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5화 〉604화-해피 미팅! (605/818)



〈 605화 〉604화-해피 미팅!

◈-랜트SIDE

"렐리아 씨가…… 가출이요?"

"네, ……제가 너무 둔했습니다. 렐리아가, 그 아이가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랜트 님, 부탁드립니다. 부디 렐리아를 찾아주십시오."

나는 곧바로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리고 마렌 대신관님은 잘못하시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맞선 이야기를 깜짝 놀래킨다고 비밀로 해달라고  잘못인걸요."

생각해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32살의 나이를 먹을 동안 여러 번의 맞선을 봐왔지만 전부 실패하고 지금까지 많은 스트레스를 쌓아온 렐리아 씨.

언제든지 그 울분이 폭발할 여지는 있었다.

빨리 렐리아 씨를 찾아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렌 대신관님, 렐리아씨는 언제 가출하신 거죠?"

"어제입니다. 렐리아가 대신전을 뛰쳐나간 후. 솔 밖으로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제13시사단에 수색을 명했습니다만…… 찾지 못하여 이렇게 랜트 님에게 부탁한 것입니다."

제13기사단이라면 렐리아 씨가 맡고 있는 기사단.

렐리아 씨가 맡고 있으니 상당한 실력자들의 모임일 거다.

그런 사람들도 동원해서  찾을 정도면 렐리아 씨는 정말 작정하고 숨은 게 분명하다.

"바로 찾으러 갈게요. 마렌 대신관님은 안심하고 기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랜트 님."

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는 마렌 대신관님을 향해 나는 툭 하고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뭘요. 제 여자가  사람 찾으러 가는데 이런  당연하죠."

그리고 나는 곧바로 대신관을 나와  가게에 들러 준비를 마친 다음 밖으로 나가 염동력을 써 하늘을 날아 주위를 살펴보며 생각했다.

렐리아 씨가 가출한 건 바로 어제.

그렇다면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다.

만약 내가 본체로 여기에 왔다면 곧바로 대량의 분신을 만들어내 렐리아 씨를 찾았을 거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건 분신.

아무리 나라도 지금 상태에서 어디 있는지도 모를 렐리아 씨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렐리아 씨를 찾을 새 스킬을 바라는 것이다.

눈을 감고 렐리아 씨를 찾기 위한 스킬을 간절히 바랐고.

우우우우웅!

영감이 내려왔다.

스킬의 이름은 마나 서치.

티키아 씨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다는 스킬이다.

주위의 마력을 느낄 수 있는 이 스킬은 마력으로 상대가 누군지 분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마력을 탐지하는 범위는 사용자의 마력에비례한다.

즉.

"하앗!"

내가 쓰면 광범위하게 주변의 마력을 살필  있다는 것이다.

하늘에 뜬 나를 중심으로 마나 서치의 범위가 고속으로 퍼져나간다.

머릿속으로 주변에 마력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들이 느껴진다.

동물은 물론이고 땅 안에 있는 벌레, 식물, 솔에 사는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의 마력이 느껴진다.

우선 그런마력들은 신경 쓰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범위를 넓혔다.

넓히고 넓히고 또 넓히며 쓸데없는 마력들은 배제하고 오직 내가 찾는 마력.

몇 번이나 봤었던 렐리아 씨의 마력을 찾는다.

"……아, 찾았다."

렐리아 씨의 마력이 느껴졌다.

나는 곧바로 렐리아 씨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렐리아 씨가 있는 곳은 솔에서 꽤 떨어진 개울가였다.

나처럼 염동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이런  곳까지 오다니.

분명 내 근육마차처럼 엄청난 기세로 달렸을  분명하다.

자세히 보니 렐리아 씨는 개울가 근처에서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봐도 엄청나게 우울해 보이는 모습.

우선 천천히 얘기하자는 마음을 먹으며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렐리아SIDE

아아…… 저질러버렸다.

아무리 감정이 북받쳤다고 해도 마렌 대신관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그렇게 한심하게 투정이나 부리면서 뛰쳐나와 버리다니.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이런 개울가까지 와버리고.

나 진짜 바보구나.

하하……, 그러니까 여태까지 남자도 안 생기는 거겠지.

돌아갈까…….

아니, 하지만 분명 마렌 대신관님은 내가 뛰쳐나가고 나서 부하들을 동원해서 나를 찾게 했을 거야.

내 부하들도 마렌 대신관님도 내가 여기까지 도망갔을 줄은 몰랐겠지.

그야 나도 정신 차려보니 여기였으니까! 그보다 여기 어디야?!

얼마나 정신없이 달린 거야!

"아아아아아아……."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해서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꼬르르륵.

"……."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건 아무리 기분이 울적해도 배가 고파진다.

솔을 뛰쳐나온 게 점심쯤이고 그땐 아직 밥도 안 먹었다.

그리고 이런 밤이 될 때까지 뛰어다녔으니 배고픈 것도 당연했다.

인벤토리에서 휴대용 육포를 꺼내서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

"……자자."

이미 늦은 밤이고 지금 돌아가려고 해봤자 어두워 길도 잘 모른다.

스킬로 주변을 밝힐 수야 있지만…… 솔직히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간이용 텐트를 치고 근처에 있던 나무를 베어 장작을만들어한곳에 모았다.

그리고 마력을 끌어모아 기초적인 화염마법을 써 불을 지폈다.

마지막으로 모포를 꺼내 몸에 두르고 간이용 텐트에 들어가 나는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아침을 적당히  육포로 때우며 나는 개울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해는 이미 떠서 적당히 걸어가다 보면 눈에 익은 길이 나와서 솔로 돌아갈 수는 있겠지.

하지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도 도통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아아아아……."

알고 있다.

난 지금 삐진 거다.

괜한 화를 내고 있는 거다.

그렇기에 이렇게 유치하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거다.

"이러니까 남자가 없지……."

스스로 말해도 가슴이 지끈거리는 말을 내뱉으며 나는 쪼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이대로 그냥 혼자 유유자적 살까? 그래, 나도 여태껏 열심히 살았잖아. 이젠 은퇴할 때라고. 부하들이야  교육해 놨으니까 나 없어도 잘 해내겠지. 그래, 원래는 내가 결혼하고 나서 은퇴할 때를 대비해서메뉴얼을 만들어 놓은 거지만……."

주저리주저리 현실도피 같은 말을 내뱉는다.

스스로도 알고 있다.

이건 그냥 지금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임시방편.

맞선이 깨질 때마다 이런 행동을 했었다.

혼자서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원래 일상대로.

이번에도 결국엔 혼잣말만 잔뜩 하다가 솔로 돌아가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가하늘에서 내려오는 기척이 나 곧바로 위를 올려다보니.

"뭣……?! 래, 래, 랜트 님!?"

랜트 님이 이쪽을 향해 내려오고 계셨다.

어, 어째서!?

어째서 랜트 님이 여기에!?

"렐리아 씨."

랜트 님은 내려와서  부르셨다.

"래, 랜트 님…… 어, 어째서 이곳에……."

"마렌 대신관님에게 부탁받았어요."

"아……."

마렌 대신관님……  찾기 위해서 일부러 랜트 님에게까지 연락을 한 것이구나.

이미 랜트 님의 여자나 다름없으니 부탁하는 건 쉽겠지.

아아, 그런 생각을 하니 다시 기분이 울적해지고 왠지 모를 불쾌함이 일어난다.

진짜 바보 같다.

내가 이런 마음이 들 자격 같은 건 없는데.

"번거롭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이 정도야 별거 아닌걸요."

자신의 여자가 되실 마렌 대신관님의 부탁이시니 이 정도 수고야 별거 아니시겠지.

아아, 진짜.

난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냐.

이런 식으로 삐딱한 생각을 하면  되잖아.

아무리 마렌 대신관님의 부탁이라 해도 랜트 님은 나를 찾으려 와주셨는데.

……마렌 대신관님의 부탁으로.

"렐리아 씨, 우선……."

"싫습니다."

바보 같은 감정이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네?"

"안 돌아갈 겁니다."

유치한 감정이 나를 어린아이처럼 만든다.

"랜트 님이 뭐라 하셔도 전 솔로 안 돌아갈 겁니다!"

"렐리아 씨?"

"이제 맞선도 지긋지긋해요! 남자 찾기도 지쳤어요!  인생의 꽃밭은 시들다못해 말라비틀어졌다고요!"

"지, 진정하세요, 렐리아 씨. 지금 당장 돌아가라고는  해요. 얘기. 그래요, 얘기를 해요."

"싫습니다! 어차피 인기절정인 랜트 님은 제 마음 따위 몰라요!"

진짜 나, 바보네.

왜 잘못 없는 랜트 님에게까지 화풀이를 하는 거야.

내 모습에 당황하시는 랜트 님은 허리에 찬 인벤토리에 손을 대더니 한 술병을 꺼냈다.

"술! 그래요, 술 마시면서 얘기해요! 렐리아 씨, 이 술 좋아하셨죠!"

"그, 그건……?!"

내가 모험가 길드에서 자주 마시는 술!?

순간 입가에 군침이 돈다.

요새 기분이 울적해서 술도 제대로 마실 기분이 아니었는데.

어제 마렌 대신관님에게 감정을 폭발시켜서그런 걸까.

눈앞에 있는 술이 엄청 당겼다.

"이거 렐리아 씨가 좋아하시는 거죠? 인벤토리에 많이 있어요. 여기서 함께  마시면서 기분 풀어요."

"랜트…… 님."

분명  술은  위해서 일부러  와주신 거다.

생각해보면 랜트 님이랑 만나면 거의 나는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그리고 내가 술에 취하시면 랜트 님은 싫증 내시지도 않으시고 옆에서  얘기를 언제나 들어주신다.

정말…… 정말 좋은 인격을 가지신 분이다.

원래라면 싫증 내거나 질려 하거나 방치할 텐데.

만약 랜트 님이…… 내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술도 바로 끊고 알콩달콩하지 않을까?

랜트 님은 하렘을 구축하고 계시지만 솔직히  사랑해준다면 다른여자를 사랑 하든 말든 아무래도 좋다는 심정이다.

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그 3일간.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난 게 그 증거다.

아아, 지금 내가 술을 마시게 된다면 이런 속마음을.

이런 헛된 희망을 꼴불견스럽게 울고 불며 다 털어놓고 말겠지.

……나도 수치는 안다.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그러니까 아무리 술이 먹음직스러워도.

군침이 나도 모르는새에 흘러나온다 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안쓰러운 마음을 랜트 님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

"거, 거으…… 거절…… 하겠습니다."

좋아!

말했다!

제대로 거절했다고!

아무리 술이라도 지금 내 마음을 움직일 순 없어!

랜트 님이 인벤토리에서 또 무언가를 꺼내셨다.

"안주도있어요."

"으으읏!?"

그건  술이랑 먹기 딱 좋은 견과 안주 세트!

그, 그, 그런 비, 비겁한 수를 쓰시다니……!

제, 제가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랜트 님!

"꿀꺽……."

안 돼.

저걸 계속 봐선  돼!

 주간 술과 안주를 마셨던 몸이 저절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잖아!

"으으윽!"

콰악!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땅에 박았다.

"렐리아 씨?"

"랜트 님……너무나도 비열한 수를 쓰시는군요."

"네? 비열이요?"

"저도 제가 이상한 말을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네, 저 지금 엄청나게 유치해져 있습니다. 감정이 오랜만에 거하게 폭발해서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랜트 님이 보여주신 그 술과 안주! 엄청 마시고 싶습니다! 먹고 싶습니다!

이 울분을 전부! 털어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맨정신인 저는! 뼈저리게 압니다! 지금 그걸 마셨다간 랜트 님에게 지금보다도 훨씬 못 볼 꼴을 보일  뻔하다고요!"

"저는 신경 안 쓰……."

"제가 신경 쓰입니다! 나이가 들을 정도로 들어도…… 저도 여자입니다. 남성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품었던 남성에게 그런 꼴은 보이기 싫습니다."

"그럼함께 솔로 돌아가요.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함께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를……."

"그런 난리 쳐놓고 돌아가기엔 쪽팔려서 싫습니다! 마렌 대신관님 볼 낯이 없습니다!"

"으으으음……."

"그러니…… 그러니 랜트 님!"

나는 땅에 박은 검을 뽑아 랜트 님에게 겨누며 말했다.

"부조리하고 어처구니없는 부탁이라는  압니다만! 부디 저와 한판 해주십시오! 한바탕 난리 치듯 움직이지 않으면 제 한심한 이 감정을 해소할  없을  같습니다!"

술을 못 마실 상황에서 기분이 울적하면 한바탕 격하게 몸을 움직이는 편이 낫다.

이건 내가 여러 임무를 하며 얻은 진리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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