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9화 〉538화-의외의 만남
"응? 이 목소리는……."
"흐음? 저번의 성기사가 또 왔나 보군."
"저번의 성기사라고 하시면……."
"아아, 내가 저번에 체인 바인드로 구속한 기사라네. 이번에도 왔나보군. 얼굴이랑 몸매는 최고급인데 솔라리오 출신답지 않은 태도를 보인단 말이야."
렐리아 씨는 솔라리오 출신이 아니라 에스칼 출신이에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체인버 아버님하고 걸어가니.
"이거 놔아아앗! 이 촬영장 다 부숴버릴 거야아아아앗!!!"
"아, 진정하세요, 단장님!"
"여기까지 왔으면서 왜 그러세요. 빨리 휙휙 벗고 포즈 취하고 찍으면 되잖아요."
"찍으면 전세계에 팔리잖아 멍청이들아아앗! 너네들도 찍는 거라고! 부끄럽지도 않냐!"
"솔리신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데 대체 무슨 문제가 있나요?"
"오히려 저 방금 감독에게 제 남편이 취해달라는 포즈 넣을 수 있냐고 부탁하고 왔는데요?"
"젠자아아아아아앙!!!"
부하 성기사 2명에게 붙잡혀 소리치고 있는 렐리아 씨가 있었다.
"렐리아 씨."
"누구야! 내 이름을 부른…… 어? 래, 래, 래, 랜트 님!?"
렐리아 씨는 나를 보시자마자날뛰는 것을 그만두고 눈을 크게 뜨시며 경악하고 있었다.
"응? 어머, 정말이네."
"안녕하세요, 랜트 님."
"안녕하세요."
"어, 어째서 랜트 님이 여기에…… 아니, 그런데 옆에 있는 건…… 저번에 날 구속한 그 망할 할배!"
"허허허허, 또 보는군."
"아, 저번 그분이시군요. 그때 저희 단장님을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는 막지 않으면 나도 위험했으니까 당연하지. 고마워할 필요는 없네."
덕분에 좋은 것도 보았으니.
라는 말이 숨겨져 있는 듯이 말하는 체인버 아버님이었다.
"어,어째서 두 사람이 같이……."
"체인버 아버님은 티키아 씨의 아버님이거든요."
"저, 저 할배가 티키아 님의 아버님……?"
"네, 오늘 마침 티키아 씨랑 마법 도시에 왔는데 일이 있다고 하시길래 따라왔어요."
"그, 그럴 수가."
렐리아 씨는 절망에 빠진 목소리를 냈다.
"끄, 끝이다…… 빠져나갈 수가 없어."
"저기…… 렐리아 씨, 왜 그렇게 침울하신 거예요?"
물론 에스칼 출신인 그녀로서는 부끄럽기도 하겠는데 이미 찍은 경험이 있기에 조금은 낫지 않을까?
"그, 그게……."
그때 촬영장 한 곳에서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딱 봐도 감독으로 보이는 남성이 말했다.
"일단 당신 순서는 나중으로 미루고 다른 배우부터 찍을 테니 할 얘기 있으면 휴게실에서 하세요."
"아, 그럼 저부터 찍을게요!"
휙하고 렐리아 씨를 붙잡고 있던 부하 성기사분 한 명이 번쩍 손을 들었다.
"허허허, 아무래도사위하고 저 성기사는 아는 사인가 보군."
"네, 같이 임무를 맡은 적도 있어요."
"그럼 난여기서 일을 하고 있을 테니 사위는 저 성기사를 데리고 잠시 얘기 좀 들어주게나."
체인버 아버님의 일은 날뛸 수 있는 렐리아 씨 같은 사람의 제압이니 오히려 같이 따라가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내 실력을 아니 안심하고 맡길 수 있기에 그러는 걸 수도 있다.
……단순히 촬영현장을 보고 싶은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렐리아 씨도 오히려 나랑 둘이 있는 편이 하소연 같은 걸 하기 쉬울 것이니 그게 나을 것 같다.
"알겠어요. 렐리아 씨, 휴게실은 어디 있나요?"
"아,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한 성기사분의 안내를 받고 나는 렐리아 시와 함께 휴게실로 갔다.
들어간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많은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도 아닌 작은 휴게실이었지만 조금 고급진 분위기가 났다.
렐리아 씨는제13기사단의단장이라서 조금 특별대우를 받아서 그런 걸까?
"휴게실이 작네요."
"저번처럼 날뛰다가 다른 배우들이 다치면 위험하니까 따로 준비 받았어요."
이른바 격리실이었다."
"그럼 저도 촬영을하러 가보겠습니다. 랜트 님, 단장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단장님도 좀 기분 풀고 오세요."
"시끄러!"
끼익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나와 렐리아 씨만이 남았다.
"……저기, 렐리아 씨.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으윽, 그게……."
렐리아 씨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랜트 님도…… 저번에 만나셨을 때 기억하시죠? 마렌 대신관님이 저에게 또…… 미스 솔라리오를 촬영하라는 말이 나왔었다는 걸요."
"네, 기억해요."
"랜트 님과 연인분들과 임무를 수행한 뒤 그 이상한 종교 신도 마을을 제압하는 동안은 마렌 신관님을 만나지 못하니 괜찮았었습니다. 돌아온 후에도 그다지 말을 하지 않으셨죠. 하지만…… 일이 터지고 만 겁니다."
"일이요?"
"아니,일이 터졌다기보다는 사건이 일어났죠. 랜트 님도 아시죠? 캬멜에서 일어는…… 솔리신의 분령 강림사건."
"아……,네."
솔리 씨를 부른 건 다름 아닌 나니까요.
"그 사건은 솔라리오에서는 정말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소실을 듣고 마렌 대신관님은 곧바로 애액을 쏟으실 정도셨죠."
굉장하네요, 마렌 대신관님.
"많은 솔라리오의 신도들이 솔리신의 분령이 강림하신 땅으로 기도를 드리러 간다고 단체 여행을떠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마렌 대신관님께서도 가시려는 걸 말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대신 모험가 길드에 있는 연락용 마도구를 통해 그때의 상황을 듣는 걸로 얌전해지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듣는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솔리신읠 분령께서는 아주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 소, 속옷보다 더 면적이 얇은 부류의 옷을 입었다느 것이죠."
내가 솔리 씨를 소환할 때 입힌 마이크로 비키니다.
"그 복장에 대해 상세할 설명을 듣고서는 마렌 대신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이것은 계시라고. 아슬아슬하게 음부를 숨기는 것은 강렬한 꼴림을 유발하는 복장! 솔리신께서는 분령을 강림시키시면서 저희에게 새로운 깨달음은 전파한 겁니다! 라고 말입니다."
"마렌 대신관님 흉내 잘 내시네요."
"몇 년 동안 같이 지냈으니까요."
그리고 렐리아 씨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는 마렌 대신관님께서느 말했습니다. 솔리신께서 저희에게 알리신 복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해야 한다고…… 솔리신께서 택하신 복장을 세계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 복장이……."
렐리아 씨는 허리춤에 찬 인벤토리에서 하얀색의 마이크로 비키니를 꺼냈다.
"이겁니다. 이…… 거의 유두와 음부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이런 변태적인 복장이란 말입니다, 랜트 님!"
렐리아 씨의 눈가에 눈망울이 맺혔다.
"말이 됩니까 이게! 이런…… 이런 복장을 입고 또 그 사진을 찍으라니! 그래요! 니플패치나 이거나 거의 똑같죠! 하하하!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한 번 찍었다고 또 찍고 싶지는 않단 말입니다! 게다가 이 자식들 이번에는 크래쉬판이라는 제 음부 다 드러낸 사진까지 찍으려고 간 보고 있다고요! 난 아직 경험 없다고 수치를 무릎쓰고 말해도 그럼 더 좋다고 신나 하고…… 젠장!"
털썩하고 렐리아 씨는 바닥에 주저앉고 땅을 짚으며 말했다.
"지금 완전히 이 복장이 유행하고 있어요……. 속옷 대신 이 디자인의 옷이 팔리고 있단 말입니다. 한술 더뜬 신앙심 높은 여신관들은 이 속옷보다도 못한 옷만 입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인다고요."
이럴 수가!
그렇다면 솔라리오의 수도인 솔은 지금 비키니 시티가 됐다는 건가!
"어째서 나 이런 나라의 성기사 단장이나 된 거지……? 내 청춘은? 어디에……?"
신세 한탄을 계속하더니 매우 부정적인 사고를 하고있는 렐리아 씨였다.
이대로 렐리아 씨를 방치하면 안 될 것 같아 우선 렐리아 씨에게 말을 걸었다.
"렐리아 씨."
내가 이름을 부르자 렐리아 씨는 조금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들었다.
"아, 래, 랜트 님. 죄, 죄송합니다. 술도 안 마셨는데 또 못 볼 꼴을……."
"익숙하니까 괜찮아요."
"윽…….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싫으시다면 제가 부탁이라도 해볼까요? 효과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정말로 싫다고 하면 렐리아 씨의 의견을 존중해 어떻게든 해드리고 싶다.
하지만 그런 내 말에 렐리아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지금 건…… 그저 제 마음이 정리 안 돼서 내뱉은 푸념입니다. 제 부하들이 말이 맞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해야죠. 아아, 하지만……."
렐리아 씨는 풀썩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좀 불안하네요.솔라리오 말고 전 세계적으로 이런 잡지에 출현한 여자를…… 과연 잡아가 줄 사람이 있을까……. 아니, 그 전에 가능성이 보이는 남자나 그럴싸한 만남도 없지만요. 하, 하하하……."
매, 매우 어둡습니다.
"괘, 괜찮을 거예요. 렐리아 씨는 예쁘시고 실력도 있으시고 성격도 좋으시잖아요."
술주정이 심하시지만."
"분명 좋은 분을 만날 수 있을거예요."
"그 말…… 부하에게 요 5년 동안 계속 들어왔어요."
"윽……."
"아, 그거 아세요?헤, 헤헤헤……. 저, 저번에 또 선을 봤답니다."
"그래요?"
"네! 이번엔~ 브리단이 아닌 에스칼의~ 남작 자제분이셨어요~. 조~금 성욕이 강하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소개하는 마렌 대신관님은 오히려 그게 더 플러스라고 말하시더라구요. 뭐~ 저도 성욕 강한 거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와서 그런 거 일일이 따질 나이도 아니고?"
어째 말할수록 자조적인 말투가 됐다.
"그래서 만나봤어요. 은근 뭐 살~짝 자뻑이 심한 스타일이었지만 귀족이란 게 원래 다 그렇죠. 얘기도 술술 다 진행돼서…… 저도 살짝 기대를 했어요. 아!이번에야말로 웨딩로드를 내가 걷는구나! 하지만……."
꽈아악!
렐리아 씨의 주먹이 강하게 쥐어졌다.
"저에게 경험 인원수가 얼마나 되냐고 물어오더군요."
"겨, 경험 인원수요?"
"네. 살짝 화나긴 했지만 뭐 여기서 제 처녀성을 증명하면 더 인상 좋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며 당당히 0명입니다! 라고 말했어요. 저도 이대로 맞선 성공할 줄 알고 텐션이 올랐었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벌떡하고 일어나 완전히 울상이 된 표정으로 렐리아 씨가 외쳤다.
"자기 생각과는 전혀 틀리다고 한숨을 쉬었단 말입니다! 알고 보니 그 귀족 미스 솔라리오 구독자였다고요! 그것도 제가 나온 월호를 읽은 구독자!
니플 패치 모습으로 찍은 저를 보고 음란하고 엄청 남자 다 잡아먹으면서 겉은 멀쩡한 괴리적인 여성일 거란 기대를 갖고 왔다고 합니다. 하! 참나! 젠장! 빡쳐서 그 자리에서 죽빵 날리고는 맞선은 파토 났습니다! 하하하하하!!! 하, 하하……."
또르르 하고 렐리아 씨의 눈가에서 눈망울이 떨어졌다.
"왜…… 나한텐 이렇게 남자 복이 없는 거지? 전부 다 변태뿐이야……. 아니, 브리단의 그 남자는 괜찮았지. 내가 강해서 떠났지만…… 아하, 하, 하하하하……."
"레, 렐리아 씨……."
"죄송합니다, 랜트 님…… 또 랜트 님에게 괜한 말까지 다 털어놨네요……. 랜트 님에겐 몇 번이나 추한 꼴을 보여서 저도 모르게입이 가벼워지는 것 같네요. 랜트 님도 싫죠? 이런 귀찮고 찡찡대는 여자…… 흐윽, 윽……."
술을 안 마셨는데 이렇게까지 되다니.
상당히 마음의 상처가 크나 보다.
"저기…… 그 맞선이라는 건 대체 언제……."
"일주일 전입니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이럴 때 렐리아 씨를 북돋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뭘까?
곰곰이 생각한 결과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바로 렐리아 씨에게 조금이라도 안심을 주는 것이다.
"걱정 마세요, 렐리아 씨. 분명 렐리아 씨에겐 좋은 상대가 나타날 거예요. 렐리아 씨는 매력적이신 분이니까요."
"흐윽! 으윽! 만약…… 안 나타나면 어떡하죠? 저는 평생 노처녀일 겁니다."
완전히 네거티브해진 렐리아 씨를 향해 나는 말했다.
"으음…… 만약 안 나타난다면…… 제가 책임지고 렐리아 씨를 가져가는 건 어때요?"
"래, 랜트님이 저를 말인가요?"
"네, 렐리아 씨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지신 분이에요."
술주정은 있지만, 몸매도 좋고 얼굴도 좋고 실력도 좋다.
거기다 성격도 성실하시다.
"만약 그런 렐리아 씨를 아무도 안 가져간다면 제가 받아갈게요."
방긋 웃으며 말하는 내 말에 렐리아 씨는 눈물을 그치고 살짝 미소를 지으시며 말했다.
"저를 위로하기 위해…… 하하, 빈말이라도 고맙습니다. S랭크 모험가이자 영웅이신 랜트 님이 절 가져가 주신다고 말씀해주시니좀 기뻤습니다."
빈말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