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9화 〉608화-해피 미팅!
3일후 드디어 렐리아 씨와의 맞선 날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나 혼자서만 솔에 가기로 했다.
렐리아 씨에게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날이니 되도록 둘이서만 있는 상황을 만들기위해서다.
물론 연인들과는 분신을 통해 항상 같이 있지만.
영사 스킬을 통해 맞선 상황을 생중계라든지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그건 렐리아 씨에게 매우 실례되는 행위기 때문이다.
"그럼 갔다 올게요."
""잘 갔다 와~."
"잘 갔다 오렴~."
"이상한짓이나 벌이지 말고."
"상대방에게 실례되는 짓 하면 안 된다?"
"하, 하읏! 마, 맞선 잘 보고 오세요!"
"잘 갔다 오세요, 랜트 씨!"
"랜트 님, 귀환을 기다리겠습니다."
"서방! 새 암컷 사로잡고 와!"
"렐리아 씨가 저희와 같은 암컷이 되는 게 기대되는군요."
"자, 잘 갔다 오세요, 주, 주인님. 이, 이 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 하지만 주인님은 또 여기에도 여럿 있는데……? 가, 갔다 오세요? 으응?"
이미 한 달 가까이 같이 지냈음에도 칼리는 아직 분신을 여럿 둔 생활에 익숙하지 않나 보다.
뭐, 그건 시간이 지나면 차근차근 익숙해지는 문제겠지.
사랑스러운 연인들과 사역마 한 명의 배웅을 받고 나는 플단 밖으로 나가 솔을 향해 출발했다.
렐리아 씨, 기다려주세요!
지금 제가 갑니다!
◈렐리아SIDE
왔다…….
오고야 말았다…….
이날이 오고야 말았어.
이거 지, 지, 지, 진짜지?
거짓말 아니지?
오늘 내가 랜트 님하고 맞선을…….
그것도 성공이나 다름없는 맞선을 보는 거 맞지?
나, 나한테 이런 일이…….
"어, 어, 어떡하지! 이거 꿈 아니지! 아닌 거 맞지!"
"단장님, 그 말 지금 20번 째예요."
"하, 하지만 불안하잖아! 호, 혹시 랜트 님이 아, 죄송해요. 솔직히 무리네요. 라고 말하면 어떡해~!"
"랜트 님은그럴 분 아니잖아요."
"오, 옷이 깬다고 뭐라 할지도 몰라!"
"오늘 옷도 제대로 차려입었잖아요. 저희에게 35번이나 어울리냐고 확인한 바로 그 드레스요, 어울려요, 어울려."
"그, 그치만 내 나이에 이런 빨간 드레스라니……."
"……그거 자극적인 색이면 랜트 님의 성욕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단장님이 직접 고른 거잖아요."
"그, 그땐 내가 이상했어! 이상하게 기분이 날아올라서 막 나갔단 말이야! ……나, 갈아입고 올게!"
"이제 곧 맞선 시간인데 어딜 가시려고요. 시간 없어요."
"으아아아~! 어떡해! 벤디! 나어떡하지! 나이에 안 맞게 어울리지도 않는 드레스 입는다고 생각되면 어떡하지!"
"단장님 승격은 엄청 많이 하셔서 피부는 10대 뺨치잖아요. 저는 여보랑 둘째 만들려고 피부 관리 중인데……."
"사이클롭스를 토벌하러 갈 때도 듬직했던 단장님이 오늘은 완전히 쑥맥이네요."
"그때랑 같냐!"
"아니, 다른 맞선 때는 반드시 성공하고 온다고 기합 팍 주며 갔으면서 이제 와서 왜 이러세요. 게다가 성공한 거나 다름없는 형식적인 맞선이면서."
"그, 그치만……."
"벤디, 이거 너무 순조롭게 진행돼서 오히려 믿을 수없는 거야. 그냥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계속 우리에게 찡찡대실걸?"
찌, 찡찡대다니 단장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내가 너네들이랑 얼마나 많이 지내왔는데!
이, 이 매정한 것들……!
그때 부하 한 명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랜트 님, 도착하셨대요."
"뭐!? 버, 버, 벌써!?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아, 이제야 해방되겠네. 자아자아, 단장님 빨리 지정된 방으로 가요~."
"성공이 보장된 장밋빛 길을 향한 입구로 가는 거예요~."
"야, 야! 미, 밀지마! 밀지 말라고!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여태까지 했으면 충분하죠! 빨랑 가요!""
너, 너무해~!
그리고 나는 도착하고 말았다.
"안에서 랜트 님이 기다리고 있으세요."
"꿀꺽……."
나와랜트 님이 맞선을 하는 방문 앞에.
나도 알고 있다.
이제 와서 물러날 수는 없다.
갈 수밖에 없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아아아, 하지만 무섭다.
정작 들어가는 게 무섭다.
아마 내 인생에서 최고로 무섭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나아가지 않으면 난 평생 독신…….
그건…… 그건 싫어!
나는 용기를 쥐어짜내며 손잡이를 비틀어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중요한 건 첫인상…….
우선 남성들이 좋아하는 우아하고 예의 바른 느낌으로 가 평소의 술주정하는 모습이나 보였던 나와는 다른 갭을 느끼게 하는 거야!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랜트 님."
우선 늦어진 것에 대한 사과를.
그리고 고개를 들며 랜트 님의 얼굴을 본다.
여기서 랜트 님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는 거다.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면 성공.
온화한 표정을 지어도 그나마 통과.
깨는 얼굴.
확 깨는 얼굴만 안 지으면 돼!
"오늘은 잘 부탁……."
최대한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든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아, 렐리아 씨."
나를 향해 방긋 미소 짓는 내가 원하는 백마 탄 왕자님 복장을 해주신 랜트 님과.
그냥 고급진 러브 호텔방이라고 밖에 생각 안 되는 방의 모습이었다.
반사적으로 내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아아, 나는 바보냐.
왜…… 왜 생각하지 못한 거야.
떠올리지 못한 거야.
내가 첫 맞선을 본 장소.
바로 이곳 솔의 여관 라블리.
랜트 님과의 맞선이 잡혔다는 거에만 생각이 쏠려서 머릿속 한구석에 꼭꼭 덮어두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래, 그건 첫 맞선이라 기합이 빡 들어간 복장으로 임한 날.
상대는 나도 조금은 면식이 있는 솔에 거주하는 고위신관.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경악을 한 번.
그리고.
"이전부터 렐리아 단장님은 매우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럼 곧바로 저희의 상성을 확인해보기로 하죠! 속궁합이란 부부 생활에서도! 그리고 솔리신의 가르침을 기쁘게 치르기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것이니까요!"
라는 말을 씨부리고 옷을 벗으려는 상대방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며 내 첫 맞선은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그래…… 보통 솔에서 하는 맞선은 기본적으로 그 자리 그 방에서 몸을 섞는 게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날 이후로는 마렌 대신관님이 날 생각해서 솔 출신이 아닌 다른 나라나 지역 출신의 상대를 찾아서 이런 방이 없는 여관을 장소로 잡아서 까먹고 있었다.
아, 아, 아아아아…….
초반부터 망했다.
이건 완전히 망했다.
이건 완전히…… 성공한 건 이미 아니까 곧바로 떡치려는 치녀잖아아아아아~~!!!
완전히 깨는 여자 확정이잖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내 인새애애애애애애앵!!!
◈-랜트SIDE
솔에 도착하고 나는 바로 대신전으로 갔다.
이유는라블리라는 여관에서 열리는 건 알아도 정작 내가 그 라블리라는 곳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렌 대신관님."
"어서 오십시오, 랜트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라블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나는 마렌 대신관님과 함께 대신전을 나와 맞선 장소인 여관 라블리까지 안내받았다.
"렐리아는 현재 여관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랜트 님은 먼저 맞선실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마렌 대신관님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신 다음 인자한 미소를 띠시며 나에게 말했다.
"랜트 님, 렐리아를 잘 부탁드립니다."
"네, 맡겨만 주세요."
나는 마렌 대신관님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엄지를 불끈 치켜세우며 말했다.
"반드시 렐리아 씨가 최고의 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거예요."
"그, 그러시군요. 랜트 님만 믿겠습니다!"
어째선지 마렌 대신관님이 내 손을 쳐다보더니 얼굴을 붉혔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마렌 대신관님은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며 대신전 쪽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나는 바로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쪽입니다."
들어가자마자 나와 대신관님이 온 걸 봤었던 한 점원이 나를 맞선실까지 안내했다.
"이곳입니다."
안내를 받고 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오."
맞선실의 내부를 보고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냈다.
맞선실을 이른바 서로를 바라보기 위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그특징을 제외하자면 좀 넓은 고급진 러브호텔이라는 느낌을 주는 방이었다.
투명한 유리창이 달린 샤워실은 물론 침대도 큼지막한 사이즈를 자랑하고있고 살짝 분홍색을 띠고 있는 조명은 그야말로 오붓하게 떡치세요~ 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점원이 추가 설명을 하니 조명 역할을 하는 마도구가 있다고 하여 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연동하여 조명색이 바뀐다고 한다.
그야말로 러브호텔.
뭐, 여긴 솔이니까 여관방이 이러는 건 당연한 거겠지.
다른 호텔로 가지 않아도 되고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면 바로 렐리아 씨에게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해드릴 수 있으니 오히려 이런 방은 지금 상황에서는 바람직했다.
의자에 앉아 렐리아 씨가 오는 걸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고리가 돌려지는 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열리며 렐리아 씨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잘 부탁……."
렐리아 씨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평소에는 기사단 갑옷을 입고 계시는 렐리아 씨이기에 이런 복장은 신선했다.
"아, 렐리아 씨."
그 옷 정말 잘 어울려요.
라고 말하려는순간 고개를 숙였던 렐리아 씨가 내 쪽을 바라보았고.
우아하다고 느껴지는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응?
왜 저러시는 거지?
"죄……."
"죄?"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아앗!!!"
갑자기 렐리아 씨가 사과를 하면서 그 자리에서 땅에 엎드렸다.
"레, 렐리아 씨!?"
어째서 갑자기 사과하는 거예요!?
렐리아 씨는 엎드리면서도 재주 좋게 한쪽 다리를 뻗어 잽싸게 문을 닫으며 말했다.
"처, 첫 맞선이 오, 오래전 일이라 이런 방이었다는 걸 까먹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마, 맞선 하는 방인데이, 이런 러브호텔 같은 방을……. 워,원하신다면 곧바로 다른 곳으로!"
아하, 아무래도렐리아 씨는 내가 이 방을 보고 깬다고 생각해 기분이 상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렐리아 시의 앞으로 다가갔다.
"렐리아 씨."
"네, 네!"
이름을 부르자 곧바로 고개를 드는 렐리아 씨.
난 그런 렐리아 씨를 향해 손을 건넸다.
"일어나 주세요, 그대로면 드레스가 더러워지잖아요."
"아, 그…… 고맙습니다."
렐리아 시는 살짝 주춤하다가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한번 봐도 드레스 모습의 렐리아씨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 방을 봐도 전 깨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저, 정말인가요?"
"네. 그리고 맞선 장소가 솔이잖아요. 그것만으로 이런 방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뿐이었어요."
"아……."
"아참, 렐리아 씨."
"네!"
"무척 아름답고 예쁘세요."
"네!? 아, 그 저…… 마, 마음에 드셨다니 다, 다행입니다……."
"네, 정말 마음에 들어요. 오늘 렐리아 씨하고 맞선을 보는 것도…… 이렇게 예쁜 렐리아 씨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도요."
"아아아……."
렐리아 씨는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히더니 살짝 고개를숙이고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자그맣게 말했다.
"쪼아……."
렐리아 씨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
"렐리아 씨, 일단 자리에 앉아요."
"……네."
나와 렐리아 씨는 방 안에 있는 의자에 서로를 마주보며 앉았다.
자아, 이제부터 맞선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