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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7화 〉606화-해피 미팅! (607/818)



〈 607화 〉606화-해피 미팅!

"으으응? 취해서 잘못 들었나……? 랜트 님, 제가 누구랑 맞선을 본다고요?"

"저예요."

"랜트 님이…… 제 맞선 상대?"

"네."

"……큐어."

렐리아 씨는 술에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술이 깨는 특효약이나 다름없는 큐어를 자기 자신에게 사용했다.

얼굴의 붉은 취기는 단숨에 날아가고 렐리아 씨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그야말로 세상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는 용사와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후우, 이제 술이 깼으니 더는 환청이  들리겠군요. 죄송합니다, 랜트 님. 울적한기분에 술에 취해 랜트 님의 말씀이 이상한 환청으로 들렸습니다. 번거롭겠습니다만 다시 한번 저에게 뭐라 말씀하셨는지 알려주십시오."

"렐리아 씨의 다음 맞선 상대는 저니까 꼭 맞선에 참석해주셨으면 해요."

"환청이 아니었어어어어어어어!?!?"

렐리아 씨는  손을번쩍 들며 눈과 입을동시에 크게 벌리며 매우 놀라하셨다.

"어어?! 어, 어째서? 어째서 랜트 님이 저, 저랑 맞선을 보시는 겁니까!? 어째서!?"

"그야 제가 마렌 대신관님에게 부탁했으니까요."

"마, 마렌 대신관님에게 부탁?"

"네. 그때 마렌 대신관님과 둘이 있을 때, 렐리아 씨와 맞선을 보게 해달라는 얘기를 했거든요."

"하, 하지만 분명 마렌 대신관님과 페, 펠라치오랑 애무를 하셨다고……."

"그걸 하기 전에 얘기를 마쳤어요. 사실 얘기만 하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아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어쩌다 보니라니……."

"사실 저도 그때 그 방에서 일어난 일로 좀 생각하게 됐어요. 저한테 렐리아 씨는 어떤 사람일까라고요."

"의, 의식하셨다는 건가요?"

"당연하죠. 그래서 여러 생각을 하면서…… 저는 렐리아 씨랑 이어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랑 이, 이, 이, 이어지고……."

렐리아 씨는 취하지도 않으셨으면서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하지만 곧바로 부르르하고 고개를 짧게 여러  흔들며 나에게 물었다.

"그, 그럼 어째서 맞선인 겁니까? 그냥 그 3일 안에 말씀해주셨다면……."

"그…… 분위기에 휩쓸린 것도 있었지만 렐리아 씨를 기절시켜서 많이 미안했어요. 그리고 그때 렐리아 씨는 술을 권해도 기분이 안 좋아서  드셨잖아요. 그래서 그때 말을 꺼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아, 아, 아아아앗……!"

렐리아 씨는 갑자기 머리를 싸맸다.

"그때는 그저 술을 마시면 되지도 않는 말 꺼낼까 봐 거부한 거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실 줄은……! 그때가…… 그때가 중요한 분기점이었어!"

"물론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에요."

"다, 달리 더 있던 겁니까?"

"렐리아 씨는 지금까지 많은 맞선에 실패해오셨잖아요."

"윽……! 네, 그렇습니다……."

"많은 맞선에 실패하셔서 맞선 자체에 안 좋은 기억만이 남아 있는 렐리아 씨에게 성공의 기억을 남겨드리고 싶었어요. 조금은 놀래켜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 배려가 있으셨다니…… 아! 그, 그럼 나는……."

렐리아 씨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식은땀을 질질 흘리셨다.

"우, 우울해하는 나를 위해 미리 랜트 님과의 맞선 얘기를 꺼내려는 마렌 언니에게 심한 말을……아아앗!"

렐리아 씨는 털썩하고 엎드려 땅을 짚었다.

"하, 하하.  끝이야…… 마렌 언니에게 심한 말을 하다니…….

"괜찮아요, 마렌 대신관님도 걱정을 하셨지 화가 나진 않으셨어요. 사과하면 바로 받아주실 거예요."

"네…… 그러시겠죠. 하지만…… 하하, 맞선은 다 날라갔네요. 가만히 있으면 들어올 복을 이렇게 걷어차다니…… 마지막 남은 성공의 가능성도 다 사라졌어. 하하하…… 난 왜 이렇게 바보인 걸까. 그러니까 여태까지 남자도 없지……."

으응?

렐리아 씨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렐리아 씨,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렐리아 씨는 고개를 들어 올리며 나를 봤다.

표정은 완전히 휑한 느낌으로 마치 마지막남은 희망까지 송두리째 없어진 사람의 표정 같았다.

"뭐긴요…… 어차피 맞선도  틀리지 않았습니까. 랜트 님도 이미 마렌 언니…… 대신관님이 잡아주셔서 참석할 뿐이지 저 같은 여자는 이제 싫으시잖습니까.

멋대로 착각해서 가출이나 하고 거기에 더해 울분 푼다고 마구잡이라고 공격하는 저따위…… 저따위…… 으허어어어어어엉!!!"

"레, 렐리아 씨?!"

"내…… 내 마지막 봄날은 다 끝났어어어어! 으허어어어어어엉!!!"

"지, 진정하세요, 렐리아 씨! 저 말했잖아요. 렐리아 씨에게 맞선에서 성공한 기억을 드리고 싶다고요!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어요!"

"으허…… 어, 어엉? 변함…… 없다고요? 그 말은 맞선을 보고 절…… 받아주시겠단 소리인가요?"

"네, 물론이죠! 그러니까 울지 말아주세요."

"어? 어? 어어어어?"

렐리아 씨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어째서…… 이런  귀찮고 바보 같고 정이 다 떨어지지 않나요?"

"전혀 안 그래요. 오히려 제가 미안한걸요.렐리아 씨가 남성과의 만남이 없다는 거에 많은 슬픔을 가지고 계시는데 괜히 놀래켜 드린다고 비밀로 해왔으니까요."

"허, 허나  랜트 님을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다 받아들인다고 했잖아요. 게다가 아프지도 않았어요."

나는 무릎을 꿇어 렐리아 씨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렐리아 씨, 맞선  나와주실 거죠?"

"어, 어…… 그, 그, 그…… 나, 나, 나, 나가면 저는 그…… 그…… 래, 랜트 님과 여, 연인이 되는 겁니까?"

"렐리아 씨가 거절하시지만 않으시다면요. 만약 제가 싫으시다면 여기서 거절하셔도……."

부웅부웅부웅!

렐리아 씨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전혀 안 그렇습니다! 그럴 일 없습니다!"

모든 게 다 싫증이 나 혹여 맞선도 거절하지 않을가 조금 걱정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다행이에요. 그럼 렐리아 씨."

나는 렐리아 씨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같이 솔로 돌아가요."

"……네."



그 후 나는 렐리아 씨를 데리고 곧바로 염동력을 써서 솔로 돌아가 대신전으로 직행했다.

"죄송했습니다아아아아앗!"

그리고 렐리아 씨는 마렌 대신관님을 만나자마자 대신관실 안에서 제자리에서 뛰어 공중에서 3회전을 한 다음 엎드려 빌었다.

뛰어난 묘기에서 진심이 담겨진 사과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렐리아!"

마렌 대신관님은 엎드린 렐리아 씨를 일으켜 세워 꼬옥 껴안았다.

"저야말로 죄송해요, 당신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다니."

"아, 아닙니다. 이번엔 그저 멋대로 제가 착각을……."

"그래도 저와 렐리아 사이입니다! 오랫동안 지내왔는데 렐리아의 괴로움을 눈치채지 못해서 정말…… 정말 죄송해요."

렐리아 씨는 조금 몸을 떨더니 눈물을 흘렸다.

"으, 으으…… 미안해요, 마렌 언니."

"나야 말로 미안해요, 렐리아."

서로에 대한 사과를 하면서 서로를 껴안는 렐리아씨와 마렌 대신관님.

매우 훈훈한 장면이었다.

두 사람이 진정을 하며 눈물을 멈출 때가 돼서 나는 마렌 대신관님에게 말을 걸었다.

"마렌 대신관님."

"아, 랜트 님. 이번에는 렐리아를 다시 데려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걸요. 그보다 맞선 날짜랑 장소는 어떻게 할까요?"

움찔!

"읏……."

맞선 얘기가 나오자 렐리아 씨가 반응하면서 힐끔힐끔 마렌 대신관님을 쳐다봤다.

"그건 걱정 말아주십시오. 날짜도 장소도 이미 정해놨습니다. 2주 후, 솔에 있는 라블리라는 여관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마, 마렌 대신관님? 거긴……."

"네. 렐리아가 처음 맞선을 본 곳입니다. 나쁜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덧씌우세요."

"마렌 대신관님……."

렐리아 씨는 또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마렌 대신관님을 쳐다봤다.

그때 나는 마침 떠오른 게 있었다.

"저기 실례지만 솔에 예의 바른 복장이라든가 정장은 있나요? 저는 그런 걸 잘 몰라서요."

이왕 맞선을 보는 거 몸차림도 제대로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솔의 기본적인 복장은 대부분 신관 복장입니다. 하지만 랜트님이 구태여 신관복을 입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랜트 님은 그저 편한 복장으로 와주십시오. 렐리아도 그걸로 좋지요?"

"……."

"렐리아?"

"저…… 그…… 괘, 괜찮으시다면……."

렐리아 씨는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이, 이런 옷을 입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렐리아 씨는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종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백마 탄 왕자님이나 입을 듯한 조금 화려한 장식이 달린 하얀색이 베이스인 금색의 자수나 단추 그리고 장식품이 달린 복장이었다.

그리고 붉은 망토도 함께 세트였다.

"아, 아, 안 될까요……?"

살짝 불안해하며 물어오는 렐리아 씨.

나는 그런 렐리아씨의 앞에서 최대한 종이에 그려진 옷의 디자인을 상상하며 마나웨폰으로 샘플을 만들어봤다.

"이런 느낌인가요?"

"아, 아아앗……! 내, 내가 상상한 옷이랑 똑같은 옷이……! 눈앞에 있어!"

아무래도 그 종이에 그려진 옷은 이미 만들어진 옷을 따라 그린 게 아닌 렐리아 씨의 디자인이었나 보다.

"곧바로 입는 모습도 보여드릴  있어요."

이렇게 기뻐해 주시는 걸 보니 직접 입으면  기뻐하실  같았다.

하지만 렐리아 씨는 나를 향해 손을 내뻗으며 말했다.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랜트 님! 그건…… 그건 참아주십시오."

"네?"

"지, 직접 입은 모습은 맞선 날 당일에 보고 싶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보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어리광을……."

즉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은 미리 잠깐 보는 게 아닌 중요한 순간에 딱 알맞게 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기분은 물론 이해한다.

전생.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만화를  때도 인터넷으로 짤막한 스포일러를 보고 보는 것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보는 게  재밌었다.

아마 그 기분과 비슷한 거겠지.

"알겠어요. 그럼  옷은 맞선 날 때 입을게요."

나는 곧바로 마나웨폰으로 만든 옷을 없앴다.

"아…… 조, 좀 더 보고 싶었는데……."

맞선 날 때 잔뜩 봐주세요.

짝! 하고 마렌 대신관님으 손뼉을 치시며 말씀하셨다.

"렐리아, 어제 수색하느라 고생한 제13기사단 단원들에게도 사과를 하러 가야죠."

"윽, 아, 알겠습니다."

이왕이면 같이 따라가고 싶지만 아무래도 단장인 렐리아 씨가 부하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건 매우 부끄럽고 뻘쭘할 것 같으니 나는 이만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볼게요."

"네? 벌써 말인가요? 렐리아도 찾아주셨고 이왕 오신 건 좀 더 접대를 하고 싶습니다. 아직 렐리아를 찾아주신 보수도……."

"괜찮아요. 이번에는 보수도 필요 없어요."

 여자를 찾는 거에 보수를 받을  없었다.

"하지만……."

마렌 대신관님은매우 아쉬워하셨다.

그때 나에게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다음엔 부탁하실 때나 아니면 보답을 주신다고하실 때 한꺼번에 해주세요. 지금은 저도 빨리 돌아가서 맞선 날을 고대하고 싶으니까요."

게다가 이건  직감이지만 마렌 대신관님에게 부탁받을 일은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

"랜트 님이 고대…… 나와의 맞선을……."

렐리아 씨는 얼굴이 빨개지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마렌 대신관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알겠습니다. 그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적어도 솔을 나가실 때까지 배웅하겠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어요. 지금 이 몸은 분신이니까 곧바로 해제하면 그만이니까요."

"어머, 그러셨군요."

"분신이어도  전력을 담은 공격을 간단히 막아내시다니…… 역시 랜트님이군요."

"응? 렐리아? 전력을 담은 공격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죠?"

"아, 그, 그건…… 그……."

"……13기사단 단원들과 만나기 전에 잠시 더 얘기할 필요가 있겠군요."

"자, 잠깐만요! 마렌 대신…… 마렌 언니! 여, 여기에는 아주 깊은 사정이……."

화기애애한 시간이 펼쳐질 것 같으니 나는 이만 자리를 비우기로 했다.

"렐리아 씨, 맞선 날 때 다시 만나요."

"아, 잠깐만요, 랜트 님! 절 놔두고 가시지……."

따악!

나는 연출을 위해 손가락을 튕기며 분신을 해제시켰다.

렐리아 씨와의 맞선.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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