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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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누구도 없는 저택에 혼자서 돌아온 사샤는 어째선지 조금 죄책감과 비슷한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쿠온이나 라일라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거나 잔소리를 할 성격의 인물들은 아니었지만.
수업에 사용해야 하는 물건을 챙겨가지 않은 것은 명백하게 자신의 잘못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우수한 학생이며, 사샤가 모범으로 삼은 인물들이기에 그녀들이 저택에 없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안심감을 느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물건을 찾던 도중.
[서걱! 철컹!]
휘두를 때마다 빛을 내며 소리를 내는 특이한 단검이, 자신의 상자에서 나온 것이다.
단검의 케이스가 들어있던 상자는 평소에는 잘 꺼내지 않는 장비들이나,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는 곳.
거기에, 손잡이의 아랫부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음성이 재생되는 기능이 붙어있는 특이한 취향의 물건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사샤는 이 단검을 쥐고 휘두르면 묘하게 익숙한 감각을 느낀다.
마치 지금까지도 몇 번이고 휘두른 적이 있는 듯하여서.
그래, 분명.
이 단검을 들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지낸 시간이 존재한 듯한
"앗, 크윽...!?"
갑작스럽게 그녀를 찾아오는 두통. 들고 있던 단검을 떨어트리지만, 단검은 마치 나뭇조각 같이 `턱...`하는 무거운 소리를 낼 뿐 날붙이 같이 땅에 박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샤가 자신의 동족과 결투를 벌여, 그를 쓰러트리기 위해 겪었던 일.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은
서서히 뜨거워져 가는 눈의 감각 아니, 사냥꾼의 각인의 발현을 느끼며 사샤는 고통스러워 한다.
사냥꾼의 각인.
그것은 그녀의 부족이 가지고 있는 사냥의 신으로부터 받은 축복임과 동시에 저주.
저주의 등급으로 따지자면 물질계와 비 물질계를 포함한 모든 저주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강력한 맹독이다.
그리고 그 맹독은, 계기만 존재한다면 강하게 활성화되어 자신의 안에 있는 `진짜 신과 비교하면, 같잖은 악마의 저주`를 집어삼키려 하는 것이었다.
몸 전신을 뜨겁게 달구는 각인의 마력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헤집어진 머릿속을 원래대로 되돌리려 한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지.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땅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비틀 만큼 강력한 충격과 고통이었다.
저절로 호흡이 올라오고, 각인은 숙주를 되돌리기 위해 더 많은 힘을 발휘하려 한다.
1분이었을까, 아니면 10분?
사샤 그녀에게는 영겁과도 같은 고통이 끝났을 때, 그녀의 눈에는 더욱 깊이 사냥꾼의 각인이 정착되어 있었다.
귀는 귀대로 조금 길어져 있었고, 꼬리는 더 훌륭한 것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라고 사샤는 생각하면서 자신이 떨어트린 소중한 물건을 집어 허리춤으로 되돌린다.
거칠어졌던 호흡을 되찾으며, 그녀는 손등으로 눈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냈다.
자신이 울고 있을 틈은 없었다.
진짜로 슬퍼하고 있을 것은, 자신이 아닌 `그`일 테니까.
"클레온 씨…!"
불타는 각인의 시야가, 그가 있는 곳으로 그녀를 안내한다.
수업은 더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클레온에게 가지 않으면.
학생의 제복이 아닌 모험가로서 그녀가 착용하던 푸른 갑옷으로 갈아입은 채.
저택을 뛰쳐나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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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지하에 있는 거대한 무덤인가요."
노점의 테이블 석, 파라솔 밑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이오나와 클레온.
클레온은 원로회와의 이야기를 마치고 모나드의 관을 빠져나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와 합류한 채.
언제나 사용하던 가게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저주받은 방…."
이오나는 클레온이 하는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녀도 라일라처럼 학자 기질이 있는 인물이니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클레온의 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수첩에 정리하는 것을 보면 역시 정보기관의 인물이었구나 하는 감상이 뒤따른다.
"저주받은 방은 원래는 봉쇄되어 있었다는 것 같아. 동료를 셋이나 잃었으니 실수로라도 누군가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했겠지."
"고대의 유물이 보관된 유적에서 침입자를 덮치는 저주라…. 뭐랄까 클리셰대로의 전개네요."
이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알고 있는 고대유적의 저주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한다.
고대유적 자체가 거대한 함정과도 같아서, 그 문을 열어버리면 곧바로 바깥으로 향해 저주를 뿜어내는 형태.
혹은, 유적 내부에 있던 마도구를 가지고 돌아가면, 서서히 불행이 찾아와 자신도 모르게 파멸로 향하게 하는 형태.
"고대인들은 성격이 나빴다. 라고 요약하면 되는 건가?"
"아하하... 무덤을 지키기 위한 방어체계일 테니. 사실 학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적의 발굴은 의미가 깊지만, 그 유적의 주인들 관점에서 보면 도굴과도 같은 행위죠."
특히나 무덤 같은 경우는 더더욱이요. 라고 이오나는 덧붙인다.
"검은 교전…. 레일이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그 방을 찾았고, 저주를 견디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그곳에 가려면 저주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겠군."
클레온의 말에 이오나는 턱을 괸 채 대답한다.
"항마의 부적 같은 것을 준비할까요?"
"...그렇네, 취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준비해 둘까. 그렇다면 나는"
"어라? 이오나?"
클레온의 말을 중간에 가로막는 듯, 옆에서 끼어들어 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클레온도 이오나도 얼굴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오나는 천천히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거기에 있는 아카데미 마법학과의 수석.
라일라 플레임워치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었다.
"라, 라일라."
살짝 말을 더듬으며 대답하는 이오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지만, 이내 웃는 얼굴을 보이는 라일라였다.
"오랜만이네, 아카데미에 와 있었구나. 일 때문이야?"
"아, 네, 그렇습니다."
괜한 의심을 사지 않도록 대답하는 이오나였지만 당황한 기색은 역력했다.
본래 이 시간대는 아직 학생들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이었기에, 조금 안심하고 아카데미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인데.
그녀와 마주치는 것은 상정할 수 있는 상황 중에서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쪽은?"
라일라의 시선이 이오나의 앞에 앉은 채 타는 목을 축이기 위해 음료를 들이켜고 있는 흑발 흑안 장신의 여성에게 향한다.
만약 라일라가 조금이라도 클레온을 수상하게 여겨, 마력시를 발동한다면 그의 몸에 걸려 있는 폴리모프를 눈치챌 가능성이 컸다.
클레온은 평정을 가장한 채 컵을 내려놓고 대답한다.
"레오나. 그녀와는 일 때문에 동행하고 있지만, 모험가야."
가볍게 자신을 소개하자, 라일라는 `흐응`하고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그녀에 대한 흥미는 그다지 없어 보이는 듯했다.
그건 그것대로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그것보다 라일라. 어째서 이런 곳에? 아직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시간이죠?"
이오나의 말을 듣더니 라일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맞아! 이오나, 당신. 혹시 사샤 본 적 있어?"
"사샤양, 인가요? 아뇨. 그녀도 수업을 받고 있을 시간이니…."
라일라는 고개를 저은 뒤 조금 어두운 얼굴이 되어 대답한다.
"그게, 수업 도중에 잊은 물건을 가지러 저택으로 돌아갔다가, 수업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것 같아서 말이야. 같은 과의 친구들이 걱정된다고 아까 나를 찾아 왔었어."
그 말에 눈을 크게 뜨는 클레온, 자신도 모르게 살짝 자리에서 일어날 뻔 한다.
"저택에는 이니스를 보내두었지만, 그쪽에도 없는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찾고 있다는 거지."
"그녀 정도의 나잇대이니…. 소소한 일탈을 즐기고 있을지도요…?"
이오나의 대답에 라일라는 `그랬으면 좋으련만….`이라고 대답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최근에는 탈주한 집행과들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할까…. 그 녀석들 때문에 나도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고."
"그, 그건 걱정이네요…."
어찌 되었든 여기서 라일라와 이야기를 오래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이오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저희도 사샤양을 찾아볼게요."
"정말이야? 그래 주면 나도 고맙겠지만. 그 아이, 어째선지 마력 반응이 전혀 느껴지고 있지 않아서. 전력으로 숨어버린 것 같아."
라일라는 조금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에 손을 올리지만, 그 말에 반응한 것은 클레온이었다.
"... 마력 반응이?"
그녀에게는 사냥꾼의 각인이 항상 발동되어 있으므로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마력 반응을 남기기 마련이었다.
그런 그녀에게서 마력의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각인을 비활성화했거나
`각인이 조금 더 침식을 진행해서, 신체기능과도 같이 작동하고 있거나.`
클레온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며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레오나도 도와줄 거예요."
이오나는 그런 클레온을 보며 라일라에게 이야기하자, 라일라는 두 사람에게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정말 고마워! 사샤를 찾으면 저택에도 와 줘. 보답을 겸해서 저녁 식사라도 대접할 테니까."
라일라는 아직 완전히 안심하진 않았지만 두 사람의 조력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쿠온의 요리실력은 요리과 이상이니까` 같은 말을 섞는 것이었다.
그렇게 라일라로부터 떨어져 천천히 걸어가는 이오나와 클레온.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되었을 때 이오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사샤양이 어디로 갔는지, 짐작 가는 곳은 있나요?"
"아니... 하지만, 라일라가 말한 대로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야. 다른 녀석도 아니고 사샤가 수업을 빠져나가 종적을 감춘다는 건…."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샤의 행동원리에 대해 떠올린다.
그녀는 조금 겁이 많은 점은 있었지만, 그것은 오랜 세월 그녀를 몰아붙이고 속박했던 부족의 영향이었다.
본래의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결단력이 있으며, 과감한 행동으로 상대를 놀라게 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과감한 행동을 취할 때는, 그녀 자신을 위해서일 때보다도.
기본적으로 타인을 위해 움직일 때.
"그녀와 나는 지배의 각인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어느 정도 위치는 파악할 수 있어. 이쪽이야."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이오나의 앞에 선 채 시가지를 벗어나 사샤의 반응이 느껴지는 장소로 향하려 했다.
각인이 가리키는 위치는, 이곳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뒤쪽에서 느껴진, 서늘한 감각.
[데미우르고스 인자를 감지. 대상을, 표적인 마검사로 인정. 프로토콜에 따라 제압을 개시합니다.]
묵직한 강철의 기계음과 동시에 울려 퍼진 음성에 클레온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오토마타와 마주한다.
"오토마타!? 이 녀석들, 내가 가진 인자에 반응해서…!"
"클레온!"
문답 무용으로 자신을 공격해 오는 오토마타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클레온은 손을 뻗어서 이오나를 성검의 형태로 바꾼 뒤.
오토마타의 팔에 달린 칼날을 막아내며 혀를 차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시가지에서 벌어진 전투에, 주변에 있던 행인들과 학생들이 호기심의 시선을 보내거나, 휘둘러지는 검에 비명을 내는 이들도 있었다.
[마검사 제압을 위해, 대마력영역을 전개]
"쓸데없는 짓을…!"
녀석의 목소리가 끝나기 직전에, 클레온이 이오나를 휘둘러 녀석의 코어가 있는 중심부를 사선으로 내려 베어낸다.
흰색의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고 생각될 정도로, 강력한 일섬.
강철의 신체는 저항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며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해냈군요!]
"아니, 오토마타는 2기 1조로 운용되니까, 반드시 이 근처에"
클레온이 재빨리 다음 기체를 찾으려 한 순간.
공기 전체를 무겁게 누르는 듯한 감각이 순간적으로 몸을 스쳐 지나가면.
몸에 걸려있던 폴리모프가 해제되며 원래의 모습이 드러난다.
"젠장...!"
클레온의 시선이 이동한 것은, 길거리가 아니라 주변에 있던 건물의 위였다.
그곳에는 방금 쓰러트린 것과 쌍을 이루는 듯한 오토마타가 선 채로, 전신을 보호하는 마력을 넓게 펼쳐, 그 안의 마력을 중화하는 대마력영역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클레온! 던지세요!]
"아아...!"
클레온은 이오나가 제안한 대로, 그녀를 잡아 오토마타를 향해 전력으로 투척한다.
단검이 아닌 장검은 본래라면 이런 식으로 던져서 적에게 맞추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이오나는 성검. 어느 정도 자신의 궤도를 상대에게 맞추어 날아가는 것은 가능했다.
한 줄기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날아간 이오나가, 그대로 오토마타를 꿰뚫고. 그 자리에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 건물에서 착지한다.
대마력영역은 해제되었고, 그녀 역시 마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신체를 강화하는 것으로 무사히 건물 아래로 내려오지만.
클레온은 순간적으로 떠올린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직후, 클레온을 향해 날아드는 화염구.
강렬한 열기와 무언가와 충돌하게 되면 폭발하는 특성을 가진 살상력 높은 그것은.
몇 번이고 봐 온, `그녀`의 자랑의 마법이었다.
재빠르게 몸을 굴려 화염구를 회피해 내고,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머리카락을 붉게 태우며 이쪽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라일라 플레임워치가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줄래? 이오나."
그리고 그 시선은, 클레온은 물론이고 이오나에게도 향해 있었다.
"큭, 들어주세요, 라일라! 그는!"
"어째서 네가, 도주한 집행과의 수석과 함께 있는지...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말이야!!"
히스테릭한 고함과 함께 라일라의 등 뒤에서, 사슬과도 같은 것이 떠오른다.
클레온이 이전에 사용한 `블레이즈 체인`에서 화염 속성을 제거한 환영의 사슬. 즉, 제압용의 마법이다.
촤르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살아있는 독사와도 같이 클레온을 향해 날아가는 사슬들.
이오나는 신속하게 클레온에게 뛰어와 다시 한 번 검의 형태를 취해 클레온을 지키려 하지만.
거리가 되는 만큼, 먼저 도달하는 것은 라일라의 마법이었다.
클레온은 입술을 깨물며 타이밍을 맞추어 사슬을 피하려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때.
"창천의 유성우!"
또 하나의 목소리가 끼어들며, 비와 같은 화살이 하늘에서 쏟아지며 클레온을 덮치는 사슬들을 모두 떨어트린다.
화살은 물리적인 물건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살이었다.
클레온은, 이런 형태의 화살을 사용하는 이를 알고 있었다.
이전, 자신들과 적대한 뒤 사샤에게 쓰러졌던 그녀와 같은 부족의 사냥꾼.
미카시아 루펜볼프가 사용하던, 마력의 화살이다.
하지만 방금 그 목소리는.
"클레온 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클레온이 몸을 돌리면, 그곳에는 사샤가 활을 든 채 클레온을 바라보고, 클레온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사샤!?""
클레온과 라일라가 동시에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두 사람 모두 놀란 것은 사실이었지만, 라일라의 경우는 경악을, 그리고 클레온은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사샤! 무슨 짓이야! 그 녀석은 집행과의…!"
"아뇨! 클레온씨는 저희의 적이 아니에요! 클레온씨야 말로, 저희 쿠온씨와 라일라씨, 그리고 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에요!"
사샤의 말에 라일라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자신도 모르게 살짝 뒷걸음친다.
그것은, 그녀의 정신보다도, 영혼과 육체가 사샤의 말에 반응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샤가 다시 한 번 마력의 화살을 걸어 라일라에게 발사한다.
그 행위에 클레온도 눈을 크게 뜨지만, 날아간 마력의 화살은 동시에 네 갈래로 갈라져서 라일라가 서 있는 곳의 앞뒤 좌우의 지면에 틀어박힌다.
"...발을 묶는 소나기."
다음 순간, 마력의 화살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그대로 라일라의 발을 묶는 결계로 바뀐다.
"큭... 사샤, 너..."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이 된 라일라를 바라보며, 사샤도 슬픈 얼굴을 한 채 대답한다.
"죄송해요. 라일라씨. 분명, 라일라씨도 알게 될 거에요."
클레온 역시 그런 라일라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오나와 함께 도약하여 사샤가 있는 건물 위로 올라가 그녀와 함께 도주한다.
잠시 뒤, 술자가 사라진 것으로 라일라를 묶고 있던 결계가 사라지면.
그녀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멍하니 사샤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사샤...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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