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3화 〉582화-드래곤 퇴치!
레, 렐리아 씨? 약속의 때라니……."
"달링은 약속했는걸! 정 받아줄 사람 없으면 받아준다고 했는걸! 헤, 헤, 헤헤헤헷! 어차피 앞으로 죽을 거 받아줄 사람 없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러니까 결혼이야! 결혼결혼결혼결혼!!!! 달리이이이잉! 결혼하자아아아아!"
렐리아 씨는 내 어깨를 양손으로 꽈악 잡고 앞뒤로 부웅부웅 흔들면서 처절하게 외쳤다.
"죽기 전에 나도 결혼해보고 죽어보자아아아아아!"
아, 이거 완전히 설명을 받을 상태가 아니네요.
저번에는그나마 말장단에 맞춰서 진정시키기라도 했는데 드래곤과 싸운다는 상황이 완전히 렐리아 씨를 폭주시키고 있었다.
"굉장하네……."
"저게…… 솔의 최강전력."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가 다른 의미로 렐리아 씨의 모습에 경악하고 있다.
"렐리아 씨, 우선 진정……."
"싫어싫어싫어! 렐리아라고 부리지 말고 허니라고 불러줘! 저번처럼 허니라고 불러줘! 흐어어어어어엉!!!"
"허니?"
"저번에 렐리아 씨를 그렇게 불렀던 건가요, 랜트?"
"뭐…… 딱봐도 술주정 맞춰주느라 그런 거겠지만."
역시나 천재인 티키아 씨는 곧바로 상황을 알아차려 줬다.
우선 렐리아씨를 이 취기에서 깨우기로 하자.
나는 혹시나 렐리아 씨가 저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렐리아 씨의 어깨를 손으로 잡아 고장한 다음 뒤에서 안쓰럽게 렐리아 씨를 쳐다보는 부하 2분을 향해 말했다.
"부탁합니다."
""큐어.""
두 분은 곧바로 렐리아 씨를 향해 큐어를 사용했고.
"에헤헤! 뭐야, 설마 여기서 부둥켜안는 거야? 달링도 참 너무 성급……."
큐어를 맞은 렐리아 씨의얼굴에서 점점 붉은 기운이 빠져 뽀얀 하얀색을 되돌아왔다.
그리고 렐리아 씨는 내어깨에서 손을 떼고 터벅하고 두 발짝 정도 뒤로 물러난 다음.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저번에 보여준 절하며 빌기를 선보였다.
"……아아, 그냥 여기서 죽고 싶다."
자그맣게 후회가 물씬 풍기는 렐리아 씨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랜트 님. 몇 번이고 이런 치태를……."
"아하하, 괜찮아요, 렐리아 씨."
몇 번이나 보니까이제는 익숙해요.
"다른 분들께도 정말 못 볼 꼴을……."
렐리아 씨는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연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 괜찮아괜찮아."
"저희는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맞아, 렐리아 언니. 우리 사이인데~."
"술 먹으면 사람은격변할 수도 있으니까."
다들 이해심을 가지고 렐리아 씨에게 말을 걸었다.
다만 그레이시아 씨와 라이파 씨는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저기…… 랜트 님, 여기 계신 두 분은 누구십니까?"
"렐리아 씨는 초면이죠. 이 두 사람은 제 연인인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예요."
내가 이름을 부르자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는 렐리아 씨를 향해 말했다.
"아, 난 라이파 티잔 잘 부탁해."
"그레이시아 로크라고 합니다."
"래, 랜트 님의 연인분들…… 서, 설마 저와 헤어지고 나서 새로 생기신 건가요?"
"네. 정확히는 마법도시에서 만나기 전에 맺어졌어요."
"그, 그, 그렇…… 군…… 요……."
"왠지 렐리아 씨가 풀이 죽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단장님 풀이 죽으셨네."
"술 취하고 한 약속이라고 해도 아마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나 봐. 아우, 우리 단장님 어쩌나."
여러 가지로 렐리아 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우선 의뢰에 대한 내용을 진행시키자.
"렐리아 씨, 저는 마렌 대신관님의 구원 요청을 받아 이곳에왔어요. 방금 마렌 대신관님을만나고 왔고요."
"그, 그러시군요. 마렌 대신관님이…… 네, 넵!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마렌 대신관님도 생각이 있으신 분! 그저 저 혼자 용을 퇴치하라고 시키시진 않으시겠지요! 하하하하! 랜트 님이함께라면 그 무엇보다 든든합니다."
방금까지 마렌 대신관님을 바보라고 하고 노출증 환자라고 말했던 건 구태여 무시하자.
"그럼 곧바로 미슬리를 향해 출발할……."
"잠깐만, 서방."
렐리아 씨가 많이 뻘쭘해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하려고 했을 때.
라이파 씨가 말했다.
"렐리아라고 했지? 솔의 제13기사단 단장 말이야."
"네, 제가 제13기사단 단장입니다."
"서방에게서 들었어. 우리 야서왕을 제외하고는 당신이 가장 강한 상대였다고 말이야.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무인으로서 엄청 궁금하거든. 서방이 인정한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 말이야. 그치, 그레이시아?"
"그래, 솔직히 나도 정말 궁금하다. 렐리아 공. 미슬리에는 서방님의 힘이 있으면 곧바로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잠시간 저하고 라이파와 대련 상대를 해주실 순 없으시겠습니까."
"대련 상대…… 네, 물론이죠! 해봅시다! 드래곤과 맞서기 전에 몸 푸는 것도 좋겠죠!"
렐리아 씨는 방금까지 보인 자신의 모습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쫓아내기 위해서인지 아주 적극적으로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아……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볼게요. 사실 아직 근무시간이라서요."
"단장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랜트 님."
부하분들은 나에게 렐리아 씨를 맡기며 모험가 길드를 나갔다.
따로 근무 중인데도 렐리아 씨의 술주정에 어울려주는 걸 보면 두 분도 무척 좋은 분들이시다.
그리고 우리는 렐리아 씨와 함께 모험가 길드의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참고로 여전히 렐리아 씨를 짠하게 보는 모험가들의 시선은 무시했다.
"그럼 언제든지 와주십시오."
훈련장의 중앙.
렐리아 씨와 그레이시아 씨, 라이파 씨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라이파 씨는 내가 인정한 사람이라기에 그레이시아 씨하고 동시에 덤빈다고 말했는데, 렐리아 씨는 그 제안을 가볍게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지금은 2대1인 상황이다.
"그럼 처음부터 진심을 다해 간다!"
"솔의 최강의 힘! 견문하겠습니다!"
""마장 개방!""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는 처음부터 마력을 최대로 내뿜으며 마장개방을 했다.
라이파 씨의 권갑에 화염이 맴돌고 그레이시아 씨의 검은 바람을 휘몰아치며 가드가 양쪽으로 분리되어 허벅지 쪽으로 이동해 바람을 내뿜는다.
둘 다 최근에 던전에서도 많이 보는 모습이다.
""하아아아앗!""
라이파 씨가 순식간에 주변에 바운스 실드를펼쳐 발판을 만들어 먼저 땅을 박차며 나아갔고 그레이시아 씨는 잠시 멈춰서 마력을 한데 모아단숨에 돌진했다.
"홍련권!"
"윈드 부스트!"
라이파 씨가 공중 흩뿌린 바운스 실드를 밟으며 렐리아 씨의 시야를 교란하면서 오른쪽 뒤 부근에서 홍련권을 날렸다.
렐리아 씨의 몸이 살짝 라이파 씨를 향해 틀어졌을 때 렐리아 씨는 그 타이밍에 맞춰서 더욱 마력을 내뿜으며 속도를 높였다.
다른 누가 보면두 방향에서 렐리아 씨가 곧바로 가격당할 위기라고 느껴질 만한 장면.
하지만 이미 노아와 니냐 씨하고 동시에 대련한 모습을 본 나는.
카아아앙!
지금과 같이 렐리아 씨가 여유롭게 막을 수 있다는 건 예상할 수 있었다.
렐리아 씨는 두 사람의 공격이 닿기 직전에 인벤토리에서 검과 방패를 꺼내 곧바로 손에 쥐며 라이파 씨의 주먹을 방패로 그리고 그레이시아 씨의 검을 한손검으로 막아냈다.
"두 분다빠르시군요."
"여유롭게 막으면서 할 말은 아니지!"
"윈드 부스트를 가만히 막다니 대단하군요!"
라이파 씨는 곧바로 잠깐 거리를 벌리며 다양한 방향에서 바운스 실드를 박차며 연속 공격을 그리고 그레이시아 씨는 라이파 씨가 공격하지 않는한 방향에 집중하여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러한 공격을 렐리아 씨는 침착하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유성우와도같은 라이파 씨의 주먹을 방패로 흘려내고돌풍과도 같은 그레이시아 씨의 검을 받아냈다.
라이파 씨도 그레이시아 씨도 던전에서 사냥을 하면서 승격을 할 기회가 있었다.
즉 지금의 두 사람은 나와 대련을 했을 때보다도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렐리아 씨의 상대는 되지 않았다.
물론 렐리아 씨가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건 아니다.
적어도 내 눈에는 렐리아 씨가 마력을 둘러 신체를 강화해 두 사람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면 제가 불리하군요."
"어디가 불리하다는 거야!"
"여유로워 보입니다만."
"아니요, 사실 꽤 저도 힘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좀 더 힘내기로 하겠습니다. ……프로텍션!"
렐리아 씨가 방패를 아래로 내려찍자 그곳을 기점으로 렐리아씨를 감싸는 원형의 마력구가 생겼다.
"흐읍!"
그리고 렐리아 씨가 마력을 불어넣자 마력구는 점점 더 커지며 두 사람을 밀어냈다.
"우왓!"
"읏!"
카카카카캉!
두 사람이 밀려남과 동시에 라이파 씨가 만들어둔 바운스 실드도 렐리아 씨가 만들어낸 프로텍션과 부딪혀 산산이 깨졌다.
밀려나간 두 사람이 자세를 다시 잡자 렐리아 씨는 자신이 펼친 프로텍션을 해제하고 검과방패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대신 건틀렛으로 보이는 권갑을 꺼내 장착하고 렐리아 씨는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자, 오십시오."
"서방도 아닌데 티잔가인 나에게 무투로 승부라…… 은근 사람 승부욕을 건드리네!"
"라이파, 너무 흥분하지 마라."
"알고 있다고!'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가 동시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바운스 실드를 펼치지 않고 라이파 씨는 렐리아 씨와 근접해 연계를 하며 주먹과 발차기를 내뻗으며 연격을 날렸다.
""하아아아아아앗!""
카카카카카카캉!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의 공격이 소나기처럼 거세게 쏟아지지만, 렐리아 씨는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흘려보내거나 때로는 툭하고 힘이 덜 들어간 좀을 일부러 쳐 튕겨내고 있었다.
물론 이건 내 눈으로 봐서 이런 거지 다른 사람이 봤다면 렐리아 씨도 무척이나 격렬하게 움직이며 두 사람과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일 거다.
하지만 직접 상대하고 있는 두 사람에겐 나와 같은 감상을 느끼고 있을 거다.
세 사람의 공방은 3분 이상 이어졌고.
"미슬리로도 출발해야 하니 슬슬 끝내기로 하죠."
콰아아아앙!
렐리아 씨가 그 말을 하면서 땅을 박차며 수직으로 상승했다.
"뭣!?"
"하늘로?"
공중에 뛰어오른 렐리아 씨는 재빨리 권갑을 인벤토리에 집어놓고 전에 내가 미스 솔라리오에서 처음 렐리아 씨를 보았을 때.
그때 사진기를 향해 겨누고 있던 커다란 활이 렐리아 씨의 손에 쥐어졌다.
렐리아 씨는 화살통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이 렐리아 씨는 할 시위를 당겼고.
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렐리아 씨의 손에서 마력이 모이며 손을 시작으로 하나의 화살이 생겨났다.
그 동작까지는 1초도 채 안 걸렸고 그 동작이 완성된 뒤에야 라이파씨와 그레이시아 씨가 화살을 인지했다.
"그레이시아!"
"읏!"
휘우우우우웅!
라이파 씨가 그레이시아 씨의 이름을 부르자 그레이시아 씨는 곧바로 위를 향해 소용돌이를 뿜어냈다.
"하아아앗!"
화르르르르륵!
그리고 라이파 씨는 그 소용돌이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며 불꽃을 발사하고, 불꽃의 소용돌이가 렐리아 씨를 향해 휘몰아쳤다.
하지만 렐리아 씨에게 불꽃의 소용돌이가 닿기보다 빨리.
"프리즌 애로우."
렐리아 씨는 활 시위를 놓았다.
퓨우우우웅!
쏘아진 화살은 불꽃의 소용돌이를 손쉽게 꿰뚫었고 두 갈래로 갈라졌다.
두 갈래로 갈라진 마력의 화살은 정확하게 두 사람의 위를 향해 떨어졌다.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는 화살을 피하려고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나 마력의 화살들은 형태를 바꾸어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동시에 땅에 박히며 마치 마력으로 된 감옥을 만들었다.
이름 그대로 감옥의 화살이었다.
타악!
렐리아 씨가 가뿐히 땅에 착지하며 마력의 감옥에 갇힌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간단한 실력 확인은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그 모습은 믿음직스럽고 똑 부러져 보이는 성기사였다.
『술주정을 부리던 모습과는 딴판이네.』
베인 씨, 그건 구태여 지적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