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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6화 〉 망상외전­네이토의 네토기! ED3 후회와 피폐의 히로인들!(4) (806/818)

〈 806화 〉 망상외전­네이토의 네토기! ED3 후회와 피폐의 히로인들!(4)

* * *

"랜……!"

멜리사는 랜트를 맞닥뜨린 순간.

랜트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랜트의 옆에 있는 칼리와 다른 4명의 여성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그녀들을 본 순간 멜리사는 플단에서 들었던 소문이 떠올랐다.

랜트가 다른 여성과 꽁냥대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랜트를 슬프게 하고 괴롭게 하는 자신들이 아닌 다른 여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그런 새로운 연인들과 같이 있는데.

과연 자신이 말을 걸 자격이 있는 걸까.

베인신의 힘이 작용했다고는 하지만 다른 남성과 자버린 자신이.

"아……."

마음 같으면 당장 랜트의 이름을 부르고 다가가고 싶었다.

랜트를 껴안고 그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제발 용서해달라고.

하지만 자신에게 자격이 있는 걸까.

랜트가 받아들여 주는 걸까.

네이토에게 건들여지지 않은 칼리만을 데리고 떠나버린 랜트가.

자신들을 두고 떠나버린 랜트가 과연 자신들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걸까.

수많은 갈등이 멜리사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한편 혼란스러운 건 랜트도 마찬가지였다.

'멜리…… 사?'

어째서 멜리사가 여기에 있는 걸까.

아니, 여기는 자신의 고향이자 멜리사의 고향이기도 하니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만날 줄은 몰랐다.

랜트는 만약 다시 만난다면.

자신의 마음이 다 누그러지고 풀어진 다음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연인들을 만나고 이어지고 행복한 생활을 하면서.

랜트의 마음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연인들에게 여행을 하는 도중 자신이 여행을 떠난 이유를 털어놓은 적도 있었다.

베인신의 농간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이 약해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연인들과의 일을.

그 이야기를 듣고 랜트의 새로운 연인들은 랜트를 껴안고 위로해줬다.

그 위로를 받고 랜트는 다음에 만나면 그녀들과 다시.

새로운 연인들도 함께해서 이번에야 뺏기지 말고 행복해지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은 랜트의 마음은 완전히 그것을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다.

멜리사를 본 순간.

그리움과 애틋함이 마음속에서 피어났다.

그와 동시에 그때의 슬픔이 다시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때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랜트는 차마 멜리사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멜리사가 보였다.

떠날 때보다도 더욱 수척해 보이고 기운 없어 보이며 불안해 보이는 멜리사가 보였다.

마음이 좀 더 강했더라면 당장 멜리사에게 다가가 왜 이렇게 안 좋아진거냐고 묻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이 약해서.

멜리사나 다른 연인들이 나쁜 게 아닌데.

떠나버려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허나 사람의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었다.

아무리 그렇게 말하고 싶어도 그때와 같이 밀려오는 슬픔은 랜트의 말을 막게 하고.

"아……."

결국 랜트가 선택하는 건 멜리사를 지나치는 것이었다.

랜트가 아직 자신의 마음이 약해서 마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 선택은.

멜리사에게 있어서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젠 상종하기도 싫다.

관심을 주기 싫다.

완전한 무시의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털썩하고 무릎을 꿇는 멜리사.

아픔이.

슬픔이.

절망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점점 커져 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여기서 주저앉아 있으실 건가요?"

"어……?"

순간 자신에게 걸린 목소리에 고개를 드는 멜리사.

고개를 드니 사피니가 멜리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말…… 얘기로는 들었지만 참 한심하군요. 특징을 보아하니 당신이 멜리사군요."

"당신은……."

"저는 사피니 아스라일. 용사님…… 랜트 님의 새로운 연인입니다."

"읏……."

새로운 연인이라는 말에 다시 가슴이 죄어오는 멜리사.

그런 멜리사의 반응은 무시하고 사피니는 말을 이어갔다.

"사정은 저희도 어느 정도 랜트 님에게 들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군요. 설마 베인신의 농간으로 그렇게 되다니. 동정은 합니다. 하지만 정말 한심하네요."

"한심하다니……."

"한심합니다. 랜트 님을 만나고 사과도 안 하고 그저 침묵하고만 있다니. 어이가 없어지는군요."

"그, 그건……!"

"어차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 안 나온 거겠지요."

"윽……."

"뭐,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후우. 오히려 그런 태도가 랜트 님에게 그런 표정을 보이게 한다는 게…… 랜트 님에게 그렇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분하군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알려주기 싫습니다. 그러니 분풀이나 하도록 하지요."

후우, 하고 잠시 숨을 고른 사피니는 멜리사에게 말했다.

"감사해요, 멜리사 씨. 그리고 지금 여기에 없는 연인분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감사? 감사라니 무슨……."

"그야 당신들이 랜트 님을 상처입히고서 붙잡지도 않은 감사지요. 덕분에 저는. 저희는 랜트 님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뭣……!"

아무리 절망에 휩싸인 멜리사여도 그 말은 참기가 어려웠다.

자신만 혼자 욕을 먹는 건.

매도를 받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지금 플단과 솔에 있는 랜트를 만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다른 연인들까지 한꺼번에 욕하는 건.

멜리사는 참을 수 없었다.

"당신! 함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랜트 님의 연인이니까요. 버림받은 당신들과는 다르게."

"으윽!"

얼음공주라고 불리는 싸늘한 눈초리로 멜리사를 쳐다보는 사피니.

멜리사는 그 눈매에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버림받았다는 그 말이 멜리사의 가슴을 꿰뚫어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다.

"사피니."

그때 르미나가 사피니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알고 있어요. 그저 분풀이에요."

"해도 기분 좋지 않았죠?"

"그러…… 네요. 이 사람이 정말로 뻔뻔하고 나쁜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속 시원했을까요."

"그런 분이 랜트 님의 연인이 됐을 리 없잖아요?"

"……."

르미나는 아직도 자신들을 올려다보고 있는 멜리사를 향해 말했다.

"멜리사 씨."

"당신은……."

"저는 르미나라고 합니다. 랜트 님은 아직 마음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게 아닙니다. 지금은 당신과…… 다른 분들과 마주할 상태가 아니에요. 그래도 랜트 님이 당신들을 미워하고 있는 건 아니랍니다."

"정말…… 정말인가요? 랜트가. 랜트가 저희를 안 미워한다고요?"

'그럴…… 그럴 리가…….'

방금까지 무시를 당해 르미나의 말이 잘 믿겨 지지 않은 멜리사.

르미나는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멜리사에게 말했다.

"네. 랜트 님이 당신들에 대해 얘기할 때도 증오나 미움은 없었답니다. 그저 지키지 못한 자신의 무력함과 떠나버린 자신의 나약함에 대해 말할 뿐이었지요."

"래, 랜트……."

랜트가 자신들을 미워하지 않았다는 안도와 함께.

그렇게 상처를 입혔는데 차라리 미워해 줬으면 하는 모순된 감정이 멜리사를 감쌌다.

"그러니 지금은 기다려주세요. 랜트 님의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

"물론 그동안은 저희가 랜트 님의 곁에서 그 상처가 더욱 빨리 치유가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르미나는 사피니와 함께 랜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형씨? 괜찮아? 가슴 만질래?"

"나의 임시 주인이여! 안색이 안 좋구나! 네가 원한다면 오늘은 내 특별히…… 그, 조금 부끄러운 행위라도 해주마!"

"고마워, 미켈, 카리나. 난 괜찮아."

뒤에서 들려오는.

랜트를 위로하는 다른 여인들의 목소리.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멜리사는 더욱 가슴이 미어터질 것만 같았다.

아직도 랜트가 아파하고 있다.

자신을 보고 무시할 정도로 아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있고.

그리고 그 상처를 만든 원인은 자신들에게 있었다.

어째서 자신은.

자신들은 뒤에서 들려오는 여성들처럼 랜트를 위로하지 못한 걸까.

그 상냥하던 랜트를.

자신들에게 끝없는 사랑을 줬던 랜트를.

상처입히기만 하고 떠나게 해버리게 하고만 것일까.

그깟 베인신이 뭔데.

그깟 베인신의 농간이 뭔데.

자신들은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만들어버리고 만 걸까.

지금 당장이라도 랜트에게 매달려 사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여전히 랜트가 자신들 때문에 아파한다면.

차라리 자신들 따위는 잊고 새로 생긴 여인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더욱 랜트를 위한 게 아닐까.

그런 의문만 들뿐.

지금의 멜리사에게는 무엇 하나 제대로 결정할 수 없었다.

그저 확실한 건.

랜트에게 잘못을 해버렸다는 후회만이 가슴속에 계속 눌어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밤.

랜트는 분신을 사용해서 마을 여관에서 4명의 연인과 칼리를 동시에 귀여워해 주고 사랑해줬다.

멜리사를 만나고 복잡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격렬했던 랜트의 섹스.

섹스를 모두 끝내고 칼리를 제외한 랜트의 새로운 연인들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랜트를 걱정하고 위로의 말을 건넸었다.

"괜찮으신가요, 용사님?"

"정말 괜찮은 거지, 형씨?"

"불편한 마음이 있다면 모두 털어놔 주십시오."

"주인의 불만을 듣는 것도 이, 임시 종복의 사명이다! 말해라!"

"괜찮아요. 모두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멜리사를 만나고 랜트는 아직 자신의 마음이 약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때만큼은 아니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렇기에 랜트는 생각했다.

아직은 아니더라도.

아직은 만나기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그녀들과 마주하는 날을 맞이하자고.

새롭게 생긴 연인들의 살결을 느끼며 랜트는 그리 결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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