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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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과의 교실은 다른 학과에 비해서도 견고하게 건설되어 있다.
상당한 수의 인원을 수용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안전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도 큰 이유는 역시 실습 중에 행사되는 마법에 견디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딸깍. 딸깍.
마법학과의 담당 교수로 보이는 검은 로브의 여성이 강단의 위에 선 채로.
조용히 손에 든 시계와 같은 물건에 달린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그녀의 머리 위에 띄워져 있는 환영에 보이는 숫자가 하나씩 늘어간다.
69, 70, 71.
"플레어 스파이크!!"
다음 순간, 고함과 같이 외쳐지는 소녀의 목소리.
길었던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나타난 것은 붉은 화염구에서 뻗어 나오는 화염의 가시이다.
그것은 곧바로 소녀의 앞에서 다른 마법을 준비하던 남학생의 몸을 붙잡고
몸에 펼쳐져 있던 주문 방어막을 박살 낸다.
딸깍.
주문 방어막을 유지할 수 없는 패배로 처리.
다시 한 번 교수의 시계의 버튼이 눌리며 주변은 침묵으로 둘러싸인다.
교수가 슬쩍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난장판이 된 교실의 중앙.
붉은 머리의 소녀가 여전히 넘치는 마력압을 만들어 주변을 위협하고 있었고.
그녀의 주변에는 같은 학과의 학생들이 널브러진 채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72명... 정확하게. 5분 내로 모두 전투불능으로 만들었군요."
교수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조용한 말투로 들고 있던 시계를 주머니로 되돌린다.
그리고 조용히 박수를 치며 선언하는 것이었다.
"마법학과의 전통에 따라. `계승 의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라일라 플레임워치를, 오늘부터 마법학과의 수석으로 인정합니다."
교수 외의 박수 소리는 올라오지 않았다.
모두 분하다는 얼굴, 혹은 절망적인 얼굴.
오직 승자인 라일라 뿐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전투의 흥분, 그리고 해냈다는 달성감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또 한 명.
"라일라!"
참관자로서 교실에 펼쳐진 방호결계 뒤에 있던 베아트릭스가.
교실의 계단을 뛰어 내려와 그대로 라일라에게 안겨들었다.
"베, 베아! 갑자기 뛰어들지 마...! 무거워!"
라일라는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에게 매달린 그녀를 떨어트리려고 한다.
그날을 계기로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통한 친구 사이가 된 베아트릭스와 라일라.
몰락귀족에 시골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조금 소외당하던 베아였지만.
라일라와 친하게 지내면서, 그녀는 더더욱 마법학과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하지만 베아트릭스는 그런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소중한 친구가 함께 있었으니까.
붉은 제복의 괴한들의 습격으로부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라일라는 그녀의 조부 대신, 베아로부터 `가불`의 사용을 금지당해.
그녀의 철저한 관리와 보조하에 하루하루를 연구와 공부로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일까.
겨우 1년 사이에, 자신이 사용 가능한 마법의 티어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오늘은 그 집대성에 가까운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마법학과 `수석`으로써 인정받기 위한 계승의식.
그 마지막인 72인 결투를 무사히 끝마친 것이다.
그전에는 새로운 마법에 대한 논문 제출.
고대 유물을 연구한 결과 발표.
12 원로들 앞에서 펼치는 강연 등등...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오늘의 마지막 시험은 그녀로서도 그간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 통쾌한 것이었다.
자신의 마법에 당해 땅바닥을 구르는 평소의 잘난 척 하던 급우들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근본적인 면에서, 라일라 플레임워치는 1년 전에 비하여 바뀌지 않았다.
베아트릭스가 곁에서 그녀를 지탱해 주는 것으로.
위험한 줄타기와 같았던 나날은 멈췄지만.
여전히 그녀는 더욱 위로 올라가길 원했고.
자신의 이해자인 베아 외의 인물에게는 차가웠다.
당연히, 라일라의 평가는 높아져 가는 그녀의 실력과 반비례해서 내려갈 뿐.
베아트릭스는 덩달아 그 평가에 휘말려 안 좋은 소문이 들릴 때도 있었다.
두 사람은 동성애자 커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문부터 시작해서.
라일라가 자신의 시종으로 쓰려고 베아트릭스를 곁에 두고 있다는 둥.
하지만 라일라도 베아도 그런 헛소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타입이었다.
언젠가, 라일라는 베아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째서 자신처럼 인성 최악인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구는 것이냐고.
"음... 라일라는 혼자 두면 어디까지고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 같아서...?"
"개척자 정신이 출중하다는 거야?"
"아니, 위험한 쪽으로…."
즉, 베아는 그녀의 폭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뜻은 같더라도, 베아의 표현은 조금 더 부드러운 인상의 대답이기는 했지만.
라일라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서, 그다지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릴 때까지 몇 초 걸리지 않았다.
일련의 사건으로 자신이 스스로를 제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았으니.
베아가 옆에서 자신을 붙잡아 준다면, 그런 걱정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그 이유는
"라일라, 오늘은 어떻게 할래?"
"기숙사의 짐을 싸두기는 해야 하지만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오늘도 들릴까 하는데."
라일라의 말에 베아가 얼굴을 환하게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교실을 나서는 두 사람.
가벼운 발걸음으로 긴 복도를 바로 나아가서.
그대로 향한 곳은, 조금 좋지 않은 소문이 있는 학과의 근처.
주변에는 건물도, 사람도 없는 넓은 공터의 위였다.
두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한 번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면 베아가 가방에서 작은 실타래를 꺼내 들었다.
그녀의 가계에 내려져 오는 고대의 유물.
이름은 `아리아드네`.
이 실타래는 하나하나가 주변의 마력을 끌어당기며 물질을 구성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에 거대한 미궁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꽤나 훌륭한 물건이다.
물론 현대의 기술력으로는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인간 한 명이나 두 명이 가지고 있는 마력으로 유물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땅속에 흐르는 마력의 줄기인 `영맥`의 힘을 빌린다.
아리아드네가 기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력을 불어넣고, 땅에 밀어 넣으면.
자동으로 마력의 흐름을 찾아 움직이는 실들이.
공터의 지하에 그녀들의 비밀 기지를 만들어낸다.
이윽고, 땅바닥에 차원 문과 같은 구멍이 발생하여.
두 사람은 그 안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001
아리아드네의 안은 마력 등이 없어도 늘 일정 이상의 밝기를 유지한다.
또한, 지하에 존재하더라도 습기나 온도에도 커다란 문제가 없으며.
언제나 인간이 활동하기에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고, 유지한다.
던전에 한없이 가까운 듯한 벽이나 복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이곳을 지금까지 들락날락하면서, 마물의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무엇보다 그런 위험한 물건이 이어져 내려왔을 리 없지.
라일라와 베아트릭스가 이곳에서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하냐면
"오늘도 구조가 바뀌어 있네…. 역시, 아리아드네는 사용할 때마다 조금씩 변형하는 것 같아."
베아는 사용자가 지녀야 할 능력을 통해, 미궁 전체의 구조를 파악했다.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벽의 질감, 바닥에 깔린 돌의 재질을 파악한다.
"구조 외에 변한 건 없는 것 같아. 이전에 잠깐 나타났던 흙으로 된 바닥은 우연이었던 걸까?"
이 커다랗고 복잡한 고대유물에 대한 분석과 연구였다.
베아트릭스가 말하길, 이 고대유물이야말로 몰락한 그녀의 가문이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열쇠라고.
그녀의 조부로부터 신신당부를 받았다는 듯하다.
하지만 본가의 서고에도, 가문의 어른들도.
이 물건이 대체 어떻게 가문의 부흥과 이어지는 것인지 아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라일라와 베아는 둘이서 함께 이 미궁을 탐색하고.
이 고대 유물이 감추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어 했다.
라일라로서도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아리아드네의 조사 역시, 베아와 마음을 터놓고 지내자마자 시작했기 때문에.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물론 매일 같이 이곳을 들락날락한 것은 아니었고.
바쁜 일정 속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부 공간으로만 쓰기 위해 고대 유물을 낭비한 적도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안으로 들어오면 마음을 뒤숭숭하게 하는 불안함과.
미지의 영역에 발을 집어넣은 듯한 두근거림으로.
라일라의 머릿속은 연구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 몸 전체를 가볍게 누르고 있는 `마력압`은, 역시 이 미궁에서 자체적으로 마력을 방출하고 있다는 증거야."
"마도구의 일종이니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라일라의 말에 베아는 대답하면서 그녀의 앞을 걸어간다.
일단 내부의 구조를 알고 있는 것은 배아뿐이고.
혹시라도 이 안에서 떨어지게 되면 베아의 도움 없이는 지상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또 다른 변화는 없는지 살피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눈에 띌만한 변화가 있는 것은 10번 중 1번 정도로.
대부분은 늘 똑같은 길, 똑같은 벽이 계속될 뿐이었다.
"있지 라일라. 아카데미 도서관에서 찾았던 자료 말이야…."
그런 변화 없는 미궁을 나아가던 도중, 베아는 조금 머뭇거리면서 입을 연다.
라일라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얼굴을 찌푸리면서 대답하는 것이었다.
"너무 편파적인 서술이야. 아직도 신경 쓰는 거야?"
베아트릭스의 가문의 선조.
아직 몰락하기 전의 그녀의 가문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마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피는 아직도, 지금의 후손들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몰락한 가문의 여성을 악마숭배자로 만드는 건 역사에서도 여러 번 있던 일이야."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신경 쓰지 말라고 덧붙인다.
이야기의 발단은 1주일쯤 전.
겨우 학과의 교수에게 도서관의 금서고에서
베아의 가문과 관련있는 서적을 열람하는 허락을 받은 두 사람이 찾아낸 사실은
그다지 기뻐할 만한 발견은 아니었다.
"으으... 하지만, 말야. 그러면, 나도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거잖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닐 가능성도 충분하다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는 라일라이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궤를 벗어난 마력적 재능.
그것이 만약 마족의 피가 근원이라고 한다면 쉽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하, 하지만…. 언제 마족처럼 뿔이나 날개가 자라날지 모르는걸…!"
베아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돌린다.
"크악."
바로 뒤쪽에 있던 라일라는 그녀가 몸을 돌리면서 휘둘러진 가슴과 코를 부딪쳐 버리고 말았다.
"미, 미안! 라일라! 좀 더 뒤에 있는 줄 알았어!"
"으, 으으..."
머리에서 뿔이나 날개가 자라는 게 걱정일지도 모른다고…?
엉덩이에서 소 꼬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좋을 텐데...
그녀들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금씩 2차 성징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1년 전에는 조금 통통한 수준에, 키는 자신과 비슷했던 그녀가.
이 1년 사이에, 귀여웠던 살들이 조금씩 가슴에 모이고.
키가 훌쩍 커서, 벌써 머리 하나 차이가 나는 것은.
같은 식사를 하는 라일라로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 분명 베아의 조상님은 `소(?) 마족`이었던 거야."
"너무해!?"
미래에 베아보다 더한 초록 머리의 여성과 만나게 될 줄 꿈에도 모르는 채.
라일라는 자신의 전혀 커지지 않는 몸을 내려다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002
결국, 오늘도 아리아드네에서 새롭게 알아낸 사실은 없었다.
시간이 더 늦어지기 전에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됐기에.
미궁을 빠져나가기 전, 주변에 사람이 지나다니는지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들어온 곳을 통해 빠져나가는 데에 성공한다.
크게 심호흡을 하면, 밤의 차가운 공기가 가슴을 통과하며.
기분 좋은 시원함이 몸을 쓸고 지나간다.
미궁의 내부는 아무래도 계속해서 따뜻한 느낌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
"기숙사 통금 시간엔 아슬아슬하겠네."
라일라의 말에 베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으, 응. 하지만 그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네?"
확실히, 통금 시간은 공용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에게만 적용된다.
수석이 된 라일라에게는 학교에서 지급되는 개인 저택이 기숙사를 대신하게 된다.
넓고, 공방까지 딸려 있는 개인 저택.
앞으로 연구가 더욱 진척될 것에는 틀림없었다.
다만 그렇게 되면 같이 돌아가는 일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베아는 그것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는 듯했지만.
최대한 표정으로 내색하려 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것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라일라는 그런 베아의 얼굴을 보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있지 베아. 그러면, 너도 저택으로 올래?"
"어?"
라일라의 제안에 베아는 눈을 크게 뜬다.
"수석쯤이 되면 조수를 두거나 하는 게 보통이래! 그리고 조수랑은 같이 살아도 된다는 것 같아."
누가 뭐라 해도 내 조수를 맡을 수 있는 건 베아 정도지~
같은 말을 덧붙이며 라일라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래도…. 돼?"
그럼, 베아는 정말로 괜찮겠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 인다.
"물론이야! 베아가 해주는 식사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계속 같이 연구할 수 있잖아?"
"으, 응...! 그, 그럼 나도 짐을 싸 두는 게 좋겠네…!"
라일라의 말에 베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쓸쓸한 얼굴은 이미 사라져버린 뒤였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어두운 길을 나아간다.
아무리 빛이 적고, 땅거미 진 어둠이 깔린 길이라고 하더라도.
서로가 함께라면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얕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003
"...늦네, 베아."
한발 먼저, 저택에 짐을 모두 옮긴 라일라.
오늘은 그녀에 이어 베아가 저택에 찾아올 차례였다.
어제도 온종일 저택에 라일라의 짐을 풀어놓으며.
청소나 식사를 도와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중간 지점에서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예상했던 시간이 돼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늦잠이라도 자나…? 아니면, 다른 길로 돌아서 갔나…?"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며, 우선 자신의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걷는 도중, 그리고 도착한 뒤에도.
베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땅바닥을 발의 앞으로 딱.딱. 차며
팔짱을 낀 채 친구를 기다리는 라일라.
만나면 설교라도 해줄 생각이었지만.
점점, 짜증은 걱정으로 바뀌어 간다.
결국, 불안을 참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발을 옮긴다.
이번에는 그녀의 기숙사로 향하지만.
기숙사를 관리하는 노파에게 물어보면
이미 아침 일찍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기숙사를 나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순간, 정신이 아찔해진다.
자신에 대한 분노나, 질투를 베아에게 풀려고 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그녀가 가진 마력은 분명 훌륭하지만, 아직 전투 실력만으로 보자면 라일라의 쪽이 위였다.
초조해진 라일라는 그대로 베아트릭스를 찾기 위해 아카데미 곳곳을 뛰어다녔다.
안전을 위해 비행마법을 금지해 둔 교칙을 어길까 생각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시끄러운 교사와 맞닥트리면 설교로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학과의 교실.
불량배들이 모이는 뒷골목.
자유시장.
어딜 가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푸라기 같은 희망을 잡는 기분으로
두 사람이 늘 아리아드네를 탐색하기 위해 사용하던 공터로 뛰어간다.
공터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가슴의 술렁임이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곳에 가까이 가면.
몸을 지나치는 이상한 감각과 함께.
주변의 광경이 일변한다.
마치, 경계선과 같은 결계를 통과하면.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투의 흔적이 보였다.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는 것은, 붉은 제복의 학생들.
대부분은 화염마법에 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베아가... 한건가?"
자신이 개발한 마법의 흔적이라면 반드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런 부류였다.
그리고 자신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라일라 본인과 베아트릭스.
라일라가 서둘러 평소의 위치로 향하면.
그곳에는 아직 입구에 남아있는 마력통로가 보인다.
아리아드네를 가지고 있는 것은 베아 뿐.
전투 도중, 이곳으로 숨어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베아! 조금만 기다려 줘...!"
그렇게 말하며, 마력통로의 입구를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간 순간.
라일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아리아드네`의 내부를 보게 된다.
마치 살덩이처럼 꿈틀거리는 벽과 바닥.
곳곳에 흥건히 뿌려져 있는 피.
귀의 언저리를 울리는 낮은 짐승의 울부짖음 소리.
"뭐, 야... 이건...!?"
전에 없는 혐오스러운 광경과 몸 전체를 뒤덮는 오한.
공포조차 느끼는 현실에 라일라는 떨리는 다리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그녀의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순간, 무언가를 밟았다고 생각했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잘려나간 팔이 있었다.
"윽...!"
솟아오르는 구역질을 억지로 억누르며.
천천히, 천천히.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짙은 피냄새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평상시의 미궁 내부에서도 곳곳에 있는 넓은 공간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갈기갈기 찢겨나간 남성의 시체.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베아트릭스의 몸.
마지막으로.
소의 머리를 한, 인간형의 마물.
"미노,타우르스...?"
국가 하나를 위기로 몰아넣을 정도의 힘을 가진 거대한 마물이.
피를 떨어트리는 도끼를 든 채로 서 있었다.
"베, 베아...!"
몸 전체를 짓누르는 위압감을 어떻게든 이기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소의 머리를 한 마물이 입을 커다랗게 벌리며.
자신 친구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어?"
바보 같은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핏물이 사방으로 튀며.
그녀의 몸이 목째로 들려졌다.
"베, 아...?"
믿을 수 없는 표정이 되어 미노타우르스를 향해 손을 뻗은 다음 순간.
사용자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원인일까.
아리아드네가 유지를 강제적으로 해제하며 수축을 개시했다.
안에 있는 생명체는, 자동으로 바깥으로 배출된다.
"아, 안 돼! 베아! 베아!!!"
라일라가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나가도, 전혀 좁혀지지 않는 거리.
바닥은 그녀가 나아가려는 방향과 반대
즉, 출구를 향해서 움직인다.
결국, 그 흐름에 휘말려 닫혀가는 세계에서 빠져나온 라일라는.
어느샌가 평소의 공터로 돌아와.
주변을 둘러보면, 널브러진 붉은 제복의 학생들의 모습만이 보였다.
미친 듯이 맨손으로 땅을 파냈다.
혹시라도 이 아래에 아직, 아리아드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톱이 깨지고, 손가락이 무언가에 베이더라도.
멈추지 않고 흙을 뒤집어 보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새로운 생활에 들떠 하며 같이 웃고 있던 친구의 흔적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째서..."
라일라는 머리를 붙잡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는가.
베아트릭스는 대체 어떻게 되었는가.
평소의 지식이나 지혜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너무나도 불합리한 상황.
가슴을 찢는 듯한 가슴 쪽의 고통과
산소가 부족한 듯 심호흡이 가팔라지며 두통이 찾아온다.
그 분노는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붉은 제복들을 향한다.
허공에 솟아오르는 화염들이 차례대로 그들을 목표로 지정하고 쇄도한다.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기 위해.
하지만 다음 순간, 그런 모든 불길을 잠재우는 이가 있었다.
손가락을 휘두르면서 나타난 것은.
언제나처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마법학과의 교수.
거대한 마법행사를 감지하고 찾아온 것일까.
그녀는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라일라에게 다가와.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수면 마법을 사용한다.
라일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기절하듯 잠이 들고 마는 것이었다.
004
정신이 들었을 때.
라일라는 자신의 저택의 침대 위에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언제나처럼 웃어 보이는 유일한 친구.
베아트릭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수업 중에나 볼 수 있는 그녀의 담당 교수가 무표정하게 앉아.
그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베아와 라일라를 습격한 것은 `집행과`라고 불리는 아카데미 내부의 불온분자들로.
무언가의 목적을 위해 두 사람의 신변을 노린 것이라는 것.
그들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는 일개 교수진들에는 알려지지 않다는 것.
12원로, 그리고 검은 교전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인물들과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것.
그 모든 것이 아카데미의 어둠과 깊게 연결된 존재들이라는 것.
그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았다.
"베아는?"
라일라의 말에 교수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일으키지 않고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 ..."
라일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신기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주먹을 꽉 쥔 채 몸을 일으켰다.
"... ...금서고에 자유롭게 들어가려면 얼마나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해?"
교수는 그런 권한이 있는 것은 역시 12원로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서둘러야겠네. 시간이 없어. 베아트릭스를 찾기 위해서…."
그녀의 얼굴은 1년 전의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무런 기댈 곳 없이.
그저, 기어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던 라일라 플레임워치.
그 본연의 모습으로.
하지만 그 목적에는 분명히 한 문장이 더 추가되어 있었다.
금서고에는 베아트릭스의 가문에 대한 정보가 아직 남아있다.
그것을 통하면 어쩌면 베아트릭스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부, 그리고 유일한 친구를 위해서라면.
자신은 무엇이라도 하겠다.
설령 그것이 타인을 얼마나 상처 입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추락하기 전의 라일라를 만들어낸 모든 것이었다.
이 소녀가 꺾이고, 부서져서.
새롭게 시작하기 전까지.
그녀를 지배하고 있던 모든 가치관이었다.
그리고 아리아드네와 베아트릭스.
집행과와 자신.
하나로 이어진 모든 운명을 저주하는 것이었다.
`──`
소리 없는 비명만이 가슴속에 울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