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0화 〉539화-의외의 만남
그 후 진정한 렐리아 씨는 촬영을 하기로 했다.
물론 복장은 마이크로 비키니.
렐리아 씨의 차례는 맨 나중이라 지금은 렐리아 씨와 같이 온 성기사 부하분들이 아닌 솔라리오에서 온 다른 분들이 찍고 있다.
이번 컨셉은 복장을 통일해서 마이크로 비키니로 통일한다고 한다.
"좋아~ 좋아! 그 포즈 좋아! 좀 더 가슴을 강조해볼까~."
"이렇게요?"
"좋아! 그거야 그거!"
사진 감독은 헤죽헤죽 웃으면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홀홀홀홀."
체인버 아버님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여성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마이크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분들도 보고 있다.
물론 그건 두 사람만이 아닌 주변에서 촬영을 돕고 있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솔라리오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런 주위 남자들의 반응에도 배우분들은 전혀 동하지 않았다.
"곧…… 내 차례인가."
내 옆에는 마이크로 비키니로 갈아입고 대기를 하고 있는 렐리아 씨가 있다.
두 팔을 껴안으며 최대한 노출을 숨기려고 하지만 오히려 비키니의 하얀 천 부분을 가려서 마치 알몸 차림으로가리는 것 같아 꼴림도가 더욱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렐리아 씨의 가슴도 니냐 씨만큼이나 상당히 커서 그렇게 안으면 더욱 볼륨감이 강조된다.
"히, 힘내주세요, 렐리아 씨."
"고맙습니다, 랜트 님……."
"다음은…… 자아, 어서오세요, 렐리아 씨! 당신이 이번 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역할입니다!"
"하아아아아아……."
깊게 한숨을 내쉰 다음 렐리아 씨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난 어떤 포즈를 취하면 돼?"
"그럼 우선……."
사진 감독은 우선 다른 배우들이 했던 포즈를 지시했다.
그런 포즈들은 다른 호의 미스 솔라리오에도 게재됐기에 렐리아 씨는 거의 체념하는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런 표정 지으면 안 되지~스마일스마일!"
"……."
애써 최대한 미소를 짓는 렐리아 씨.
다만 그 미소도 점점 촬영이 지나갈수록 정색하는 표정이 되어 갔다.
그도 그럴 듯 왠지모르게 요구해가는 포즈가 뭐랄까 매우 적나라하게 바뀌어가기 때문이다.
"으음…… 이래도 안 되는 건가."
사진 감독은 턱을 괴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이, 이제 그만 찍어도 되지 않아?"
"안 돼! 아직 그 사진을 찍지 않았어!"
그 사진?
"당신이 찍힌 월호는 특히나 많이 팔렸어! 그 이유가 뭐냐! 그것은 바로 수치와 부끄러움! 그리고 분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지금은 정색해 가지고 전혀 꼴리지가 않아! 좀 더 저번처럼 부끄러워해보라고!"
아~ 그건 중요하죠.
빠직.
"이 영감탱이가 진짜…… 읏!?"
렐리아 씨가 사진감독 쪽으로 다가오려는 도중 나를 보셨다.
"……."
그러더니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살짝 시선을 돌리셨다.
"오오! 그거야, 그 표정! 좋아! 촬영 계속한다!"
◈-렐리아SIDE
사람을 놀리고 짜증나게 하는 사진 감독을 향해 꿀밤이라도 날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촬영하는 동안 빨리 끝내고싶어서 머리를 비우며 찍어 시야에 들어오지 않은 랜트 님이 들어왔다.
아, 그러고 보니 나, 랜트 님 앞에서도 그런 포즈를 했었지…….
화아아악!
순간 얼굴에 열이 올라왔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북돋기 위해 랜트 님이 말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다.
-만약 그런 렐리아 씨를 아무도 안 가져간다면 제가 받아갈게요.
활짝 웃으시며 나에게 그런 위로의 말을 건넨 랜트 님.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무리겠지.
이미 연인이 8명이나 계시는데…….
아무리 랜트 님이라도 나를 받아줄 리가…….
아니아니, 애초에 그건 사람 기운나게 해주려고 하는 말이잖아.
뭘 진지하게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
저번에도 그렇고 제대로 자기 입장을 생각하라고.
"좋아, 그 표정대로 가볼까!"
이 망할 감독이…….
사람 기분 심란할 때 성질 박박 긁네.
하지만 마렌 대신관님의 명령이니 사진은 찍어야 한다.
다시 포즈를 취하며 사진 감독이 지시한 대로의 포즈를 취했는데…….
랜트 님이 같이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니 마음을 비우며 했을 때랑은 달리 어쩡쩡한 느낌이 나버렸다.
게다가 진짜로 랜트 님이 나를 계속 보고 계시니 부끄럽다.
아는 지인 남성에게 야한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하니 수치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좋아! 좋아! 그 포즈 좋아! 표정도 좋아! 그거야, 그거!"
이 감독 자식은 뭐가 좋은지 엄지를 세우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진짜 이런 걸로 괜찮은 거냐?
"좋아!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그거 가보자 그거!"
"그거?"
"그거 갖고와!"
감독의 말에 한 직원이식은땀을 흘리며 감독에게 물었다.
"저기…… 감독님,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아, 괜찮아, 저번에도 괜찮았으니까! 빨리 가져와, 빨리빨리!"
"……네."
직원은 잠시 촬영장을 나갔다가 한 천에 가려진 푯말을 가지고 왔다.
"이, 이걸 들어주세요."
"이걸?"
우선 들라고 하니 들었다.
그다지 무겁지 않은 걸 보니 평범한 목재 푯말 같았다.
이걸 들고 찍자는 건가?
그건가?
마지막이니 미스 솔라리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거라도 써 있나?
뭐…… 내 사진에 광고를 넣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이 정도라면야…….
"자, 그럼 푯말 쥐고 천을 걷어봅시다! 아, 스마일 잊지 말고!"
스르륵.
나는 천을 걷은 다음 사진기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헉!"
"아."
"허업!"
다른 직원들이나 내 부하들.
그리고 티키아 님의 아버님이라는 마법사와 그리고…… 랜트 님도 눈을 크게 뜨며 놀라하셨다.
응?
뭐야, 대체 푯말에 무슨 말이 적어져 있기에…….
"……."
천이 떨어져 드러난 푯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32살 귀염둥이 성기사 렐리아~ 남친 모집중♡
오호라.
그거구나.
날 화나게 만들고 싶은 거구나?
그러고 보니 저번 호에 내가 활을 겨누고 있는 직전 모습 있었는데 그런 걸 원하는 거지?
하하하하하…….
죽인다.
◈-랜트SIDE
푯말의 문장을 보고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좋은 인연이 없어서 맘고생했던 렐리아 씨에게 저런 잔인한 푯말을 들게 하다니.
게다가 이건 감독의 독단인가 본지 푯말을 가지고 온 직원과 감독말고는 다른 사람들이 다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보고 그런 표정을 짓는 사람들의 반응에 의아해하는 렐리아 씨는 푯말을 쳐다보고.
뚝하고 몸이 굳어짐과 동시에 얼굴의 표정이 완전히 없어졌다.
저거 분노의 일정치가 넘어 표정이 없어진 거다.
천천히 렐리아 씨가앞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휘이이익!
한 손으로 푯말을 벽을 향해 내던졌다.
콰아아아아앙!
던져진 푯말은 벽에 부딪히며 커다란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렐리아 씨의 표정이 감독을 향해 무서운 염라대왕과도 같은 표정이 되었다.
"죽인다."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좋아! 그 표정이야!"
찰칵찰칵찰칵!
사진 감독은 사태를 파악 못하는 건지 사진만 열심히 찍고 있다.
"……이건 온 힘을 다해야겠는데."
옆에 계시던 체인버 아버님은 그래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렐리아 씨는 천천히 사진 감독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왓! 다, 단장님!"
"진정하세요!"
아직 마이크로 비키니를 입은 렐리아 시의 부하분들이 급하게 렐리아 씨의 양팔을 붙잡으며 말렸지만.
"우왓!"
"아,안 멈춰져……."
렐리아 씨는 아랑곳 안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리 두 사람이 팔을 잡아당기고 멈추려고 해도 렐리아 씨는 거대한 불도처럼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아가씨들 비키게나!"
체인버 아버님의 말에 두 사람다 렐리아 씨에게서 떨어지고 체인버아버님은 곧바로 마력을 짜내며 마법을 발동했다.
"체인 바인드!"
촤르르르르륵!
마력으로 형성된 거대한 쇠사슬이 렐리아 씨의 몸을 칭칭 감았다.
하지만.
"흐읍!"
카아아아앙!
렐리아 씨가 마력을 뿜어내며 힘을 주자 마력의 쇠사슬은 곧바로 끊어지고 말았다.
"사, 사이클롭스도 쉽사리끊어내지 못하는 강도인데……."
렐리아 씨는 강함으로 따지자면 내가 대련해본 사람 중에서 두 번째로 강한 사람이다.
이 정도는 해내도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정말 가만히 두면 렐리아 씨가 사진 감독을 죽여버릴 것 같으니 나는 앞으로 나서서 렐리아 씨의앞을 막았다.
"렐리아 씨."
"비켜주십시오, 랜트 님. 저 빌어먹을 자식을 죽여야합니다."
죽인다고 직접 말하고 있다.
"진정해주세요. 물론 엄청 화가 나신 건 알아요. 하지만 진정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저도 이게 진정해야 할 일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렐리아 씨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지금껏 남자 복이 없어 고생해온 제가 저 남자를 죽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 녀석은…… 나를 우롱했다!"
휘익!
순간 렐리아 씨가 초고속으로 움직이며 나를 제쳤다.
물론 그 움직임은 다 파악하고 있었기에 나는 곧바로 몸을 회전해 뒤로 돌아 렐리아 씨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어 렐리아 씨를 멈춰세웠다.
"으아아아아아! 놔라아아아앗!!! 쳐죽여버릴 거야아아아아앗!!!"
나에게 멈춰지자마자 렐리아 씨는 온몸을 격렬히 움직이며 내 구속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그래! 그 표정이야! 그 역동적인 분노! 그 표정에 꼴려하는 고객층도 분명 있다! 난 아니지만! 수치 다음에 나타나는 막대한 분노! 아아, 이것이 예술의 폭발!"
찰칵찰칵찰칵찰칵!
사진감독님 좀 가만히 있어 주세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앗!!!"
렐리아 씨의 포효가 촬영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
렐리아 씨의 분노 상태는 10분 동안 계속되었다.
그 동안 계속 렐리아 씨의 사진을 찍으려는 감독은 주변 직원들에게 끌려갔고 렐리아 씨는 감독에게 어디가냐! 이리 와! 라고 말하며더욱 날뛰는 상태.
들어가는 힘도 더욱 강해져서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 막았을 거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하아…… 하아……."
렐리아 씨는 날뛰기 지쳤는데 허덕이며 얌전해지셨다.
"……랜트 님, 이제 놓으셔도 됩니다."
"괘, 괜찮으세요?"
"괜찮…… 습니다."
나는 렐리아 씨의 말을 믿고 구속을 풀었다.
다행히 렐리아 씨는 구속을 풀자마자 사진 감독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거나 하진 않았다.
렐리아 씨는 나를 돌아보며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또 폐를 끼치고 말았군요."
"아니요, 괜찮아요."
이유를 따지고 보면 내가 솔리 씨를 마이크로 비키니를 입힌 채 소환한 나비효과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렐리아 씨에게 미안해질 정도다.
"가, 감사합니다, 랜트 님!"
"단장님, 오, 오늘은 저희가 맛있는 거 쏠게요!"
렐리아 씨의 부하분들도 다가와 나에게 감사를 하고 렐리아 씨를 위로했다.
"그래, 고맙다. 맛있는 거라도 먹어야지……. 남자 복이 없으면…… 먹을 복이라도 있어야지."
"아, 이거 진짜 기운 없을 때네."
"자포자기 상태로 들어가 버렸어……."
렐리아 씨의 부하분들이 털썩 고개를 떨군 렐리아 씨를 보고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녀들에게는 사진 촬영할 때 아주 므흐흣한 포즈를 취해 내 눈과 하반신을 즐겁게 해준 은혜가 있다.
그리고 그건 렐리아 씨도 마찬가지고 개인적으로도 렐리아 씨가 기운을 다시 찾아줬으면했다.
렐리아 씨가 기운을 찾는 방법.
지금의 울분 같은 걸 단번에 털어버리는 방법.
곰곰이 생각해서 떠오르는거 하나밖에 없었다.
"렐리아 씨."
"네…… 랜트 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나는 렐리아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체인버 아버님에게 다가갔다.
"아버님, 멋진 체험을 할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뭘, 애초에 나 대신 저 성기사를 말려줘서 고맙네."
"죄송한데, 돌아가실 때는 혼자 가주셔야 할 것 같아요."
힐끔하고 렐리아 씨를 쳐다보자 체인버 아버님은 납득이 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네. 아직 저 성기사를 혼자 두면 불안하니까 말이야. 우연히 감독을 만나 또 날뛸지도 모르니."
체인버 아버님은 가볍게 나에게 손을 흔드셨다.
"그럼 난 울프팡 레이스에서 좀 놀다 돌아가겠네."
"네, 잘 가세요."
체인버 아버님이 떠나시자 나는 렐리아 씨를 향해 다시 다가갔고.
"렐리아 씨."
나는 렐리아 씨를 향해 엄지를 척하고 세우며 말했다.
"술 마시러 가요! 제가 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