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80화 (80/506)

〈 80화 〉 미궁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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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과도 같은 성검의 참격이 통로의 내부를 휩쓴다.

깨져나간 유리 파편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푸른색의 유리검으로 변하며 아루루의 우아한 손의 지휘를 따라.

이어지는 칼날이 되어 그 수가 10이 넘는 연속되는 공격을 자아내었다.

서슬 퍼런 검이 그 움직임을 멈추면, 다음 순간.

아루루를 둘러쌓고 서 있던 집행과의 일원들은 그 자리에서 모두 쓰러진다.

아루루가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듯 한 번 휘두른 뒤 허리로 돌리면.

공중에 떠 있던 복제된 성검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푸른 빛으로 흩어져 소멸한다.

이걸로 11명 째. 아직 누구와도 합류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확하게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집행과의 학생들을 보며 아루루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아리아드네의 제어자는 미궁의 내부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우리를 분단시키고,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현재 미궁에 들어와 있는 이들 중에서 가장 위험도가 높다고 한다면.

역시 아루루와 클레온, 이 두 사람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루루의 경우 마검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클레온에 비하면.

절대적인 성검의 위력은 최대의 방해요소이자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휘하의 학생들을 이렇게 보내더라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설령 덤벼오는 학생들의 수가 두자릿수를 넘어간다 하더라도,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큰 의미가 생기지 않는다.

차라리, 넓은 공간으로 자신을 유도하고 그곳에서 집행과의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가능성이 조금 생기겠지.

아루루에게 있어서 방심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그것이 다수를 상대할 때라면 틈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압도적인 화력으로 유리검의 방어를 순식간에 뚫고.

자신을 무력화하기 위해선, 아루루의 발을 묶은 상태에서 고위력의 마법을 난사할 필요가 있었다.

집행과에 그런 인재가 존재할까? 물론, 일반적인 학생들에 비해서는 강력한 무장이나 높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들이 학교의 그림자에서 활동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악행을 반복해온 조직이라는 데에서는.

조금 의문이 생길 정도로, 일이 쉽게 흘러가고 있었다.

무언가의 함정인가, 아니면 차석이라는 하나의 중심점을 잃고 붕괴한 조직의 비참한 현실인가.

어느 쪽이 되었던 이렇게 자신을 계속 노려준다면 아루루로서도 다른 학생들에게 위험이 가지 않게 되니 고마운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멈추지 않던 발걸음은, 앞쪽의 코너 너머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의해 정지한다.

저벅. 저벅.

들려오는 것은 가죽 부츠에 의한 발소리. 규칙적이며, 균일 된 보폭으로 앞을 향해 걷고 있었다.

잘 훈련된 인간의 발걸음. 호흡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어딘가 여유가 있는 듯했다.

아루루는 그것이 집행과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발걸음은 이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발걸음의 주인을 보며 아루루는 미소를 지었다.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합류해서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며 상대방에게 다가가려 한순간.

아루루는 검을 빼 들었다.

상대방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기습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튕겨 나간 양쪽의 검.

아루루는 당황한 얼굴이 되어, 정신보다 먼저 움직인 자신의 검과 상대방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큭!?"

그리고 그 상대의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 이어진다.

세뇌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아루루의 머릿속을 의문이 가득 채우지만

이 공격의 기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상대방의 실력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났다.

공격의 위력 자체는 아루루의 검을 부수지 못할 정도로 어중간하지만, 그 속도와 수는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였다.

그것이 역으로, 검이 부서지는 것으로 능력이 점점 강해지는 아루루와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스스로 벽이나 바닥에 검을 휘둘러 부러트리려 하면­

놀랍게도 벽도, 바닥도 물컹한 재질이 되어 충격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즉, 검을 부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설, 마…. 네가!?"

다음 순간, 자신이 도달한 가능성을 깨닫고 경악한 표정을 짓지만.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다음 순간, 자신의 등에 닿는 딱딱한 감촉.

어느샌가 그 공격에 밀려 뒷걸음질을 반복한 결과 벽에 접촉한 것이다.

그리고 벽은 마치 살아있는 듯 아루루를 붙잡는다.

"큿…. 어, 째서…."

마치 힘을 흡수하듯 자신의 몸에서 마력과 체력이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아루루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만다.

방심은 하지 않았다.

의문을 느끼더라도 상대를 베는 것에도 주저함도 없었다.

용사로서 훈련받아온 것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얼굴이라고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악의 손이 뻗어올지 모른다는 가르침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한 수 위였을 뿐이었다.

적어도 아루루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001

같은 시각, 클레온은 티나를 뒤에 데린 채로 그녀의 말에 따라 통로를 나아가고 있었다.

도중 집행과의 일원을 만나는 일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클레온의 기습의 일격으로

교전다운 교전이 일어나는 일 없이 무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사람이 도약하여 천장을 박차고 자신에게 달려든다는 것을 누가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것은 클레온이 평소에 사용하던 스승의 검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탈체크의 검술은 한 합 한 합이 공기를 찢고, 벨 수 없는 것의 `베이면 안 되는 곳`을 베는 경지의 검술.

그만큼 호쾌하고, 무거우며 또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렇게 사방이 벽으로 둘러 쌓여있고, 또 뒤에 동료를 데리고 있다면.

정면에서 싸우는 것보다도 한발 먼저 행동하여 적을 무력화시키는 루베라의 암살검이 더 어울렸다.

그녀와 연을 맺어 각인으로부터 검술을 습득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고, 클레온은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왕도로 가서 흑마의 일족이 일하고 있는 창관을 박살 낸다고 했는데,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클레온 강사님."

이오나와는 이전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도 기관에 남아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쪽으로 합류하는 데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던가.

그녀 역시 책임감 있는 성격으로, 탈체크의 유언에 따라 자유롭게 기관을 나와도 될 터이다.

인수인계는 확실히 하고, 급한 일은 모두 처리한 뒤에나 그곳을 떠날 수 있다고 했다.

"강사님?"

루티와 페르디아는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을까.

다시 한 번 길드 마스터로서 도시를 지키고 있을 루티와 조직의 아이들을 위해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을 페르디아.

상당히 바쁜 것인지, 얼마 전 쿠온이 편지를 보냈을 때 답장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던 것을 떠올린다.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지만, 그들은 모두 클레온과 각인으로 이어져 있는 존재이다.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알 수 있으니,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ㅅ... 강사님!"

손을 붙잡는 티나에 의해 퍼뜩 정신이 들어 뒤를 돌아보는 클레온.

티나는 몇 번이고 그를 불렀는데도 반응하지 않는 클레온에게 조금 볼을 부풀린다.

"정말,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불러도 반응이 없으세요?"

"...미안하군, 무슨 일이지?"

클레온이 사과하면 티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야기한다.

"아뇨, 슬슬 목적지라고 생각해서요. 들어가기 전에 말씀드리려고 한 거에요."

"벌써 인가…? 정말 길을 잘 기억하고 있나 보군."

"헤헤, 기억력만큼은 자신이 있어요."

요리의 레시피를 기억해야 하거든요!

라고 말하며 검지를 치켜들고 어깨를 으쓱이는 티나.

하지만 곧이어, 그런 태도를 버리고 걱정스러운 얼굴이 된다.

"미궁의 중앙부­ 지금부터 향하는 곳에는 차석파의 집행과 들이 수석파를 감금해 놓고 있어요."

"...차석파와 수석파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고 했지. 하지만 감금…. 인가. 어째서 죽이지 않는 거지?"

클레온으로서는 외부인을 죽이고 이용하는 데에 아무런 저항도 가지지 않는 집행과의 인간들이.

눈엣가시 같은 내부의 적을 살리지 않고, 그저 감금하는 데에 그쳐있다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면 티나는 머뭇거리면서 이야기한다.

"듣기로는, 집행과의 인간들은 `맹약(기어스)`를 맺어서 서로를 죽이지 못하게 되어있다고 하나 봐요."

맹약. 루티에게도 걸려있는 영혼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이다.

이것을 어겼을 경우 최악에는 영혼의 소멸, 조금 낫더라 하더라도 마력이나 목숨을 잃게 된다.

거대한 집단의 그림자에서 움직이는 만큼, 배신에는 민감한 조직일 것이다.

다만, 그런 만큼 내부에서 힘이나 가치관을 중시하여 파벌이 갈리는 것만큼은 막지 못했던 것이겠지.

동료끼리 서로를 헤치면 안 된다는 규칙이, 힘에 의한 지배를 불가능하게 하여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것이 누군가를 지킨다거나, 숭고한 목적을 두고 모두의 의지를 하나로 할 수 있는 집단이라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라일라의 기억에서 본 것이나, 지금까지의 일을 보고 느낀 이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 외의 모든 것을 잘라낼 수 있는 가지치기용 가위와도 같은 인간들.

그 가위를 쥐고 있는 것은 아마, 12석의 원로회일 것이다.

"아리아드네의 지배권은, 그러면 차석파의 일원들이 가지고 있는 건가?"

"미궁의 제어는 중앙방에 있는 `제어 장치`로 행하고 있어요. 만질 수 있는 건 일부지만요."

아리아드네의 본래의 주인은 지금은 없는 베아트릭스이다.

클레온이 생각한대로, 이 미궁에 무언가 의지가 있다고 한다면.

베아트릭스 외의 인간이 이 미궁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제어장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럼…. 집행과의 수석도 같이 감금되어 있는 건가?“

"수석, 인가요? 어째서, 그녀에 관한 것을."

티나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클레온에게 대답한다.

클레온은 잠시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뜨지만, 이내 그녀의 의문에 대답해 주는 것이었다.

"데미우르고스... 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군. 그것을 집행과의 수석이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럼 티나는 잠시 말을 하는 것을 주저하는 듯하다가 이야기한다.

"집행과의 수석은…. 잡혀 있지 않아요. 도망쳤죠. 자신들을 믿었던 이들을 버리고."

"...뭐?"

티나의 말에 클레온은 조금 놀란 듯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유일하게 이 미궁에서 제어장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미궁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이에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미궁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출입할 수 있어요."

"...즉, 현재 아리아드네의 소유자는 `그녀`라는 것인가."

클레온은 아리아드네가 이미 누군가의 소유자가 되어있다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런 그녀의 의지와는 별개로 미궁 자체를 제어하는 장치가 준비되어있다는 것에서.

수석과 차석의 갈등이 생각한 것보다도 심한 것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수석이 이 안에 없다고 한다면, 데미우르고스라는 것의 회수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티나라는 소녀의 정체에 대해서, 역시 의문이 사라지질 않는다.

자신이 앞에 나가서 싸워서 적을 베어 넘기는 거에 대해 마치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요리에서 고기를 다뤄 피나 칼에 익숙하다지만, 요리와 전투는 전혀 다르다.

사람이 눈 앞에서 비명을 지르며(설령 비명을 지르지 않더라도)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

놀라거나,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길을 외우고 있다고 하지만.

거침없이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안내해 주면서, 집행과의 내부 상황에도 빠삭했다.

"티나, 너는 설마­"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려 한 찰나.

"어머, 그쪽에 있는 건…. 클레온 강사님?"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조금 먼 곳에서 리오메스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몸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튀어 있는 것이 보인다.

양손에는 음의 마력과 양의 마력.

이미 누군가와 전투를 한 번 경험한 것이겠지.

"리오메스."

클레온은 그녀를 잠시 보더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넨다.

"얼굴, 피가 묻어있다."

"어머, 그런가요? 전혀 몰랐어요."

리오메스는 감사의 의미를 담은 눈웃음을 짓더니 얌전한 손놀림으로 클레온에게서 받은 손수건을 이용해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낸다.

"죽인 건 아니겠지…."

"혈을 찔러서 움직임을 봉하고, 무력화시켰을 뿐입니다. 좁은 구멍으로 피가 튀다 보니, 이렇게 저한테도 날아오네요."

그녀는 피가 묻은 클레온의 손수건을 잠시 보더니 말한다. 그녀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

"마음대로 해."

"크흠..."

그러자, 클레온의 뒤쪽에서 헛기침 소리가 난다.

리오메스와 클레온 양쪽 모두 그녀에게 시선이 돌아가면, 티나가 자신도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었다.

"어머, 이쪽의 소녀분은­"

"티나다. 스스로는 요리과의 학생이라고 하는데."

클레온은 아까의 자신이 이야기하려 했던 것을 이어 하려 한다.

그러자­

"물론 알고 있어요! 티나 양께는 예전에 우랑, 우신(소의 생식기) 요리를 부탁한 적이 있거든요!`

"... ..."

리오메스가 눈을 빛내며 이야기하자, 클레온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버린다.

"처음 먹어보는 데 정말로 훌륭한 맛이었답니다! 꽤 희귀한 식재료라서 손쉽게 구할 수 없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먹게 되어서. 우랑은 생각했던 것보다 쫄깃하지는 않­"

"아, 아... 됐어. 응. 알았어."

클레온은 리오메스의 말을 틀어막고 한숨을 내쉰다.

티나 역시 그런 리오메스를 보면서 살짝 굳은 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강사님. 무언가 이야기 하려 하셨죠?"

티나가 클레온에게 그렇게 물어본다.

그 얼굴은 어디까지나 궁금증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클레온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는 터벅터벅. 티나가 알려준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었다.

"...후우."

티나와 리오메스의 눈길이 마주친다.

리오메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요염한 미소를 지은 뒤 몸을 돌려 클레온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002

그 뒤로도 클레온과 리오메스는 파죽지세의 기세로 미궁의 통로를 걸어나갔다.

리오메스는 그 연약해 보일 정도로 가늘고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체술을 통하여 적의 급소에 마력을 흘려 넣어 무력화시키는 기술을 사용했다.

이전에 심문할 때 보여줬던 기술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지만.

이것을 보면 실제로 신체의 감도 3000배도 문제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같은 생각이 든다.

"하아~ 클레온 강사님. 듣던 대로 강하시군요."

그런 리오메스의 옆에서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클레온.

그 역시 상대방을 죽이지 않기 위해 검날이 있는 방향으로 얕게 베어내어 몸에 틈을 만들면.

검날을 통해 흘려보낸 마나 쇼크가 몸의 안에 침투하여 상대방의 의식을 빼앗는다.

처음부터 마나 쇼크가 둘린 상태에서 적을 베면, 그 몸 표면에 마력이 흩어져 효력이 제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에.

검으로 베어내는 것에서 아주 조금의 간격을 두고 검날에 마법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그야말로 찰나의 마력제어가 필요한 기술이었다.

리오메스의 기술 역시 마력제어가 주류인 물건이니, 그녀에게도 클레온이 행하는 기술의 어려움이 이해가 가는 것이겠지.

티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용히 두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이제 이 앞을 돌면 미궁의 심장부가 나올 거에요, 소란스럽지는 않은 것을 봐서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저희 둘이서 청소하게 되겠군요?"

리오메스가 클레온에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아루루는 아직인 건가."

"아무리 검술과의 수석, 성검의 용사라고 하더라도 미궁에서 길을 찾는 것까지는 특기가 아닐 수 있죠."

클레온의 말에 리오메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대답한다.

확실히 지금까지 자신들이 만나서 쓰러트려 온 상대가 집행과의 평균적인 실력이라면.

아루루는 혼자라도 문제없이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 제어장치를 통해서 도망치려 하더라도 바깥에는 이미 결계가 펼쳐져 있으니까 몰아붙이는 것만으로도 상관없겠지."

미궁 안에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닫히게 되면, 자동으로 바깥으로 배출된다.

그 경우에도, 결계를 통과하지 못하는 집행과의 학생들은 얌전히 구속될 것이다.

"그렇네요. 저희의 허락이 없는 이들은 이 결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었죠. 감금 플레이 같아서 기분이 두근거리는걸요…."

"어? 그럼 저는요?"

리오메스의 말에 티나가 당황한 듯이 이야기 한다.

그럼, 클레온은 그녀에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너는 통과를 막을 이유가 없으니, 결계를 통과해도 되겠지."

"다행이다~ 빨리 방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2개월동안 묵혀놓은 식재료들이 너무 걱정돼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하는 티나의 말에 리오메스가 찬물을 끼얹는다.

"뭐, 그 전에 무언가 진술이나 증언을 하도록 요구받을지도 모르지만요."

"으, 으윽... 역시 그런가요."

어깨를 늘어트리는 티나.

클레온은 그런 두 사람에게 이제 목소리를 낮추라는 듯 제스쳐를 보낸다.

코너에 딱 달라붙은 상태에서, 모험가 시절 얻은 노하우 중 하나인 거울을 통해 그 너머를 보는 방식으로.

미궁 심장부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럼, 그곳에는 간부로 보이는 집행과의 학생들이 넷, 그리고 구석에 있는 창살 너머에 갇혀 있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마 그쪽이 수석파의 일원들이겠지.

그리고 방의 중앙에 있는 것은 이 미궁의 형태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은.

기계적인 재질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거대한 제단과도 같은 장치.

그 가운데에는 손잡이로 보이는 것이 꽂혀 있었다.

"저게 제어 장치인가."

"네, 저걸 이용해서 출입구를 열어요. 긴급 시에는 미궁 자체의 철거도 가능하다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제어장치를 이용해서 철거를 시키면 모두를 미궁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거군요."

리오메스와 클레온은 잠시 서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시선을 교환하는 것으로 대충 어떤 작전을 펼칠 것인지 정한 듯했다.

"조, 조심하세요!"

티나가 조그마한 소리로 두 사람을 응원한다.

"저는 왼쪽의 둘을 맡죠."

리오메스는 우아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손을 푼다.

걸을 때마다, 그녀의 전투용 복장인 옆이 트인 긴 치마의 자락이 흔들려 허벅지가 제대로 노출된다.

"그럼 난 오른쪽이군."

클레온 역시 검을 뽑아들며 한 손에는 마법을 준비한다.

엘레시아에서 부터 이어져 온 집행과와의 악연에도 이걸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큭! 침입자다! 요격 준비!"

이윽고 리오메스와 클레온.

성학과의 두 괴물의 모습을 확인한 집행과의 간부들이 각자 자신의 무기를 들었다.

가지고 있는 것은 하나같이 위험등급이 붙어있을 것만 같은 리스크가 크면서도 강력한 인챈트가 부여된 무구들.

이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뛰어든다.

서로의 무기가 부딪치며 커다란 불꽃이 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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