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4화 〉623화-멜리사의 유혹
랜트는 왜 갑자기 저걸 많이 만드는 거야?
그리고 티키아 씨 옆에 있는 노인 2명은 누구야?
"래, 랜트?"
"아, 멜리사."
"뭐…… 하는 거야? 티키아 씨 옆에 있는 두 사람은 누구고?"
"아, 지금 티키아 씨의 마법연구 도와주고 있었어. 옆에 있는 사람들은 티키아 씨를 키워주신 체인버 아버님하고 브리단의 궁정 마법사이신 멀린 씨야."
함성을 지르던 노인들은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응? 오오, 자네가 티키아가 종종 장르가 다른 독서친구라고 했던 멜리사로군! 나는 체인버라고 하네."
"안녕하십니까, 랜트 공의 연인분. 저는 멀린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궁정 마법사라면 엄청 높은 사람 아니야?
왜 티키아 씨랑 같이 저렇게 신나 하는 거야?
"랜트, 상황 설명 좀 자세히 해줘."
"그게……."
랜트 말에따르면 전부터 티키아는 랜트의 워프홀을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알콩대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스스로도 까먹고 있었고 은둔의 가면의 연구를 마무리하려던 참에 떠올라 멀린 씨라는 분에게도 보여주고 덤으로 체인버 씨에게도 함께 보여주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랜트는 멀린 씨가 있는 브리단의 왕궁 안과 예전 티키아 씨의 자택인 곳도 가본 적이 있기에 곧바로 워프홀을 만들어내고.
갑자기 나타난 워프홀에 놀란 두 사람을 티키아 씨가 상황 설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 티키아 씨와 같이 학구열이 넘쳐나는 두 사람이 함께 워프홀을 바라보고 연구하면서 열광했었고…… 나는 그 열광하는 장면을 봤던 거다.
"그, 그렇구나……."
"혁명이야……! 이 마법을 완전히 연구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세상의 혁명이 일어날 거야!"
"이 마법을 연구해서 특허를 내면…… 도, 돈방석에도 앉을 수 있어!"
"스승, 돈은 가끔씩 보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잖아."
"돈이랑 많으면 많을수록 좋단다, 티키아야!"
"그건 옳으신 말씀입니다. 연구에는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드니까요. 저도 연구에 몰두할 때 재무대신에게 재룟값 좀 그만 청구하라고 한 소리 들을 때가 있지요."
"오오, 알아주시는 겁니까, 멀린 님!"
"물론입니다, 체인버 님."
"……스승은 그냥 도박에 탕진하잖아."
"무슨 소리냐, 티키아야! 예쁜 아가씨들의 용돈에도 쓴단다!"
"자랑이냐!"
그러고 보니 티키아 씨가 가끔씩 자기 스승은놈팽이일 때가 너무 많다고 했는데…… 도박중독인 건가?
"호오, 잠깐 이리 와보게! 이 마력의 흐름은 이 술식을 넣으면 될 것같지 않나!"
"뭐라고!? 어디어디!"
"나도 함 봐보세!"
"멀린, 티키아 공에게서 새로운 연구의 진척은…… 으응!?"
그때 워프홀 너머에서조금 화려한 복장을 한 토끼 묘인족 소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이건 대체? 랜트? 아니, 대체 왜 그대가……."
"안녕하세요, 야서왕님."
야서왕!?
저 작은 묘인족이?
랜트는 나한테 해준 것처럼 야서왕에게도 사정을 설명했다.
"……정말 그대는 예상 밖의 일을 계속 일으키는군. 하지만 만약에 다음에도 왕궁내에서 펼치려면 앞으로 멀린의 연구실로만 한정해주게. 혹여나 다른 신하들이 보면 여러모로 시끄러우니 말이야."
"네, 알겠어요. 야서왕님은 멀린 씨에게 볼일이 있으셨나요?"
"은둔의 가면 진척 상태를 들으러 왔지. 하지만……."
야서왕은 워프홀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3명을 바라봤다.
"으으윽…… 이 술식이 아니었군."
"하지만 비슷했어! 좀 더 다르게 변형해보자고!"
"그래, 이거! 이건 어떤가!"
"아니야, 이게 더 나을 거야!"
"지금은물어볼 때가 아닌 것 같군."
"다들 엄청 집중하고 있네요."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아참, 랜트. 이렇게 금방 올 수 있다면…… 언제 한번 다시 대련해보지 않겠나. 그대와의 대결과 히드라와의 싸움을 거치니, 평소에는 참을 수 있던 게 요새는 몸이 근질근질해서 못 배기겠더군."
"네, 만약 하고 싶으시다면 일정을 정하시고 멀린 씨에게 말해주세요."
"알겠네."
그리고 야서왕은 워프홀 너머의 멀린 씨의 방에서 나갔다.
……하, 한 나라의 왕하고 저렇게 친근하게 말을 나눌 수 있다니.
S, S랭크 모험가니까 그런 거야?
랜트는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그러고 보니 멜리사는 무슨 볼일이었던 거야?"
"아…… 그게……."
어쩌지.
지금 티키아 씨랑 다른 두 사람이 있는 곳에서 랜트에게 상 받고 싶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은데…….
다, 달리 할 말이…….
무의식적으로 머리카락을 만지며 나는 랜트에게 말했다.
"데, 데이트…… 하고 싶은데……."
"……."
랜트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본다.
아, 지금은 바빠서 안…… 되나?
하지만 그때.
우우웅!
내 옆에서 워프홀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좋아, 가자!"
엄지를 척 세우며 랜트가, 랜트의 분신이 튀어나왔다.
"으왓! 뭐, 뭐야?"
튀어나온 랜트는 곧바로 워프홀을 닫고 나에게 말했다.
"본체는 던전에 있으니까 곧바로 분신 만들어서 왔어."
"3명의 연구 때문에 분신 하나는 둬야 하니까."
"그, 그렇구나……."
진짜로 랜트 여러모로 대단하네…….
"멜리사, 어디로 데이트하러 갈까!"
"어, 그, 그러면……."
◈
내가 랜트에게 가고 싶다고 말한 건 솔이었다.
렐리아 씨의 근무지이기도 하며 솔리신 신앙의 총본산이기도 한 신성국가 솔라리오의 수도인 솔.
술 마셨을 때의 렐리아 씨의 푸념으로 많이 듣긴 했지만 역시 한 번쯤은 직접 오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랜트와 마찬가지로 마을에서만 살아서 플단에 오기 전까지는 솔리신에 관해서는 잘 몰랐다.
하지만 알아보기 시작하면 전 세계가 믿는 세계를 창조한 신의 종교라니…….
우리 마을 얼마나 시골이었던 거야…….
게다가 지금 와서는 딱히 솔리신을 숭배하거나 떠받들고 싶다는 마음은 딱히 안 들었다.
뭐라 해도 나…… 가끔씩 그 솔리신의 분령이라는 솔리 씨와 하, 함께 랜트랑 잔 적도 있으니까.
……솔리 씨는 진짜 잘 느꼈지.
노아가 쾌락 허접이라고 웃는 게 곧바로 이해됐어.
게다가 그 커다람 가슴에 안기는 건 진짜로 편안해.
안긴 채로 뒤에서 랜트에게 박히는 건…… 어, 엄청 기분 좋고♡
어쨌든 여러 이유로 나는 한번은 솔에 와보고 싶었다.
"대신전에 한 번 들러볼까? 플단보다도 엄청 화려하고 웅장해."
랜트는 솔에 와서 대신전에 가는 걸 추천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다음에 모두랑 같이 왔을 때 갈래. 지금은…… 그래,옷가게나 한번 들러보자."
"옷가게?"
"응, 솔에는 어떤 옷을 파는지도궁금하니까.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신관이나 갑옷 입고 있잖아? 하지만 옷가게엔 분명 풍습에 맞는 사복도 팔 거 아니야. 그러니까 가보자."
사실 데이트하는 도중에 고른 옷을 그대로 갈아입고 놀고 싶어서다.
게다가 밤에는 새로운 복장의 나를 보고…… 랜트가 꽤 흥분하니까.
"알았어."
그리고 나는 랜트와 함께 솔에 있는 옷가게에 들렀다.
옷가게가 사랑의 전투복이라는 좀 이상한 이름이었지만 뭐 이렇게 큰 도로가 주변에 있는 가게니까 이상하진 않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여기 뭐야?"
"어서 오세요~! 매일매일 찐덕한 사랑을 나눌 것 같은 손님들~."
오자마자 성희롱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남성을 사로잡을 가슴을 하고 계시네요."
"랜트!?"
"후훗, 고맙습니다~."
왜 그냥 받아들이는 거야?
내가 놀라 하자 랜트가 자그맣게 나에게 속삭였다.
"멜리사, 솔라리오식 인사야."
……아. 그러고 보니 솔라리오는 성희롱 같이 인사하는 게 풍습이랬지.
아니, 그보다 여긴…….
"저, 저기……."
"네, 왜 그러신가요?"
"여기옷가게 아닌가요?"
"네, 옷가게입니다!"
"그런데 왜 옷들이 다……."
가게 안에 있는 옷들.
매우 보드라워 보이는 원단이 대부분이며 노출도가 많은 옷들.
이런 옷들이 나열돼있는 가게를 나는 플단에서 알고 있었다.
즉…… 바, 밤 때 입을 옷을 파는 밤거리의 옷가게다.
"네! 남성을 유혹하기 최적인 그야말로 사랑의 행위! 섹스를 위한 전투복들이죠!"
가게 이름 유래가 그거였냐!
"죄, 죄송합니다. 저는 다, 다른 나라에서 왔는데요. 이런 가게인 줄 모르고……."
"어머머, 그러세요? 하지만 저희 가게에 잘 찾아오신 거 같은데요?"
"네?"
"남성분도 흥미진진하게 보시는 데다가."
"랜트……."
"아, 미안."
"손님도 꽤 허슬허슬한 밤을 보내지 않으시나요? 특히 기승위를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내가 요새 기승위 많이 한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어, 어떻게……."
"후후훗, 이 옷가게를 해온 지 10년. 안목에는 자신 있습니다! 그런 손님에겐 이건 어떨까요!"
샤샥하고 점원이 옷 하나를 가지고 왔다.
검은색의 치마가 짧고 어깨가 완전히 드러났으며 배에는 망사나 다름없이 훤히 보이는 디자인의 드레스였다.
"저희 가게에서 가장 노출이 적은 옷들 중 하나예요~. 이건 뒤에 있는 지퍼를 열고 입는 방식인데~."
드레스의 치마를 걷어 아래를 보여주는 점원.
드레스 아래에는 니냐 씨나 그레이시아 씨가 입는 옷처럼 고간 부분이 가려진 일체형식이었다.
"아래가 완전히 뚫려 있으면 결국 벗고 해버리는 생각을 차단한 설계입니다! 게다가 입은 채로 하고 싶다는 요망을 다 받들어! 살짝 아랫부분을 꾸욱 눌러주면……."
손가락으로 고간 부분을 누르자 파악하고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구멍이 생겨나며 양옆으로 벌어졌다.
"이렇게바로 넣을 수 있는 구조랍니다! 엄청나지 않나요!"
"그, 그러네요……."
아, 옷 하나라도 사지 않으면 나가기 꺼림찍한 분위기야.
으음, 이미 랜트를 유혹할 옷은 잔뜩 있는데…… 뭐, 하나 더 사도 상관은 없겠지?
딱히 사고 싶은 옷도 안 보이니까 그냥 점원이 소개해준 옷이나 살…….
"……저, 저건!?"
그때랜트가 눈을 크게 뜨며 어딘가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랜트가 놀랄 정도면 진짜 엄청난 옷이라도 발견한 거 같은데.
나는 랜트의 시선을 따라 한 옷을 봤다.
그 옷은 털실로 만든 연갈색의 스웨터로 보였다.
하지만 매우 이 상한 점이 있다면.
"뒤, 뒷부분이…… 없어?"
맨 아래에만이어져 있고 옷의 뒷부분이 아예 없는 옷이었다.
스웨터는 원래 추위를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건데 저래서는 제 기능을 못하는 옷이 된다.
"어머, 손님! 안목이 좋으시네요! 저건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제 역작! 앞은 따슷 뒤는 시원. 앞은 가림 뒤는 완전한 노출을 컨셉으로 한 복장! 앞만 보면 따스한 복장의 그녀가뒤를 돌은 순간 매끈한 등과 살짝 드러난 엉덩이살을 보여 그야말로 최대의 꼴림을 유발하는 옷! 상대가 동정이라면 더욱 효과는 몇 배로 솟아오르는 일명! 동정을 죽이는 옷입니다!"
"왜 동정을 죽이는 거야?"
"단숨에 동정의 이성을빼앗아 한 마리의 솔리신의 가르침을 전도하는 짐승이 된 순간! 동정을 동정이 아니게 만드는 옷이기 때문이죠! 동정이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남은 건 사랑을 전도하는 한 마리의 늑대가 탄생하는 겁니다!"
"아, 그래요……."
"멜리사!"
터업! 하고 랜트가 내 어깨를 붙잡고 뜨거운 시선으로 날 바라봤다.
"으, 응."
"저거 입어줘!"
"……뭐?"
"저거 입어줘!"
"진심이야?"
"저거 입어줘!"
입어줄 때까지 반복할 생각이구나, 이 변태.
뭐…… 랜트가 좋아한다면야…… 괜찮지만♡
"아, 알았어."
"야호!"
"아, 그럼 이 옷을 입으실 때 어울리는 포즈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나는 탈의실로 들어가서 점원이 시키는대로 옷을 입었다.
왜 속옷가지 벗어야 하는데…….
그리고 탈의실의 천을 걷고 랜트에게 동정을 죽이는 옷을 입은 모습을 보였다.
분명…… 옆을 보이게 한 다음 한쪽 팔로 가슴을 지지하는 식으로…….
"어, 어때?"
막상 입으니까 엄청 부끄럽네…….
"으."
"으?"
"음ㅁ……."
아, 폭주하려고 하네.
"가게에 민폐가 되니까 여기서 폭주할 생각하지 마."
"네."
"아, 그런 손님들을 위해 잠자리 방도 따로 있답니다. 바로 저기예요."
"왜 있는 거야!?"
"음머어어어어어엇!!!"
"꺄아아아아악!"
"와아, 정말 보기 좋은 한 쌍이시네요!"
랜트가 바로 폭주하여 나를 끌어안고 잠자리 방으로 나를 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