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9화 〉598화-사랑하는 나의 여보
"응? 렐리아 씨, 왜 그러세요?"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렐리아 씨는 고개를 저으시더니 벌떡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렐리아 언니~ 벌써 가게? 좀만 더 있지."
"아니요…… 저도 솔에서 할 일이 있기에 언제나 자리를 비워둘 순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렐리아 씨는 엄연히 솔의 성기사단의 단장이다.
자유롭게 쉴 수 있는 모험가인 우리와는 다르게 정해진 업무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
"렐리아 씨."
"네, 랜트 님."
"다음에 또 솔에 올 일이 생길 것같아요. 그러니까 그때 또다시 만나요."
맞선 때를 기대해주세요, 렐리아 씨.
"또…… 올 일이…… 그것도 당연하겠군요."
이상하게 렐리아 씨의 얼굴이 더욱 침울해진 느낌이 들었다.
"응?"
무슨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지 물어보려는 찰나 렐리아 씨는 곧바로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또 뵐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랜트 님,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아, 렐리아 씨……."
내가 불러도 렐리아 씨는 뒤를 돌아 터벅터벅 걸어갔다.
업무가 많이 쌓이기라도 한 걸까.
"으음~."
하지만 우울했던 모습은 걸렸기에 나는 마음이 언짢았다.
"왜 그래, 랜트?"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노아가 물어왔다.
"그게 렐리아 씨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응? 아아~ 뭐~ 어쩔 수 없지. 아직 처음이니까."
"처음?"
"히히힛, 랜트~ 모른 척하기야? 이미 알고 있으면서~."
"알고 있다니?"
"응?설마 진짜 모르는 거야? 여태까지 우리 맘은 잘 알았으면서?"
대체 노아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서방도 둔감한 면이 있네."
"새로운 모습을 보게 돼서 저는 조금 기쁩니다."
"저, 저기 랜트 만약 정말 모르신다면…… 레, 렐리아 씨가 불쌍해요……."
"으응?"
둔감해?
내가?
"야, 랜트. 얘기는 플단에 돌아가는 도중에 마저 하자고.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들려줄 얘기는 아니니까."
"아, 네."
티키아 씨의 제안으로 솔을 떠나 플단으로 향했다.
칼리도 염동력으로 다시 옮기려고 했는데.
"주, 주인님 수고스럽게 아, 안 한다! 이, 이 몸! 스, 스스로 나, 날게요!"
라고 말하며 날개를 펄럭이며 날려고했지만.
"주, 주인님 빠, 빨라!"
내 속도를 못 따라와 결국 내가 염동력으로 옮기게 됐다.
"소, 소, 손이 마, 많이 가는 권속이라서 죄,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리고 돌아가는 도중 나는 티키아씨에게 설명받았다.
"렐리아가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 정도는 알고 있지?"
"네."
"게다가 탈의 게임에서 분위기를 타서 그러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잖아?"
"네."
"게다가 너 하렘남이고."
"네."
"그럼 이렇게 생각하겠지. 혹시~ 자기도~ 랜트의 하렘에 들어가려나~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잖아."
"그러겠네요."
"그래, 그런데 오늘 렐리아에게 있어서는 뭐냐…… 친한 사람? 상사? 같은 사람이랑 네가 떡을 치는데 침울하지않고 배기겠어? 그것도 네가 권해서 말이야."
"응……? 저 마렌 대신관님하고 섹스 안 했는데요."
"뭐?"
""응?(네?)""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렌 대신관님하고 섹스 안 했어요."
"안 했다고……? 아니, 그럼 할 '얘기'라는 건 뭔데!"
"말 그대로 할 얘기가 있어서 잠시 둘만 있고 싶었어요."
"뭔 얘기인데!"
"렐리아 씨하고의 맞선 주선이요."
"마, 맞선?!"
"네."
"하읏♡ 그, 그, 그, 그…… 래, 랜트? 레, 렐리아 씨도 그…… 하, 하렘에 들일 생각이신가요?"
"응. 내가 렐리아 씨에게 약속한 것도 있으니까."
"약속이라니?"
"정 받아줄 사람 없으면 내가 받겠다고. 솔직히 나도 렐리아 씨가 싫지 않고…… 귀엽다고 생각하니까."
"오오~ 그거 잘됐네."
"그 강한 렐리아 씨가 우리의 새 자매인가……."
"이럴 때는 누가 언니지? 먼저 들어온 우리……?"
"이 경우에는 당연히 나이 많고 강한 렐리아 씨, 아니, 이젠 렐리아 언니지."
"결국 이렇게 됐네."
"와아, 렐리아 언니. 정말 잘 됐다! 언제? 언제 맞선 볼 건데?"
"마렌 대신관님 말씀으로는 거의 한 달에 한 번 주기라고 하니까 다음 달쯤에 예정을 잡고 깜짝 놀래켜드리려고요."
"깜짝 맞선이라는 거네?"
"맞아, 노아."
"으음~ 그럼 렐리아 언니도 우리도 착각해버린 거네. 렐리아 언니 당분간은 침울할 것 같은데……."
"히히힛, 어차피 랜트랑 맞선 하게 되면 다 해결될 거잖아. 게다가 침울한 만큼 랜트랑 맞선 한다고 들으면 엄청 기뻐할걸?"
"후훗, 그건 그러겠다. 하지만 이상하네~?"
"뭐가 말인가요, 니냐 씨?"
"내 촉으로는 랜트의 자지가 여자를 맛본 후의 느낌이 났는데~."
"아……그건……."
그때 티키아 씨가 내 어깨 위로 이동해 내 머리카락을 쥐었다.
"찔린 거 있지, 털어놔. 생각해보면 맞선 얘기한다고 그렇게 오래 걸릴 리 없잖아."
연인들에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다.
"실은 마렌 대신관님도 모두랑 비슷한 착각을 해서요. 그래서 분위기 흐름상……."
"떡쳤다고?"
"아니요, 그건 절대 아니에요. 다만 펠라치오 한 번 한 거랑 제가 애무로 연속 절정을 해드린 것밖에 없어요."
"……."
티키아 씨는 잠시 침묵하더니.
타타타타타타탁!
양손으로 내 머리를 마구 두드렸다.
"그건 떡친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잖아, 멍청아아아아아!!! 야한 짓 했잖아아아아!!!"
"솔의 대신관도 곧 서방님의 손에 들어오는 건가……."
"하하하하, 대신관하고도 하다니 대단하네, 서방!"
"하, 하읏♡마, 마렌 대신관님하고 래, 랜트가 그, 그런 짓을…… 하으으읏♡"
"엘시, 정신차려. 기절하면 안 돼."
니냐 씨가 방긋 웃으며 왼손의 검지와 엄지로 만든 원 안에 오른 검지를 넣었다 뺐다하며 말했다.
"이왕 하는 거 그냥 기분 좋게 박고 오지~. 그게 마렌 대신관님도 좋았을 텐데. 마렌 대신관님한테 펠라치오까지 하면서…… 꼴리지 않았어?"
"엄청 꼴렸어요."
"그런데 왜 안 한 거야, 랜트?"
"그야…… 대신관님은 창부도 아니시잖아요. 게다가 처음에는 오해로 시작했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섹스까지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성인용품점의 클레아 씨의 경우에는 제대로 서로 동의를 하고 부탁과 거래라는 형식으로 성립되어 있으니 한 것이다.
티키아 씨가 토닥토닥 두드렸던 주먹을 멈추고 내 입가를 양쪽으로 당겼다.
"이상한 데서 성실하네."
그리고 우리는 플단에 도착하고.
귀가 축하 기념으로 그날 밤은 모든 연인들과 함께 난교섹스를 즐겼습니다!
◈-미란다SIDE
랜트가 드래곤 퇴치라는 의뢰를 받고 돌아온 지 일주일.
우리 여관에는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여기 있다! 먹어라, 인간!"
"고마워, 칼리."
그 식구는 바로 랜트가 토벌하러 간 포이즌 드래곤 칼리다.
처음 봤을 땐 나도 정말 놀랐다.
설마 랜트가 드래곤을 사로잡고 권속으로 만들다니…….
게다가 드래곤이 사람으로 변할 줄이야.
드래곤이 사람으로 변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말로 용의 뿔과 꼬리, 그리고 날개를 꺼내는 걸 보고 정말로 칼리는 드래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칼리는, 그 아이는 조금 신기했다.
랜트가 데려왔기에 같이 사랑을 나누는 데 참여할 줄 알았는데 구석에 쪼그려 앉아 가만히 우리를 보기만 하다가 강아지와 같은 소리를 내며 그대로 정신을 잃는 것이 여러 번 있었다.
랜트의 말로는 드래곤의 모습으로 날뛰려고 하는 걸 혼낼 때가 트라우마가 됐는지 아직 랜트를 매우 무서워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아이를 던전에 데려가는 건 어떻냐는 말이 나왔지만, 랜트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더 무서워할 수 있다는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칼리는 결국엔 티나와 함께 우리 여관에서 일하게 됐다.
"이, 이 몸 여, 열심히할게요!"
말을 더듬으면서 확연히 랜트를 무서워하는 칼리의 모습에 나는 처음에 많은 실수를 해도상냥히 다독이자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칼리는 아주 일을 잘 해주고 있다.
물론 하는 일은 청소와 서빙뿐이지만 한 번의 실수 없이 척척 일을 해냈다.
말하는 건 드래곤이라서 그런지 랜트와 우리 말고는 조금 특색적이지만 이 여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한 번 칼리에게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하니 칼리는 기뻐하면서 말했다.
"이 몸! 인간을 많이 관찰했어! 서빙하는 인간도 많이 봐왔어! 그러니까 일하는 거 잘 알아!"
오랜 시간 동안의 인간 관찰이 바로 칼리가 일을 잘 하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솔직히어색했지만 씩씩하게 일하는 칼리를 보니 마치 딸이 한 명 더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새로 나에게 찾아온 사실은 칼리만이 아닌 또 하나가 있었다.
그건 바로 랜트가 솔에서 알게 된 렐리아라는 사람과 맞선을 볼 거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솔에 랜트의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어서 랜트가 그 여성과 맺어지기 위해 맞선을 계획했다고 한다.
후훗, 또 새로운 가족이 늘어난다니.
이번에는 어떤아이일까?
나이는 나보다 어린 32살이라고 하는데…….
니냐나 노아의말을 들어보면 매우 의지되고 재밌는 사람이라고 하니 나도 직접 만나는 날이 기대됐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서서히 생각하게 됐다.
렐리아라는 아이가 들어오면 이 여관은 더욱 떠들썩해질 거다.
그리고 앞으로 아마…… 랜트가 새로운 여성을 들여오는 일도 있을 거다.
그렇게 될 경우.
이 여관은 비좁아질거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이 여관을 접을 준비도 해야겠지.
물론 여관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다.
운영을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모두와 함께 랜트가 샀다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이 여관 일을 그만두는 건 변함없다.
새삼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이미 돌아간 그이와 세운 여관.
우리 티나와 오랜 생활을 살아온 장소.
그리고 랜트와 만나게 된 소중한 장소.
추억이 가득 담긴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그리고 모두를 위해서라면 새로운 걸 환경을 받아들이는 마음도 필요하다.
내가…… 랜트를 사랑하게 된 것처럼.
하지만 지금 당장 떠나는 건 아니다.
새로 살 집도 사놓기만 하고 가구를 옮긴 것도 아니고 이사를 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건 아직 많이 있을 거다.
그렇기에나는 오늘 랜트에게 말했다.
"저기 랜트."
"네, 미란다 씨."
랜트는 평소와 같이 내 손을 꼬옥 깍지를 쥔 채로 말했다.
최근에는 언제나 이렇게 랜트와 깍지를 쥐고 카운터에 앉아 하루를 보낸다.
언제나 랜트의 온기가 떠나지 않고 전해진다는 건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었다.
스스로도 남사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카운터에 앉아 있어 다른 손님이 안 보이기에 꼬리로 랜트의 허리를 감기도 한다.
이건…… 독점욕이 강한 수인 여성이나 하는 짓인데.
하지만 랜트는 내 꼬리를 갑갑해하지 않고 오히려 깍지를 끼지 않은 다른 손으로 꼬리를 쓰다듬는다.
그 손길이 너무나도 좋아서 이제는 그만둘 수 없게 됐다.
점심시간이 되어 한가해지면 꼬리를 가볍게 긁으며 신호를 보내오고…….
그때는 점심시간 동안의 짧은 사랑의 시간을 가진다.
아아, 매일 있는 일인데도 이렇게 생각만 해도 마치 신혼 때인 것처럼 두근거림과 행복함이 흘러 넘쳐버린다.
이렇게나 행복한 마음이 지속되는 건 그이하고 지냈을 때도 없었는데…….
"미란다 씨?"
"아, 미안. 내가 먼저말 걸었는데."
행복한 생각에 빠져 그만 정신을 놓고 말았다.
"저기 랜트. 오늘, 날 새 저택으로 데려다주겠니?"
"새 저택이요?"
"응, 한 번 제대로 보고 싶단다."
"그러고 보니 미란다 씨는 아직 제대로 보신 적이 없으셨죠. 멜리사랑 레니 씨도 그렇고…… 아, 그럼 다 함께 갈까요?"
"그게……."
깍지를 낀 손에 힘을 주며 랜트에게 말했다.
"오늘은 랜트하고 둘이서만 가고 싶은데…… 안 되겠니?"
독점욕이 강할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랜트하고만 둘이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알겠어요. 그럼 오늘은 미란다 씨하고만 가요."
"고마워. 그리고 둘이서만 있을 때는……."
랜트가 살짝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알고 있어, 미란다."
"아……♡"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불리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마음이.
사랑이 내 마음을 채우는 걸 넘어 흘러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