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5화 〉574화-레니 씨의 친가로!
나는 레니 씨의 안내를 받으며 수도 관광을 했다.
수도 공원으로 가 커다란 분수를 감상하거나 광장으로 가 플단과는 다른 풍경의 노점상들을 구경하거나 또는 옷 가게에 들러 레니 씨의 옷을 사기도 했다.
옷 가게에 들러서 시착한 옷을 나는 전부 어울린다고 생각해 몽땅 사고 인벤토리에 넣었다.
"랜트 님, 그렇게 사지 않으셔도 됐었습니다."
레니 씨는 깍지를 낀 손에 꼬옥 힘을 주며 말했다.
"하지만 레니 씨가 입은 옷들이 다 어울렸던 걸요. 그보다 레니 씨는 산 옷으로 갈아입지 않으셔도 괜찮았나요?"
"오늘은 이 옷을 입고 싶은 기분입니다."
접수원이 되고 싶다는 계기가 생긴 자신의 고향에서 자신이 바라던 모습으로 있고 싶은 걸까?
확실히 나도고향에 돌아갔을 때는 고향에서 입은 옷보다는 모험가 복장을 입고 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다음에는 어딜 갈까요?"
"절 따라와 주세요."
나하고 쥔 손은 놓지 않은 채 레니 씨는 살짝 앞장섰다.
그리고 레니 씨가 나를 안내한 곳은…….
"모험가 길드네요."
휴릿지의 모험가 길드였다.
"여기서…… 저는 접수원이 되고 싶다고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 꿈은 이루어졌고요."
"네. 그리고 그 꿈이 이뤄져서 랜트 님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레니 씨는 손을 붙잡을 뿐만이 아니라 내 팔을 껴안으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저기 들어가게 좀 비켜줄래."
레니 씨와의 알콩달콩한 타임을 즐기느라 모험가 길드 문 근처에 있다는 걸 순간 깜빡했다.
"앗! 죄, 죄송합니다! 래, 랜트 님! 들어갑시다!"
"네."
당황하는 레니 씨도 귀엽다.
휴릿지의 모험가 길드는 플단의 모험가 길드보다 조금 공간이 컸으며 모험가들의 북적임 또한 플단보다도 더했다.
역시 수도라서 그런 걸까.
"플단보다 넓네요."
"플단은 주로 던전에 있는 시간이 깁니다. 그에 비해 수도는 밖으로 나가 의뢰를 마치고 정보 교류 장소로도 많이 쓰이기에 길드에 머물러 있는 모험가들이 많습니다.
"그렇군요."
하긴 플단의 경우에는 실력이 부족할 경우 모험가 길드에 있는 것보다 자신이 도달한 층에서 좀 더 마물을 사냥해 돈을 벌며 승격을 하는 게 더 나을 거다.
나는 우선 레니 씨와 함께 모험가 길드에 있는 테이블에 앉은 다음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플단보다도 더 의뢰 게시판에 몰려 있는 모험가들 우리와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 정보를 공유하거나 또는 의뢰를 마치고 돌아와 술을 마시고 있는 모험가들.
장소는 달라도 역시 플단과 비슷한 풍경이라 친근감이 들었다.
그리고 물론 플단이나 다른 곳에서나 마찬가지로 여성 모험가들이 좀 노출이 있는 복장을 하는 것도 똑같아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음식이나 술을 나르고 있는 웨이트리스도 플단과는 다른 디자인의 귀여운 복장이라 눈호강에도 좋다.
그렇게 내가 모험가 길드 안을 둘러보고 있을 때.
레니 씨는 지긋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접수처.
플단에서는 항상 레니 씨가 있는 장소다.
휴릿지의 접수처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모험가 길드에 있는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접수처도 넓어 모험가를 상대하는 접수원 아가씨들도 3명이 있다는 점이다.
"레니 씨?"
"아, 죄송합니다. 잠시 한눈팔고 있었네요."
"아니에요. 그보다 여기는 접수처 인원이 많네요."
"네, 모험가분들이 많은 만큼 처리를 담당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요."
"어머님도 저기서 일하셨던 거죠?"
"네, 아버지 말로는 제일 인기가 많았던 베테랑이었다고 해요."
"지금의 레니 씨 같네요."
"저, 저는 베테랑이 아닙니다."
역시 레니 씨는 좀 겸손해하는 면이 있다.
8년간 계속 플단의 모험가 길드를 하고 있는데 당연히 베테랑이 아니면 뭘까?
그리고 레니 씨는 또다시 멍하니 접수처 쪽을 쳐다봤다.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레니 씨."
"아, 저 또…… 죄송합니다, 랜트 님."
"사과할 필요 없어요. 누굴 찾고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네. 사실 레이나란 분을 찾고 있었습니다."
"레이나요?"
"네, 제가 어릴 적에 이곳의 접수원을 하고 계셨던 분입니다. 그분을 보고 전……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즉 그 레이나 씨라는 분은 레니 씨가 동경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은퇴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레니 씨의 아쉽다는 표정을 보고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물어볼까요."
"네?"
"이럴 땐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니까요."
"하, 하지만 이런 사적인 일로 물으면 다른 분에게 폐가……."
"레니 씨는 조금 더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그마한 목소리로 나는 레니 씨에게 속삭였다.
"저랑 둘이 있을 때처럼요."
"래, 랜트 님……."
나는 그대로 저벅저벅 마침 비어 있는 접수원에게로 걸어갔다.
접수처에거 방긋 영업용 미소를 짓고 있던 접수원 아가씨는 내가 앞에 서자마자 곧바로 말을 걸었다.
"모험가 길드에 어서 오십시오. 무슨 용무로 오셨나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의뢰를 요청하러 오신 거군요. 그럼 이 의뢰 신청서에 따라 구체적인 사항을……."
"아뇨, 의뢰라고 할 것까진 아니에요. 혹시 레이나 씨란 분은 아직 여기에서 근무하고 계신가요?"
"레이나 씨…… 말인가요? 실례지만 무슨 용무로 레이나 씨를 찾으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게……."
내가 이유를 말하려고 하자 레니 씨가 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저는 플단에서 접수원을 맡고 있는 레니라고 합니다. 레이나 씨는 계시나요?"
레니 씨의 이름을 듣자 접수원 아가씨는 입을 두 손으로 가리며 눈을 크게 떴다.
"플단의…… 접수원!? 호, 혹시 그 전설의 레니 씨인가요?"
"네? 전설요?"
"응?"
레니 씨가 전설?
"저기…… 전설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저는 그저 평범한 접수원입니다."
"평범하다뇨! 그럴 리가 있나요! 그 막강한 모험가들과 8년 동안 결근 없이 상대한 접수원! 어떤 의뢰 보고라도 신속하게 처리하고 모험가의 실력에 맞는 의뢰도 곧바로 추천해서 평판이 하늘을 뚫는다는 그 접수원이시잖아요!"
"와, 레니 씨, 굉장하네요."
"어, 언제 그런 소문이……."
"게다가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어서 많은 남성 모험가들에게 인기만점! 하지만 일이 자신의 애인이나 마찬가지인 태도여서 아무도 공략이 불가능한 철벽의 접수원! 하지만 최근에는 그 전설의 던전 크래셔의 여자가 됐다는 그 접수원!"
나도 전설이 됐나 보다.
"전설에는 전설이 어울렸던 거라고 저희 접수원들 사이에서도 소문이었다구요! 잠깐…… 당신이 그 레니라면 옆에 있는 분은…… 허,헉! 서, 서, 서, 설마 던전 크……."
접수원 아가씨가 크게 내 별명을 외치려고 할 때.
따악!
"아얏!"
뒤에서 누군가가 접수원 아가씨의 머리를 책으로 때렸다.
"일은 안 하고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아앗! 레, 레이나 씨?!"
"레이나 씨?"
레이나 씨라고 불린 사람은 안경을 쓴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졌으며 눈매는 살짝 날카로워 보였고 머리카락 스타일은 레니 씨와 같은 한쪽으로 늘어뜨린 댕기 머리였다.
"잡담은 하지 말고 용건을 말하시는 분이 원하는 것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몇 번을 말해야 겠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여기에 그 전설의 레니 접수원이 왔어요!"
"레니……?"
레이나 씨로 보이는 여성은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았다.
그리고 살짝 눈을 크게 뜬 후 깜빡깜빡하고 눈을 깜빡였다.
"어머나, 정말 레니네?"
"네? 레이나 씨, 정말 그 전설의 레니 접수원을 알……."
스윽.
레이나 씨가 조용히 책을 들어 올렸다.
"네, 조용히 하겠습니다."
레니 씨는 살짝 긴장하며 레이나 씨를 향해 말했다.
"오, 오랜만이에요, 레, 레이나 씨."
그리고 그런 레니 씨를 향해 레이나 씨는.
"그래, 오랜만이야, 레니. 잘 지냈니?"
방금 접수원에게 설교하는 얼굴과는 반대로 매우 부드러운미소를 지었다.
◈
나와 레니 씨, 그리고 레이나 씨는 모험가 길드를 나가 근처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왔다.
나가기 전에 레이나 씨는 그 접수원 아가씨에게 잠시 외출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우리와 함께 나왔다.
"저기…… 레이나 씨, 괜찮으신 건가요? 근무 시간이실 텐데."
"괜찮아, 레니. 지금 내 일은 접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지도 및 감독하는 거니까. 방금 그 애도 조금 잡담이 많지만, 접수원이 된 지 1년이 지났고 다른 애들은 그보다 더 일해왔으니까 잠시 내가 자리를 비워도 문제없어. 게다가……."
"게다가?"
레이나 씨는찡긋하고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나 정도 짬 되면 잠깐 외출했다고 뭐라 나무라는 사람도 없단다."
"아, 아하하……."
"그보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레니. 플단에서는 대활약을 하고 있다면서? 나도 네 소문 들었어."
"대, 대활약이라니 과장이에요. 저는 그저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사람은 그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러니까 지금까지 문제없이 일을 해온 넌 대단한 거란다."
"레이나 씨……."
레니 씨는 동경하던 레이나 씨에게 칭찬받아서 그런지 매우 기뻐 보였다.
"후훗, 언제나 아빠를 따라서 내가 일하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애가 어느새 훌쩍 커서 이렇게 어엿하게 되다니…… 정말 감회로워."
"그건 레이나 씨가 제 목표가 되어주셔서 그래요.레이나 씨를 보고 전 접수원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어머, 전설의 접수원이 날 목표로 했었어? 이거 영광인걸?"
"레, 레이나 씨……."
수줍어하는 레니 씨의 모습에 레이나 씨는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영광이라는 건 정말이야. 레니, 너는 정말 이 수도에도 유명할 정도로 일을 잘 하고 있으니까."
"맞아요, 레니 씨. 저도 레니 씨는 무척이나 성실하고 일도 잘한다고 생각해요. 전설이 돼도 당연해요."
"랜트 님까지……."
"그러고 보니 소개가 늦어졌군요. 안녕하십니까, 랜트 님. 저는 모험가 길드 휴릿지 지부의 접수 감독관을 맡고 있는 레이나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 랜트라고 합니다. 플단의……."
"S랭크 모험가 던전 크래셔시죠? 물론 이 휴릿지에서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레니의 연인이시죠?"
나는 얼버무리지 않고 곧바로고개를 끄덕였다.
"네."
"레니는 언젠가 크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설마 남자를 사로잡는데도 이렇게 크게 될줄이야……."
"레, 레이나 씨!?"
"레니 씨가 유혹하거나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레니 씨에게 반해서 밀어붙였어요."
"후훗, 본연의 매력에 이끌리게 만드는 것도 충분히 사로잡았다고 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네요. 저는 레니 씨에게 사로잡혀서 푹 빠졌어요."
"래, 랜트 님……."
호호호하고 웃던 레이나 씨는 살짝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사로잡히셨으면서 하렘을 차리고 계시는 건가요?"
"여러 여성에게 마음을 사로잡혔어요. 물론 모두 행복하게 만들 각오가 있어요. 레니 씨도 전……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겠어요."
"장난스레 물어봤는데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해주시다니……."
레이나 씨는 레니 씨를 바라보며 말하셨다.
"레니, 랜트 님은 정말 너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어. 몇 년 동안 사람을 상대해온 내 감이 말하고 있으니까 틀림없어."
"네. 이미 알고 있어요, 레이나 씨."
그리고 레이나 씨는 꾸벅하고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레니는 제 귀여운 후배이기도 합니다. 부디 행복하게 해주세요."
"네, 맡겨주세요. 그건 그렇고 레이나 씨, 부탁이 하나 있어요."
내 말에 레이나 씨는 고개를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뭔가요?"
"레이나 씨가 아는 레니 씨의 어릴 적 귀여운 이야기라든지 없나요?"
"랜트 님!?"
어머님 아버님에게도 잔뜩 들었지만, 레이나 씨만이 알고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꼭 듣고 싶다.
레이나 씨는 내 말에 눈을 깜빡이며 조금 당황했었지만 이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자그맣게 웃었다.
"푸훕…… 네. 레니가 어릴 때 얼마나 귀여웠는지 알려드릴게요. 하지만 곤란하네요. 잠깐 외출한 정도로는 못 끝나겠어요. 길드장님에게 어찌 말해야 할지……."
"그때는 저도 같이 가서 머리를 숙이며 사과할게요."
"어머, S랭크 모험가의 사과라면 저희 길드장님도 넘어가 주시겠네요. 아니, 그걸 넘어서 곤란해하실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의외로 레이나 씨는 장난기 넘치는 분이신가 보다.
"그럼 첫 번째로……."
그리고 나는 2시간 동안 레이나 씨에게서 아주 유익하고 흐뭇해지는 이야기를 잔뜩 들었다.
"아아아아……."
덤으로귀여운 레니 씨의 모습도 함께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