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4화 〉553화-어비스
"플레임 스트라이크!"
맹렬한 불꽃을 두른 거한의 마족이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불꽃을 두르지 않아도 부딪히는 것만으로 평범한 사람은 곧바로 날아가고 불꽃에 닿은 순간 평범한 나무는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듯한 공격.
그런 공격을 나는.
"흐읍!"
배치기로 튕겨냈다.
뻐어어어엉!
"크어어어억!"
쿠당당탕하고 배치기로 날아간 마족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벨라프의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저렇게 간단히 파훼시켰다고!?"
"대체 뭐야, 저 변태 인간족은!"
주변에서 경악하는 마족들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고양시켰다.
아직 바닥에 쓰러진 마족을 향해 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네실력은 그 정도인가! 자아! 좀 더 너의 진심을 내게 보여라!"
"크으윽……! 오냐, 원하는 대로 해주마! 으아아아아아!"
마족은 더욱 강렬하게 마력을 몸에 두르며 나를 향해 돌진했다.
속도가 더 빨라진 걸 보아 불꽃은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신체강화에 모든 마력을 쓴 걸로 보였다.
마족의 주먹이 내 가슴 정중앙에 명중했다.
뻐어어어억!
"하아…… 하아!어떠냐!"
"좋은 주먹이군!"
대략 마력을 안 담은 라이파 씨의 강펀치 정도의 위력은 있었다.
마족이라도 던전에서 매일매일 마물과 싸우는 생활을 안 하는 걸 고려하면 이 정도면 상당히 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뭣!?"
자신의 혼신의 힘을 담은주먹을 맞고도 끄떡없는 나를보고 식은땀을 흘리며 경악했다.
"내가 더 좋은 주먹을 보여주지!"
힘 조절을 하며 적당히 기절하면서 날아갈 정도의 위력으로 마족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뻐어어어어어억!
"크헉!"
마치 만화에서 나오는 곳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간 마족은 콰당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꺄아아아악♡♡♡ 멋지세요오오♡♡♡"
뒤에서 내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니노 씨의 환호가 들리며 텐션은 더더욱 수직상승했다.
"자아! 다음 도전자 누구냐!"
방금 한 거로 약 10명 정도의 마족을 쓰러뜨렸다.
그래서인지 섣불리 나서는 마족은 없었다.
흐음, 좀 더 말을 해 의욕을 내게 해보자.
"얼마든지 와라! 죽지 않고 전력을 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원하는 코스를 정해주지! 첫 번째 코스! 5분간 내가 적당히 실력에 맞춰 상대한 다음 쓰러지는 코스! 두 번째 코스! 일격을 먹인 다음 곧바로 나에게 맞고 쓰러지는 코스!
세 번째 코스! 5분간 내가 공격 받아내 멀쩡한 걸 보고 굴욕감을 체험하는 코스! 기절하기 싫다면 3번째를 추천한다!"
내 도발이 섞인 말이 통했는지 몇몇 마족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게 몸에 자신 있다 그거지!"
궁수로 보이는 여성 마족이 앞으로 나서며 나를 향해 활을 겨눴다.
나는 사이드 체스트 자세를 취하며 언제든지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얼마든지 와라!"
"빠득……! 스파이럴 애로우!"
피슈우우웅!
쏘아지는 화살이 마력을 두름과 동시에 드릴과도 같이 회전하며 내 어깨를 향해 날아왔다.
맞으면바위라도 꿰뚫을 기세의 화살.
하지만.
태애앵!
그 정도 위력 가지고는 내 근육에는 흠집조차 낼 수 없다.
"뭐엇!?"
다른 마족과 똑같이 궁수 마족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대로 경악을 내버려 두면 분위기가 나빠진다.
그렇기에 나는 사이드 체스트가 아닌 일명 알통 만들기 포즈인 더블 바이 셉스를 취하며 말했다.
"좋은 공격이었어! 하지만 겨우 그거 하나뿐인가?"
"으윽! 이걸로 끝날 줄 알아! 으아아아아앗!!!"
노도의기세로 여성 궁수가 연속으로 활을 쏘아냈다.
슈슈슈슈슈슈슝!
빗발처럼 쏘아지는 화살들이 내 몸에 명중했지만, 그 무엇 하나도 나에게 제대로 된 손상을 줄 순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살짝 영향을 주는 건 있었다.
티나에게 개발된 젖꼭지에 화살촉이 맞을 때다.
대미지는 없는데 일단 닿는다는 느낌은 있기에 살짝 강한 애무를 당하는 듯한 느낌!
무심코 오웃하고 소리가 새어 나오려는 걸 참는 게 더 힘들었다.
"하아…… 하아……."
화살통에 있는 화살을 다 쏘았는지 더 이상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고 궁수 마족은 많은 마력을 써서 헐떡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마력으로 만든 화살을 30발 동시에 쏜 기술 때문에 마력이 떨어졌나 보다.
마침 시간도 5분 정도가 지났으니 나는 다음 순서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 전에.
쌔애애애앵!
나는 내 몸에 명중해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진 화살들을 재빨리 줍고 궁수 마족의 뒤로 이동했다.
"자 여기, 화살."
살포시 화살통에 화살을 넣었다.
다른 사람들도 쓸 건데 바닥에 화살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으면 위험하니 말이다.
"!? 어, 어느새……."
나는 궁수 마족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다음, 척하고 엄지를 세우며 말했다.
"좋은 화살이었어! 앞으로도 열심히 단련하라고!"
마족 궁수는 바들바들 몸을 떨더니.
"으…… 으으…… 으아아아아앙~!"
울면서 밖을 향해 달려나갔다.
우, 울려버렸네.
아무래도 상당히 자존심에 금을 가버리게 한 것 같다.
"내 눈지금 정상이냐? 마궁의 페릴이 울면서 달아났다고?"
"어떤 마물의 피부도 꿰뚫을 수 있는 화살이 전부 안 통하다니……."
"대체 뭐야, 저 변태 인간족은?! 괴물이잖아!"
오우, 꽤 유명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런데 이대로 방치하면 살리려던 분위기가 더 다운되고 만다.
나는 두 팔을 번쩍 들며 외쳤다.
"자아! 다음이다, 다음!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고 싶은 자는 없나!"
""…….""
침묵만이 맴돌았다.
"……야, 네가 가봐."
"내가 왜. 가봤자 질 게 뻔하잖아."
"내 비기라면 혹시…… 아니 깨진다면 나는 과연 다시 일어설 수 있는가……."
주변에서는 수군거림만 있을 뿐 나오려는 사람이 없었다.
어떡하지…….
그때였다.
"야, 랜트! 밥 먹고 왔다!"
마족들의 사이를 뚫으며 크라이그 씨와 아만다 씨가 다시 모험가 길드로 돌아왔다.
"크라이그 씨, 아만다 씨, 오셨어요."
"그래! 어비스 요리도 나쁘지 않…… 응? 푸, 푸하하하하하! 뭐야, 그 꼴은!"
"랜트, 뭐 잘못 먹었어? 그 이상한 복장은 뭐야?"
크라이그 씨는 내 복장을 보고 입을 크게 벌리며 웃고 아만다 씨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어머! 랜트님 복장이 어때서요! 근육이 잘 드러나는 멋진 복장이잖아요!"
"아니, 양동이 엄청웃기잖아."
"근육 드러나는 거야 좋지, 근데 양동이는 좀 아니지."
두 사람 다 내 복장보다는 양동이를 쓰는 것이 문제였나 보다.
그러고 보니 크라이그 씨도 상반신 알몸에 바지만 입은 스타일에다가 아만다 씨는 비키니 아머다.
애초부터 그런 복장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이제 와서 상반신 알몸 망토 가지고 뭐라 할 리가 없었다.
나는 양동이를 벗고 두 분에게 물었다.
"이러면 되나요?"
크라이그 씨는 잠시 나를 훑어보고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아니, 그냥 양동이 쓴 게 더 재밌겠네."
"그런 건 랜트 자유잖아. 그보다 왜 이렇게 분위기가 이상한 거야?"
"아, 그게……."
대충 크라이그 씨와 아만다 씨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크하하하하! 뭐야, 결국 너한테 쫄아서 이렇게 좋은 기회 두고 아무도안나섰다는 거잖아?"
"바보 같은 녀석들이네.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 있다고."
크라이그 씨가 주위에 있는 마족들을 비잉 둘러보면서 외쳤다.
"야, 여기에 있는 놈들아! 너네 지금 최고의 기회를 날리고 있는 거라고!"
팡팡하고 크라이그 씨가 내 등을 쳤다.
"여기 있는 이 녀석은!플단의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 랜트다!"
"야, 크라이그. 그걸 말하면 어떡해?"
"뭐, 어때. 제이슨이 정체 숨기란소린 안 했잖아! 어떠냐, 놀랍지!"
크라이그는 가슴을 쭉 펴며 마족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
마족들은 일제히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던전…… 크래셔?"
"누구야?"
"플단이라면 던전이 있는 그 도시 말하는 거지?"
"S랭크 모험가…… 그래서 그렇게 강했던 건가."
마족들은 내 별명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눈치였다.
오히려 내 별명보다는 S랭크 모험가라는 부분에서 내 강함을 납득하고 있었다.
"응? 뭐야? 랜트 소식은 여기까진 안 전해졌나?"
"국경 지역 말고는 교류가 잘 없어서 그럴수도 있겠네."
"흐음…… 뭐, 그렇다면야, 눈으로 직접 굉장함을 더 보여주면 되지! 랜트!"
크라이그 씨는 나를 돌아보며 등에 멘 쌍도기를 꺼내 들었다.
"식후 운동 겸 한 판 하자고! 울적한 분위기를 날려버리는 건 화려하고 신나는 싸움 구경이잖아!"
"좋네요!"
나와 크라이그 씨는 서로 거리를 벌리고 자세를 잡았다.
연인들 말고도 가끔씩은 크라이그 씨나 아만다 씨 같은 A랭크 모험가 분들하고 대련한 적도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가 대련하는 모습을 보는 주변 모험가들은 열광했었다.
"무기는 뭐로 할까요?"
"이번에는 검으로 하자!"
"네!"
마나웨폰을 써 한 손검을 만들어내 로크 가의 검술자세를 취했다.
"오? 그거 질풍의 자세 아니야?"
"저도 꽤 잘 쓸 수 있거든요."
"크하하하! 네 실력 수준의 질풍의 검술이라…… 재밌겠는데!"
우우우우웅……
크라이그 씨의 몸과 도끼 주위에 마력이 일렁이고 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크라이그 씨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덤빌 생각이었다.
"랜트, 크라이그랑 한 다음에는 나랑 하자고."
"네, 아만다 씨."
"으아아아아앗!!!"
그리고 크라이그 씨가쌍도끼를 휘두르며 나를 향해 땅을 박찼다.
"힘내라, 힘내라, 랜트 님♡"
뒤에서 날 응원하는니노 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 또한 크라이그 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
크라이그 씨와의 대련을 끝내고 이어서 아만다 씨의 대련을 마쳤을 때.
주변 마족들의 분위기는 마치 프로레슬링을 보는 관객들과도 같이 흥분에 젖어 있었다.
한쪽이 분해하는 모습도 없이 그저 즐겁게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며 화려하게 그리고 있는 힘껏 대련을 하고 있으니 위기감도 공포감 같은 것도 없이 맘 편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티키아 씨와 같이 마법쇼를 벌였던 경험을 살려 나도 그저 단순히 주먹이나 발차기를 내지르는 게 아닌 오오라를 두르거나 중간중간 마법을 섞어갔기에 보는 즐거움은 더더욱 늘어나 울적했던 분위기도 싹 날아갔다.
아만다 씨의 대련이 끝나고 나서는 크라이그 씨가 마족들을 향해 말했다.
"이봐! 우리 말고 이 녀석이랑 대련하고 싶은 녀석은 없냐! 안심하고전력을 낼 수 있는 최고의 상대는 이 녀석 말곤 없다고!"
"……내가 하겠어!"
크라이그 씨의 말에 이끌려 한 마족이 앞으로 나섰고 나는 코스 선택 질문을 했다.
"방금 이 녀석들과 대련한 건 몇 번째 코스지."
"두 번째."
"그럼 두 번째로 부탁한다."
그리고 나는 내 앞에 선 마족의 실력에 맞춰 치열한 대련을 연출하며대응했다.
이번 상대는 마법을 가미하며 싸우는 무투가였기에 나도 그에 맞춰서 마법과 무투를 위주로 싸웠다.
5분간의 대련이 지나 마지막에 상대 마족의 얼굴 앞에 주먹을 세우며 끝을 알렸다.
"시간 다 됐어."
"……강하군."
무투를 쓰는 마족은 개운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고.
"나다! 다음은 나다!"
"내 공격도 다 받아낼 수 있는 거지! 내 새 마법 시험하고 싶어!"
"젠장! 가슴이 요동치고 있어! 내가 먼저야!"
주변 마족들이 열광하며 나를 향해 대련 신청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침울했던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북적이는 분위기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나는 크게 외쳤다.
"제대로 줄 서라! 한 사람당 5분! 누구든지 상대해주마!"
""우오오오오!""
처음 내가 이런 말 했으면 침묵만이 남아 있었을 텐데.
의욕에 가득 찬 함성이 돌아왔다.
그 후.
나는 차례차례로 줄을 선 마족들의 상대를 했다.
치열한 대련을 연출하며 대응하거나 내 진정한 강함을 보고 싶어 하는 마족을 한 방에 날려버리거나, 자신의 최강 공격을 시험하고 싶다는 마족의 공격에 계속 버텼다.
마족들은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 강함에 환호했고 이미 대련을 끝난 마족도 한 번 더 싸우거나 시험하고 싶다고 줄을 서기까지 했다.
"야! 나도 강하다고! 나랑 대련할 놈은 없냐!"
"나도 있다고!"
크라이그 씨와 아만다 씨도 대련 상대를 자처해 시간이 지나가도 훈련장을 감싸는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오히려 구경꾼은 더 늘어나 활활 타오르고 있을 때.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지?"
제이슨 씨가 모험가길드에 와 한창 즐기고 있는 우리를 보며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