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티나 제물의 소녀
* * *
(중반부까지는 전개에 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본격적인 행위는 아마 다음 편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ㅜㅜ)
000
얼굴을 붉힌 채 부끄러워하는 티나에게 클레온과 리오메스의 행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면, 거기에 무엇이라고 불평불만을 할 수 있을까.
티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여전히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하며 무릎을 꿇은 상태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여전히 옷을 입고 있지 않아서, 대단히 대단히 살 색의 비율 100퍼센트로 티나의 앞에 서 있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질문을 해야 할 차례이군."
그런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클레온이 티나에게 이야기한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티나는 클레온을 속이고 그에게 다가왔다. 악의나 적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티나는 지금까지 클레온이 상대해온 거짓말쟁이들과 그녀가 같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클레온은 마음속의 한편에서 그녀의 진짜 정체에 대해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티나는 클레온의 올곧은 시선을 직접 받으며, 조금의 침묵을 유지한 뒤.
이윽고, 자신 역시 진지한 얼굴이 되어 클레온을 마주 바라본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 정도 각오가 깃들어 있었다.
아까까지 보여주었던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소녀의 얼굴과는 달랐다.
그 얼굴은, 한 집단의 수장으로서 타인을 이끌기 위해 책략과 지략을 겸비한 리더의 것이었다.
"저는, 집행과의 수석. 티나라는 이름은 애칭입니다. 본명은…. 베아트릭스 휴트러스."
"...베아트릭스..."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같은 이름이 튀어나오자,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이 소녀야말로, 과거의 라일라가 유일하게 자신의 친구로서 인정했던 소녀.
그리고 비극적인 이별과 함께 그녀의 가슴에 커다란 트라우마가 새겨진 원인.
"어째서지."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탓하는 어조가 되어 말을 내뱉었다.
"어째서, 살아있었음에도 라일라에게 돌아가지 않은 거냐."
물론, 어떻게 살아남았던 것인가, 어떻게 집행과의 수석의 자리에 오른 것인가. 자신들을 속인 이유는 무엇인가. 데미우르고스란 무엇인가.
같이, 물어봐야 할 것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티나 아니, 베아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눈을 크게 뜨며 놀란듯한 얼굴이 된다.
그리고 나서는 어딘가 슬픈 듯한, 하지만 조금 안심한듯한 얼굴이 되어 대답한다.
"역시, 선배는 상냥하시군요."
"...그리고 그 호칭에 대해서도 질문해야겠군. 나는 네 선배가 아니야."
클레온의 지적에 베아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그녀에게는 클레온을 선배라고 부를만한 이유와 정당성이 있었다.
"아뇨, 선배는 선배예요. 그것도 포함해서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됩니다만."
001
선배가 라일라에게 들은 이야기의 뒤편에서는, 그 자리에서 죽지 않은 제가 있었습니다.
라일라는 제가 미노타우르스에게 머리부터 씹혀 죽어버렸다고 생각했겠지만요.
저 역시 미궁 내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미노타우르스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머리에서부터 잡아먹혔을 때,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아리아드네가 철거되면서.
저는 이공간의 틈으로 내던져졌습니다.
본래라면 아리아드네 내부에 있는 생명체는, 그것이 철거될 때 지상으로 배출되게 되어 있었습니다만.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과 제 특이체질 덕분에 지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차원의 통로에서 헤매게 된 것이죠.
시간의 개념이라는 것이 애매한 공간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저는 몇 시간이었는지, 며칠이었는지, 어쩌면 몇 분인지 모를 시간을 통로를 헤매다가.
놀랍게도, 이차원의 틈을 거니는 또 하나의 존재와 마주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대현자`라고 소개했습니다.
네. 선배가 존경해 마지않는 용사 `레시아`의 동료 중 한 명, `대현자` 소피아입니다.
아아, 표정을 그렇게 구기지 마세요, 선배…. 그녀가 그렇게 거북하나요?
소피아 선생님은 저를 그곳에서 꺼내주겠다며, 제 특이 체질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셨습니다.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를 가지고 있는 저의 특성을 말이죠.
데미우르고스라는 것에 대해 먼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편이 이 뒷이야기를 하는데에도 이해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데미우르고스는 먼 과거에 이 세상에 존재했던 강력한 다섯 마리의 악마를 총칭하여 부르는 이름입니다.
`거짓된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각각 악마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 한 용사의 성검에 의해 쓰러졌죠.
용사의 활약으로 세계에는 평화가 돌아왔습니다.
언제, 어느 시대에도 존재하는 일반적인 영웅담입니다.
하지만 악마라는 것은 교활하여 육체가 스러지더라도 그 영혼은 남아 인간의 타락에 관여하는 법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쓰러트린 용사의 몸과 성검에 그 영혼의 파편을 섞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용사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킨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끝없이 싸움을 반복하고, 서로의 잇속을 챙기며, 진정한 의미에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족속들.
서서히 내면에서 커지는 분노와 질투와 시기와 욕망의 목소리.
그것이 그들을 나태하게 만들고, 색욕에 빠지게 하고, 그들에게 악의적인 굶주림을 불어넣었습니다.
용사는 타락하여 자신이 지켰던 인간들과 싸우게 되고.
어떤 이들은 성검마저 반전하며, 마검을 들고 수많은 인명을 해치는 데에 그 검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를 가진 타락한 용사들을 또 다른 용사가 쓰러트리면.
악마의 인자는 또다시 새로운 육체로 옮겨가는 것으로 악순환을 반복한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마법에 관해 공부하며 제 가문의 과거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선조는 그런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를 가지고 있던 마검사와 몸을 섞었습니다.
본래 용사였던 그 마검사와 선조는 원래부터 연인관계였던 것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가 짊어진 저주를 자신의 몸에 담기로 한 제 선조는 그 자리에서 회임하였습니다.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는 두 사람이 행한 봉인으로 아이의 몸으로 옮겨지며, 그 힘을 상당수 잃게 되었습니다.
이후 가문이 몰락할 때까지, 가문의 여성은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를 다음 세대로 옮겨가며.
그 힘이 해방되지 않도록 지키는 `제물`의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의 세대에 와서는 그 본질은 잊어버린 채, 태어나는 아이에게 특이한 힘이 부여된다는 전승만이 전해져 온 것 같지만요.
하지만 우연히, 저보다 먼저 태어난 언니는 가문의 여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데미우르고스의 인자가 옮겨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버지로부터 매료의 마안을 물려받고 태어났죠.
인자를 계승한 건, 그다음에 태어난 차녀인 저였습니다.
...언니가 저를 미워했던 것은, 어렴풋이 자신이 받아야 할 것을 빼앗겼다는 박탈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소피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카데미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던 것은 따뜻한 아카데미의 일상이 아닌, 어둡고 추한 아카데미의 어둠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아카데미에 소속되어 있던 저의 언니, 엘리제는 자매의 정신적 연결을 이용하여 제가 아카데미로 돌아오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타고난 권력욕과 과시욕을 집행과에게 파악 당한 채, 그들의 일원이 되어 있었죠.
저는 돌아오자마자 다른 일을 할 틈새도 없이 그들에게 붙잡혔습니다.
저항은…. 지금 생각하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차원의 틈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마법 중에는 분명 강력한 것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언니는 저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저항하지 못하는지조차도.
혹시라도 저항한다면, 집행과는 지금 이상으로 더욱 집요하게 라일라를 노릴 것이라는 협박.
저는 그들과 한가지 맹약(기어스)를 맺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집행과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요.
그 맹약이라는 것이, 자신이 집행과에 있는 한 집행과와 원로회의 인간은 라일라에게서 손을 뗀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라일라가 힘을 합쳐서 그들과 싸우면 되지 않았느냐고요...?
...그렇네요. 분명히 그렇게 했다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아카데미의 어둠과 싸울 수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라일라는 늘 저에게 시간이 없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저도, 그걸 이해하고 있었어요.
제가 혼자서 짊어진다면, 라일라는 연구에 온 신경을 쏟아부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도 그것이었습니다.
물론, 집행과에서도 제가 그녀와 접촉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맹약을 맺어두었습니다.
저는 집행과의 안에서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그들이 원래 해야 하는 일을 떠맡았습니다.
인간의 길을 벗어나 외도에 떨어진 아카데미 학생에 대한 처벌 집행.
본래, 법학과와는 또 다른 치안 조직으로서의 집행과의 본래 목적.
아직 그 의지를 이어받은 몇 안 되는 학생들과 힘을 합쳐, 아카데미의 어둠 속에서 발버둥 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원로회로부터 저를 집행과의 수석으로 임명하라는 명령이 내려왔고.
그것이 제 언니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바로, 집행과에 검은 교전을 끌어들인 것이죠.
그녀는 검은 교전의 수하가 되어 집행과 내부에 독을 풀듯, 힘에 대한 욕망을 가진 학생들을 유혹했습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매혹의 마안도 그 일에 큰 도움이 되었죠.
서서히 분열해가는 집행과의 내부에서 저희는 점차 고립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아카데미를 떠나 잠시 먼 곳의 시골 도시로 향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녀를 감시했습니다.
그곳이 바로 `엘레시아`. 선배가 제 언니를 살해한 곳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조사하던 도중, 그곳에서 라일라와 선배를 보았습니다.
라일라가 무엇을 하러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선배에게 패배하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것도...
002
"소피아 선생님과 이차원의 틈에 있을 때, 그녀는 곧장 자신의 제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게 클레온 선배였던 거죠."
"제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걸 배운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클레온은 팔짱을 낀 채로 조용히 베아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리오메스 역시 조금 진중한 표정으로 사건의 경위에 대해 듣고 있는 것이었다.
"저, 선배가 라일라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어요. 당신의 앞에서 라일라는 누구에게 보다도 솔직해지면서…. 슬픈 것도, 기쁜 것도, 전부 전부 평범하게 표현할 줄 아는 평범한 소녀가 되었으니까요."
베아는 그런 라일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선배에게도 감사하고 있어요. 저는 라일라를 위해서라고 자신에게 변명하며 그녀가 사람의 길을 벗어나려 하는 것을 막지 못했지만. 선배는 과정이 어떠하던 그녀를 갱생시켜주셨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감사하다고 말하며 클레온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일어날 일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허리를 들어 올린 베아는 진중한 태도로 조금 엄숙한 얼굴이 된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안에서 데미우르고스=사클라스의 인자 중 일부가 소울 캡쳐를 통해 검은 교전... 레일에게 박탈되었습니다. 그저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저와는 다르게, 그는 검은 교전의 힘을 빌려 인자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되지?"
클레온이 되묻자, 베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대답한다.
"사클라스의 힘은 `정신의 조작`입니다. 인간의 기억을 개찬하고, 성격을 바꾸며, 인간관계를 바꿉니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의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런 게, 가능한 건가요?"
리오메스의 말에 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우르고스의 힘은 `신`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강력한 것입니다. 세뇌나 최면 따위가 아닌, 처음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힘을 사용하여 주변의 세계를 자신의 입맛대로 주무르는 것이 가능하단 거죠. 일일이 사람을 만날 필요 없이 힘을 발휘하면 일정 범위 내의 인간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힘인 겁니다."
"...끔찍하군."
레일이 그 힘을 사용하여 어떤 세계를 만들려고 하는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그들이 가지고 간 일부의 인자로는 기껏해야 아카데미에 한정해서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다행인 건 아닌 것 같은데…."
클레온의 말에 베아는 담담히 대답했다.
"세계의 전부를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 아카데미의 인간들만을 적으로 돌리는 게 더 나으니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검은 교전은 다시 베아를 찾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때 베아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닌 그에 의해 정신을 조작당한 아카데미의 일원들이겠지.
"정신의 조작에 저항할 수 있는 건,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를 가지고 있는 저 뿐이에요. 선배도, 리오메스씨도 조작의 대상이 될 겁니다."
클레온과 리오메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싸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레일이 만든 장난감 상자 같은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베아는 그런 불만이 보이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더니, 잠시 눈을 감은 채 각오를 굳힌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도 입고 있던 옷을 탈의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머."
"잠깐, 무엇을"
어째선지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는 리오메스와, 당황해하는 클레온.
베아 역시 수치심이 느껴지는 것을 참으며, 그들처럼 전라가 된다.
의복의 아래에 감추어져 있던 그녀의 몸은 쿠온에 가장 가까웠다.
양손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이 부풀어 오른 커다란 가슴.
그리고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엉덩이.
그러면서도 허리는 안쪽으로 구부러지는 곡선을 따라 몸의 라인을 형성했다.
풀어헤친 회갈색의 머리가 찰랑거리며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제, 제가 가진 인자의 일부를 두 분께 나누어 드리는 거로, 정신의 조작에…. 저항할 수 있어요."
"... ..."
"그건 다행이네요! 자 그럼 바로 하죠!"
리오메스는 눈을 반짝이면서 곧장 행위를 시작하려 하지만 그 전에 베아가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한다.
"...그... 처음은, 되도록 선배랑 단둘이서. 하고 싶어요, 리오메스씨는 그 뒤에…."
"어머, 그런가요? 그런 거라면 제가 방해할 수 없죠…."
리오메스는 조금 아쉽다는 표정이 되지만 순순히 베아의 말을 듣고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의 의자에 앉는다.
양쪽 발을 의자에 올린 채 가랑이를 벌린 것을 보아, 두 사람의 행위를 `딸감`삼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죄송해요, 선배... 이렇게 지방만 잔뜩 붙은 몸이지만. 최대한 선배를 기분 좋게 해드릴 수 있도록 할 테니까..."
"... ..."
클레온은 여전히 조용히 베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뒤라서 그런지 클레온은 그다지 성욕 같은 것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저 이 베아라는 소녀가 자신의 친구인 라일라를 위해서 스스로를 얼마나 내몰아 왔는지.
그러는 와중에 그녀 본인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을지를 생각하면.
분명히 충분히 아름답고, 또 남자의 색욕을 자극하는 그녀의 몸을 보더라도 행위로 옮겨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선배?"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클레온을 보며, 베아는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이 된다.
그러고는 조금씩 천천히 다가와 클레온의 앞에 서면.
"...선배, 저, 부탁할게 있어요."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얼굴을 붉히며, 클레온을 올려보며 이야기한다.
"괜찮다면, 라일라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저도 꼭 안아 주실 수 있나요?"
"...너, 왜 그것을…."
클레온의 지적에 베아는 눈을 크게 뜨더니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죄, 죄송해요! 사실은 조금 라일라와 선배가 몸을 섞는 장면도 조금 지켜봐서…. 아, 무, 물론 전부는 아니에요! 본격적인 행위가 시작되면 눈을 꼭 감고 소리만 들었으니까!"
베아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제대로 모른 채 양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그, 그치만, 라일라가 그렇게 기분 좋은 듯한 소리를 내면 저도 어쩔 수 없이 배의 안쪽이 뜨거워져서…."
더 이상의 위험 발언을 하기 전에, 클레온은 그녀의 소망대로 그녀의 몸을 꼭 안았다.
전라의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부분이 서로의 몸을 문지르며 자극했지만.
그런데도 커다랗고 딱딱한 팔을 베아트릭스의 등뒤로 돌리며 힘을 주면.
베아는 `후아...`같은 힘이 빠지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를 낸다.
"...역시 포용은 좋네요…. 따뜻한 기운에 몸 전체가 둘러싸여 지는 게…. 몸이 회복되는 것만 같아요…."
클레온 역시,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감촉이 몸에 닿으며.
그녀의 체온이 자신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낀다.
10초가 넘는 시간 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안은 채 품 안에서 느껴지는 그 감각을 탐미했다.
조용히, 베아가 그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저, 힘들 때는 언제나 어머니가 이렇게 안아주셨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나는 네 어머니랑은 많이 다를 텐데."
클레온의 농담 섞인 말에 베아는 고개를 들으며 웃음을 짓는다.
"다르지 않아요. 상냥하고, 때로는 엄하며. 상대방에 대해 생각해 주는 점은."
그런 베아의 몸과 붙어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클레온의 물건으로 피가 집중된다.
성욕이 생기지 않는 것과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별개의 일인 듯했다.
"응...♡"
중력을 거스르며 커다랗게 변한 클레온의 물건이, 베아의 허벅지에 부딪힌다.
그러자, 베아는 살짝 놀란듯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를 내며 몸을 움찔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부분은 너무 다르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 부드러운 손을 뻗어와 클레온의 단단한 물건에 닿는다.
"저, 선배가 하고 싶은 행위가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 선배를 속이고 있던 것에 대한 사죄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스르륵 하고 클레온의 기둥을 쓸어올리듯 자극하는 것이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베아 역시 몸 안의 열기가 축적된 상태였다.
리오메스와 클레온의 행위는 연결된 그녀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다만 그녀 본인은 절정에 다다르지 못한 채, 쾌감에 의해 정신적인 장벽만을 해제당하여.
그저 달아오른 상태로 방치된 상태이었다.
"전희는 뭐가 좋을까요...? 처음이라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대로 삽입... 할까요? 저, 처녀지만 열심히 할게요…."
"선배...? 선배... 무언가, 대답을..."
고민하는 클레온에게 몸을 가까이 한 채, 달콤한 목소리를 속삭이는 베아트릭스.
그녀에게서 나는 바닐라 에센스의 향긋한 체취가 클레온의 코를 간지럽혔다.
평소에도 제과나 요리를 하다 보니, 그런 향이 몸에 밴 것일까.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그대로 몸을 안아서 들어 올렸다.
"꺄앗...?!"
갑작스러운 클레온의 행위에 베아는 조금 놀란 듯했다.
"서, 선배! 내려주세요! 이렇게 무거운 몸을 들어 올리면 선배의 팔이 빠지고 말아요!"
"아니 그렇게까지 허약하지 않으니까…."
확실히 사샤나 라일라에 비하면 무거운 편이긴 했지만.
그렇게 하면, 베아의 얼굴과 클레온의 얼굴이 같은 높이로 올라온다.
그 사실을 눈치챈 베아는 클레온과 눈을 마주치고,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느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클레온이 무엇을 하려는 지 그녀도 알아챈 것이었다.
그러면, 조용히 클레온은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촉을 느끼며, 베아와 클레온이 입맞춤을 나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서는 몸과 같이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베아는 첫 키스의 순간을 영원과도 같이 길게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조금 더, 조금 더. 같이 탐욕스러운 욕망을 해방하며.
살짝 풀어진 얼굴로 클레온의 입술을 탐해온다.
그때마다, 몸이 가까워져 쿠션과도 같이 부드러운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짓눌린다.
아마 수치로 바꾸면 쉽게 3자리 수에 달할 것 같은 그 가슴의 감촉이 움직일 때마다 모양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며.
클레온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그녀를 책상의 위로 옮겨 앉혔다.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려지면,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있는 음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미사용의 성기는 그 모양은 물론이지만, 색 역시 옅은 분홍색으로.
아까도 말했지만 리오메스와의 행위에서 전달받은 쾌감 덕분에 이미 충분히 젖은 상태였다.
"감도 3,000배가 필요한가요?"
멀리서 들리는 리오메스의 말을 무시하며, 클레온은 조용히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음부에 집어넣었다.
"하,윽... 응...♡ 구으..."
처음으로 질내에 이물질이 들어오는 감각에, 베아는 살짝 몸을 떨면서 그 느낌에 익숙해지기 위해 몸을 비튼다.
이제부터, 손가락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다란 물건이 자신의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희. 본방이 시작되기 전의 준비운동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 와중 클레온은 그녀의 질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떤 여성들보다도 좁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 있었다.
그녀보다도 몸이 작았던 라일라와 사샤는 물론, 비슷한 체형의 쿠온과 비교하더라도.
이 안에 자신의 물건이 들어갈까 걱정될 정도로 그녀는 강하게 클레온의 손가락을 조여왔다.
"서, 선배... 이, 이제 슬슬..."
하지만 그런 클레온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달콤한 목소리로 클레온에게 삽입을 애원하는 베아.
클레온도 아플 정도로 한계까지 발기한 물건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몸통을 잡아 끝 부분을 그녀의 입구에 맞춘다.
그 간지러우면서도 뜨거운 감촉에 움찔, 하고 그녀의 몸이 떨리면….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안심 시키듯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읏... 오...구웃.... 하아..."
꾸구구국... 하는 소리를 내며 강한 저항을 이겨낸 채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는 클레온의 물건.
예상했던 대로 굉장히 좁은 그녀의 질을 열어젖히는 형태로 전진한다.
그러자, 살짝 앞을 가로막는 막과 같은 것이 느껴진다.
베아의 순결을 상징하는 증거였다.
"하아, 하아, 하아..."
짧은 호흡음만을 반복하며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인 베아와 눈을 마주치면.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그리고
지직...
하는 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작은 소리와 함께.
클레온의 물건이 그 앞으로 나아간다.
"하으윽!!"
베아는 허리를 튕기며, 몸을 아치 형태로 꺾지만.
그런데도 고통을 견디기 위해 입술을 깨문 채, 클레온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클레온의 물건을 타고, 그녀의 안쪽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베아가 진정하게 되면 조금씩 호흡이 안정되며 멈춰있던 클레온을 바라보며.
마치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선배...♡ 이걸로 저도, 선배의 여자…. 네요..."
"...그래."
"그럼... 마킹, 해주세요. 선배의 물건으로…. 여러 사람을 속여온 건방진 후배를…."
그렇게 말하며 내려가 있던 자신의 다리로 클레온의 등을 붙잡아.
다음 행위로 나아가도록, 그를 재촉하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