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9화 〉638화-겸직 시험!
엘시의 힐이 마렌 대신관님의 손가락에 집중되고 연녹색의 빛이 진하게 빛난다.
그리고 마렌 대신관님의 검지에 난 상처는 금세 나았다.
"이, 이러면 되는 건가요?"
"네, 감사합니다."
마렌 대신관님은 손을 걷으시며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치유 신성마법에 관해서는 합격입니다. 힐을 그저 전체적으로 휩싸는 게 아닌 상처 부위에 집중시킬 수 있는 기술. 그리고 힐에 담겨 있는 마력만을 확인해도 충분하군요."
"히, 힐만 하는 걸로 합격인가요?"
"네, 엘시 님의 힐을 직접 느낌으로서엘시 님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가늠했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마렌 대신관님은 잠시 뒤로 물러나신뒤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방어에 관한 스킬 시험입니다. 디아나,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렐리아 씨의 부하 중 한 분인 디아나 씨가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잘 부탁드립니다, 엘시 님."
"아, 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이제 뭘 하면 되나요?"
"그럼 엘시 님, 프로텍션을 쳐주십시오. 그리고 제 공격을 막아주시면 됩니다."
"공격을 막아요?"
"네. 상급 신관의 조건 중 하나는 동료를 지킬 능력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 알겠어요! 프로텍션!"
엘시가 프로텍션을 써서 마력의 방벽을 펼쳤다.
최근에는 그다지 쓰지 않지만 가끔씩 훈련을 위해 펼치는 엘시의 프로텍션이다.
"이러면 되나요?"
"네, 그대로 있어 주십시오."
디아나 씨는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허리춤에 단 건틀렛을 끼셨다.
"후우…… 파워."
우우웅!
디아나 씨가 스스로에게 파워를 걸자 디아나 씨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감돌았다.
"갑니다!"
쿠우웅!
디아나 씨가 크게 땅을 박차고 엘시를 향해 뛰쳐나갔고 엘시의 프로텍션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카아아아앙!
강렬한 충격음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디아나 씨의 주먹이 엘시의 프로텍션을 깨뜨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디아나 씨의 표정이 진지해지며.
카카카카카카카카캉!
라이파 씨의 주먹세례를 방불케 하는 연속 주먹 내지르기가 퍼부어졌다.
"읏……!"
연속적이고 강렬한 타격음에 순간 엘시는 지팡이를 꽈악 쥐고 프로텍션에 더욱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로 인해 디아나 씨의 매서운 권격은 엘시의 프로텍션을 깨뜨릴 일은 없었다.
잠시 후 디아나 씨는 내지르는 주먹을 멈추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리고 디아나 씨는 렐리아씨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단장님! 엄청 딴딴한데요! 뭐예요, 이거!"
"설마 엘시 님의 프로텍션이 이토록 단단할 줄이야. 대단하십니다."
"고, 고맙습니다!"
엘시는 바로 프로텍션을 해제하며 고개를 숙였다.
"방어 마법의 시험도 통과군요. 그럼 곧바로 마지막 시험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마지막 시험인가요?"
설마 이렇게 빨리 마지막 시험을 볼 줄은 몰랐다.
"네, 엘시 님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상급 신관의 시험의 요점은 크게 4가지입니다. 첫 째는 치유 능력, 두 번째는 방어 능력, 세 번째는 실적입니다만 이미 던전의 깊은 층까지 들어가신 엘시님이라면충분합니다."
4개의 손가락을 피고 차례차례로 접어가시며 말씀하시는 마렌대신관님은 마지막 손가락을 접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은 호신술. 즉 체술을 봅니다."
"체술이요?"
"네, 상급 신관이 되면 적어도 동료의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의 몸놀림을 갖추어야 합니다."
왜 마렌 대신관님이 저번에 체술의 수준까지 물어봤는지 알았다.
확실히 아무리 후위직인 신관이라고 해도 상대하는 마물의 위험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대처할 실력은 필요할 것이다.
"저, 저기……체술은 어떤 식으로 보는 건가요?"
체술도 테스트 한다는 말에 엘시는 조금 자신 없어 하며 마렌 대신관님에게질문했다.
"물론 체술 시험도 제13기사단 단원분들이 도와주실 겁니다. 이번에는…… 벤디, 부탁드립니다."
"네, 마렌 대신관님."
저벅저벅하고 벤디 씨가 나무로 된 여러 무기를 들고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엘시 님은 어떤 종류의 무기를 선호하십니까? 아, 맨주먹이라도 괜찮습니다."
"무, 무기요? 어…… 아, 랜트. 이거 부탁드려요."
"응, 엘시."
엘시는 나에게 지팡이를 맡긴 후 벤디 씨가 드신 무기 중에서 엘시가 든 지팡이만한 봉을 선택했다.
"이걸로 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검을 들죠. 디아나! 이거 좀 치워줘."
"알았어."
디아나 씨가 벤디 씨 곁으로 가 남은 무기들을 들고 자리를 비켰다.
그리고 벤디 씨는 엘시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지고 바로 시험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어, 어떡하죠, 랜트……."
그런 벤디 씨의 모습에 갑자기 불안해졌는지 나를 쳐다보는엘시 나는 그런 사랑스러운 엘시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힘내, 엘시! 엘시라면 할 수 있어! 엘시의멋진 모습 보고 싶어!"
◈-엘시SIDE
처음에는 팔라딘이 되는 랜트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시험이었다.
하지만 설마 이렇게 체술까지 볼 줄은 몰랐다.
체술은 니냐 씨랑 라이파 씨, 그리고 그레이시아 씨도 함께 지도해주셨지만…… 과연 그걸로 상급 신관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아무리 다른사람들이 강하다고 해도…… 과연 나는 정말 강한 걸까란 의문이 든다.
그야 나는 언제나 뒤에서 물러나서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걸 지켜볼 뿐이다.
가끔씩 나도 직접 홀리 레인을 써서 마물을 쓰러뜨린 적도 있지만…… 다른 모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과연 그런 내가…… 노아도, 니냐 씨도, 라이파 씨도, 그레이시아 씨도 쉽게 이긴 렐리아 씨의 부하분을 상대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런 불안이 있었다.
하지만.
랜트가 나를 응원해준다.
랜트가 내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해줬다.
평소에는 언제나 내가 랜트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오늘만은 나도…… 랜트에게 어울리는 여자라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설령 랜트는 이미 나를 그렇게 생각해준다고 해도…… 내 스스로 떳떳하게 랜트에게 어울리는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랜트의 응원에 손에 든 나무 봉을 쥐며 대답했다.
"네! 힘낼게요!"
그리고 나는 벤디 씨와 대치하며 니냐 씨에게 배운 봉술 자세를 잡았다.
"가도록 하겠습니다, 엘시 님."
"네, 네!"
내가 대답하자마자.
파앗!
벤디 씨가 나를 향해 달려오셨다.
빠르다.
하지만 눈으로 좇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니냐 씨가 말씀했던 것을 떠올렸다.
[재빠르게 다가오는 적은 오히려 피하지 않고 이쪽도 나아가서 일직선으로 찌르면 의외로 먹힌다?]
"읏!"
니냐 씨의 말에 따라 나도 땅을 박차며 벤디나 씨를 향해 봉을 내질렀다.
"응!?"
벤디나 씨가 순간 매우 놀라신 표정을 지으시며 몸을 비틀어봉을 피하셨다.
나라면 저런 움직임은 절대로 못 할 움직임.
역시 렐리아 씨의 부하분이셨다.
[상대가 당황한것 같으면 거침없이 돌진돌진! 딴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게 중요해]
히죽 웃으며 옆에서 싸움의 요령을 알려주었던 노아의 말을 떠올린다.
내질렀던창을 뒤로 당긴 다음 니냐 씨가 알려주신 연속 찌르기 실행했다.
슈슈슈슈슈슉!
"뭣!?"
니냐 씨에 비하면 너무나도 군더더기가 많고 어설픈 연속 찌르기.
하지만내가 그런 기술을 사용했다는 게 벤디 씨에겐 의외였던 걸까.
방금보다도 놀란 표정을 지으시며 벤디 씨는 내 봉을 쳐내셨다.
몇 번이나 쳐내셨을까.
따아아아악!
벤디 씨는 크게 검을 휘두르며 내 봉을 크게 튕겨내셨다.
"하아앗!"
그리고 벤디 씨가 나를 향해 검을 크게 휘두른다.
[연속으로 공격하였을 때, 상대는 공격을 막기 급급할 것입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움직임이 큰기술을 쓰는 경우가 많지요.]
그레이시아 씨의 충고가 떠올랐다.
[그때 이런 기술을 쓰면 매우 유용합니다. 창으로도 재현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레이시아 씨가 알려준 기술을 사용했다.
크게 검이 휘둘러질 때.
봉을 높게 들어 검을 향해 내리쳤다.
따아악!
"윽!"
순간 쑤욱하고 아래로 가속하며 내려가는 검은 바닥에 까앙하고 닿았다.
그 순간 땅을 박차 벤디 씨와 거리를 좁히고 살짝 옆으로 이동한 다음 봉을 빙글하고 돌리고 비틀어 봉에 검 아래로 이동시킨 후.
"에잇!"
봉을 힘껏 위로 튕기듯 들어 올려 벤디 씨의 손에서 검을 놓게 했다.
"뭣!?"
목검을 놓게 된 벤디 씨.
지금의 벤디 씨는 빈틈투성이였다.
분명 약한 나를 상대하시기에 많이 봐주셨기에 생긴 방심일 거다.
[검을 놓친 상대에게는 이 기술이 제격이지.]
씨익하고 웃는 라이파 씨의 얼굴이 떠오른다.
솔직히 이 기술을 정말 써야할까란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나도 랜트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랜트가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봐주길 원했다.
내가 언제나 랜트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런 랜트의 시선을 받으면…… 얼마나 기쁠까.
그러한 생각을 하자 내 몸은 저절로 라이파 씨가 알려주신 기술을 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크읏!"
벤디 씨가 뒤로 물러나려고 하셨다.
그런 벤디 씨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쿠욱!
"윽!?"
라이파 씨가 알려주신 대로 벤디 씨의 발등을 밟아 움직임을 막았다.
그리고 봉을 놓은 다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지금 내가 지니고 있는 모든 신체 능력을 발휘하는 마음을 담아.
"이, 이야아아아앗!"
노아의 기합 소리를 흉내 내며 주먹을 내질렀다.
퍼퍼퍼퍼퍼퍼퍽!
때린다, 때린다, 때린다.
승격을 한 탓일까.
주먹을 내질러도 그다지 아픈 느낌은 안 들었다.
약점을정확히 알고 때리는 것이 아닌 마구잡이로 내지르는 주먹.
얼굴만은 제외하며 나는 벤디 씨의 몸통에 계속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커흑! 으악! 어억! 에, 엘시 님! 잠깐만! 이거 진짜 아팟! 아얏! 크학! 엘시 니이이이임!!"
"아!"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벤디 씨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주먹을 멈췄다.
어? 어어?
어라?
정신을 차려보니 벤디 씨는 두 팔로 몸통을 가리시며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고 계셨다.
"괘, 괜찮으세요?"
"어, 어떻게든 괜찮습니다. 주먹이 정말…… 뼈,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군요. 노, 놀랐습니다."
"아, 그게, 저기, 그, 그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어지러워진다.
이, 이건 합격했다는 걸까요? 아, 아니면 불합격?
"저, 저기, 엘시 님……."
"네, 네!"
"시험은 끝났습니다. 바, 발 등 좀 놔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죄, 죄송해요!"
아직까지고 벤디 씨의 발등을 밟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히, 힐 걸어드릴게요! 힐!"
그리고 바로 벤디 씨에게 온 힘을 담아 힐을 걸었다.
"오, 오오…… 굉장해. 아픔이 바로 가십니다."
벤디 씨가 자신의 두 팔을 바라보시며 감탄하셨다.
"저, 저기…… 시험은 어떻게 됐나요?"
"시험입니까? 물론 합격입니다. 저를 이렇게 내몰았으니 당연히 합격이죠."
"내, 내몰았다뇨. 저, 저는 그저 벤디 씨가 방심하신 덕분에 그……."
"물론 제가 방심한 것도 있습니다만 엘시 님의 체술은 훌륭하였습니다. 그러시죠, 마렌 대신관님."
"네, 물론입니다."
마렌 대신관님이 랜트와 함께 내 곁으로 걸어오셨다.
"축하드립니다, 엘시 님. 이걸로 시험은 다 끝났습니다. 대신관 마렌의 이름으로 엘시 님은 오늘부터 상급 신관입니다."
마렌 대신관님의 말이 실은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말로 나는…… 상급 신관이 된 걸까?
"엘시! 상급 신관 된 거 축하해! 방금 모습도 엄청 멋졌어!"
"아……."
랜트의 말에 마음이 따스해진다.
나를 축하해주고 날 보며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멋지다고 칭찬해주는 랜트의 말에 가슴이 뛰었다.
상급 신관이 됐다는 마렌 대신관님의 말에는 잘 실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네, 랜트! 고마워요!"
상급 신관이 된 것을 축하해주는 랜트의 말은 기쁨과 함께 내가 상급 신관이 됐다는 실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