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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90화 (90/506)

〈 90화 〉 도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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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외각에 위치한 사람이 자주 오지 않는 구교사 구역.

30여 년 전, 이곳에서 벌어진 대형 마법 실험에서 일어난 사고의 영향으로 광범위한 이차원 마력 오염이 펼쳐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는 적게라도 실험의 영향을 받은 주변의 건물을 모두 폐쇄하고 주변에 사람을 물리는 결계를 펼쳐 학생들이 근처로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 범위에서도 가장 바깥 부분­구역의 경계에 가까운 건물은 실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거나, 이제는 자연적인 재생력에 의해 오염을 거의 찾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다만, 시설이 노후화되었고 다른 건물들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곳을 다시 교실로써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아직도 구교사 구역의 건물들은 세월의 흐름에 풍화되어가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땅 위에 선 채로 스러져 가고 있었다.

1주일 전, 미궁을 탈출한 두 명의 학생과 한 명의 임시교사가 이곳을 거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양손에 짐을 가득 든 호문클루스의 소녀는 클레온을 따라 수풀로 가득한 숲길을 걷는다.

아카데미의 부지 내에 어째서 숲이? 라는 의문이 들 법도 하지만, 이 숲이야말로 사람을 물리는 결계의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은폐 장막이었다.

마법에 의해 짧은 시간 내에 급속도로 성장시킨 나무의 대군으로 과거, 이곳에 존재했던 길을 가려버린 것이다.

이런 숲을 원해서 걷는 사람은 꽤 자연 친화적인 성격이거나, 일탈을 즐기는 소년 소녀들 정도겠지.

잡초가 우거진 땅을 내려다보면, 그곳에는 이전에 사람에 의해 가꾸어졌던 길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이었다.

클레온과 우연히, 그 도구함에서 재회한 이니스는 클레온을 따라 구교사 구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이니스의 질문에 대한 클레온의 대답을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한 손에는 여전히 쿠온과 라일라의 부탁으로 구매한 물건들로 가득한 봉투가 들려져 있었지만.

호문클루스인 그녀에게 있어 이 정도의 짐은 가볍기만 했다.

"한쪽은 내가 들까?"

길을 출발할 때 그렇게 말한 클레온에게 원래 가지고 있던 두 개의 봉투 중 다른 한쪽의 봉투를 맡긴 것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어지는 그녀의 본능의 표현이었다.

고작 일주일 만나지 못한 것이지만, 인공적으로 창조되어 불안정한 존재이기도 한 호문클루스에게 창조주만큼이나 강하게 연결된 클레온의 존재는 역시 마음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그렇게 5분가량 어두운 숲길을 나아가면, 돌연 나무의 대군이 서식하는 구간이 끝이 나고 완전히 인공물로 가득한 공간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위인들을 기리는 듯한 조각상들이 길의 옆에 나란히 새워져 있었고, 그 길의 끝에는 과거의 학생들이 드나들었던 거대한 건물이 보인다.

하나만 하더라도 지금의 3대 학과가 사용하는 건물보다도 거대한 것인데, 입구에 그려진 지도를 보면 그것이 네 개나 있어서.

각 건물은 또다시 통로로 이어져, 위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마름모 형태의 지형을 그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라일라로부터 지식을 이어받아 아카데미에 대하여 일반인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니스가 보기에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곳이 과거 어떤 학과에 의해 운용되던 건물인지는 모르지만, 그 규모가 거대했으리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사고가 일어난 실험에서 발생한 마력 오염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숲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건물만이었다.

클레온은 자연스럽게 그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 어디에 어떤 교실이 있는지를 이미 파악을 마친 듯.

계단을 따라 한 층을 올라가, 과거 이 건물에서 공부했을 학생들이 사용했던 휴게실의 문을 열어젖힌다.

안쪽에는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각종 교실의 책상이나, 휴게실에 원래 있던 책상들.

그리고, 보건실에 있던 침대나 교사를 위한 가면실에 위치한 이것저것을 끌고 와서.

사람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 작은 잡동사니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돌아오셨나요, 선배?"

그곳에는 소파에 앉은 채 차를 마시고 있던 베아트릭스가 고개를 돌려 반갑게 클레온을 맞이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클레온의 뒤에 있는 호문클루스 이니스에게 시선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어딘가, 클레온의 인상과 겹쳐 보이는 그녀를 보며 티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야기한다.

"선배의 따님인가요!?`

"네네~! 파파의 딸인 이니스입니다~"

베아트릭스의 억측에 바로 긍정의 말을 내뱉으며 손을 들어 올리는 이니스를 보며,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고 티나에게 이야기한다.

"라일라가 만든 호문클루스야. 나는 제작을 도왔을 뿐이고."

"아아, 그랬던 거군요."

베아트릭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위해서 찻잔을 준비한다.

소파의 앞에 놓여있는 테이블에는 구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쿠키가 쌓여 있었다.

건물의 조리실을 멋대로 사용한 것이지만, 재료는 모두 이 일주일 사이에 클레온이 바깥에서 구해 온 물건들이다.

"몸 상태는 괜찮아?"

클레온이 걱정되는 듯이 베아트릭스에게 물어보다, 베아트릭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몸을 움직여 보인다.

리오메스와 클레온에게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를 나누어 준 후, 베아트릭스는 꼬박 3일을 잠들어 있었다.

소울 캡쳐로 인해 영혼에 발생한 피해는 클레온과 리오메스에 의해 메꾸어져 있었지만, 몸에 축적된 피로나, 겨우 숨기고 있던 비밀을 누군가에게 말했다는 정신적인 해방감 등이 겹쳐 그녀에게 부족했던 휴식을 한꺼번에 취하는 듯했다.

베아트릭스가 일어나자마자 한 것은, 그녀가 잠드는 동안 아카데미의 상황을 파악한 두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정리와 그를 위한 계획의 설립이었다.

리오메스는 따로 할 일이 있다고 하여, 그녀대로 움직이고 있지만 베아트릭스도 클레온도, 리오메스는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경우, 예측하지 못한 일을 벌이면 결과적으로 그것이 두 사람에게 있어 좋은 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래서 파파. 어째서 모두 이상해진 거야? 마스터는 물론이고, 쿠온이랑 사샤마저 파파를 잊어버리다니…."

이니스는 이곳까지 오면서 물어보고 싶어 견딜 수 없던 의문에 대해 클레온에게 질문한다.

그러면 클레온은 그런 이니스를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데미우르고스에 관한 것.

집행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검은 교전의 개입.

이니스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야기한다.

"그러면, 나는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데미우르고스의 정신 개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야?"

"결과적으로 보면 그래. 데미우르고스의 힘은 어디까지나 인간에 한정된다고 했으니까. 그렇지, 베아?"

"네. 데미우르고스는 `인간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것`을 근원으로 하는 악마들이기 때문에 그 힘은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에게는 통하지 않아요."

베아트릭스의 대답에, 이니스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있지 파파. 이대로 나랑 같이 마스터의 저택으로 돌아가는 건 안 돼? 모두, 파파의 얼굴을 보면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르잖아?"

"아쉽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아. 아니, 없다고 하는 게 좋겠지. 실제로, 나와 알고 있던 이들은 모두 나를 집행과의 잔당이라고 여기는 듯했으니까."

베아트릭스는 살짝 어두운 얼굴이 되며 클레온의 말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데미우르고스는 사람의 정신을 뒤틀고, 의심의 씨앗을 심는 것으로 사이를 이간질하는 악마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세뇌의 힘은 현존하는 어떤 마법으로도 해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요."

이니스는 그 이야기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걸로 증명됐네. 이니스가 데미우르고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갈라테아도 세뇌를 받지 않았을 거란 이야기야."

"갈라테아... 파파의 마검인 그 초록머리지?"

어째선지 갈라테아에 대해서만 조금 신랄한 말투가 되는 이니스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어떻게 하고 있어? 일주일 전부터 완전히 연결이 차단되어 상황을 알 수가 없는데…."

"갈라테아는 마스터가 방을 감싸도록 펼친 결계의 안에서 보호받고 있어. 얼마나 강력한 결계인지, 시술자인 마스터조차도 해제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야."

클레온은 그 이야기를 듣고 눈을 조금 크게 떴다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라일라가."

"어째서, 라일라는 결계를?"

베아트릭스의 의문에 클레온이 대답한다.

"아마, 레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겠지. 내가 마검사라는 것을 레일은 알고 있을 테니까, 나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기 위해서 갈라테아를 찾는 것을 염려한 걸 거야."

하지만 라일라가 펼친 결계 덕분에 갈라테아는 무사하다. 클레온은 최악의 상황마저 상정했었지만, 덕분에 한숨을 내쉬며 일단은 안심할 수 있었다.

"...파파는, 그러면 일이 끝날 때까지는 저택으로는 못 돌아온다는 거야?"

"...그렇게 되겠는 걸. 모두와 합류하는 건 조금 더 뒤의 일이 될 것 같아."

이니스의 슬픈 목소리에 클레온은 아쉽다는 듯이 대답하며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다.

그 모습은 마치 딸을 달래는 듯한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베아트릭스는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파파가 하려는 일은 그 검은 교전이라는 모두를 세뇌한 사람들과 싸우는 거지? 그러면…. 아카데미의 사람들 전부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거 아닐까?"

제자였던 성학과의 학생들도, 잠깐이지만 힘을 합쳤던 수석들도.

그리고, 그를 제외한 모든 강사, 교사, 그리고 데미우르고스의 영향을 받은 모든 학생이 클레온들의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네... 그렇겠죠.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에요."

베아트릭스 역시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는 듯, 주먹을 꼭 쥐며 대답한다.

이 싸움은 고독한 전쟁이다.

그야말로, 과거의 동료들, 친구들과도 검을 부딪쳐야 하는 최악의 싸움이었다.

"괜찮은거야...!? 저쪽은 그렇게나 수가 많은데, 이쪽은 나를 합쳐도 네 명 밖에 안 되잖아...!"

호문클루스는 합리적인 사고를 우선으로 하는 존재들이다.

단순한 세력 비교로는 도저히 상대되지 않는 두 진영을 비교하면 클레온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이니스를 넣어서 네 명인가... 같이 싸워주는 거야?"

클레온이 이니스의 말을 듣고 대답하자, 이니스는 고개를 떨어트리며 중얼거린다.

"그야, 물론... 나는 파파와 마스터가 사이좋게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좋은걸…."

베아트릭스는 그런 이니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고개를 들은 이니스와 눈이 마주치는 베아트릭스.

"저도, 선배가 라일라와 함께 있는 광경을 되찾기 위해 전력을 다할 거예요. 그러니까, 안심해주세요."

"베아링..."

"...베아링?"

어느샌가 베아트릭스에게 별명을 붙인 이니스가 살짝 감동한 듯한 목소리를 흘린다,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거기에, 상황은 거기까지 절망적이지 않아. 데미우르고스의 세뇌는 확실히 위협적이지만 세뇌만으로는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어."

클레온의 말에 베아트릭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의 힘이 정말로 절대적이었다고 한다면 과거의 용사들이 그들을 토벌할 수 없었겠죠. 몇 번이고 정신이 개찬되더라도 분명히 방법은 있어요."

"알았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이야기해 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끄덕이는 이니스.

클레온은 그런 그녀에게 웃어 보이며 이어서 이야기한다.

"거기에, 우리 네 명이 끝은 아니야. 든든한 동료가 한 명 더 있거든."

"어...? 하지만, 아카데미 안에 있던 모든 인간이 세뇌된 거잖아?"

이니스의 질문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선배가 말한 그분이 오시면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해야 할 일은 많지만요."

"아리아드네의 탈환. 레일의 위치 파악. 세뇌를 해제할 방법을 찾고, 검은 교전을 무력화 시키는 것…. 인가. 산더미 같군."

이니스는 클레온과 베아트릭스가 말하는 `든든한 동료`, `그분`에 대해 전혀 정체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때­

바깥에서 시간을 알리는 종탑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벌써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노을이 내려오는 시간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니스는 그 종소리를 듣자마자 소파에서 벌떡 일어선다.

"위험해! 빨래랑 청소랑 저녁 준비까지 해놓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럼, 빨리 돌아가야겠네. 내가 없는 동안 모두를 잘 부탁해. 이니스."

그렇게 말해오는 클레온을 보며, 이니스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001

이니스가 돌아간 뒤, 클레온은 베아트릭스를 안았다.

그녀와의 영혼의 연결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옅어지므로, 주기적으로 하루에 한 번은 그녀와 몸을 섞어서 다시 영혼의 연결을 보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얼핏 작업처럼 변할 수 있는 행위였지만, 거듭할 때마다 서로의 몸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며.

리오메스의 조언에 따라 매번 다른 취향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오늘도 베아트릭스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클레온의 품에서 흐트러졌다.

마음과 같아서는 욕실에 몸을 푹 담그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아쉽게도 구 교사에 욕실은 없었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샤워실로 이동하여 몸을 청결히 하는 것으로 몸을 뒤덮었던 쾌락의 열기를 씻어낸다.

도중에 서로의 몸을 보고서 다시 한번 행위로 돌입할 뻔했지만.

아무리 성행위가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몸을 섞는 것은 너무 자제심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일까.

찬물을 뿌려 마음을 진정시키고 샤워실을 뒤로한다.

밤의 어둠이 깔린 구교사는 마력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긴 복도를 나아갈 때면 창밖에서 들어오는 달빛만을 의지해야 했다.

마력의 랜턴을 들고 왔으면 좋았겠지만, 혹시라도 불빛을 보는 이가 있을까 봐, 밤에는 되도록 빛을 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걷고 있다 보면, 복도의 너머, 마침 달빛이 들어오지 않는 그림자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리오메스?"

클레온은 자신들 외에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인물의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반응하여 자신 쪽으로 다가온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강철로 이루어진 몸. 인간을 흉내 낸 형태. 양쪽 팔에는 흉악한 칼날이 달려 있고.

역관절의 다리로 클레온과 베아트릭스가 있는 쪽으로 서서히 다가온다.

"자동 인형[오토마타]!?"

연금술에 의해 만들어진 유사 영혼이 주입된, 자동으로 정해진 명령을 반복하여 실행하는 기계인형.

명령받은 것이라면 살인이라도 거침없이 행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왕국에서는 생산이 금지된 물건이었다.

전신이 검은 강철로 뒤덮인 그것은 눈을 붉게 빛내며 클레온과 베아트릭스에게 순식간에 접근하여 달려들었다.

베아트릭스를 품에 안고 뒤로 크게 도약하는 클레온.

방심하고 있었다고 속으로 혀를 차며 스승의 검을 휴게소에 두고 온 자신을 원망한다.

"들킨 건가?"

"아니요...! 검은 교전이 저희를 찾기 위해서 무작위로 뿌려놓은 기체일 거예요. 그에게 위치가 들켰다면 이미 다른 오토마타들도 이곳에 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돌려보내면 안 돼요!"

베아트릭스의 말에 약간의 안심을 느끼며 클레온은 이대로 휴게소까지 돌아가 검을 챙기는 것을 목표로, 일단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리지만.

"뭣...!"

거기에도,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오토마타와 같은 형태의 기체가 한 기 더 자리 잡고 있었다.

"큭...!"

오토마타는 한쪽이 파괴되더라도 다른 한쪽이 남아있다면 서로를 수리해서 움직이기 위해 2기 1조로 운용되었다는 사실을, 그때야 기억해 내는 클레온.

본래 연금술사들이 마법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개발하여, 태생적으로 높은 마법 저항력을 가지는 이들에게 자신의 마법이 통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지... 구속계열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이 녀석들의 신체 스펙이라면 금방 해제하고 달려들탠데...`

잠시 머리를 굴리던 클레온은 베아트릭스를 땅에 내려놓고는 마법을 영창한다.

"...플레어 스파이크."

양쪽에서 클레온을 향해 다가오던 오토마타는 마법의 행사를 인지하고 전신의 마법 저항력을 끌어올린다.

그러자, 그 금속에 마력의 층이 형성되며 클레온의 마법을 그야말로 튕겨내는 것이다.

`예측대로야...!`

하지만, 마력의 층이 두껍고, 강력한 경도를 자랑하는 나머지 녀석들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플레어 스파이크의 촉수는 하나가 튕겨내지만 곧바로 다음 촉수가 녀석들의 몸을 향해 날아들어.

마법을 사용한 공격과 공격 사이의 틈을 없애, 녀석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인간이었다면 이것을 회피하거나 반격의 틈을 노리겠지만, 기계적인 사고밖에 하지 못하는 오토마타들에게 그 정도의 상황 판단은 불가능하다.

물론, 이것도 오토마타의 수가 적을 때나 사용 가능한 방법이겠지. 과거의 전쟁에서는 이렇게 굳어버린 오토마타들을 뒤에서 다른 오토마타가 방패 삼아 밀고 가는 것으로 수많은 마법사가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가자, 베아!`

"네, 선배!"

그렇게 말하며 굳어버린 오토마타의 곁을 지나쳐 가려 한 순간.

[마력 흡수, 임계치 도달. 방출 개시.]

"...뭐!?"

오토마타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클레온이 놀라 뒤를 돈 순간.

강력하고 순수한 마력의 파장이 그들로부터 터져 나와 클레온과 베아트릭스의 몸을 덮친다.

"크윽...!"

클레온이 재빠르게 베아트릭스를 보호하지만, 등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덕분에 플레어 스파이크가 해제되고 오토마타들은 다시 움직여 클레온에게 향한다.

"선배! 괜찮으세요!?"

"큭... 아아, 이 녀석들 제대로 개량되어 있잖아…! 성가시게!"

클레온은 간신히 고통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지만,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오토마타가 팔의 검날을 휘두르며 클레온에게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온다.

"선배!"

베아트릭스가 어떻게든 다른 마법으로 클레온을 지원하려 하지만, 그보다도 오토마타의 속도가 더 빨랐다.

다음 순간, 흰색의 섬광이 번뜩이며 검날이 휘둘러진다.

하지만, 그 검은 오토마타의 것이 아니었다.

순백의 검.

창문을 뚫고 날아와 그대로 오토마타에 틀어박힌 것은, 붉은 보석이 특징적인 `성검`이었다.

[클레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클레온이 성검을 잡는다.

그리고, 그것이 틀어박혀 있던 오토마타를 완전히 베어버리는 것이었다.

"딱 좋은 타이밍이야... 이오나!"

손을 타고 흐르는 스승의 검의 기억이 클레온의 몸을 움직인다.

개찬된 아카데미의 전복을 노리는 도당의 최후의 한 명이 도착한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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