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루베라 외전 (중)]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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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이들이 만들어낸 것만 같은 어둡고 습하고 더러운 공간.
시선을 돌릴 때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름을 모르는 징그러운 벌레들과 쓰레기 더미 속에 묻어있는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
그리고 악취를 풍기는 날것의 무언가들.
소녀는 로브 밑에서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가까스로 참으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빠른 걸음을 걸을 때마다, 목에 걸려 있는 은빛의 깃털 모양의 펜던트가 흔들린다.
가끔 나타나는 이곳의 거주자들로 보이는 인물들은 그녀를 바라보고 입맛을 다시는 듯하지만.
소녀는 그들과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몸 전체에 달라붙는 듯한 끈적거리는 마력의 근원지는 이보다도 깊은 곳에 있는 건물이다.
공작부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만큼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뒷골목에서 새어 나온 어둠으로 인해, 왕도 엘케르도가 더 큰 위험에 처하기 전에.
"서두르지, 않으면..."
점점 더 강해져 오는 검은 마력에 얼굴을 찌푸리던 찰나.
골목을 돌은 순간, 누군가와 부딪혀 뒤로 퉁겨져 나오게 된다.
그녀가 느낀 것은, 딱딱한 감촉이 아닌 푹신한 무언가였다.
"어머..."
앞쪽에서 들려오는 간드러진 여성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놀람과 즐거움이 섞여 있었다.
소녀가 강렬한 향수의 달콤한 냄새에 입과 코를 막으며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갈색으로 태닝 된 피부를 가진 성인 여성이 서 있었다.
노출도가 높고, 중요 부위만을 겨우 가린 대담한 복장에 터질 것과 같이 강조된 가슴과 엉덩이.
길게 내려오는 윤기 나는 머리칼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
그녀가 뒷골목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꼈다.
"죄송…. 합니다."
여전히 입과 코를 가린 채로 그녀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지나가려는 소녀의 팔을 그녀가 붙잡는다.
"큭...!"
갑작스러운 접촉에 소녀가 놀라지만 최대한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한 채 입술을 깨문다.
"이상하네…. 여기까지 오면서 몇 명이나 지나쳤을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당신 같은 여자아이가…."
그녀는 비음이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소녀의 로브의 후드를 잡는다.
"아아... 당신, 미약하게 신성마력으로 몸에 결계를 펼쳐두었군요? 위화감을 없애고, 타인의 관심을 줄이는…."
소녀는 그녀의 말에 침묵을 유지하며 눈앞의 그녀가 이곳으로 오는 길에 보았던
다른 뒷골목의 거주자들에 비해서, 높은 실력을 갖춘 존재라는 것을 눈치챘다.
자유로운 쪽의 팔로 날개 모양의 펜던트를 붙잡는다.
`할 수밖에 없는 걸까…?`
소녀의 침묵에 여성은 얼굴에 미소를 띤다.
"뭐, 좋아요. `재료`가 바깥에서 제 발로 들어와 준다면 저희도 기쁘게 사용해 주는 게 맞겠죠…?"
"재료…! 그렇다면, 당신은 아스타로테의...!"
다음 순간, 여성의 손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며 소녀를 당기려고 한다.
소녀도 펜던트에 마력을 담아 무언가를 영창 하려 한순간
"하늘 기둥…."
허공을 춤추는 칠흑의 칼날.
마치 달밤을 비행하는 나비와도 같이, 어두운 골목길의 위, 좁게 내리쬐는 태양의 빛 아래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녀는, 궁중에서 몸을 비틀며 검을 역 날로 잡아 눈앞의 여성의 목 뒤를 후려친다.
비명을 내지를 새도 없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검은 피부의 여성.
가뿐한 발걸음으로 땅에 착지한 검사 루베라는 흐트러진 페도라를 고쳐 쓰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자신이 구한 소녀를 향해 돌아서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맨몸으로 오는 것은 무모한 게 아닌지?"
루베라가 조용히 이야기하자,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잠시 넋이 나갔던 소녀가 `핫`하고 정신을 차린다.
그러고는 로브를 깊게 뒤집어쓴 채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여는 것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명, 루베라…. 였죠?"
들려온 목소리는 굉장히 앳된 것이었다.
루베라는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눈앞의 소녀가 클레온의 저택에 있던 사샤와 비슷한 나잇대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대로, 어제의 마차에서 자신의 앞에 앉은 채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던 그녀 본인이었다.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네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름도 정체도 밝힐 수 없는 높으신 분이겠죠?"
그 트로메이아 공작부인이 곁에 붙어서 그녀의 정체를 감쌀 정도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마 왕족의 누군가겠지.
로브의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곳에…. 왕도에서 일을 찾는 게 아니었나요?"
"제가 해야 할 일은 이곳에 있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이런 곳에 올 만한 신분은 아니겠지요……. 아니, 어쩌면 이곳에서 작은 일탈을 즐기고 계신 건가요?"
루베라 특유의 비꼬는 듯한 말투의 말에 소녀는 잠시 몸을 경직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 역시,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온 것입니다."
그러고는 분한듯한, 그러면서도 그런 루베라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다.
루베라는 그런 소녀를 바라보며 잠시 입을 다물더니 몸을 돌렸다.
"호위도 제대로 데리지 않은 채 돌아다니면서, 무슨 일을 하겠다는 지는 모르겠지만. 트로메이아 공작부인께 모셔다드리면 되겠죠."
그런 루베라의 말에 소녀는 그것만은 안된다는 듯 한 발짝 내디디며, 루베라에게 이야기한다.
"기다려주세요! 루베라, 당신은 `아스타로테`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습니까?"
소녀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루베라는 어쩔 수 없이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양지의 따뜻한 빛을 받으며 올곧게 자라난 듯한 귀한 집 소녀의 입에서.
뒷골목의 이권을 두고 암투를 벌이는 조직의 이름이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
루베라는 약간의 진실을 감춘 채, 그녀에게 대답한다.
실제로는 아스타로테들이 창관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조직원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쾌락을 신봉하는 미친년들의 집단이라는 것까지.
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면, `서큐버스`...에 대해서는요?"
루베라는 소녀의 입에서 나온 갑작스러운 마물의 이름에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서큐버스`
몽마, 음마라고도 불리는 그녀들은 고대의 악마의 성노예들이 그들의 마력을 받아 전생한 존재라고 여겨진다.
절대로 열화 되지 않는 미모를 지니며, 남성들을 유혹하고 그들의 정기를 식량 삼으며.
인간 남성과의 성교로도 번식할 수 있고, 그들 사이에서는 절대 서큐버스밖에 태어나지 않기에.
던전의 공략 중, 서큐버스에 완전히 매료된 남성의 경우 파티의 동료들이 서큐버스의 수를 늘리지 않기 위해 그를 처리하는 경우마저 발생한다.
하지만, 그들은 주로 환혹, 매료의 주문을 사용하며 개인적인 전투능력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여겨지기에.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모험가라면 토벌에 큰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파훼법만 알고 있다면 상대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악마형 마물이다.
"현재, 왕도 엘케르도에서는 밤새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이야기의 첫 단추를 끼웠다.
그리고 그 뒤에 그녀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루베라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왕도에 거주하는 주민들 대부분이, 신분이나 직업을 막론하고 밤새 음몽을 꾸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신경 쓰이는 이성이 나타나 좋은 분위기가 되는 가벼운 것에서부터.
인간의 음란한 상상력의 한계에 가까운 질펀한 내용까지.
소녀는 그런 말을 하면서 조금 부끄러운 듯 헛기침을 섞어가며 이야기한다.
루베라는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꿈을 경험했기 때문에 소녀의 황당한 이야기를 믿을 수 있었다.
다만 당연하게도 음몽을 꾼 이들의 상태는 그다지 양호하다고 할 수 없었다.
잠을 설치게 되어 피곤해지는 것은 그나마 나은 일이었고, 음몽의 정도가 심할수록 심하게 체력을 소모하거나 정말로 정기를 소모한 것처럼 쇠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왕도의 인간들 대부분이 욕구불만에 의해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무언가, 배후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소녀는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스타로테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이죠?"
루베라의 질문에 소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대답한다.
"3주 정도 전부터, 뒷골목에서 퍼져나온 좋지 않은 마력의 흐름이 왕도 전체를 향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이름을 들은 것이 `아스타로테`라는 조직의 이름이었죠. 그녀들은 쾌락주의를 신봉하는 이들로…. 제가 생각하기에는 `서큐버스`를 소환, 혹은 사역하여 그 힘을 통해 왕도의 주민들에게 `음몽`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겁니다."
그녀의 말은 논리적으로는 옳았지만, 그런데도 루베라에게는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어째서 당신 혼자인 건가요? 궁정의 마법사들도 있을 것이고, 악마와 관련된 일이라면 교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나요?"
"그건..."
소녀는 살짝 곤란하다는 듯 뜸을 들였지만, 이내 조금 더듬으면서도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뒷골목에서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저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소녀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타인 보다도 악의적인 마력에 매우 민감한 체질이어서 왕도 전체에 넓고 가늘게 펼쳐진 마력의 영향을 감지한 것은.
지금 이 왕도 내에서도 그녀 혼자라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입을 열어 타인에게 이것을 전하더라도 믿어주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거나 의견을 무시당하기 일쑤였기에.
그녀가 직접 움직여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째서입니까? 당신, 왕족이죠? 대체 누가 왕족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겁니까?"
루베라는 그런 소녀의 말을 이상하게 여기며 그 부분을 지적하자. 소녀는 조금 놀란 듯한 모습을 보였다가 천천히, 자신의 후드를 벗었다.
그곳에서 나타난 모습은, 옅은 백금발을 땋아서 목의 아래로 내린 정말로 앳된 소녀의 얼굴이었다.
눈은 금색으로 빛나고, 얼굴의 조형은 마치 신이 빚은 듯한 조각상과 같이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루베라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유폐 왕녀]라는 별칭을 가진 비운의 왕족.
아멜리아 칼데아리스.
아멜리아의 어머니는 왕의 두 번째 부인지만.
그녀의 삼촌 즉, 아멜리아의 어머니의 남동생이, 그녀가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 반역을 도모하였다가 실패하여 처형 된 이후.
어머니와 함께 왕성의 별실에 유폐된 채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여생을 마쳐야 한다고 전해지는 그런 소녀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난 이후 몇 년을 살지 못하고 죽었다고 전해지지만.
루베라가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는 것은, 1년의 한 번. 왕국 최대의 기념일인 `승전의 날`에.
모든 왕족이 얼굴을 비치는 행진에 그녀 역시 몸을 구속당한 채이지만, 얼굴을 드러내고 행진의 가장 마지막 줄에.
무릎을 꿇린 채 행진에 참여하게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왕이 무엇을 생각하여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이전 휴즈 후작의 생각에 따르면 일부러 유폐 왕녀의 얼굴을 알려 그녀가 혹시라도 도망친다면 빠르게 잡을 수 있도록, 국민에게 얼굴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같은 그 수준에 딱 맞는 사악한 상상을 하던 것이었다.
"아멜리아... 어째서 당신이 이런 곳에..."
루베라는 평소에도 왕족에 대한 존경심 따위는 없었기에 그녀를 `당신`과도 같은 무례한 호칭으로 부르지만.
아멜리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방법이야 있지요. 트로메이아 부인이 당신에게 저에 대한 묵비를 강요했던 것도 이해가 가겠지요."
루베라는 심해진 두통에 머리에 손을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는 정해진 곳을 나갈 수 없는 왕녀가, 왕성은 물론이고 왕도의 바깥까지 나갔다가 돌아왔다고 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저는 왕실에서 흠이 되는 존재, 국민에게는 반역도와 같은 피가 흐르는 증오스러운 계집이지만. 왕족의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습니다. 자신의 손이 닿는 범위에서 왕도를 지킨다는 책임이."
아멜리아는 당당한 말투로 자기 생각을 루베라에게 피력한다.
루베라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은 뒤,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렇기에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주변인들 대신 자신의 손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했다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를 바라보며, 루베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를 이대로 데리고 돌아가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트로메이아 부인과 함께 있던 것은, 그녀가 이 왕녀의 외출을 묵인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데리고 돌아가던 것인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서큐버스의 마력을 쫓을 수 있다는 것이군요."
"네, 그리고 아마. 그곳이야말로 아스타로테의 아지트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루베라는 아멜리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후드를 다시 씌운다.
"가죠…. 우연히 저도 그녀들에게 볼일이 있던 참입니다. 당신이 그녀들을 쫓을 수 있다면 당신을 돕는 게 가장 빨리 그녀들과 만날 방법이겠군요."
그렇게 말하는 루베라를 올려보며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에게만 보이는 마력의 잔향을 쫓아 길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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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콜록.
하고 아멜리아로부터 기침이 울린다.
뒷골목의 심부로 나아갈수록, 강해지는 독기와 음기.
확실히, 이 안쪽에는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한 것이 있다고 루베라와 아멜리아는 전신으로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 중에서도 마력에 민감한 것은 아멜리아의 쪽.
아마 루베라가 느끼고 있는 불쾌함보다도 그녀가 느끼는 불쾌함의 쪽이 더 크겠지.
루베라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도록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건네 입과 코를 막게 한다.
공기중을 흐르는 미세한 분홍색의 연기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독과도 같았다.
[바리사다]
[응. 루베라의 몸으로 들어오는 건 내가 정화할게.]
조용히 자신의 마검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긴 채.
구부러진 길을 빠져나가 하나의 건물 앞에 선다.
이런 뒷골목에 어울리지 않은 커다란 고급 저택이었다.
높은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저택의 내부는 거의 모든 창 너머로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고.
일부러인지 모르겠지만, 그림자로 만들어진 실루엣은 음탕한 행위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것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즉, 이곳은 `창관. 여성이 몸을 팔아 남성의 성욕을 만족시켜 주고 그 대가로 돈을 건네받는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고급 창관은 일반인은 입구를 통과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금전적 대가를 요구받는다.
뒷골목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급 창관 `발푸르기스`의 앞에 선 채, 루베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렇게 짙은 마력을 흩뿌려놓고 잘도 손님을 받을 생각을 하는군. 일반인은 도중에 쓰러져 버릴 텐데. 무슨 생각이지?`
"루베라."
뒤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면, 아멜리아가 손가락을 들어 입구 너머, 현관의 앞에 서 있는 여성을 가리킨다.
루베라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눈이 크게 띄어진다.
등에 돋아난 박쥐와 같은 날개, 머리에는 염소와 같이 구부러진 뿔.
그리고, 같은 여성이라도 매력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완벽하고 매혹적인 몸매와 얼굴.
마지막으로 뾰족한 귀와, 흔들리는 화살촉과 같은 꼬리.
"서큐버스."
"정말로, 왕도 내에 마물이..."
루베라의 해답에, 아멜리아는 어두운 얼굴이 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다른 이들을 설득할 힘을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함이 엿보였다.
"어떻게 할겁니까?`
그런 아멜리아에게 루베라가 질문하자,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잠시 쥐었다가 루베라에게 이야기한다.
"물론, 이런 일을 멈추도록 해야 합니다. 아스타로테의 수뇌부를 찾아서..."
"언니들에게는 가지 못할 텐데?"
아멜리아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는, 위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루베라와 아멜리아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곳에는 몇 마리의 서큐버스들이 음탕한 미소를 지은 채 혀를 핥짝 거리며 두 사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어느샌가 두 사람은 서큐버스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 ... 제 발로 나와주니 좋군요. 당신들을 몇 번 베어내면 묻는 말에도 순순히 대답해주겠죠."
루베라는 그렇게 말하며 마검 바리사다를 뽑아 자세를 잡는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아멜리아를 보호하는 형태로 선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그런 루베라의 옆에서 입고 있던 로브를 벗어던진다.
갑작스러운 아멜리아의 행동에 당황한 루베라지만 그것보다도 당황스러운 일은 직후에 펼쳐졌다.
"성령이시여, 저에게 악과 맞서 싸울 용기와 힘을…!"
그녀가 붙잡고 있던 은 빛 깃털 모양의 펜던트가 그녀의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빛나면.
강렬한 신성의 빛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며, 아멜리아의 몸을 감쌌다.
그러면, 아멜리아가 안에 입고 있던 드레스가 빛에 의해 소멸한 듯 사라짐과 동시에, 그 자리를 순백의 갑주가 대신한다.
그 모습은 마치, 왕국 최강의 기사들이라 일컬어지는 `성기사`와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에 쥐어지는 `순백의 거대한 전쟁망치`.
아무리 보아도 그녀에게 그런 것을 휘두를 수 있는 근력은 없어 보였지만.
그녀는 깃털과도 가볍게 그 커다란 망치를 붙잡고 팔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내, 일련의 변신이 완료되면 그녀는 아까와도 같이 당당한 눈빛으로 주변의 서큐버스들을 바라본다.
"왕도를 어지럽히는 어리석은 악에 정의의 철퇴를. 세인트 프린세스 아멜리아, 여기에 등장…!"
멋들어진 포즈와 함께 주변에 휘몰아치는 신성마력의 폭풍.
루베라는 주변의 서큐버스들과 마찬가지로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본다.
"... ... ... ..."
하아. 또 이상한 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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