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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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사람에게 친절해 보이는 기품있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평소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 몸에서 풍기는 검고 탁한 마력이야말로 그가 가지고 있는 욕망의 크기와 쌓아온 업을 보여준다.
용사의 시종으로서 단련을 쌓아온 검은 허리춤에 걸려 있었지만.
클레온의 시선이 모인 것은 그의 손에 달려있던 마도구였다.
"소울 캡쳐..."
"호오. 아시는 겁니까?"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장갑에 푸른 보석이 박혀 있는 그것은.
과거, 용사 레시아와 함께 여행을 다니던 `대현자`가 사용했던 마도구다.
저것이 원본인지, 모방품인지는 알 수 없었다.
느껴지는 마력에는 이전에 보았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도구의 위험성은 클레온의 식은땀을 흘리게 한다.
그 이름대로 붙잡은 대상으로부터 영혼을 끄집어내 내는 것이 가능한 금지된 마도구.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영혼에도 심각한 데미지를 입히며.
영혼을 흡수하는 것으로 그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이 가능한 물건이었다.
"네가 검은 교전이었던 건가…."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검은 교전의 유일한 제자입니다."
레일은 고개를 저으며 클레온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은 마검황제도 움직임을 멈춘다.
그것으로 보아, 그가 이 가짜 마검황제를 제어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미궁의 제어권도, 그것으로 강탈한 건가."
"그렇습니다. 어디까지나 일부지만요. 이제 아셨겠죠, 당신들이 얼마나 내몰려 있는지."
클레온과 리오메스 역시 무기와 자세를 풀지 않고 그를 노려본다.
그가 검은 교전인 이유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지금 벌어진 상황의 흑막이며, 동시에 자신들의 적이라는 것.
"눈에서 투지가 사라지지 않는군요."
레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휘두르자, 그의 앞에서 멈춰서 있던 가짜 마검황제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시 한 번, 미친 듯이 날뛰는 검은 마력의 격류가 주변을 지배하며.
클레온과 리오메스를 노리고 달려든다.
"당신들의 목숨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뒤쪽에 있는 그녀…. 집행과의 수석이죠."
자신을 지칭하는 레일의 말에 티나는 주먹을 꽉 쥐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땅바닥이 마치 족쇄처럼 올라오며 그녀의 발을 붙잡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큭…!"
하지만 리오메스도 클레온도 그 말에는 크게 놀라지는 않은 듯했다.
애초에 그녀는 너무나도 수상했으니까.
그런 그녀를 공격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에게서는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클레온은 그녀로부터 자신을 향한 일종의 경의나, 호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일부러 틈을 보이기도 했으나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의 등을 찔러오지 않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데미우르고스를, 이 소울 캡쳐로 추출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둘 것 같나?"
"그렇지 않을 테니 당신들을 먼저 죽여야겠죠."
심장부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먼저 움직인 것은 클레온과 리오메스 쪽이었다.
물론 노리는 것은 마검황제가 아닌 그 뒤쪽에 있는 레일 본인.
그를 쓰러트리면 그의 제어를 받는 환영 따위는 사라져 버릴 것이다.
땅바닥을 기듯 낮은 자세로 파고든 리오메스의 유려한 손이 흑백의 마력의 궤적을 남기며 춤춘다.
마력에 의해 가속되어 움직이는 그녀의 손은 눈으로 좇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레일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머리, 목, 명치, 단전, 고간.
인간의 정중앙에 있는 일렬의 급소를 거의 동시의 타이밍에 찔러넣어.
거기서부터 몸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마력에 의한 전염을 일으키는 그녀의 기술은 일반인이라면 우선 피할 수 없다.
그 효과는 그녀가 특기로 하는 마력을 통한 신체 장악술의 정수.
생사여탈을 그녀에게 맡긴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겠지.
목숨은 물론, 그에 상응하는 적의 신체 모두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시점에서 리오메스는 역시 정상적인 인간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여자였다.
다만.
그것을 말한다고 한다면 눈앞에서 불쾌한 얼굴을 하며 마치 날파리를 쳐내는 듯한 손놀림을 한 번 하는 것으로.
리오메스의 공격 전부를, 강력한 마력의 층으로 몸을 덮어 흘려내 버리는 레일 또한.
정상적인 인간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그 마력은 마치 물리력을 가진 것만 같은 농도를 자랑하며.
끈적하게 그녀의 손가락에 달라붙어 그곳에서 또다시 마력과 생명력을 흡수한다.
그때마다 손에 달려있는 소울캡처의 푸른 보석이 흉흉한 빛을 내며 스스로의 존재를 주변에 인지시킨다.
아루루에게 달라붙어 그 몸에서 마력을 흡수했던 것은 미궁이 그 본질이었던 것이 아닌.
레일이 소유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금기의 마도구인 `소울 캡쳐`의 힘이었던 것이다.
리오메스는 손을 털어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리오메스의 마력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 정도로는 쉽게 그의 마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를 손쉽게 물리고 여유로운 미소를 입에 띄우는 레일.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이곳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가진 존재는 그 혼자가 아니었다.
다음 순간, 레일의 눈에 사신의 이미지가 붙잡힌다.
흉측한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존재.
방금 전 까지, 리오메스와 함께 자신의 목을 노리고 앞에 있던 존재가 짧은 공간을 도약해 자신의 뒤로 이동해 있었다.
공간을 비틀고 생겨난 노이즈가 클레온의 몸에 흐른다.
[클레온은 레일의 앞에 있다]
"왜곡."
[클레온은 레일의 뒤에 있다]
사상 자체를 비트는 또 다른 마검사의 힘이 그의 몸에 발현된다.
본래라면 갈라테아의 마력제어의 보조가 있어야 하겠지만, 레일을 일격에 무력화시킬 방법은 역시 그의 허를 찌르는 것.
무리한 힘의 사용으로 인해 클레온의 내장의 일부가 비명을 내지른다.
루베라와 같이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클레온의 입에서 나는 소리는 오직 전신의 집중을 쏟아부은 호흡음뿐이었다.
입에서 안개와도 같은 옅은 연기가 뿜어져 나올 정도로 끓어오르는 마력을 쏟아 넣은 일섬.
레일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클레온에게 돌아간 순간, 붉은 검은 그대로 그의 목을 향해 일직선으로 움직인다.
마력의 방어 따위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검성의 경지에 다다른 클레온의 일격.
하지만, 레일이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땅바닥에서 벽이 솟아올라 그의 몸을 지킨다.
마치 살아있는 듯이 움직이는 미궁의 벽과 같은 재질로 된 그 벽을, 클레온은 레일째로 베어내려고 한다.
그리고 마치 달궈진 나이프로 버터를 잘라내듯 손쉽게 벽을 절단하지만.
레일은 그 틈새로 자신의 몸을 바닥째로 뒤로 이동시켜, 어떻게든 목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피한다.
튀어 오르는 선혈은, 완벽하게 피하지 못한 탓에, 스치듯이 그의 목을 지나간 클레온의 검이 만든.
얕지만 확실한 검상이었다. 아쉽게도 베인 것은 겉가죽 뿐인듯했다.
레일은 자신의 목이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하듯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클레온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놀랍군요. 당신이 마검사로서의 힘을 모두 활용하면 이런 움직임도 가능한 것입니까."
그 감상은 솔직한 것이어서, 자신이 아리아드네의 제어권 일부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충격으로 가짜 마검황제의 제어가 흐트러져, 그 꼭두각시의 움직임이 멈춰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 입꼬리는 비릿하게 올라가 있었다.
클레온이 검을 휘두른 후, 스스로 입은 데미지에 의해 입에서 피를 흘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상이나 공간을 비트는 능력을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분명 마검사 클레온이라고 하더라도 그만한 리스크가 있는 것이겠지.
레일은 거기까지 판단하면 이와 같은 공격이 다시 자신을 향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의기양양해진다.
"당신들의 실력은 인정하죠. 기술도, 숙련도도. 하루 이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일 겁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꼭두각시를 움직이게 한다.
그가 가진 검, 판도라에서는 검은 손과 같은 것이 튀어나와 클레온과 리오메스를 동시에 덮친다.
무수한 손이 자신들에게 뻗어오면, 두 사람은 그것을 막기 위해서 필사적인 방어자세를 취한다.
그와 동시에 판도라 본체를 휘둘러오는 마검황제를 보고 있자면.
어떻게 이 상황을 타파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져 왔다.
"허나, 미궁 아리아드네의 힘과 소울 캡쳐를 가진 저에게는 무의미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미궁에 소울 캡쳐를 가져가자, 그곳에서 마력과 생명력을 빨아들여 자신의 몸을 치유한다.
지하의 영맥과 이어져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가지는 아리아드네에게 소울 캡쳐를 사용하면.
그 역시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생명력을.
`생명력`
눈앞에서 휘둘러져 오는 수많은 촉수와도 같은 판도라의 공격을 어떻게든 쳐낸 다음.
클레온은 땅을 박차고 뛰어가 리오메스의 곁으로 이동한다.
등을 맞댄 채, 서로를 지키듯 서는 리오메스와 클레온.
"리오메스, 전에 사용했던 정신 감응도를 높이는 기술. 지금 가능한 건가?"
클레온이 펼친 마력의 방어막이 어떻게든 판도라의 검은 손을 막아낸다.
그리고, 그 틈으로 휘둘러지는 대검은 리오메스가 유술과도 같은 권법을 이용해 어떻게든 흘려보내고, 빗겨낸다.
"가능, 하지만... 저 남자에게는 통하지 않을거에요."
"괜찮아. 대상은 레일이 아니야."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리오메스는 조금 의문이라는 표정이 되지만.
이윽고 클레온이 검을 수직으로 세워 땅에 찔러 넣는 것을 보며 눈을 크게 뜬다.
"설마"
"그래, 아리아드네는 건축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생명체에 가까운 마도구인거다."
그런 클레온의 언행을 본 레일은 비웃음과 같은 표정으로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그것을 이제 알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겁니까. 미궁을 죽여서 이곳에서 탈출하겠다는 심산인가요? 개미가 코끼리를 죽이려 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한 승자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레일을 보며, 클레온은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조금 예민해져 줘야겠다. 리오메스!"
"가능할지는 도박에 가깝습니다만…!"
다음 순간, 클레온이 만들어낸 틈새를 향해 리오메스가 손을 찔러 넣는다.
그와 동시에, 음양의 마력의 파동이 사방을 향해 퍼져나가고
그들을 보호하고 있던 방어막이 깨져나간다.
"크윽!"
클레온은 자신과 리오메스를 향해 몰아쳐 지는 공격을 혼자의 힘으로 막아내기 위해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선다.
손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엄연한 마력의 덩어리인 마검황제의 공격은 아무리 클레온이라고 하더라도 몸에 상처를 남긴다.
라일라의 마법을 사용하여 어떻게든 대응하려 하지만 수에서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났다.
"됐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리오메스의 목소리가 올라오자, 클레온은 티나의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티나! 아리아드네에게 말을 걸어라!"
"네, 네에!?"
"헛짓거리를! 그녀는 이미 저에게 거의 모든 권한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클레온의 노력을 부정하며, 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듯 직접 검을 뽑고 다가오는 레일.
하지만 다음 순간.
"아리아드네…! 부탁이야, 선배를…! 지켜줘!"
티나의 목소리가 미궁에 울려 퍼지자, 땅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벽이 있었다.
마치 아까의 레일이 한 것과 같이. 그 벽은 레일이 휘두르는 검을 막아내고.
아리아드네가 만들어낸 환영 꼭두각시라고 할 수 있는 마검황제 역시 그 자리에서 멈춘다.
카앙! 하는 소리가 나며 자신의 검이 막힌 것을 확인한 레일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정말로 되다니…."
리오메스는 조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이야기하지만, 그녀 역시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웃기지도 않는…. 무슨 짓을 한 거냐!"
레일이 격노에 휩싸여 지금까지의 여유로운 태도를 버리자.
클레온은 대답한다.
"마음의 대화를 하게 해준 거지. 너같이 남의 것을 빼앗기 좋아하는 녀석은 끼어들 수 없는."
다음 순간, 지면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마치, 상반되는 의지에 저항하려는 듯 아리아드네가 혼란에 빠진 것만 같았다.
티나는 그 순간 자신의 발을 묶는 미궁의 족쇄가 사라진 것을 느꼈다.
"아리아드네...? 안 돼...! 조금만 더"
티나에게는 미궁의 그런 의지가 전달되는 듯, 다급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다가.
클레온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간다.
"선배! 아리아드네가 다시 제어권을 빼앗기려고 해요!"
클레온이 그 말을 듣자마자 레일에게 검을 휘두르려 하지만.
이번에는 마치 격리 벽을 치듯 솟아오르는 벽이 두 사람이 서 있는 공간을 분단한다.
"녀석의 소울 캡쳐를 파괴하지 않는 이상은 무리인가…."
클레온은 혀를 차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벽을 본다.
그 사이에, 티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심한 듯이 클레온의 손을 잡았다.
"여기서는 한 번 후퇴해야 해요."
"하지만"
"선배는 유일하게 검은 교전에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아리아드네의 제어권을 그가 되찾으면, 또다시 무한한 마력과 생명력을 등에 업고 싸우려 할거에요…. 지금 여기서 그와 싸우기엔 준비가 너무 부족해요, 제가 너무 안일했어요."
티나는 자책하듯 이야기하며, 아리아드네와 다시 한 번 의지를 연결한다.
리오메스 역시 티나의 이야기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아리아드네! 우리와 다른 수석들을 미궁 바깥으로 내보내 줘!"
그렇게 외치자, 셋을 모두 집어삼킬 정도로 커다란 차원문이 나타난다.
아마 미궁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겠지.
세 사람은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그 차원 통로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클레온과 레일 사이에 펼쳐졌던 벽을 뚫고, 피 칠갑을 한 레일의 손이 뻗어와 티나의 손을 잡는다.
"놓치지 않는다…! 데미우르고스!"
다음 순간, 소울 캡쳐의 힘이 티나의 몸을 덮쳤다.
격렬한 고통과 함께 몸의 영혼이 찢겨 나가는 감각이 티나를 덮치면
"아윽...! !!"
소리가 되지 않는 비명이 울리며 무언가가 레일의 손을 향해 끌려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클레온의 검이 휘둘러졌다.
그리고 땅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레일의 팔.
티나의 손에서 레일의 손이 떨어져 나가며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티나는 이미 충격과 고통 때문에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그녀가 정확하게 어떤 피해를 당한 지 확인할 틈도 없이.
몸과 정신 전체를 감싸는 섬광에 휩싸여 클레온, 리오메스는 미궁에서 퇴출당한다.
팔이 절단된 레일의 고통 어린 외침이, 마지막까지 그들의 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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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클레온은 몸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에서 겨우 벗어나며 몸을 일으킨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들이 원래 있어야 할 공터가 아닌.
전혀 처음 보는 건물 마치 어딘가의 교실 안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오메스역시 몸을 비틀거리면서 머리를 털어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한다.
티나는 여전히 기절한 채였다.
"이곳은..."
"공터가 아니군요, 인테리어를 보아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구식 교실인 듯해요."
리오메스는 재빠르게 자신들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는 티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 상태를 살핀다.
"...예상대로, 소울캡쳐에 잠깐 잡혀있을 때 영혼을 빼앗긴 듯하군요."
"목숨이 위험한 상태란 건가?"
클레온의 질문에 리오메스는 어려운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영혼이라는 풍선에 구멍이 났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주 작은 바늘구멍이라도 결국 그 구멍을 통해 내용물이 모두 쏟아져 나오겠죠."
클레온은 그런 티나를 잠시 내려다보다, 리오메스에게 묻는다.
"너는 어째서 티나를 믿어주는 거지?"
그럼 리오메스는 잠시 눈을 두 세번 깜빡인 뒤 클레온을 올려다본다.
"...사랑을 하는 소녀의 진실한 마음을 믿는다. 라고 하면 될까요."
"...이해를 못 하겠는 걸."
"이전에 법학과의 감옥에서 집행과들을 심문할 때 이야기했죠? 저는 사람의 사랑과도 같은 연애감정이 보인다고."
"...그냥 했던 말 아닌가?"
클레온의 말에 리오메스는 혓바닥을 내밀며 윙크를 한다.
"극도로 발달한 여자의 감 정도로 해두죠. 적어도 그녀가 당신에게 위해를 끼치려는 생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 ..."
"농담은 여기까지 하죠. 클레온 강사님. 옷을 벗어주세요."
"... 농담은 그만하자며?"
클레온이 식은땀을 흘리자 리오메스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짓는다.
"농담이 아니니까요."
"이유를 들어도 되겠지…?"
"티나의 영혼에 임시라도 좋으니 더는 영혼이 유출되지 않도록 조처를 할 겁니다. 괜찮아요, 인간의 영혼에 간섭하는 건 저희 성학과의 특기이기도 하니까."
클레온은 그런 리오메스의 말을 믿으며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옷을 벗는다.
잠시, 자신들을 찾고 있을 라일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와 텔레파시가 이어지지 않는다.
우선, 눈앞에 있는 소녀를 구하자.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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