 다음 영사를 틀었다.
【모두 잘 있니?】
내가 튼 화면에는 미란다 씨가 나와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들 브리단은 재밌어?】
【즐거운 여행 보내시고 계신가요?】
그리고 미란다 씨의 옆에는 멜리사와 레니 씨도 함께 있다.
"우린 재밌게 잘 보내고 있어. 레니는 어때?"
【여기는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브리단에서 뭐 산 거라도 있어?】
"아, 멜리사가 좋아할 만한 연애 소설을 샀어요!"
【엘시! 정말이야? 어떤 내용인데?】
"한 여자를 두고 두 기사가 싸움을 벌이는 내용이에요."
"나도 엘시랑 같이 가서 잠깐 봤는데 출간 날짜도 최근이더라.
【진짜! 기대하고 있을게!】
"엄마는 괜찮아?
【후훗, 랜트가 분신으로 도와주니까 걱정 없단다. 티나는 어때? 브리단에서 좋은 일 있었니?】
"응! 라이파 언니네 집 서재에서몸의 구조와 안마에 관한 책을 발견했어! 덕분에 내 마사지 실력 더 늘어났다!"
【어머, 잘 됐네.】
【저기…… 라이파 언니, 그레이시아 언니. 랜트를 통해서 잘 해결됐다고 듣긴 했는데. 어땠어요? 집안에서 많이 반대하지 않았어요?】
"크하하, 걱정 마, 멜리사. 서방이 우리 아버지랑 오빠들을 한 방에 다 날려버려서 다 해결했으니까!"
【네!?】
"내 경우에는…… 아버님의 반대가 심하셨지만 그래도 잘 해결됐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서방님이 강함을 보였기에 인정받게 됐어."
【야, 랜트! 너라이파 언니랑 그레이시아 언니네 가서 뭐한 거야!】
멜리사가 나를 나무라자 라이파 씨가 손을 흔들며 멜리사에게 말했다.
"으하하하, 너무 서방에게 뭐라 하지 마, 멜리사. 내가 암컷이 됐다니까 먼저 덤벼든 건 우리 아버지랑 오빠들이니까."
"내 경우도 비슷해. 그러니까 서방님에게 잘못은 없어."
【하아…… 혹시 돈 건네거나 하지 않았어요?】
""아니.""
"애초에 우리 아버진 돈 준다고 애 맡길 정도는 아니니까!"
"돈을 건넨다고 해서 바로 태도가 좋아지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윽."】
멜리사와 티키아 씨가 동시에 뻘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날밤은 내 영사를 통해 떨어져 있는 연인들끼리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엔 엘시의 제안으로 영사를 하며 단체 난교를 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