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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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빛이 들어오지 않는 암흑의 공간. 그곳을 장식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세 개의 석판들.
검은 교전이라고 불리며 아카데미가 창설될 때부터, 아니 정확하게는 아카데미가 세워지기 훨씬 전부터 존재한 이 고대의 존재들은.
자신들 사이에 서 있는 한 남자 레일을 향해 말을 건넨다.
그 남자의 왼팔은 어깨에서부터 기계로 이루어진 강철의 것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푸른색의 석판이 이야기한다.
"새로운 팔은 어떤가. `뷔토스의 창고`에 잠들어있던 물건의 팔이니, 이전의 연약한 것보다도 쓸만하겠지."
어깨 부분에서 올라오는 검은 마력의 침식이 이따금 레일을 고통스럽게 하였지만, 만족스럽다는 듯이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었다.
"완전히 익숙해졌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스승이시여."
"네게는 그 팔을 이용해서 해줘야 할 일이 아직 남아있다. 알고 있겠지?"
초록색의 석판에서 흘러나온 여성의 목소리는 마치 레일을 비난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네가 가져온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는 기껏해야 2할... 아직 신의 그릇도 손에 넣지 못했다. 아카데미에 네 영역을 펼친 것으로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
"...알고 있습니다. 오토마타를 사용하여 도주한 마검사들을 추적 중이니 곧 무언가 반응이 있을 겁니다."
"신의 그릇에 대해서는 무언가 대책이 있나?"
붉은색의 석판에서 나온 목소리에 레일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대답한다.
"신의 그릇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주변에서 그녀를 보호하는 손길이 많습니다."
"하. 네 개인의 목적을 위해 아카데미의 현재를 유지하는 형태로 세뇌영역을 펼친 것이 원인이로군."
초록색 석판이 다시 한 번 레일을 비난하자, 붉은색 석판이 레일을 두둔한다.
"커다란 계획에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의 동기가 필요한 법이지. 이 아이는 인간치고는 잘해 주었다. 자신의 행위가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따라주었으니까."
"...감사합니다. 스승이시여."
"하지만 너의 신념이 계획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면 네게 내린 모든 은총을 우리가 다시 거두어 갈 것이다."
붉은 석판의 말이 끝나면, 석판들은 다시 모든 색을 잃고 잠잠해진다.
그 가운데에 서 있는 레일은 자신의 눈앞에서 마치 죽은 듯이 땅에 박혀 있는 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푸른 유리검과
허공에 뜬 채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실타래를 바라보며 주먹을 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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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클레온은 홀로 생각한다.
설마 또, 이 짓거리를 해야 할 줄이야.
그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베아트릭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아카데미의 경계에는 지금, 데미우르고스의 영역이 펼쳐져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괜찮지만, 바깥으로 나갈 때 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막으려는 거겠죠. 거기에, 아카데미에 왕국의 사정을 끌어들이는 것은 그렇게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에요. 이후에 왕국의 영향력이 아카데미의 의향에 간섭할 수 있으니까]
`우리끼리,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 오늘은 검술과에 견학을 온 `레오나 양`입니다. 모험가 출신으로 경험은 풍부하다고 하니까 모두, 그녀에게 실례가 없도록 해 주세요."
검은 머리에 검은 눈, 그리고 흰 피부를 가진 장발의 장신 여검사.
클레온이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하여 변신하는 그녀의 모습을 이오나는 옆에서 싱글벙글한 얼굴로 웃어 보인다.
이오나가 돌아와 그녀와 몸을 섞은 것으로 흩어져있던 클레온의 지배의 각인 중 일부가 클레온에게 돌아왔다.
덕분에, 이오나를 통해서 루티의 마법을 빌려와, 그녀와 가까이 있으면 갈라테아와 함께 있을 때처럼 큰 소모를 하지 않더라도 수준 높은 마법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하면 자신이 클레온이라는 것을 들킬 염려도 적기 때문에 이오나와 함께 레일이나 아루루의 근황을 살피러 왔다.
다만, 아무리 필요로 한다지만 여성의 모습을 취하는 것은 클레온으로서도 거부감이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유스테스가 자신에게 보내던 느끼한 시선이 생각나서 등골에 소름이 돋는다.
이오나가 본래 왕국 기사였다는 것을 이용하여 견학이라는 명분으로 손쉽게 검술과의 실습장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레일은 물론이고, 클레온이 기억하고 있던 아루루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이에게 레일에 관해 물어보면 그런 학생은 모른다는 대답이 먼저 나오는 것을 듣고, 잠시 얼굴이 굳는 것이었다.
그런 것보다도
"저기! 레오나씨는 어디에서 모험을 하신 건가요?"
"레오나씨도 혹시 기사 지망이셨던 건가요?"
아무래도, 실력 있는 여성 모험가 검사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여학생들의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인지.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질문해 오는 학생들의 질문을 쳐내느라 클레온은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부럽다는 듯이 지켜보는 남학생들은, 레오나(클레온)를 향해 시선을 보낼 때마다 웃으며 무언의 압박을 보내는 이오나의 기백에 밀려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한데, 조금 찾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아루루라고 하는데."
"아루루요? 아루루라면 저쪽에…."
클레온에게 말을 걸고 있던 여학생은, 손가락을 들어서 무리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서 즐겁다는 듯이 검을 휘두르며 수련을 하는 소녀를 가리킨다.
그곳에는 다른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수련복을 입은 금발 벽안의 소녀가 서 있었다.
다만, 클레온의 기억 속의 그녀와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남성 검사를 압도할 정도의 의젓한 기백이나, 당당한 자세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검을 잡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듯한 자세에, 그 나잇대에 맞는 소녀다운 웃음을 보이는 것이었다.
클레온은 자신이 그녀를 찾지 못한 이유가, 어디선가 그녀의 이전의 모습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었다고 깨닫는다.
[아루루 트로메이아. 틀림없네요, 제 기억 속에 있던 인상착의와도 일치해요.]
엘레시아로 오기 전에도 왕도에서 활동했던 이오나라면, 그녀와 면식이 있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녀의 텔레파시에 클레온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아루루도 클레온처럼 타인으로 받는 인식마저도 개찬된 듯했다.
"그녀는 검술과의 수석이라고 들었는데…."
"아루루가요? 설마요. 검술과의 수석은 오랫동안 공석이에요. 그에 걸맞은 실력자가 없다는 것 같던데…."
학생들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 세계는, 레일의 소망이 반영된 세계. 그가 원하던 것이 지금 그녀의 모습이라는 건가…?`
"아루루~! 레오나씨가 아루루랑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아?"
"아니, 잠깐. 그런 말은…."
여자아이 특유의 오지랖이 발동한 것인가, 아니면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것인가.
어찌 되었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루루도 검을 휘두르던 것을 멈추고 땀을 닦으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가까이에서 본 그녀는, 정말로 그 용사 아루루가 맞는 것일지 의문이 들 정도로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클레온이 잠시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
이오나가 틈을 보아 대신 그녀에게 말을 건다.
"아루루양이죠?"
"네! 아루루 옴니아라고 해요!"
[옴니아는 그녀의 어머니 쪽의 본가군요. 귀족 가문이긴 하지만 그렇게 높은 작위의 가문은 아닙니다]
이오나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연다.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아루루에게 성검에 대한 것을 감지하도록 하여 검은 교전의 위치, 그리고 레일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상태를 보면 그것은 힘들어 보인다고, 클레온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것을 물어보기로 한다.
"...아루루도 지금의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나?"
"...? 네. 물론이에요. 친구들도 있고, 강사님들도 친절하시고. 자유 시장에는 재밌는 것들도 많고요. 왕도에서 지낼 때는 어머니가 엄격하셔서 시장에도 못 가게 하셨거든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아루루를 보며 클레온은 입을 다물고 쓴웃음을 지었다.
[클레온...]
[미안, 알고 있어.]
클레온은 이오나가 있는 곳을 바라보지 않았지만, 이오나 역시 클레온의 생각을 조금은 읽어낸 것이겠지.
태어났을 때부터 특별했던 그녀가, 특별함을 잊는 것으로 얻어낸 것은 그녀의 태생상 얻기 힘들었던 평범한 행복.
그녀가 `아루루 트로메이아`로 존재하는 이상, 이룰 수 없었던 일상.
하지만 클레온은 그것을 알면서도, 왜곡된 세계를 부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분명, 지금의 아루루도 행복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전의 아루루의 의지를 무시하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무시한 이기적인 이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이것마저도, 자신의 이기심일 수 있다고, 클레온은 생각한다.
하지만 클레온에게도 되찾아야 할 동료들이 있다.
그를 위해서라면 자신은 어떤 것이라도 할 것이라고, 베아트릭스와 함께 약속하지 않았는가.
"아루루. 갑작스럽게 미안하지만, 혹시 성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나?"
조금이라도 그녀가 무언가를 떠올려주기를 원하며 클레온은 아루루에게 이야기한다.
"성검... 인가요? 용사분들이 사용하는 신성한 검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잘."
"내가 보기엔, 너도 용사로 보이는데."
"제, 제가요? 저는 그냥 평범한 검사에요!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모험가가 되기로 친구인 세실과 약속도 했고요..."
정말로,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성검과 마검은 데미우르고스의 세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주인인 용사와 마검사와 연결되어있다.
결계에 싸여있는 갈라테아처럼 특수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영혼의 연결은 단절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루루에게도 성검 아론다이트와의 연결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클레온은 추측했다.
클레온과 눈을 마주치던 아루루도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살짝 시선을 돌리면서,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그... 관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꿈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서…."
마치 부끄럽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아루루.
확실히, 그런 꿈을 꾸었다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면 어딘가 조금 아픈 아이….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에 사내아이들이 자주 하는 망상의 일종으로 취급받으리라.
하지만 클레온은 그 이야기를 듣고 아루루의 어깨를 잡는다.
"정말이야? 꿈에서는 어디에 있었지?"
"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늘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거라…. 어딘가의 지하…. 인걸 지도..."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클레온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다.
`성검이 자신의 주인에게 있는 공간에 대한 비전을 보내는 건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 그리고. 주변에 세 개의 커다란 석판 같은 게 보였어요. 붉은색, 파란색, 초록색의..."
확실히, 어디에도 있을법한 광경은 아니었다.
아루루도 여전히 자신의 망상을 타인에게 들려주는 듯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인지 얼굴을 붉히고 있을 뿐이었다.
[짐작 가는 바는 있나요?]
[...아니. 하지만 그곳이 어딘지 알고 있을 녀석들이 있는 곳은 알고 있지.]
클레온은 조용히 이오나에게 대답한 뒤 아루루에게 이야기한다.
클레온의 표정은 온화했지만, 눈에는 아루루의 대한 굳은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그녀와 함께 지낸 시간, 아루루가 가지고 있던 인간성에 대해서 클레온은 뼈저리도록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클레온이 지금까지 봐온 어떤 인간들보다도, 사람들의 이상으로서 당당히 서는 용사 그 자체였다.
심지어 '용사다움'만을 두고 이야기 한다면 클레온의 동경의 대상인 '레시아'보다도 용사다웠다.
그것은 겉치레나 주변으로부터 향해지는 기대에서 태어난 거짓된 모습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겸허히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용사로서 사람을 지키고
수석으로서 타인의 모범이 되고
귀족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한 명의 소녀가 있다는 사실을, 클레온은 알고 있었다.
"...그 꿈은 망상 따위가 아니야 아루루. 너에게는…. 네가 긍지로 여기던 힘이 있어."
"...레오나씨는, 대체…."
잘 모르겠다는 듯 당황해하며 대답하는 아루루.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건네지는 말에 동요하고 있었다.
분명 초면일 텐데도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느껴지던 가슴의 두근거림, 마치 잊어선 안 되는 것을 잊고 있는 듯한 감각.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 고동이 커졌을 때 아루루도 몸을 돌려 레오나로부터 도망친다.
견디기 힘든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육체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듯한 방어행위였다.
데미우르고스의 세뇌는 그 정도로 본인의 의지를 구속하고 있었다.
그런 아루루를 바라보는 학생들과 클레온, 그리고 이오나.
클레온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며 적당히 학생들을 상대하다가 검술학과의 건물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002
흰색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신전과도 같은 거대한 구조물.
입구에는 고대의 수호병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거대한 골렘이 지키고 있고.
앞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은 그 위압적인 풍경에 작은 공포를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아카데미의 최고의 권력자이자, 이 교육시설의 모든 것을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지배자들.
12석의 원로회가 기거하는 `모나드의 관`은 일반적인 학생들은 물론이고, 특례로 허가를 받은 교수들을 제외한 어떤 인물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아카데미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그저 아카데미의 중심부에 있는 채로 주변의 모든 것에 존재감을 나타내며 아카데미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
몇몇 겁없는 학생들이 원로회와 직접 대면하기 위해 입구까지 가까이 가지만 앞을 가로막는 골렘을 어떻게 하지 못한 채.
쓰라린 경험을 하며 터덜터덜 돌아가는 광경이 종종 벌어지고는 했다.
그리고 그런 모나드의 관의 입구에 한 명의 여성이 선다.
무장은 하지 않았지만, 몸에 걸친 갑옷이 그녀가, 그녀가 학생이 아닌 외부의 무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골렘은 외부인이라 하더라도 침입을 용서하지 않으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정해진 말을 반복하며 방문자를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허가되지 않은 이의 방문은 용납될 수 없다.]
꽤 장신인 여성의 3배는 되어 보이는 몸집으로 그녀를 둘러싼 채 이야기 하는 골렘들을 바라보며.
여성은 조용히 입을 연다.
"신의 이름으로 이것을 주조하나니, 그대들에게 죄가 없음이라."
침착한 여성의 목소리가 골렘들 사이에서 울려 퍼지자, 골렘들은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추더니.
여성에게서 멀어지며 입구를 통해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는 것이었다.
언제나처럼 방문객이 쫓겨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골렘에게 다가가 그 여성에 관해 물어보지만.
골렘들은 여성이 지나가자마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그들을 틀어막고 위압감을 내뿜으며 무질서한 이들을 내쫓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여성은 대리석의 복도를 지나, 장식 하나 없는 무기질적인 공간으로 나아간다.
그 거대한 공간은 주변이 마치 콜로세움의 관중석처럼 되어 있었으며 하늘에서 들어오는 태양 빛을 흰색의 벽면이 사방으로 반사하며.
관중석에는 너머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베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베일 너머에서 한 명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이것은, 어떻게 된 것이지?"
남자의 목소리는 조금 당황한듯했다. 아카데미의 원로씩이나 되는 인물이 당황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자신들을 찾아온 방문객이 예상과는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차례대로, 클레온을 둘러싼 베일 너머의 실루엣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원로회의 인물들.
여성적인 실루엣은 물론, 아주 어려보이는 실루엣도 보이고 있었다.
"그 암호구는 이전, `라일라 플레임워치`를 위해 준비해 건넸던 것."
"어째서, 당신과 같은 외부인이 그 문구를 알고 있는 것이지?`
한 사람이 해도 되는 말을 여러 명이 나눠 하는 것은, 이러한 집단의 특징인 것일까.
그들 사이에 선 채 입가에 미소를 띤 여성. 레오나.
아니, 클레온은 그들을 올려보며 입을 연다.
"라일라 플레임워치를 대신해서, 아카데미의 무능한 암 덩어리 노친네들과 이야기를 하러 왔다."
그리고 몸을 감싸고 있던 변이마법의 효과가 사라지며,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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