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5화 〉584화-드래곤 퇴치!
모험가 길드에 들어간 우리는 우선 미슬리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부터 만나기로 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렐리아 단장님, 그리고 던전 크래셔 랜트 님. 마렌 대신관님에게 연락은 받았습니다. 저는 이 미슬리의 모험가 길드, 길드장을 맡고 있는 텐그라고 합니다."
텐그 길드장님은 우리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다음 말을 이으셨다.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에 마렌 대신관님의 충고대로 아직 포이즌 드래곤이 나온다는 사실은 저밖에 모릅니다. 렐리아 님, 랜트 님, 그래서 포이즌 드래곤은 언제쯤 출현하는 걸까요?"
"응?"
텐그 길드장의 말에 렐리아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렌 대신관님에게 듣지 않으신 겁니까?"
"네,마렌 대신관님은 그저 포이즌 드래곤이 이 미슬리 근처 산맥에 출현한다고밖에…… 혹시 모르시는 겁니까?"
"저는 이곳으로 출발하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습니다. 랜트 님, 혹시 마렌 대신관님에게 들으신 얘기가 있으십니까?"
그러고 보니 솔리 씨도 가까운 시일 내에 등장한다고 했지 정확한 일시는 알려주지 않았다.
솔리 씨, 언제 나타나나요?
『솔리신의 통신으로는 3일 이내에는 나타날 예정입니다.』
나는 우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자세히 들은 건 없어요. 하지만 3일 안에는 나타나지 않을까요?"
"3일……."
3일이라는 말에 텐그 길드장님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분명 우리기 해결하러 왔어도 드래곤이 나타난다는 사실에 우울한 기분이 된 것이다.
그런 길드장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는 가슴을 텅! 하고 치며 말했다.
"걱정 말아주세요. 던전의 범람을 막았던 것처럼 드래곤도 해결하겠습니다!"
"오, 오오…… 정말로 감사합니다, 랜트 님. 부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만약 드래곤 토벌에 필요한 물건이 있으시다면 뭐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최대한 마련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묵으실 여관은 미리 마련해놨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길드장님과의 만남을 마치고 우리는 앞으로의 계획을 짜기 위해 길드장님이 마련해주신 여관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모험가 길드에서 드래곤에 관한 얘기를 해서 미슬리의 사람들의 불안을 크게 부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솔의 모험가 길드에서는…… 거리도 있고 거기에서 들은 소식이 여기까지 오려면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고 애초에 도착한다고 해도 이미 내가 해결한 뒤일 거다.
여관은 모험가 길드에서 5분 정도 걸어간 곳에 있었는데 건물 크기가 꽤 커다랬다.
그리고 안내된 방은 그야말로 vip룸.
벤디나의 창관에 있는 난교룸에서 살짝 사이즈가 작은 버전의 방이 마련되었다.
참고로 렐리아 씨는 우리 방에서 1층 아래인 일반실이다.
"와아♪ 이렇게 멋진 방을 준비해주다니 여기 길드장도 참 좋은 사람이다."
"딱 봐도 그 마렌 대신관의 요구겠지."
"히힛, 딱 봐도 랜트랑 여럿이서 함께 하라는 거네. 그치, 엘시?"
"하읏♡ 네? 아, 그…… 노, 노아? 랜트가 다른 분과 하고 있다고 그 동안 제, 제 가슴 너무 만지면 안 돼요?"
"그럼 빨래!"
"나도빨래!"
"티, 티키아 씨?!"
"그러고 보니 그레이시아랑 같이하는 횟수도 뜸해졌지. 흐음…… 야, 그레이시아, 할 때 내 꼬리 당겨볼래?"
"으응? 괜찮은 거냐?"
"엉, 대시 나도 네 귀 깨물 거니까."
"내, 내 귀를 말이냐! 어째서!"
휙하고그레이시아 씨가 귀를 손으로 가렸다.
"아니, 서방 은근 우리끼리 애무하는 모습도 좋아하잖아? 그리고…… 애무하는 도중에 박는 것도 좋아하고♡"
"으, 으음♡ 그런 거라면……♡"
"개인적으로 네가 느끼는 모습도 꽤 재밌으니까!"
"라이파!"
"랜트~♡ 나 오늘은 뒤로 잔뜩 박히고 싶어♡ 파앙파앙하고 엉덩이 맞으면서♡"
"찰지게 두드릴게요."
"꺄앙♡"
넓은 방을 보면서 벌써부터 우리는 밤에 즐길 플레이에 대한 대화를 평소대로 나누고 있었다.
다만 너무 자연스럽게 하는 바람에.
"윽……."
그만 렐리아 씨도 같이 이 방에 있다는 걸 까먹고 말았다.
"이게…… 이게 하렘 생활의 대화……. 옆구리…… 옆구리가 시려……."
"아, 그, 레, 렐리아 씨?"
"괜찮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말아주십시오."
그런 말 하는 것 치고는 우리의 선정적인 대화에 얼굴에 열이 오르고 옆구리를 쥐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렐리아 씨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말았다.
우선 화제를 전환하자.
"일단 어떻게 포이즌 드래곤에 대처할지 얘기해요!"
"그, 그럽시다!"
우리는 방 안에 있는 넓은 침대 위에 두루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저는 일단 저 혼자 드래곤을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일 안전하니까요."
"하지만 랜트 님, 포이즌 드래곤은 강력한 독을 씁니다. 포이즌 드래곤이 내는 독연기도 해독용 마도구가 없으면 제대로 숨쉬기도 어렵습니다. 그 마도구가 바로 이것이고 말입니다."
렐리아 씨는 품에서 녹색의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꺼냈다.
"하지만 이 마도구도 포이즌 드래곤의 독을 완전히 막아주진 않습니다. 직접 포이즌 드래곤이 내뿜는 브레스에는 무용지물이지요. 과거 S랭크 모험가도 직접 근접전을 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해 대응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랜트 님이라도 포이즌 드래곤의 독은……."
"괜찮아요, 렐리아 씨, 저에게 독은 안 통해요."
그렇게 소원을 빌었으니 말이다.
"물론 랜트 님이라면 왠만한 독은 안 통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포이즌 드래곤입니다."
으음, 확실한 증거가 없이는 렐리아 씨의 불안은 안 사라지나 보다.
"오히려 어째서 다른 분들은 걱정을 안 하시는 거죠?"
"그야……."
"서방이니까. 솔직히 서방이라면 직접 가지 않아도 마법 써서 단번에 용을 없앨 수 있지 않아?"
물론 그건 가능하다.
하지만 이왕 드래곤과 싸우는 거 직접 맞대며 싸우고 싶은마음이 마구마구 듭니다.
"게다가 서방님은 그 재림한마왕도 압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래곤따위 상대도 안 되겠지요."
"렐리아 씨도 랜트랑 대련해봐서 알잖아? 랜트 엄청 강하잖아."
"으음……."
모두의 말에 고민하는 렐리아 씨.
그것도 전부 나를 걱정해주기에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렐리아 씨가 어떡하면 안심해줄 시 있을까 생각했고 렐리아 씨에게 물었다.
"렐리아 씨, 혹시 독은 가지고 있나요?"
"독말입니까? 마물을 처치하기 위한 독이라면 몇 개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로 가지고 있었다.
"그럼 그걸 꺼내주세요, 제가 증명해드릴게요."
"서, 설마 독을 마시거나 몸에 바르려는 생각은 아니시겠죠? 위험합니다. 포이즌 드래곤만큼은 아니더라도 제가 가지고 있는 독도 상당히 강력한……."
"렐리아 씨, 부탁드릴게요."
"으으으……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 아주 조금뿐입니다. 조금이라면 제 신성마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할 겁니다."
렐리아 씨는 인벤토리에서 보라색의 액체가 들어간 병을 꺼냈다.
"원래는 화살촉에 살짝만 묻혀서 쓰는 겁니다. 강한 산성을 띤 독이 들어있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렐리아 씨는 추가로 화살을 하나 꺼내고 병뚜껑을 열어 화살촉을 살짝 병 안에 넣었다.
조심스러운 동작.
그만큼 신중하게 실험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렐리아 씨를 믿게 하려면 좀 더 임팩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실례할게요."
나는 렐리아 씨의 손에서 화살을 낚아채 화살촉을 내 손등에 스윽스윽 문댔다.
"래, 랜트 님!? 안 됩니다! 그랬다간 손이 녹…… 녹……?"
렐리아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손등을 빤히 쳐다봤다.
"녹지 않아? 랜트 님,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끄떡없어요."
"뭐지? 설마 독이 상한 건가?"
도저히 믿기지 않은 걸 봤다는 반응을 보이는 렐리아 씨.
그때 티키아 씨가 방 안에 있는 휴지를 한 장 가져와 아주 자그마한 조각만큼 찢은 다음 내 손등에 떨어뜨렸다.
치이이이익…….
휴지는 내 손등에 고여 있는 독방울에 닿은 순간 타들어 갔다.
"와, 개 독하네."
"사, 상하진 않은 것 같군요. 하지만 이렇게 꿈쩍도 안 하다니…… 래, 랜트 님은 대단하시군요."
"아마 마셔도 괜찮을 거예요."
낼름하고 손등에 있는 독을 핥았다.
"랜트 니이이임!?"
독은 맛은 안 나고 그냥 물이라는 느낌이었다.
렐리아 씨는 곧바로 내 뒤로 이동해서 등을 두드렸다.
파앙! 파앙! 파앙!
"뱉으세요! 당장 뱉으세요! 퉷! 퉷!"
"머, 멀쩡해요, 렐리아 씨."
"네? 정말입니까!?"
렐리아 씨는 바로 내 앞으로 이동해 양 엄지를 내 입안에 넣어 입을 벌리게 했다.
"저,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혀가 녹아내리거나 그러지는……."
"저 독은 전혀 안 통한다고 했잖아요."
"그, 그러나…… 설마 이렇게나 안 들을 줄이야……."
"마음만 먹으면 그 병에 있는 독을 다 마셔도 끄떡없어요."
"이 독 비싸니까 그건 하지 말아주십시오."
"네."
렐리아 씨는 내 입에서 손가락을 꺼내고 푸욱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아무리 안 통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갑작스러운 행동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간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죄송해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안 하면 믿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히히힛, 이걸로 랜트는 멀쩡하다는 거 증명됐지?"
"네,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후훗, 그럼 드래곤은 랜트에게 맡기는 걸로 하고…… 미슬리를 돌아다녀 보는 건 어때요? 렐리아 언니, 이 마을의 명물 아나요?"
"아니요. 임무로 몇 번 지나친 적은 있지만 체재한 적은 없어서…… 죄송합니다, 니냐 님."
"어머, 사과할 필요 없어요. 그럼 다 같이 돌아다니면서 찾아봐요♪"
"허, 허나 아무리 드래곤을 랜트 님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태평하게 놀 수는……."
주춤하는 렐리아 씨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라이파 씨가 말했다.
"거리 돌아다니는 게 싫다면 다시 모험가 길드에서 대련은 어때? 그러면 만일을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
"그 의견엔 저도 찬성입니다. 좀 더 저도 렐리아 씨와 대련을 하고 싶군요."
라이파 씨와 그레이시아 씨는 렐리아 씨와의 재전을 원했다.
"라이파 님, 그레이시아 님, 대련이라면 나중에 하겠습니다. 지금은 대련보다도 드래곤이 올 때를 위한 대비를……."
"아직도 그런 소리 하고 있어?"
티키아 씨가 마법지팡이를 어깨에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봐도 렐리아는 랜트를 제외하면 야서왕 다음으로 강해 그건 랜트도 직접 증명했어. 하지만 드래곤과 싸우기에는 벅차다고 스스로 느꼈잖아.게다가 랜트는 독도 안 통한다는 거 알았고."
"티, 티키아 님……."
"뭐, 나도 이해해. 랜트는 너무 터무니없어서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지. 하지만 계속 접하다보면 이렇게 생각이 바뀔 거야. 상식을 버리자. 랜트니까 가능한 거야라고."
"저기…… 렐리아 씨. 이 임무가 중요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랜트라면 괜찮아요. 랜트는 용사님…… 아뇨, 용사님 이상으로 강하고 멋지니까요."
"엘시님까지……."
렐리아 씨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드래곤이 나와도 랜트 님이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혼자 출발하시겠지요."
"저 말고 혹여 독 연기에 다른 사람이 당할 수있으니까요."
"하아…… 어쩌면 저는 마렌 대신관님에게 랜트 님을 보좌하는것도 함께 싸우는 것도 아닌 그저 드래곤이 쓰러진 증인으로 불린 걸 수도 있겠군요. 라이파 님, 그레이시아 님, 죄송합니다. 대련 신청은 기쁩니다만 우선 니냐 님이먼저 말씀하신 대로 같이 미슬리 안을 걸어……."
렐리아 씨가 긴장을 풀고 거리 탐방을 꺼내려는 그때.
쿠롸롸롸롸롸아아아아앗!!!
거대한 포효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