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5화 〉534화-문어의 활용
"아!? 저, 저건 그게…… 그……."
클레아 씨는 매우 뻘쭘해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렸다.
"제 자지 바이브 제작 중이세요?"
"……네. 죄송합니다. 허, 허락도 없이 제작하고 있는 중입니다. 부, 불쾌하셨나요?"
"불쾌하진 않아요. 하지만 만든다면 저에게 먼저 말씀해주셨으면 해요."
"윽…… 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내 자지 바이브라…….
상당히 우람한 사이즈가 바이브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제작 중인 건가요?"
분명 클레아 씨가 내 자지 모형을 본 건 재앙이 끝나고 니냐 씨와 데이트할 때였다.
2달이나 훨씬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제작 중이라는 건 좀 오래걸리는 게 아닐까?
"아, 그게 사실 저번에 모형을 보여주신 적이 있으시잖아요?"
"네."
"그때는 그저 얼마나 큰지 알고 싶어서 잠깐 보다가 말았는데. 랜트 님의 명성이 밤거리에 널리 퍼진 순간 이건 벌 수 있겠다! 해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처음 모형을 볼 때 만들려는 생각은 없었나 보다.
"죄, 죄송합니다! 염치없지만 마, 만들어도 될까요! 그랜드 섹스킹 바이브! 무, 물론! 저작료는 내겠습니다!"
"좋아요."
"아, 그렇죠…… 역시 안…… 아, 되나요!?"
"네."
오히려 내 자지가 잘 팔려 인기가 높아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우월감이 충족됩니다.
"대신 이왕 만들 거 아주잘 만들어주세요."
허접하게 만들다가 이름 모를 어느 이용자에게크기만 하지 그닥이다…… 라고 들으면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 그거야 물론이죠! 아! 그리고 제안해주신 아이디어대로! 신속하고 빠르게! 성인용품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랜드 섹스킹 고안! 이라고 하면 아주 잘 팔릴 거예요!"
"그쪽은 딱히 이름 거론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니요! 이런 건 아주 잘 따져야 합니다! 원하시는 건…… 빨판 오나홀과 애무 장갑이시죠?"
"네. 그런데 들은 것만으로도 어떻게 만들면 될지 구상이 되는 건가요?"
"많이 만들어봤으니 압니다."
그 말에는 많은 자신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졌다.
"랜트 님, 혹시 고집하고 싶으신 포인트는 있으신가요?"
"그런 거라면……."
나는 랜드 옥토퍼스의 다리를 들어 빨판을 보여가며 원하는 느낌 등을 설명하였다.
너무 미끌미끌하지 않는 윤활성이라든지 달라붙을 때도 좋고 움직일 때는 뽁뽁뽁하고 쉽게 떨어지면서 빨리는 느낌이라든지.
내가 말하는 설명을 클레아 씨는 매우 진지하게…….
마치 은둔의 가면을 연구하고 있는 티키아 씨와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클레아 씨도 티키아 씨와 비슷한 기본 무표정이었다.
티키아 씨의 경우에는 기본 무표정이지만 최근 해맑게 미소짓거나 얼굴 근육이 많이 활발해진 느낌이다.
그에 비해 클레어 씨는 나를 만나 놀랄 때나 내 자지 바이브를 제작하고 있다는 게 들켜 우물쭈물거릴 때도 무표정인 느낌이 강했다.
비유하자면 반쯤 뜬 눈이 기본 베이스인 장인 캐릭터 같다.
얘기를 나누면서그런 장인 같은 모습을 많이 보였다.
충분히 얘기를 나눈 후 끄덕끄덕하고 고개를 저은 클레아 씨는 나에게 말했다.
"샘플로 랜드 옥토퍼스의 다리 하나만 잘라주실 수 있나요?"
"네, 물론이죠."
곧바로 마나웨폰으로 랜드 옥토퍼스의 다리를 잘라 클레아 씨에게 넘겼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클레아 씨는 랜으 옥토퍼스의 다리를 들고 가게 안 쪽으로 들어갔다.
아마 창고나 연구실 같은 곳에 놓으러 간 것이다.
다리가 잘린 랜드 옥토퍼스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뒤 잠시 기다리자 클레아 씨가 다시 돌아왔다.
"개발은 일주일 정도 있으면 시작품을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일주일 후에 다시 오면 되나요?"
"네. 아, 저기 그런데 말이죠, 랜트 님. 이제 와서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디만……."
클레아 씨는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사실 바이브를 다 만들고 나서 랜트 님에게 가서 팔아도 되냐고 허락 맡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요?"
"네, 만약 안 된다고 하시면 그냥 기념삼아 만들었다는 식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했는…… 데……."
클레아 씨는 머리를 싸매며 말했다.
"한 달 동안 제작에 몰입해도 전혀 완성하질 못했어요!"
한 달.
클레아 씨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성인용품을 만들었고, 무엇보다 새로운성인용품도 일주일이면 시작품을 만드는 그녀가 한 달이나 걸려도 내 자지 바이브를 못 만든다니.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
"음…… 어째서인가요?'
"……그때 랜트 님이 모형을 잠시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때 잠깐 본 것만으로는 완벽한 재현엔 이르지 못했습니다."
"아……."
단순히 늦게 만들기 시작해서 내 자지 형태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였다.
"그럼 다시 만들어드릴게요."
나는 마나웨폰을 이용해서 다시 내 자지 모형을 만들려고 했다.
그때 클레아 씨가 내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진지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랜트 님, 부탁이 있습니다."
"뭐, 뭔가요?"
"실물을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실물이요?"
클레아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척이나 압력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랜드 섹스킹의 자지 바이브…… 이 이름에 걸맞은 바이브를…… 혼이 담긴 바이브를 저는 만들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성인 마도구 장인으로서 제 인생의 최고 걸작을 만들고 싶습니다! 수많은 서큐버스들을 제압했다는 그 위용을! 저는 바이브에 담아내고 싶습니다!"
꽈악하고 내 손을 쥐는 클레아 씨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니 저에게 실물을 보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내 자지를 본뜬 최고의 자지를 만들겠다는 클레아 씨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나는 자그마한 감동을 느꼈다.
성인용품 장인으로서 자부를 가지고 있는 그 열정에 나는 도움이 되고 싶었다.
"……알겠어요. 보여드릴게요!"
"저, 정말이요?"
"네! 클레아 씨의 그 장인정신에 저는 감동 받았어요!"
"랜트 님……!!"
"근데 여기서 벗으면 되나요?"
"아, 관찰은 안쪽에서하겠습니다. 다른 손님도 들어오실지 몰라서…… 그래도 지금 당장 시작하는 건 아닙니다. 우선 랜트 님이 원하시는 성인 마도구부터 만든 다음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어요.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저야말로…… 억지를 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일주일 후에 거의 완성품이나 다름없는 최고의 시작품을 만들겠습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나는 성인용품점을 떠났다.
◈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갈 때.
나는 케빈 씨의 레스토랑에 다시 들렀다.
"어서 오십시오, 랜트 님!"
내가 들어오자마자 케빈 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나는 케빈 씨를 따라주방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갖가지의 문어 요리가 있었다.
숙회는 물론이고 무침으로 보이는 요리와 꼬치구이와 연포탕처럼 보이는 요리, 그리고 인상적인 건 양념이 버무려진 문어구이였다.
한 번에 딱 봐도 모두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이었다.
"와아…… 엄청 맛있어 보여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자아, 음식이 식기 전에 어서 인벤토리에 넣어주세요."
"네."
나는 곧바로 인벤토리에 음식들을 넣고 케빈 씨를 바라봤다.
"요리 대금은……"
"대금이라뇨! 앞으로 저희에게 랜드 옥토퍼스를 조달해주시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공짜지요. 그렇지?"
케빈 시가 동료 요리사들에게 말을 걸자 다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내 요리의 폭이 더 넓어지는데 이 정도야!"
"고급 식재료를 조리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다들 불만은 없어 보였다.
여기서 굳이 돈을 내겠다고 하는 건 실례일 것 같았다.
"그럼 맛있게 잘 먹을게요."
"네, 다른 연인분들과 함께 맛있게 드셔주세요."
◈
음식을 가지고 나는 여우의 쉼터로 돌아갔다.
이번엔 만드는 재료가 많아서 그런지 나하고 연인들이 먹을 몫밖에 없다.
켈반 씨나 길드장님에겐 나중에 전해주기로 했다.
분신을 통해서 이미 모두에겐 저녁에는 랜드 옥토퍼스 요리를 먹는다고 말해놨기에 다들 여우의 쉼터에 모여 있다.
평소 저녁 먹는 시간이 다른 레니 씨는 동료 직원분에게 부탁해서 저녁 시간 동안만 잠시 여우의 쉼터에서 저녁을 먹게 자리를 비울 수 있었다.
"저 왔어요!"
"어서 오세요, 랜트 씨!"
"랜트! 빨리 와! 나 배고파!"
"알았어, 노아."
이미 연인들은 테이블을 붙여놔서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있었다.
참고로 다른 모험가들도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엔 또 무슨 요리를 들고 온 거야?"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 아니야?"
"또냐? 그거 먹는 모습 보면 나도 엄청 먹고 싶어지는데……."
"저번처럼 미노타우로스 고기 요리일 수도 있어."
"아님, 그 레스토랑의 새로운 신작 요리라든지?"
"부럽다……."
나는 테이블 위에 요리들을 차례대로 나란히 꺼냈다.
"이, 이게 그 랜드 옥토퍼스예요?"
"어머, 정말 맛있어 보인다."
"이런 요리는 처음 봐."
"하하하, 다리 엄청 커서 먹을 맛 나겠네."
"……좀 모습이 징그럽지 않아?"
랜드 옥토퍼스의 문어 요리.
크기가 성인 남성만 한 문어라 당연히 다리도 엄청나게 크다.
그래서 요리도 촉수의 끝부분이 아니면 모두 적당한 크기로 자르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큼지막한 크기가 더욱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숙회 같은 경우에는 초장은 아니지만, 간장 비슷한 양념을케빈 씨가 첨부해주셨다.
"그럼 다들 먹어요!"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랜드 옥토퍼스의 요리 풀코스를 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이 꼬치구이 맛있다! 그치, 니냐!"
"응, 이 쫄깃한 씹는 맛이 일품이야♪"
노아와 니냐 씨는 꼬치구이를 입에 한껏 베어 물며 맛있게 먹고 있다.
"이 데쳐진 건 그냥 먹으면 되는 걸까요?"
"그건 이 양념에 찍어 먹어 봐, 엘시."
"네! 하음…… 와! 맛있어요!"
문어 숙회도엘시의 입맛에 다행히 맞았나 보다.
물론 맛있긴 한데 나는 이왕이면 초장으로 찍어 먹고 싶었다.
……다음에 비슷한 양념이 없나 케빈 씨에게 물어보자.
"이 양념구이도 정말 맛있어요!"
"양념이 문어에 아주 잘 베어져 있어."
"문어 살에 칼집을 내서 안쪽까지 잘 베어 들게 했네."
티나가 행복하게 먹고 있는 옆에서 가사를 할 줄 아는 미란다 씨와 티키아 씨는 요리에 대한 견해도 말하면서 맛을 음미하고 있다.
"이건 구운 게 아니라 그냥 다른 양념으로 무친 건가? 그래도 맛있다."
"멜리사 님, 입가에 양념이 묻으셨어요. 제가 닦아드릴게요."
"아, 고마워요, 레니 씨."
멜리사와 레니 씨는 무침을 위주로 사이좋게 먹고 있다.
참고로 무침도 고추장 같은 게 아닌 조금 짭짤한 맛이 나는 양념을 사용하고 있다.
"후우…… 맛도 맛이지만 이 국물을 마시니 몸이 따뜻해져서 좋은 기분이야."
"고기도 쫄깃쫄깃하고 좋은데! 안에 들어 있는 채소도 아삭아삭하고!"
그레이시아 씨와 라이파 씨는 연포탕을 위주로 먹고 있다.
그레이시아 씨가 작은 그릇에 연포탕의 국물과 고기를 담아 나에게 건넸다.
"서방님, 여기 있습니다."
"아, 고마워요."
"아니요, 이 정도는 서방님의 암컷이 될 자로서 당연합니다."
"어, 그레이시아. 여기서 갑자기 점수 따기야?"
"점수 따기라니 이건 당연한 거라고 했잖아, 라이파."
"랜트, 팔 안 닿으니까 거기 꼬치구이 좀 줘."
티키아 씨가 손을 뻗으며 말해서 나는 곧바로 내 옆에 있는 꼬치구이를 염동력으로 띄워 티키아 씨에게 건넸다.
"여기 있어요."
"아, 미란다 씨랑 티나도 어때요?"
"저는 지금 이 양념구이 먹고 있어서……."
"후훗, 그럼 나중에 먹게 미리 2개 줄래?"
"네."
내가 염동력으로 2개의 꼬치도 옮기자 이번에는 노아가 말했다.
"아, 랜트. 나 저 버무려진 요리 줘."
"알았어."
노아에겐 무침을 몇 접 집어서 접시에 올려 건넸다.
"응?"
그때 그레이시아 씨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레이시아 씨도 뭐 드시고 싶으세요?"
"아, 아닙니다! 그저 서방님이 그렇게 힘을 쓰셔서 옮기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암컷으로서 수컷에게 복종하는 가치관이 강한 그레이시아 씨에게 방금 내 모습은 좀 어색했나 보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들의 도움이 된다는 게 오히려 나는 기쁘다.
나는 방긋 웃으며 그레이시아 씨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오히려 모두한테 도움이 돼서 전 기쁜걸요. 아, 그레이시아 씨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염려 말고 말해주세요."
애초에 테이블도 여러 개 붙여서 넓은데 요리도 다양해서 내 염동력이 가장 음식을 다들 골고루 먹도록 옮기기엔 최적이다.
그레이시아 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어 숙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그럼 엘시가 먹고 있는 요리를 몇 점……."
"네!"
그렇게 우리는 즐거운 랜드 옥토퍼스 풀코스를 즐겼다.
도중에 맛있겠다는 다른 모험가의 목소리도 들렸지만…….
케빈 씨의 레스토랑에서 새 메뉴가 걸릴 때까지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