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7화 〉566화-마왕 재림
◈-마왕 바엘SIDE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파괴하라, 파괴하라, 파괴하라, 파괴하라, 파괴하라.
마족 이외의 모든 생명을.
솔리신이 낳은 모든 생명을.
파괴하고 유린하고 섬멸하라.
모든 것은 베인신을 위해.
모든 것은 창조주를 위해.
베인신의 유희를 위해 파괴와 죽음을 흩뿌리는 거다.
그런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끄으으윽……."
문양이 처음 나타난 날, 수없이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본능의 목소리.
여태껏 느낀 적이 없는 강렬한 파괴충동이 나를 덮쳤다.
충동을 거부하면 극심한 두통과 함께 몸의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
하지만 나 외의 마족들은 나와 같이 이렇게 극심한 충동도 그리고 충동에 반항하였을 때의 반동도 오지 않았다.
그것만은 다행이었다.
나의 소중한 아들들마저도 이러한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나의 첫째 아들 바르바는 어릴 때부터 총명한 아이였다.
마족이라도 평화와 조화에 대한 중요함을 알고 차후에는 나의 뒤를 이어 마족이 다른 종족과 어울려 평화의 길을 걷는 데에 크나큰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나의 두 번째 아들 우르고스는 어릴 때부터 기운 넘친 아이였다.
지금은 마족으로서의 성향을 강하게 받은 탓인지 싸움을 좋아하고 자신의 힘을 시험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여자도 많이 밝히지만 실은 가족을 누구보다도 생각하는 상냥한 아이다.
지금은 주체할 수 없는 혈기에 강경파의 말에 휘둘리는 일도 많지만 언젠가는 나와 바르바의 뜻을 이해할 거라고 믿고있다.
가족끼리 한마음이 되어 마족의 미래를 올바르고 평화롭게 이끄는 것에 힘쓰는 그런 미래를 생각했었다.
이 문양이 새겨지기 전까지는.
"아윽…… 으으으으윽!"
날이 갈수록 고통은 커져갔다.
침대에서 제대로 일어나는 것조차 못한 채 나는 그저 고통에 몸부림칠 뿐이었다.
당장 일어나야 한다.
지금 당장 일어나 분쟁을 진정시켜야 한다.
내가 쓰러짐으로써 지금 강경파와 온건파는 동시에 움직일 것이다.
기세에 몰려 우르고스는 강경파와 함께 전쟁을 벌이려고 하고 바르바는 그것을 막으려고 하겠지.
이 문양은 나만큼은 아니어도 다른 마족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감정이 격해지거나 사태가 심각해지면 냉정한 바르바라 할지라도…… 평화를 중시하는 온건파랄지라도 싸움이 일어난 순간 분노의 감정이 격화될 것이다.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에 대한 파괴본능이 극대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어나는 건 내전이다.
나의 소중한 아들들이 서로를 죽이기 위한 혈투를 벌일 것이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결코 그렇게돼서는…….
파괴하라, 파괴하라, 파괴하라, 파괴하라.
"아아악……!!!으아아아아아!!!"
아들들을 향한 걱정도 마족의 미래를 대한 근심도.
문양에서 밀려오는 파괴충동이 모든 것을 뒤덮는다.
아아, 베인신이여.
파괴와 죽음을 관장하는 우리 마족의 어미여.
당신은 대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파괴와 죽음을 원하시나이까…….
나날이 강해지는 파괴충동은 나의 정신을 좀먹었다.
계속되는 고통에 시간 감각은 엉망이 되고 반항하려는 마음은 한없이 약해졌다.
파괴, 파괴, 파괴, 파괴, 파괴, 파괴, 파괴.
머릿속을 파괴만이 가득차며 소중한 가족들의 얼굴조차도 제대로 떠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는 생각하고 말았다.
아아, 나는 어째서 이렇게 반항하고 있는 거냐.
이것은 본능.
마족이 본디 가지고 있는 본래의 역할.
그것에 반항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거다.
우리들은 마족.
베인신의 유희만을 위해 태어난 존재.
그런 우리가 오히려 평화를 위해 힘쓴다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행위였다.
그래, 파괴야말로 우리 마족의 본래의 모습.
그리고 그 위에 군림하는 마왕인 나야말로 가장 먼저 그 행위를 실천하여만 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토록 나를 괴롭게 했던 고통은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가슴에서는 막대한 충족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마치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은 듯한 상쾌함.
아아, 이것이 고대 마족들이 느꼈던…… 파괴를 일삼았던 이유.
이 쾌감을 위해서라면 어떤 파괴라도 어떤 죽음이라도 설령 내 자신이 죽는다 하더라도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
파괴다.
그래, 더 많은 파괴와 죽음을 베인신께 받쳐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그래, 그러기 위해선 문양을 모아 내가 이름뿐인 가짜 마왕이 아닌 진정한 베인신의 사도.
마왕으로서재림해야 하느니.
◈-랜트SIDE
비명을 지른 우르고스의 팔뚝에서 문양이사라지고 마왕의 팔뚝에 새겨진 검은 번개의 문양은 더욱 진해지면서 불길한 기운을 더욱 풍기게 됐다.
"아바마마…… 어째서……."
비명을 질렀음에도 아직 정신을 잃지 않은 우르고스는 마왕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미안하구나, 우르고스. 문양을 흡수하려면 상대를 약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단다."
"어째서 그걸……."
"너는 문헌에서 열심히 찾은 모양이지만……."
마왕은 자신의 팔뚝에 새겨진 검은 번개 문양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매만졌다.
"나는 이 문양이…… 내 머릿속에 직접 알려줬단다. 문양을 흡수하는 방법, 그리고 활용법 또한 말이다. 지금 네 문양의 힘을 흡수한 나는……."
마왕이 문양이 새겨진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혹시 공격마법이라도 쏴서 위력을 선보이려는 걸까?
보통 이런 상황에서 흡수한 힘을 선보이기 위해 측근이나 가족도 상관없이 죽이려는 전개도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전에 곧바로 내가 막을 수 있다.
곧바로 앞으로 나서 마왕의 행동을 막으려고 할 때.
『랜트, 가만히 놔두는 편이 좋아.』
베인 씨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네? 놔둔다고요?
『응, 잘하면 단숨에 문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뭔가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지만 나는 내 육변기가 되어 어젯밤에도 분신 자지에 보지를 격렬히박히면서 정성스럽게 내 불을 핥기를넘은불알 빨기까지 했던 베인 씨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정한 마왕…… 이 바엘에게로 모여라!"
우우우우우웅!
"""으, 으아아아악!""
그 순간 팔뚝에 검은 문양이 새겨진 마족들이 전부 팔뚝을 움켜쥐며비명을질렀다.
"뭐, 뭐야!?"
"야, 제이슨, 괜찮냐!"
"이,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강경파 온건파 할 것 없이 바르바 전하와 제이슨 씨도 포함해 다들 팔뚝을 움켜쥐며 괴로워했고 그들의 몸에서 보라색의 기운이 스멀스멀 나왔다.
나온 그 기운은 마왕 바엘에게로흡수되고 마왕의 검은 번개 문양이 더욱 흉악해지고 진해짐과 동시에 마족들의 팔뚝에 새겨진 문양은 전부 말끔히 사라졌다.
"하아하아…… 이건 꽤 힘겹군."
제이슨 씨가 한쪽 무릎을 꿇고 식은땀을 흘렸다.
"아바…… 마마……."
바르바 전하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마왕을 바라봤다.
"오, 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
자신의 아들이 보내는 시선을 한치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진한 보랏빛의 기운을 몸에 두른 마왕은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왕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초췌해보였던 몸은 생기를 되찾고 몸은 1.5배 정도 커 보일 정도로 근육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굵은 혈관이 볼록하고 튀어나왔다.
그에 더해 머리에 달린 두 개의 검은 뿔은 쑤욱쑤욱 자라나 은은한 보라색의 빛을 내고 있었다.
"아아, 이게…… 진정한 마왕의 힘인가! 이 전능감!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이 자신감! 베인신이여! 당신의 사도로써! 이 내가! 바엘이! 다시 이 대륙에 파괴와 죽음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나이다!"
"아바마마……."
"폐하……."
바르바 전하와 제이슨 씨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왕을 바라보고.
"아만다, 저 녀석 엄청 강한데?"
"나도 알아. 뭐야 이 불길한 마력은? 소름 돋잖아."
크라이그 씨와 아만다 씨가 무기를 꺼내 들며 전투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니노 씨도 어느새 창을꺼내 들어 마왕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랜트 님, 본능인지는모르겠는데…… 몸이 떨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지켜드릴게요."
"랜트 님……♡"
마왕이 아직 자신의 힘에 취해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있을 때, 베인 씨가 다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랜트, 지금이 내가 전에 말하던 그때다. 지금 저 녀석의 몸에는 모든 문양이 다 모여 완전한 문양이 완성됐어. 지금 저 녀석을 해치우면 문양은 완전히 사라질 거야.』
죽이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
『내 기억에는 없어. 애초에 그런 해결법 만든 적 없다고 했잖아. 하지만 어차피 너라면 가능할 거잖아.』
제가요?
『그냥 바라면 나와 베인신의 연결고리도 끊어버리는데 문양을 없애는 거 정도야 간단하지 않아?』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설마 깜빡한 거였냐?』
해결법은 찾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그다음에 창관정복과 함께 베인 씨 함락이라는 기쁜 이벤트가 있었던 터라 깜빡하고 있었다.
『읏…… 기, 기쁜 이벤트…….』
『랜트의 그런 덜렁한 면도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귀여움이 있으니까요.』
고마워요, 솔리 씨.
일단 해결할 방법은 대충 찾은 것 같다.
간절히 바라서 스킬을 생성하기 전에 우선 마왕이 섣부른 짓을 하는 것을 막기로 하자.
"크하하하하! 여기에 진정한마왕이 재림했도다! 자아, 마족들이여! 나와 함께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거다!"
"제가 그렇게 두지 않을 겁니다."
나는 저벅저벅마왕의 곁으로 걸어갔다.
부웅!
"읏……!?"
팔을 휘두르며 마왕의 앞에서 쓰러져 있는 우르고스를 염동력을 써 뒤로 옮긴 다음.
따악!
손가락을 튕기며 마왕과 다른 마족들 사이에 마력의 장벽을 펼쳐 안전을 확보했다.
"음? 네놈은 누구냐? 처음 보는 인간이군."
지금은 정신이 나가 있다 하더라도 일단 바르바 전하의 아버지이자 이 나라의 왕이니 일단 예의를 차리도록 하자.
"안녕하십니까, 폐하. 저는 랜트. 제이슨 씨의 의뢰로 동료들과 함께 이 벤디나에 찾아온 플단의 모험가입니다."
"플단의 모험가라…… 바르바가 신뢰하는 제이슨이 데려왔다면 강한 인간이겠군."
"네, 전 강합니다."
두 주먹을 허리에대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라 해도 현재 플단의 유일한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니까요."
"던전 크래셔…… 크크크크, 그래, 네가바로 던전의 범람을 막았다는 그 인간의 영웅이렷다. 던전의 범람을 막은 자라면 그래…… 플단의 S랭크. 인류의 최강이라는 칭호를 받아도 적합하겠지."
마왕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양손에 두 개의 보라색의 마력 덩어리를 생성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인류의 최강일뿐. 진정한 마왕으로재림한 내 상대는 되지 못한다! 하하하하하! 영광으로 알거라, 플단 최강 모험가여! 진정한 마왕이 된 나의실력을 확인하는 첫 제물로 삼아주마!"
마왕은 마력 덩어리를 나를 향해 겨누고.
"다크니스 캐논!"
나를 향해 손바닥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마력 덩어리를 쏘아냈다.
퍼어어어어엉!
째애애앵!
두 개의 마력 덩어리가 내 몸에 맞고 터져나가며 주변 창문 유리를 깨뜨리고 바닥을 패며자욱하게 먼지를 일으켰다.
"크하하하하! 어떠냐 이게…… 베인신께서 내린 마왕의 힘이…… 다……?"
크게 웃던 마왕은 연기가 걷히고 멀쩡히 서 있는 나를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그런 마왕을 앞에 두고 곰곰이 생각했다.
자아, 그럼 어떤 식으로 바라면 딱 알맞은 스킬을 얻을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