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6화 〉505화-성전
"랜트! 큰일이에요! 랜트!"
"으으…… 엘시?"
솔리 씨에게 기발한 생각을 말하려는 순간 엘시가 내 몸을 흔들었기에 나는 접신몽에서 나와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알몸으로 무척이나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엘시였다.
"큰일이에요, 랜트! 계시가…… 계시가 왔어요! 던전의 범람 때처럼! 계시가 왔어요!"
이번에도 솔리신이 긴급 재앙을 알리는 전체 문자 계시를 날렸나 보다.
"캬, 캬멜을 향해 히, 히드라와 자이언트 사이크롭스가 온다고 해요! 어, 어떡하죠!"
나는 불안해 하는 엘시를 껴안고 안심할 수 있도록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괜찮아, 엘시. 내가 있잖아."
"아…… 네. 캬멜엔…… 랜트가 있어요."
엘시는 내 품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를 구해주셨을 때처럼…… 플단의 범람을 막았을 때처럼. 이번에도 랜트가 해결해주시는 거죠?"
"물론이지! 나한테 맡겨줘! 아, 그치만…… 성공하려면 한 가지 필요한 게 있어."
"네? 뭔가요?"
나는 엘시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사랑하는 내 성녀님의 진한 키스."
"아, ……네♡ 하음♡ 츄웁♡ 츄르릅♡ 츄우웁♡"
엘시와 달콤하면서 끈적한 키스를 나누며 나는 더욱 의욕이 쑤욱쑤욱 상승했다.
엘시와 입술을 떼고 엄지를 세우며 나는 말했다.
"엘시의 키스를 받았으니까 반드시 성공할 거야."
"네!"
"……내 키스는 필요 없어?"
"꺄악! 노, 노아!"
어느새 노아가 뒤에서 내 어깨에 먹을 걸치며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노아도 해준다면 더 성공률이 올라가!"
"그럼~ 나는?"
"우리는 어떤데?"
"저도 랜트 씨랑 키스할래요!"
어느새 노아뿐만이 다른 연인들도 깨어나 있었다.
"하읏!? 다, 다들 언제 깨어나신 거예요?"
"히히힛, 엘시가 그렇게 크게 소리치면 깨어나지. 좋아! 그럼 모두 한 번씩 랜트의 성공을 위해서 키스하자! 엘시 다음엔 나! 흐음♡"
기습적으로 노아가 나에게 진한 키스를 했고…… 그 뒤를 이어 차례대로 다른 연인들과도 키스를 마쳤다.
다양하고 많은 사랑스러운 연인들과 이렇게 계속 키스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합니다.
덕분에 어떤 마물이든 신나게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다.
키스를 마치고 우리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땡땡땡땡땡!
캬멜 전체로 커다란 종소리가 울리며 투기장에서도 자주 들었던 실황인 라이엇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러분~~!! 긴급!!! 긴급 사태입니다아아아아!!!! 신전으로부터 보고입니다아아아!!! 솔리신의 계시입니다! 저희 캬멜을 향해 히드라와 자이언트 사이클롭스! 그리고 수많은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아아아!!!】
"꺄아아아아악!!!"
"어째서 캬멜에 마물들이!"
"재앙이다아아아!! 이건 재앙이야아아!!"
"엄마아아아!!"
수많은 사람들이 혼란하고 있으며 절망에 휩싸였다.
"사위!"
"그라파 아버님."
"아버지!"
그때 우리보다 살짝 늦게 그라파 아버님이 완전무장을 하고 집 안에서 나오셨다.
"지금 이 사태를 보면 알겠지? 난 지금 당장 왕궁으로 가겠어. 따라와 줘! 지금은 사위의 힘이 필요해!"
"알겠어요. 하지만 달려가면 느리니까 제가 데려다드릴게요."
"데려다준다니 어떻 어엇!?"
나는 염동력을 사용해서 연인들과 그라파 아버님을 공중에 띄웠다.
"우선 그레이시아 씨네로 먼저 갈게요!"
빠르게 이동하여 단숨에 그레이시아 씨의 저택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날아가는 걸 봤다.
"뭐야!? 사람이 날고 있어!"
"주, 중앙에 있는 건!"
"불 뿜는 황금 양동이다!"
"아니야! 하늘 나는 고릴라야!"
"빛나는 황금 양동이!"
"던전 크래셔다아아아아아!!!"
"그래, 던전 크래셔! 캬멜엔 던전 크래셔가 있어! 살 수 있다고!"
"던전 크래셔만 있겠어! 우리의 야서왕도 있는데!"
"뭘 두려워했던 거지. 재앙이 와도 던전 크래셔와 야서왕이있으면 문제없는데!"
의도치 않게 내 존재가 사람들을 안정시키는 것 같았다.
"응?! 래, 랜트 공! 그라파!"
그레이시아 씨의 저택 앞에는 마침 완전무장을 한 갈프 아버님이 나오고 있었다.
"갈프 아버님! 왕궁까지 데려다드릴게요!"
"야, 이거 엄청 쾌적해!"
"무슨 소리 읏?!"
사태가 시급하니 나는 곧바로 갈프 아버님도 염동력으로 띄워 왕궁으로 곧바로 날아갔다.
왕궁에 도착하고 우리는 곧바로 알현실로 향했다.
"잘 와주었네, 랜트."
알현실에는 야서왕과 멀린 그리고 몇몇 원탁의 기사분들이 계셨다.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은 비상상태…… 솔리신의 계시가 내려진 걸로 보아 던전의 범람에 버금가는 재앙이겠지. 왕으로서……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 랜트. 자네에게 협력을 의뢰하고 싶네."
터엉!
나는 야서왕의 말에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에게 맡겨만 주세요!"
"훗, 믿음직스럽군."
잠시 후 아직 도착하지 않았던 다른원탁의 기사분들도 도착했고 야서왕은 왕좌에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부터! 히드라와 자이언트 사이클롭스 및 캬멜을 향해 몰려오는 마물들의 토벌을 시작한다! 각 원탁의 기사는 기사단을 모아 지금 당장 마물들을 대항할 준비에 임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잠깐만요."
아버님들을 포함한 원탁의 기사들이 명을받들어 나가려고 하려는 순간 나는 그들을 말렸다.
"랜트,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게."
"이동은 제가 빠르게 옮겨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급선무는 히드라와 자이언트 사이클롭스가 이끄는 마물들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확인하는 게 최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겠지."
"그러니까 우선 제가 여러분들을 곧바로 바깥까지 옮기겠습니다. 함께 사태가 얼마나 촉박한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제가 얼마나 빠르게 옮겨드릴수 있는진……잘 아시겠죠?"
내 말에 야서왕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바로 부탁하지."
"왕이시여, 방금 무슨 대화…… 르으으읏!?"
한 원탁의 기사분이 야서왕에게 말을 걸려고 하려고 할 때.
나는 이미 염동력으로 연인들과 야서왕, 멀린, 그리고 다른 원탁의 기사들을 한꺼번에 옮기며 바깥으로 이동해 캬멜 왕궁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뭣?!""
내 염동력을 처음 보는 다른 원탁의 기사들은 단숨에 경악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 이게 대체?"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허허허허, 이거 좀 재밌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멀린 경!"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히드라나 자이언트 사이클롭스가 어디서 나타나는지를 찾아봤다.
하지만 솔리 씨의 말로는 50m나 되는 2마리의 거대한 마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히드라와 자이언트 사이클롭스를 찾기 위해 좀 더 위로 올라갈게요."
"그래주게."
"좀 더 위라니 무…… 으응우으읏?!"
슈우우우우웅!
확인을 하려면 단번에!
나는 평소 내가 이동을 할 때 오르는 높이까지 솟아올랐다.
"하하하하! 이렇게까지 높게 오를 수 있다니! 그야 빠르게 오갈 수 있겠군!"
"야, 야서왕이시여! 이게 대체 무슨……."
"아그라바 경!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게!"
"전혀 이해가 안 되옵니다!"
"으음……."
이렇게까지 높이 올라왔는데도 거대한 마물은 안 보인다.
혹시 어두워서 그런가?
아니, 그래도 50미터 정도나 되면 어두워도 티가 날 텐데…….
"래, 랜트 어두워서 이러면 확인을 잘 못 할 거예요."
"아니, 엘시. 히드라 정도라면 어두워도 이동하는 속도가 들리기라도 할 거야. 그런데 안 들린다는 건 상당히 멀리서 다가온다고 할 수 있어."
엘시의 의견도 티키아 씨의 의견도 납득이 갔다.
"우선 주위를 밝히겠습니다."
나는 손에서 12개의 작은 빛의 공을 만들어냈다.
티키아 씨의 말로는 마법은 마력만 무진장 있으면 상상을 현실로만들어주는 힘.
게다가 평소에 내가 쓰는 마법이나 기술도 대부분 상상에 의존한다.
그러니 이런 것도 가능할 거다.
"흐읍!"
팔을 양쪽으로 펼치며 12개의 공을 각 시계방향을 향해 멀리 날려 보낸뒤 각 공에 담았던 마력을 폭발시켰다.
째애애애애애애앵!!!!
12개의 빛의 공은 거대해지며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주변 일대를 밝혔다.
"이, 이게 대체 무슨……."
"12개의 태양이……."
"밤이…… 낮이 되다니."
"하하하하하! 보면 볼수록 대단하군!"
"굉장해요, 랜트!"
"와! 엄청 밝아! 아래는 완전 낮인데!"
"랜트는 역시 대단해♡"
"……좋아! 참았다! 이번에 지리는 건 참았어!"
"저기…… 말하는 게 늦었는데…… 싸울 수도 없는 제가 여기와도 되나요?"
"티나, 서방님은 분명 멋진 모습을 네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걸 거야."
"암컷에게 자신의 위엄을 보이는 건 수컷의 본능이니까! 뭐, 느긋하게 구경이나 하고 있어! 만약 위험해져도 서방이랑 우리가 지켜줄 테니까!"
"고, 고마워요, 라이파 언니."
다양한 말이 오가는 중 멀린이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흐음…… 헌데 이렇게 주변 일대를 둘러봐도 없다는 건 상당히 멀리 있다는 건데……. 준비를 할 시간이 있다는 건 좋지만 혹여나 다른 마을이나 지역에 출현해 피해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군."
확실히 그건 걱정이다.
베인 씨는 캬멜을 향해 마물을 향하게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먼 곳에 있는 마물들을 조종해 캬멜쪽으로…….
콰과과과과과광!!!
그때 거대한 검은 번개가 6시 방향 일대에 내리쳤고.
샤아아아아아아아앗!!!
크롸아아아아아아앗!!!!
끼끼끼끼끼끼!
크르르르르르!
번개가 내리친 자리에는 수많은 마물들과 함께 거대한 9개의 머리가 달린 뱀 마물과 외눈박이에 정수리에 커다란 뿔이 달린 사이클롭스가 나타났다.
아, 정확히 떠올렸다.
베인 씨는 향한다고는 했다.
정확히는 향해 보낸다고 했다.
즉 베인신이 사용한수단은 기존에 있는마물을 조종해 캬멜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게 아닌.
검은 벼락을 통한 마물 퀵배송 서비스였다.
어쩐지 베인 씨가 하늘에서 엄지를 척하고 올리며 좋은 장면 부탁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근데…….
가까이 보내줘도 너무 가까이 보내준 거 아닌가요?
히드라와 자이언트 사이클롭스가 맨 앞에 있고 나머지 마물들은 뒤에 즐비해 있다.
그런데…… 캬멜의 성벽과 두 마물의 거리가 해봤자 2킬로 될까 말까다.
기사단을편성하고 대책을 하며 성벽 밖으로 나오는 준비를 하는 동안 두 마물이 성벽 가까이 근접하고도 남을 거리다.
게다가.
드드드드득
쿠우우웅!
저 두 마물 덩치도 커서 그런지 움직이는 범위도 엄청 넓다.
덕분에다른 원탁의 기사분들은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가, 갑자기 마물들이!"
"히드라와 자이언트 사이클롭스가 저렇게나 가까이!"
"젠장! 시간이 부족하다!"
"오늘은 놀라는 일투성이군."
"대체 어떻게 대처를 해야……."
그때 야서왕이 크게 외치셨다.
"진정하라! 원탁의 기사들이여!"
야서왕의 말에 모든 원탁의 기사들이 야서왕을 바라보며 진정됐다.
말로 단번에 혼란을 잠재우는 모습은 그야말로 카리스마 넘치는 왕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저 이 나라를 지킬 역할을 다할 뿐이다! 목숨 바쳐! 나라를! 백성을 지킨다! 그것이 원탁의 기사다!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야서왕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랜트, 자네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나?"
"원하신다면 저 혼자서 이 사태를 전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믿음직하군. 하지만 그래선 우리의 체면이 서질 않지. 그러니……."
야서왕은 몰려오는 마물 때를 바라보며 말했다.
"히드라와 몰려오는 마물은 우리가 맡지. 자네는 자이언트 사이클롭스를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그럼 곧바로 기사단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세요. 기사단들도 재빨리 바깥으로 옮겨드리겠습니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대는 정말 편리하군. 브리단으로 국적을 옮길 생각은 없나?"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탁하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모험가 길드를 통해 말씀해주세요. 지금은 마도구 덕에 곧바로 의뢰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하! 그러도록 하지!"
◈
그 후 나는 각 기사단으로 이동해 마침 준비를 하고 있던 기사들을 밖으로 옮겼다.
모험가들에겐 만일을 대비해 캬멜 안으로 들어올지도 모르는 마물들의 대처를 맡겼다.
도중도중 하늘을 난다든지 갑자기 12개의 태양이 나타났다면서 패닉에 빠지는 사태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각 기사단을 맡고 있는원탁의 기사분들이진정시켜줬고…….
"기사들이여. 자랑스러운 캬멜의 기사들이여"
모든 기사들이 밖으로 나와 대열을 짜고 준비를 마칠 때 성벽과 마물들의 사이 거리는 대략 1킬로미터.
터무니없이 보폭이 큰 2마리의 거대 마물과 빠르게 질주하는 마물들, 그리고 여러 경험을 통해 승격하여 상식을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지닌 기사들과 모험가들에겐 순식간에 좁혀질 짧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이것은 솔리신이계시를 내리신성전이다. 자아! 왕명이다! 캬멜을 위협하는 저 마물들로부터 캬멜을 지켜라!"
스릉!
야서왕은 허리에 찬 새하얀 검을 뽑아들며 드높이 외치며 마물들을 향해 달려나가며.
"나를 따르라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앗!!!""
성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