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1화 〉530화-문어의 활용
티키아 씨의 은둔의 가면 연구도 순조롭고 사랑하는 연인의 고민도 풀어주며 평화로운 나날이 흘러갔다.
물론 그런 평화로운 나날에는 던전 탐색도 들어 있다.
현재 우리가 도달한 층은 20층.
메탈 스켈레톤이 있는 층이다.
이 층에 도달한 뒤로는 꽤 시간이 흘렀다.
예전이라면 금방 메탈 스켈레톤들을 마구마구 해치우며 다음 층으로 갔겠지만.
사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건 니냐 씨의 충고 때문이다.
20층까지는 B랭크 모험가들의 영역.
그리고 21층이 A랭크 모험가들이 활동하는 영역이다.
그 증거로 B랭크의 최상위 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층에는 그다지 모험가들이 많지 않다.
그만큼 20층도 어렵고 실력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처음 20층에 왔을 때는 니냐 씨도 노아도 상대하기 조금 힘들었을 정도다.
티키아 씨의 경우에는 더욱 마력을 높여 공격하기에 그다지 고전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실력 향상 및 새로 들어온 그레이시아 씨와 라이파 씨와의 연계도 맞추기 위해 우리는 평소보다 오랫동안 20층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끝날 때.
가장 걱정이었던 노아도 지금은 메탈 스켈레톤을 쉽게 잡을 수 있고 니냐 씨도 이번에 대장간에서 창을 업그레이드 받았다.
그레이시아 씨와 라이파 씨와의 연계도 지금은 4명 동시에 나를 상대하면서 어색함이 없고.
만일을 위해 엘시랑 티키아 씨도 니냐 씨랑 그레이시아 씨에게 지도훈련을 받아 근접전에서도 어느 정도 대처를 할 수 있게 성장했다.
게다가 다들 20층에서 계속 사냥을 하다보니 승격도 한 번씩 하면서 능력도 대폭 업!
준비는 다 됐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때다.
"다들 준비됐어요?"
"네!"
"가자가자!"
"다음 층으로 가는 게 기대돼."
"21층 마물도 내 마법으로 다 날려주겠어!"
"준비 됐습니다."
"빨리 가자고, 서방!"
"그럼 출발할게요!"
나는 20층에 모인 연인들을 염동력으로 띄워 곧바로 21층을 향해 날아갔다.
염동력의 조작도 상당히 익숙해져서 2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이동하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계단에 도착한 우리는 21층으로 걸어서 내려갔다.
오랜만에 보는 던전의 층과 층 사이를 잇는 검은 공간을 지나고 우리는 21층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오오……."
"여기가 21층……."
"다른 곳과는 좀 다르네."
여태껏 층은 숲이나 평지, 아니면 늪지나 사막이었는데 21층은 뭐랄까…… 여기저기에 호수 웅덩이 같은 곳이 많았다.
"응? 저건……."
아래를 내려다보는 도중 어디서 많이 본 풀메이트 갑옷에 할버드를 휘두르는 모험가가 보였다.
바로 젠 씨였다.
워프장치까지내려가 등록을 끝마친 다음 연인들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나는 젠 씨에게 다가갔다.
"하압!"
서걱!
"닐드!"
"스피드!"
젠 씨는 신관으로 보이는 중년남성과 함께 한창 21층의 마물과 싸우고 있는 도중이었다.
신관의 버프를 받은 젠 씨는 고속으로 움직이며 단숨에 눈앞의 마물을 썰어버렸다.
성인 남성 크기나 되는 거대한 문어 마물.
랜드 옥토퍼스의 8개의 다리를 단숨에 썰어버리고 마무리로 커다란 머리통을 베어버린 뒤 젠 씨는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쏴아아아앗!
검은색의 먹물이 하늘로 솟구치며 주변을 검게 적셨다.
"오늘도 멋진 실력입니다, 젠."
"후우. 너야말로 정확한 보조 마법은 여전해."
서로를 칭찬하는 둘을 향해 나는 다가가며 젠 씨를 불렀다.
"젠 씨!"
"응? 아니, 이게 누구야. 랜트 아니야."
젠 씨는 나를 보더니 밝은 표정을 지으셨다.
"21층에 도달한 거군. 혼자 왔나?"
"네! 방금 막 도착했어요! 아, 다들 저기 워프장치 쪽에 있어요."
연인들 쪽을 가리키자 젠 씨는 할버드를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하하하, 랜트 네가 플단에 온지 아직 반년도 안 지났는데 벌써 동료들과 21층이라…… 역시 S랭크는 다르군! 뭐…… 너 혼자라면 더 빨리 왔겠지."
"저는 모험도 좋지만,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그래, 그건 좋은 마음가짐이야. 아참, 여기이 친구는 처음보지? 닐드, 여기는…… 뭐 설명은 필요 없겠지?"
"물론입니다. 던전 크래셔를 모르는 사람은 이 플단에는 없으니까요."
젠 씨 옆에 있던 신관 분은 꾸벅하고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B급 모험가이며 신관인 닐드라고 합니다. 엘시가 항상 신세를 지고 있군요."
"엘시를 아시나요?"
"물론입니다. 같이 신전에서 살아왔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엘시는 신전에서 자란 고아다.
그러니 같이 신전에 사는 신관들과 아는 사이인 건 당연했다.
"랜~트!"
그때 노아를 필두로 연인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 닐드 신관님!"
엘시는 닐드 씨를 보자마자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엘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네, 네! 닐드 신관님도 잘 지내셨어요?"
"물론이랍니다. 설마 엘시가 벌써 B랭크모험가가 되다니. 허허허, 이거 따라잡혀 버렸군요."
닐드 씨의 말에 엘시는 얼굴이 빨개지며 손을 붕붕 저었다.
"아, 아니에요! 저, 전부 랜트랑 동료들 덕분이에요! 제, 제가 닐드 신관님을 따라잡을 리가……."
"겸손은 소중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도 인정해야 하는 법입니다, 엘시. 모험가 길드는 그저 동료의 힘만 빌린 자에게 B랭크라는 자격은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좀 더 자신을 갖으세요. 만약 동료의 힘이 컸다고 하면 이번엔 자신이 동료에게 더 도움이 되도록 정진하면 됩니다."
"아, 네! 고맙습니다!"
엘시에게마음가짐을 가르치는 닐드 씨는 아주 인자해 보였다.
어린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전형적인 성직자 스타일!
매우 보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성직자라고 해도 솔라리오…… 특히나 솔의 풍경을 생각해보면 성직자의 성이 성스러울 성이 아니라 성욕의 성으로 느껴진다.
성(性)직자.
중년신관.
문어!
망상이 뭉개뭉개 피어납니다.
생명과 창조를 관장하는 솔리신의 신관인 닐드 씨!
그런 그에게는 이제 막 성인이 된 견습 신관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을 시킬 의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성의 개방!
남성인 닐드 씨는 여성 신관들의 성의 개방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닐드 씨가 생각했다!
생명과 창조는 좋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해버려서 혹시 아이라도 생기면 어찌할까!
새로운 생명은 축복해야하지만 그래도 본인들의 동의가없이 사고로 아이가 생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때 생각하는 것이바로 몬스터 테이밍!
간절히 바란 닐드 씨에게 내린 솔리신의 영감!
닐드 씨는 여러 마리의랜드 옥토퍼스를 사역해 견습 여성 신관들에게 성의 개방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특수한 훈련을 거친 랜드 옥토퍼스는 촉수를 이용해 알몸이 된 여성견습 신관들의 몸에 빨판을 붙이며 쮸웁쮸웁 약하게 빨아 성감을 키우고 입,보지, 항문 3개의 구멍에도 빠짐없이 촉수를 집어넣어 어떠한 자지라도 즐길 수 있도록 기분 좋은 쾌락을 주입시키는 것이다!
『닐드 씨가 직접 하는 버전은 없나요?』
랜드 옥토퍼스의 다리가 엄청 꾸물꾸물거려서 촉수물 취향으로 해봤어요.
오늘의 딸감 결정!
◈
젠 씨와 닐드 씨, 그리고 내 연인들은 각자 간단히 인사를 나눈 다음 대화를 했다.
"젠 씨는 21층이 도달 층인가요?"
"아니, 우리는 45층이야. 오늘은 랜드 옥토퍼스의 재료를 부탁받아서 온 거지."
"그랬군요. 저희도 도울까요?"
"아니, 괜찮아. 범람 때와는 달리 네 도움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야. 랜트 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40층대의 마물의 재료를 모아야 될 때가 오면 말을 걸게."
"네."
"그나저나……."
젠 씨는 휘익하고 내 연인들을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단순이 성별비만보면 어디 귀족이 여자 모험가를 고용해서 놀러온 것 같군. 하하하하! 하렘 파티야!"
"아하하……."
내 파티는 나를 빼고는 모두 내 사랑스러운 연인들.
말 그대로 하렘 파티다.
"뭐, 실력만 충분하다면 문제없지. 안 그래, 닐드?"
"네, 실력이 좋고 연계가 잘 취한다면 성별이 어떻든 인수가 어떻든 상관없는 법이지요. 그리고…… 솔리신을 섬기는 신관으로서 랜트 님은 무척이나 바람직해 보입니다. 혹여 묻습니다만…… 지금 연인분들과 모두 결혼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닐드 씨의 물음에 나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미 같이 살 저택도 사놨어요."
"오오, 그건 정말 좋은 판단이군요. 부디 솔리신의 가르침 아래 많은 생명을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엘시도 힘내세요."
"아……♡ 네, 네♡ 래, 랜트가 원한다면 몇 명이라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낳고 싶어요♡"
나도 사랑하는 엘시하고 라면 얼마든지 아이를 낳고 싶다.
……하지만 섹스도 하고 싶으니까 낳고 나면 1년 정도는 시간을 두고 싶다.
"아주 바람직합니다, 엘시. 미샤 신관이 평소에 엘시의 칭찬을 많이 할만하군요."
"네? 미, 미샤 신관님이 그렇게 절 칭찬하셨나요?"
"네, 엘시가 부쩍 성장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답니다."
"아아…… 기뻐요."
"저기저기, 젠~. 랜드 옥토퍼스 잡는데 요령 같은 거 없어?"
노아가 묻자 젠 씨는 할버드로 바닥에 묻은 먹물을 두드리며 말했다.
"우선 이 먹물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 얼굴에라도 맞으면 시야가 완전히 껌해지고 잘 지워지지도 않아 싸움에 지장이 간다. 그리고 역시 촉수도 조심해야겠지. 흡입력이 강해서 한 번 잡히면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어.
단번에 잡으려면 미간 안에 숨어 있는 마석을 노리거나 아니면 촉수를 전부 잘라내 무력화 시키는 게 최고지."
"즉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랜드 옥토퍼스는 타격 무기에는 강하니 호염에겐 불리할 수 있겠군."
젠 씨의 충고에 라이파 씨는 콧웃음을 치며 씨익하고 웃었다.
"헹! 먹힐만한 주먹을 박으면 그만이잖아? 게다가……."
라이파 씨는 마력을 끌어모아 주먹에 불꽃을 둘렀다.
"여차하면 문어구이를 만들어버리면 돼."
랜드 옥토퍼스 구이…….
맛있을까?
돌아가 보면 켈반 씨에게 물어보자.
"젠 씨랑 닐드 씨는 더 사냥하실 건가요?"
"그래야지, 아직 3마리밖에 못 잡았으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곁에 있어서 방해할 수는 없다.
"그럼 저희는 좀 더 앞으로 가서 사냥할게요. 힘내세요, 젠 씨, 닐드 씨."
"그래, 너희도 힘내."
"무운을 빕니다."
두 사람에게 인사를 마친 후 나는염동력을 써서 바로 연인들과 함께 공중을 날아 21층의 중반부분을 향해 날아갔다.
"……굉장하네요."
"하하하하! 다음에 같이 사냥할 땐 편하겠어!
◈
중반 부분까지 다 와서아래를 내려다보니 랜드 옥토퍼스들이 우글우글했다.
21층부터 A랭크 모험가들의영역이라 모험가의수가 적어서 그런지 서식하는 마물들의 수는 그만큼 늘어나 있었다.
"으음…… 염동력으로 좀 치울까요?"
"아니, 여긴 나에게 맡겨줘, 랜트."
티키아 씨가 지팡이를 꺼내고 마력을 모으며 말했다.
"이렇게 대량으로 모여 있는 걸 보면 오우거 무리를 사냥하던 때가 생각나. 그때 한꺼번에 해치우는 맛이 최고였어!"
"코스모 임팩트 쓰게요?"
"아니. 이번에는 불 마법을쓸 거야."
"불 마법이요?"
티키아 씨는 엘리멘탈 마스터.
당연히 불 속성 마법도 쓸 수 있다.
하지만 묘기할 때를 빼고는 평소에는 오리지널 마법을 고집하던 티키아 씨가 불 마법을 쓴다니 조금 의아했다.
"왠지 저 녀석들 구우면 맛있을 거 같아. 시험해보고 싶어."
이럴 수가!
티키아 씨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다니!
이것이 사랑하는 사람끼리 마음도 통한다는 걸까!
매우 감동적입니다.
"엥? 저거 먹어보게?"
"마, 맛있을까요?"
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엘시는 의문을 표했다.
"오크랑 미노타우로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잖아. 그럼……."
티키아 씨는 지팡이를 땅을 향해 겨누며 외쳤다.
"이놈들도 맛있겠지! 파이어 토네이도!"
화르르르르르르륵!
땅에서 마법진이 나타남과 동시에 화염의 소용돌이가 생겨나 주변의 랜드 옥토퍼스를 빨아들였다.
"으하하하하!! 노릇노릇 구워져라!"
티키아 씨의 귀엽고 커다른 웃음소리가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화염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구워지는 랜드 옥토퍼스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물에 좀 데친 다음에 굽는 게 더 맛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