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6화 〉545화-서방님을 위해서
"스타킹 말입니까?"
"응, 스타킹♪ 그레이시아는 기본적으로 스타킹 같은 거 안 신잖아?"
"네. 제 마장의 특성상 허벅지 부근의 옷이나 장식은 전부 날아가거나 찢어지기에…… 딱히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이런 야한 복장이 탄생한 거지."
"지금도 생각하지만 난 야하지 않다고 생각……."
"서방은 야하다고 하지않았어?"
"그럼 야하겠군. 그래, 내 복장은 야했어."
서방님이 한 말은 옳다.
라이파가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죽어도 안 야하다고 했는데 서방이 말했으니 바로 고치네."
"사랑하는 여자의 귀여운 점이야♪"
노아가 차를 홀짝하고 한 모금 마신 뒤 히죽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히히힛. 있지, 그레이시아. 확실히 마장을 개방하면 찢어지겠지만 던전에 가지 않는 날이라던가…… 돌아오고 나서 랜트랑 데이트하는 날이라면 입어도 괜찮지 않아?"
"네 말이 맞아, 노아. 하지만……."
"하지만?"
"오랫동안 이 옷을 입어 와서 그런지 스타킹이나 바지 같은 걸 입으면…… 답답하다."
"아하, 그렇구나. 그럼 라이파도 그래?"
"응? 나?"
"라이파의 옷도 거의 골반까지 옆이 다 트여 있잖아? 라이파도 그레이시아처럼 바지 같은 거 갑갑해?"
"난 딱히. 어릴 때도 수련할 때 바지도 입고 그랬으니까. 게다가 최근엔 하늘하늘한 옷도 서방하고 데이트할때 자주 입기도 하니까. 아, 그래도 뭔가 바람이 잘 안 통하는느낌은 좀 이상하더라."
"……바람을 다리의 맨살로 느끼지 않으면 뭔가 답답하고 불편하다."
"어머, 라이파 좀 노출끼 있는 거아니야?"
"니냐 언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치만 니냐 말대로 스타킹 신어보는 거 어때? 평소와 다른 그레이시아의 모습에 랜트가 뾰뿅!하고 반해서 음머어어어! 하고 덮칠 수 있잖아?"
"음머어어어하고 서방님이 나를……♡"
서방님이 음머어어어라고 외칠 때는 항상 격렬한 밤을 보냈다.
그럴 때는 평소보다도 더욱 강렬하고 열정적인 쾌락과 서방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런쾌락과 사랑을 다시 맛볼 수 있다면…….
"펴, 평소에 입지 않은 걸 입어보는 것도 좋겠군."
"후훗, 그럼 마침 케이크도 다 먹었고 차도 마셨으니까……."
니냐 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긋 미소를 지으시며 말했다.
"옷 사러 가자♪"
나는 니냐 언니를 따라 옷 가게로 향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아, 그럼나 좋은 곳 알고 있어. 우선 거기로 가보자."
"라이파?"
가장 먼저 나선 건 라이파였다.
"어머, 그래? 그럼 거기로 가보자!"
◈
나는 라이파의 취향에 맞는 움직이기 쉬운 복장.
즉 바지 스타일이나 노출이 좀 있는 복장을 주로 파는 가게에 들를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곳은 하늘하늘한 드레스나 주로 천 면적이 넓은 옷을 주로 파는 가게였다.
"저번에 여기서 멜리사하고 티키아랑 내 옷을 산 적이 있거든. 스타킹도 팔고 말이야."
"아아, 그래서……."
라이파의 말을 듣고 나는 납득이 갔다.
확실히 이런 가게는 멜리사나 티키아가 알려준 거겠지.
게다가 최근 라이파는 서방님과 데이트를 할 때도 조금 하늘하늘거리는 복장을 자주 입는다.
솔직히 오랫동안 라이파와 자라온 나로서는 아직도 라이파가 그런 옷을 입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가게 안에 들어가자 점원이 우리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어머, 라이파 씨, 또 오셨네요? 이번에는 이 노란색 드레스 어떠세요?"
"아아, 그건 나중에 살게. 오늘은 얘가 입을 옷을 사러 왔거든."
"그러세요? 어머어머! 어여쁜 엘프 아가씨네요! 그런 아가씨에겐…… 이건 어떠세요!"
점원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나를 향해 하늘색의 드레스를 가지고 왔다.
"망토를 보니까 파란색을 좋아하시는거 같은데~ 맞나요?"
"아, 파, 파란색을 좋아하긴 한다만……."
이 망토도 아버님이 두르시는 거랑 색깔을 맞춰서 입었고.
아버님이 대표적인 색이라고 생각되는 파란색을 난 좋아한다.
하지만 색은 좋아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너무 치맛단이 길면 답답하지 않을까?
아니, 다른 여성들은 잘 입고 다니니 이건 나의 편견인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라이파가 내 앞에 서서 점원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오늘은 우리가 골라줄 거라서."
"아, 그러세요? 그럼 천천히 둘러보세요~."
방금까지 열렬하다고 느껴졌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점원은 바로 물러났다.
"오오~ 라이파, 익숙해 보이네."
"티키아랑 멜리사가 데려다준 뒤로는 혼자서도 종종 왔으니까. 그리고 우리 일단 그레이시아에게 맞는 스타킹부터 사러 왔잖아. 옷은 나중에 골라야지."
"후훗, 우선순위를 지키는 건 중요하니까♪"
"속옷은 저기에 있어."
라이파를 따라 우리는 속옷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우선색깔별로 골라보자! 이거랑 이거랑…… 이거!"
노아는 갈색, 검은색, 하얀색, 빨간색 파란색 등등 다양한 색깔의 스타킹을 가져왔다.
"노, 노아, 이렇게 많이 가져오지 않아도…….
"히히힛, 옷은 입어보고 어울리는지 알 수 있잖아. 그리고 온 김에 여러옷도 입어보자! 자아자아, 이거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밀지 말아줘."
노아가 건넨 스타킹들을 들고 나는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스타킹이라…….
갑갑할 것 같지만 서방님이 좋아해 주신다면야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우선 나는 신발을 벗고 검은색 스타킹을 신었다.
무릎의 살짝 위까지 오는 스타킹은 신은 감상은…… 역시 뭔가가 조이는 느낌이 익숙지 않았다.
탈의실의 커튼을 걷고 모두에게 스타킹을 신은 내 모습을 보였다.
"어때?"
의견을 묻자 먼저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레이시아의 검은색 옷하고 잘 어울리네."
라이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평범하지 않아?"
니냐 언니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하나밖에 안 입었잖아. 다른 색도 봐보자♪"
니냐 언니의 말에 따라 나는 노아가 가져다준 색 말고도 다양한 색의 스타킹을 신어봤다.
여러 번 신어봐도 뭔가 갑갑한 느낌은 익숙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번 입어보니 슬슬 골라도 괜찮지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저, 저기……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
"야, 아직 스타킹 갈아입은 지 30분도 안 지났잖아. 옷까지 포함해서 3시간 정돈 걸릴 거라고 생각해."
"3, 3시간!?"
"적어도 내가 멜리사랑 티키아하고 같이 갔을 땐 그랬어."
어, 어째서 옷을 고르는데 그렇게 시간을 소비하는 거지…….
"으음~."
그때 나를 보고 노아가양손을 깍지를 끼며 자신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뭔~가 평범하단 말이야."
"펴, 평범하다고?"
"응, 뭐랄까…… 아, 그래!"
짝! 하고 노아가 손뼉을 치며 니냐 언니를 쳐다봤다.
"니냐의 스타일하고 비슷하잖아. 둘 다 옷이 몸에 착 달라붙어 있고 그런 복장에 스타킹을 신고 있잖아."
"화, 확실히……."
"그래도 그레이시아는 이대로 스타킹만 신는 게 아니잖아? 다른 옷이랑 같이 입으면 분명 어울릴 거야♪ 하지만 노아 말대로 그레이시아에게 이 스타킹은 왠지 평범한 거 같아. 그렇다면……."
니냐 언니는 잠시 자리를 벗어나더니 진열대에 있는 다른 스타킹을 가지고 왔다.
그건 엉덩이까지 다 가리는 이른바 팬티스타킹이었다.
"이거 입어보자♪"
"니, 니냐 언니?"
노아가 눈을 번쩍 뜨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왠지 내 감이 말하고 있어! 그거라면 그레이시아에게 어울릴 것 같아!"
"정말? 내 감도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라이파도 노아에 편승해 뭔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자아, 그레이시아, 여기!"
니냐 언니가 가져온 가지각색의 팬티스타킹을 받았다.
"니냐 언니…… 이, 이건너무 갑갑……"
"입♪ 어♪ 봐♪"
"……네."
니냐 언니의 말에는 거스를 수 없다.
고개를 떨구며 나는 한 번씩 입어봤던 스타킹들을 노아에게 건넨 다음 탈의실의 커튼을 다시 가렸다.
그리고 빤히 처음 신었던 스타킹과 같은 검정 팬티스타킹을 내려다보았다.
"하아……."
입기 싫다…….
하지만 니냐 언니가 내가 서방님을 더 기쁘게 할 수 있도록 골라주신 거다.
팬티스타킹이니 우선 옷을 벗고 입어야겠지?
옷을 벗어 탈의실 구석에 있는 바구니에 넣고 나는 팬티스타킹을 신었다.
"……."
분명 얇은 소재로 되어있을 텐데.
꽤 압박감이 있다.
게다가 살이 비춰 보이면서도 보온성은 뛰어난지 조금 따뜻했다.
그게 더 갑갑함을 더했다.
"으음……."
나는 다시 옷을 입으려고 몸을 숙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스타킹을 새롭게 갈아입을 때마다 옷을 벗어야 한다.
그건…… 귀찮았다.
게다가 여기는 여성용 옷가게.
보는 사람도 가게 직원이 아니면 내 새 자매들밖에 없다.
그러면 이대로 보이는 것도 딱히 상관없지 않을까?
라이파의 말에 따르면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니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도록 노력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탈의실의 커튼을 걷었다.
"어떤가요?"
"와……."
"어머♪
"야……."
라이파가 허리에 손을 대며 나에게 물었다.
"왜 옷은 안 입은 거야?"
"이 팬티스타킹이면 옷까지 입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
"그야 그렇겠지만……."
"이야~ 니플 패치에 팬티스타킹이라~야하네. 이건 랜트도 자지를 발딱 세울 게 틀림없어!"
노아가 엄지를 세우며 칭찬해줬다.
"저, 정말이야, 노아? 그, 그럼 오늘 저녁엔 이걸로……."
이 얼마나 음란한 복장이냐고 서방님…… 랜트 파파에게 얼마나 벌을 받을 수 있을까……♡
그때 니냐 언니가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확실히 조합은 좋아. 하지만, 그레이시아. 이왕 할 거면 오늘 밤이 아니라 다음에 데이트할 때 해봐. 아직 스타킹밖에 안 골랐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니냐 언니."
"흠흠, 팬티스타킹에 니플 패치도 좋지만 조~금 부족하네."
"부, 부족한가요?"
"그레이시아의 니플 패치는 그냥 평범한 타입이잖아? 여기 나가면 나랑밤거리 가서 하트 모양을 된 거 사자♪ 그리고 끈에 프릴이 달린 삼각 브래지어랑 팬티도♪"
"이미 니플 패치가 있는 데 그걸 사는 이유는……"
"꼴리게 하기 위한 장식이지 뭐겠니~. 남성을 유혹히가 위한 아.이.템."
"그, 그렇군요."
역시 서방님을 꼴리게 하는 것에는 니냐 언니에게 한참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그럼 다른 색도 입어봐, 그레이시아! 내가 알맞은 색깔을 찾아줄게."
"나도 찾아줄게!"
"고, 고맙습니다, 니냐 언니, 노아."
"속옷은 잘 모르지만 귀엽거나 예쁜 옷은 나한테 맡기라고."
"……알았어, 라이파."
"그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시선은 뭐야."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갈아입을게."
"야!"
◈
그 후.
나는 다양한 색상의 팬티스타킹을 신어보았고 그중 잘 어울린다고 한 건 하얀색과 검정, 그리고 파란색이었다.
하지만 잘 어울리는 게 그 3개의 색상이지 다른 색이 안 어울리는 건 아니기에 결국 다른 색상도 모두 30개씩, 덤으로 처음에 입었던 스타킹들도 모두 사게 됐다.
왜 이렇게 많이 사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그런 내 심정을 알아차렸는지 노아가 말했다.
"랜트가 흥분해서 스타킹 찢고 넣을 수도 있잖아? 랜트 옷 입고 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예비는챙겨둬야지."
"그렇군."
바로 이해가 됐다.
확실히 서방님은 내가 옷을 입은 채 니플 패치만떼어내고 삽입하는 플레이도 좋아하신다.
"그럼 스타킹은 정했으니 다음엔 옷이지!"
"아……."
그 후 2시간 정도 나는 거의 라이파의 갈아입히기 인형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오오, 이거 좋네."
"푸하하하! 열라 귀여워! 어울린다고!"
"……좀 너무 어울려서 재미가 없네. 쓸데없이 예쁘단 말이야."
"어이."
분명히 내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단 시선을 보내서 놀리려고 이러는 거다.
하지만…… 내가 봐도 예쁘고 귀엽다고 생각하는 옷을 라이파는 골라줬다.
라이파가 골라준 옷은 니냐 언니와 노아도 다 같이 칭찬했고 옷 정리를 하던 직원도 어느새 함께 감상하며 칭찬할 정도였다.
그리고 결국 라이파가 골라준 옷을 전부 산 뒤 니냐 언니를 따라 밤거리로 갔다.
밤거리에 들어설 때 니냐 언니의 어머님이신 니노 씨가 서방님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에게 달려드는 일이 있었다.
"어머, 랜트 님의 냄새가 진하게 나서 왔는데 너희였구나. 니노 착각해버렸네~♪ 에헷♪"
"킁킁, 그렇게 랜트 냄새가 많이 나나?"
"후훗, 이건 서큐버스만이 느낄 수 있는 냄새야♪"
"엄마, 우린 속옷가게 들릴 거니까 이만 갈게."
"응~ 알았어. 아, 다음에 랜트 님이랑 같이 창관 좀 같이 와봐~. 오랜만에 모녀끼리 사이좋게 랜트 님이랑 모녀덮밥 플레이도 하게♪ 니노~ 우리 니냐랑 사이 좋게 랜트 님 봉사하고 싶어♪"
"마음 내키면."
"에잉~ 우리 니냐 반응이 너무 쌀쌀맞아. 아, 너희도 한번 랜트 님과 함께 와볼래? 내가 같이하면서 서큐버스의 성기술도 알려줄게♪"
"오오, 서큐버스의 성기술……."
"랜트 님도 칭찬해주신 기술이야!"
"서방이? 흥미로운데?"
"만약 기회가 된다면 같이 찾아뵙겠습니다."
니냐 언니의 어머님과 같이하는 건 어색하지만…… 암컷으로써 서방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다면야 그런 건 상관없었다.
"다들 가만히 있지 말고 빨리 가게로 가자."
"잘 가렴~."
니노 씨와 헤어진 후 속옷가게로 가서 하트 모양의 가지각색 니플 패치와 음란한 속옷들을 샀다.
그리고 며칠 후.
서방님과 데이트 하는 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