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3화 〉502화-성전
결승을끝낸 다음나는 투기장의 중앙에 설치된 시상식대에 올라갔다.
캬멜의 무투대회 시상식대는 챔피언을 위한 1인용이었다.
내가 올라가자 챔피언을 위한 의식을 위해…….
【영광스럽게도 이번에도! 우승 트로피를 시상해주시는건 우리브리단의 왕! 야서왕이십니다!】
인식저해 가면을 벗고 알현실에서 봤던 원래 복장으로 갈아입은 야서왕이 나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네주셨다.
"축하하네."
"고맙습니다."
내가 무릎을 꿇으며 트로피를 받는 순간 야서왕은 매우 아쉽다는 투로 자그맣게 나에게 말했다.
"마지막은 상냥했군."
"공무가 있으신데 크게 다치게 할 순 없잖아요."
야서왕이 내 주먹을 맞고도 이렇게 멀쩡하게 있는 이유.
왜냐하면 마지막은 연출이었기 때문이다.
주먹은 내다 꽂았지만 맞기 전에 염동력으로 야서왕을 이동시켰을 뿐이고 균열도 염동력의 충격파로 데코레이션.
전력을 짜내게 하여 즐기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내일도공무가 있을 왕에게 커다란상처를 입힐 수는 없었다.
"하하하, 그대의 상냥함에 감사하지. 매우 즐거웠다네."
"저도요."
자리에서 일어나 나는 드높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앗!!!""
수많은 함성이 다시 한번 투기장을 울려 퍼졌다.
실황을 하던 라이엇이내 앞에 다가와 손에 마이크처럼 생긴 마도구를 들고 말했다.
"로져 선수! 몇 가지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우승 소감이나 인터뷰를 하려는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우선 우승 축하드립니다! 지금 심정은 어떤가요!"
"우승은 누구나 기쁜 법이지요."
"하하하! 그렇군요! 그럼 참가 소감을 들려주실수 있나요?"
"많은 무인들과 만나서 기뻤습니다. 특히 결승은 저도 매우 즐겁고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쇼타라빗 선수와의 시합 말씀이군요! 가능하다면 쇼타라빗 선수와도 같이 소감을 묻고 싶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쇼타라빗 선수는 치료실로 옮겨진 후 종적을 숨겼다고 하군요."
"쇼타라빗 선수도 개인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다음 질문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로져 선수는 이길 때마다 무척이나 독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의미는 있습니까!"
"그게더 신나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네! 덕분에 저희 아주 진귀한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달리도 여러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만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실황을 맡던 라이엇은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마이크를 나에게 들이대며 물었다.
"수수께끼의 황금전사 로져 선수, 당신의 정체를 밝히실 의향은 있으신가요?"
그 물음에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나는 쓰고 있던 황금 양동이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이럴 수가! 황금 양동이에 숨겨져 있던 로져 선수의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저, 젋잖아?"
"얼굴은 멀쩡한데?"
"안에 용머리라도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저 얼굴하고 그런 기행을 펼쳤다는 거야?"
여러 곳에서 내 얼굴에 대한 다양한 말이 오가고 있다.
"상당히 미남이시군요, 로져 선수!"
"감사합니다."
"혹시나 묻는 건데 로져라는 이름은 본명인가요?"
"아니요, 가명입니다. 제 이름은……."
나는잠시 실황에게서 마이크를 빌린 다음 투기장에 있는 모두가 잘 들리도록 말했다.
"랜트. 플단에서 온 S랭크 모험가 랜트입니다."
"뭐, 뭐라고요오오오옷!?"
"랜트?!"
"그 던전 크래셔라고 불리는 플단의 영웅?"
"확실히 S랭크 모험가라면 그 강함도 이해가 가……."
"하지만 어째서 던전 크래셔가 캬멜에 있는 거야!?"
여기저기서 놀람과 당혹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 로져, 아니, 랜트 선수! 어째서 캬멜에 왔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제 연인들의 부모님을 뵙기 위해 왔습니다. 그런 차에 무투대회에 열리는 것을 알고 참가했습니다."
"여, 연인들!? 그, 그러시군요!"
"연인들이래."
"사귀는 여자가 여러 명이라는 건가?"
"하긴 S랭크 모험가나 되는 수컷이라면 납득이 가."
"아,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연인들이 누구신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나는 관중석에 있는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를 쳐다봤다.
라이파 씨는 씨익 웃으며 엄지를 세웠고 그레이시아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인들의 허락도 얻었으니 말하겠습니다."
"오오! 연인분들도 이 투기장에 계신가 보군요!"
"네. 제가 이곳에 온 계기가 된 연인들의 이름은…… 그레이시아 로크와 라이파 티잔입니다."
내가 두 사람을 이름을 부르자 순간 투기장이 정적에 휩싸였다가 여러 수군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그레이시아 로크?"
"라이파 티잔?"
"라, 라인살럿 경과그아인 경의 딸 아니야?"
"그 두 사람이연인이라고?"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몇 달간 안 보였었는데 설마……."
"그, 그레이시아 아가씨의 수컷이……."
"여, 여러분! 충격적인 사실입니다! 플단의 영웅!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 랜트의 연인이 우리 캬멜에서도 유명한 라인살럿 경과 그와인 경의 자녀분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실황의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가자고, 그레이시아!"
"잠깐 기다려, 라이파!"
관중석에서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가 뛰쳐나와 나에게로 다가왔다.
"오오오! 장본인들의 등장입니다!"
라이파 씨는 실황에게서 마이크를 뺏어 들고 활기차게 말했다.
"으하하하하! 서방 말대로 나랑 그레이시아는 서방의 암컷이다! 이미 인사도 끝맞쳤으니까 그렇게 알고들 있어라! 야, 그레이시아! 너도 한마디 해!"
라이파 씨가 마이크 같은 마도구를 건네자 그레이시아는 마지못해 받아들었다.
"나 그레이시아 로크는 서방님…… 던전 크래셔 랜트의 암컷이다. 그와인 경도 나의 아버님이신 라인살럿 경도 승인하신 일이다."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의 말에 관중들도 그리고 참가했던 선수들도 모두 놀라며 떠들썩댔다.
"오오오오오오!!"
"진짜냐."
"그 그레이시아 로크와 라이파 티잔을 다 암컷으로 만들다니!"
"던전 크래셔 쩔어!"
"그, 그레이시아 아가씨가…… 어윽!"
털썩!
"우왓! 사르만이 갑자기 쓰러졌다."
"랜트의 연인은 둘뿐만이 아니라고오오오옷!!"
"우리도 간다!"
"꺄악!"
"티, 티키아 씨!?"
그때 노아뿐만이 아니라 니냐 씨가 관중석에서 내려오고 티키아 씨가부유마법을 써서 엘시와 티나도 함께 떠올리며 내 쪽으로 왔다.
"가, 갑자기 여러 여성들이 왔습니다! 설마 저분들도 다 랜트 선수의 연인들인가요! 그보다 하늘도 날고 있습니다!"
"정~답!"
노아가 폴짝 뛰어서 나에게 안겨들었다.
"우승 축하해! 랜트!"
"고마워, 노아."
"축하해♡"
"축하드려요!"
"추, 축하해요, 랜트!"
"축하해!"
"모두 고마워!"
연인들에게서 단체로 축하를 받으니 마음이 매우 포근포근해집니다.
"으하하하! 어때! 이게 우리 서방이라고!"
라이파 씨가 쩌렁쩌렁 웃으며 말하자 관중들은 더욱 술렁였다.
"저 수가 다 연인이라는 거야?"
"굉장해……."
"초대 야서왕이냐."
"다들 엄청 미인이네."
"부러워……."
"쿠쿠쿡……."
나와 연인들의 모습을 보자 야서왕께서는 웃음을 흘리시며 말했다.
"그야말로 영웅호색이군."
"제대로 사랑도 있어요."
"훗, 당연히 그래야지. 라이엇."
"네! 야서왕이시여!"
"이만 대회를 끝내기로 하지."
"아, 알겠습니다! 아, 확성기 좀 돌려주시겠습니까?"
실황은 마이크를 든 다음 나를 향해 물었다.
"랜트 선수, 그러고 보니 마지막 세레머니는 하지 않으셨더군요. 지금 하실 의향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나는 다시 양동이를 쓴 다음제자리에서 드높이 뛰어올랐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세레머니.
임팩트는 짧고 크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나는 마나웨폰으로 이루어진 양동이에 마력을 팍팍넣은 후.
째애애애애애애애앵!!!
양동이에서 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냈다.
물론 눈뽕당하지 않을 정도로 상냥하게.
그리고 마무리 포즈는 물론 더블 바이 셉스를 하며 나는 크게 외쳤다.
"우오오오오오오!!!"
""와아아아아아아앗!!!""
내 외침과 관중들의 함성이 함께 투기장 전체로 울려퍼지며.
"파란만장한 캬멜 무투대회! 폐막하겠습니다아아아아아앗!!!"
즐거운 캬멜 무투대회는 끝이 났다.
◈
무투대회가 끝나고 나는 트로피와 상금을 챙긴 다음 원래 복장으로 돌아와 연인들과 함께 라이파 씨의 저택으로 돌아와 식사를 가졌다.
"으하하하하하! 설마 야서왕까지 이길 줄이야! 정말이지 사위는 대단해!"
"어째서 그렇게 웃는 거냐, 그라파. 나는 심장이 졸여지는 줄 알았다. 왕도 왕이십니다. 어째서 무투대회에 출전을……."
그라파 아버님과 갈프 아버님도 함께 귀환해 식사를 했는데 놀라운 건.
"이렇게나 강한 강자가 있는데 어찌 참을 수 있단 말인가, 라인살럿 경."
야서왕도 함께 와서 식사를 하고 있다는 거다.
"허나, 혹여 옥체가 상하시기라도 하신다면……."
"나는 그것도 각오하고 임했다만 아쉽게도 랜트는 마지막에 내가 안 다치게 배려해줬네. 정말…… 아쉽군."
"왕이시여, 그걸 아쉽다고 하시면 어떡하십니까."
"우물우물…… 라이링 부인의 요리는 정말 맛있군. 좋은 부인을 두어 좋겠소,그와인 경. 물론 나에겐 왕비의 요리가 최고지만 말이네."
"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왕이시여!"
"무시하지 마십시오!"
신하와 왕의 관계지만 3사람은 무척이나 친한 소꿉친구와 같은 분위기도 물씬 풍겼다.
"저기…… 야서왕."
"응? 뭔가, 랜트."
"이 자리에 있으셔도 괜찮으신 건가요?"
"걱정 말게나. 오늘까지는 휴일이라고 못을 박아놨으니. 그건 그렇고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그렇게 움직인 게 대체 몇 년만 인지. 게다가 엑스칼리버가 아니더라도 내가 애용하던 클라렌트가 부러질 줄이야! 내일 퍼거슨에게 한 소리 듣겠어! 하하하하하!"
그때 노아가 내 팔을 툭툭 치며 물었다.
"있지, 랜트. 눈앞에 있는 사람이 야서왕이지?"
"응, 맞아."
"……말하는 거 들어보면 결승에서 랜트랑 싸운 걸로 들리는데?"
"쇼타라빗 선수가 야서왕이 변장하신 모습이야."
"저, 정말인가요, 랜트?"
"맞아, 엘시. 인식저해 마법이 걸린 마도구를 쓰셨어."
"으하하하하! 역시 우리 서방이야!"
"야서왕도 이기신 거는 복잡한 마음입니다만 자랑스럽습니다, 서방님."
"고마워요."
"평소에는 잘 몰랐는데 오늘 대회를 보고 랜트 씨가 엄청 강하다는 걸 느꼈어요."
"후훗, 랜트는 밤에도 낮에도 모두 대단해♡"
오늘 밤에도 그대단함을 느끼게 해드릴게요!
"인식저해 마도구라…… 보고 싶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보여주지."
티키아 씨의 중얼거림이 들렸는지 야서왕은 품에서 하얀 가면을 꺼내서 휙하고 티키아 씨에게 던졌다.
"그게 인식저해의 마도구라네."
"오오!"
"야, 야서왕이시여! 그리 은둔의 가면을 다루시면 안 됩니다!"
"하하하, 라인살럿 경! 오늘 나는 기분아 아주 좋네! 게다가 상대는 랜트의 연인이 아닌가! 이토록 즐겁게 해준 자의 연인에게 겨우 마도구 하나 보여주는 걸로 뭘 그러나."
"마도구라도 국보입니다!"
"이 술식의 구조랑 마력의 움직임…… 오오! 굉장해!"
잘은 모르겠지만 티키아 씨는 나름대로 야서왕의 마도구를 보고 감탄하면서 분석하고 있었다.
"으음? 보는 걸로도 분석이 가능하나?"
야서왕의 질문에 티키아 씨는 마도구에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도구도 써서 본격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어렵지만 대강 어떤 구조인지는 알겠어! 이야! 설마 이런 식으로 술식을 비틀 줄이야!"
"호오, 그 마도구는 고대의 유물 같은 거라 멀린도 해석을포기했는데……."
"후훗! 나는 천재 마법 소녀니까 가능하다고! 며칠만 더 분석하면 열화판 정도는 만들수 있을 거 같은데……."
"으음?!"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티키아 씨의 말에 야서왕은 물론이고 갈프 아버님과 그라파 아버님까지 눈을 크게 뜨며 티키아 씨에게 다가왔다.
"으, 으응?! 뭐, 뭐야! 왜 다들 그러는 거야!?"
갑자기 3분이 다가오자 티키아 씨는 깜짝 놀라며 가면을 꼬옥 품에 안으며 내 뒤로 이동했다.
"이름은 뭐라고 하지?"
"티, 티키아인데."
"티키아 공, 은둔의 가면의 열화판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정말인가?"
"가, 가능해. 뭐, 재료나 재질 같은 건 더 분석해야겠지만 안에 들어있는 술식이라면야 효과는 줄어들어도재현 가능할 거야. 시간만 있다면야 같은 효과를 가진 걸 만들 수 있고."
"……놀랍군. 그건 멀린도 술식의 해석이 너무나 복잡하다고 하여 포기한 것인데."
"하하하, 뛰어난 수컷에겐 뛰어난 암컷이 붙는다는 건가?"
"저기…… 다들 왜 그러세요?"
"아, 실례했군, 랜트. 그 마도구는 초대 야서왕 시절부터 내려오는 유물이네. 같은 물건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 가능성을 지닌 자가 나타나 놀라고 말았어."
야서왕까지 이렇게 놀랄 정도라면 분명 티키아 씨의 말은 그만큼 대단한 업적이나 다름없는 거라고 생각됐다.
연인이 대단하다고 칭찬받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는 티키아 씨를 향해 엄지를 세우며 말했다.
"티키아 씨, 굉장해요."
"엣헴!"
내 칭찬에 자신만만하게 기뻐하는 티키아 씨는 무척 귀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