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사샤 수신의 그릇 (1)
* * *
000
다른 오토마타의 추적을 피해, 사샤와 함께 아카데미 외각의 구교사 구역까지 돌아온 세 사람은.
계속해서 달린 탓에 숨이 차올라 벽에 손을 짚은 채 땀을 흘리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거의 1km를 전력질주 해서 달려왔으니 아무리 모험가와 왕국 기사라지만 지칠 수밖에 없었다.
뒤를 돌아봐도 라일라는 사샤의 구속 덕분인지 쫓아오고 있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다면, 구교사의 결계 덕분에라도 더는 쫓길 일은 없겠지.
클레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어 앉는다.
그러면, 그렇게 앉아있는 그에게 달려들듯이, 클레온의 품으로 사샤가 안겨오는 것이었다.
"클레온씨...!"
클레온의 등 뒤로 팔을 돌린 채, 아플 정도로 강하게 안아오는 사샤를 보며 클레온은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죄송해요, 저...!"
"괜찮아.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오히려, 기억을 되찾아 줘서 고마워."
울먹이는 사샤를 달래듯이 이야기하는 클레온을 바라보며, 이오나 역시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하지만, 데미우르고스의 세뇌는 분명, 저처럼 인간이 아니거나 똑같이 인자를 가진 존재들만이 저항할 수 있었죠?"
이오나의 말에 클레온 역시 그렇게 알고 있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사샤는 클레온의 품에서 얼굴을 들어 올리며 클레온과 눈을 마주친다.
그곳에는 이전보다도 더욱 강한 빛을 내는 사냥꾼의 각인이 비쳐 있었다.
"아마도, 각인이 기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사샤의 말에 이오나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더니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샤양의 각인이 데미우르고스의 저주보다도 상위의 저주였다는 거군요."
"악마보다도 사냥의 신. 이라는 건가..."
클레온의 말에 이오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움직인다. 그 얼굴은 조금 복잡미묘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만큼 각인이 강하게 사샤양의 몸과 결합했다는 것이겠죠. 그다지 좋은 경향은 아니에요, 이대로라면 각인의 힘은 더욱 강해질 뿐일 테니까."
클레온은 그 말을 듣고, 사샤의 머리와 허리에 솟아난 짐승의 부분을 바라본다.
확실히,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더욱 커져 있는 것 같았다.
"그건…. 확실히 좋지 않군."
"하지만, 어째서 1주일이나 뒤에야 각인이 데미우르고스의 세뇌를 지운 걸까요?"
사샤는 이오나의 말에, 허리의 단검 집에서 요정의 단검을 꺼내 보인다.
"방에서 이걸 꺼냈을 때, 클레온씨에 대한 걸 떠올려서…."
"어머. DX 요정의 단검 티타니아"
"어째서 알고 있는 거야."
이오나가 거리낌 없이 단검의 이름을 말하자, 클레온은 참지 못하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원작 소설의 팬이라 관련 상품은 저도 모으고 있거든요. 아. 원작 소설이 어떤 거냐면 세상 각지에 퍼진 성검과 마검을"
"아, 알았어. 그건 나중에 들을 테니까. 어쨌든 위쪽으로 올라가자. 베아트릭스에게도 사샤에 관한 걸 이야기해야 하니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 클레온은 우선 이오나가 본격적으로 말을 이어나가기 전에 틀어막은 뒤 사샤와 함께 몸을 일으킨다.
"그렇네요. 저주받은 방과 지하 묘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이오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내디뎌 복도를 걸어가려 한 찰나.
뒤쪽에서 `풀썩`하고, 무언가가 힘을 잃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뒤쪽을 돌아보는 클레온과 이오나.
그곳에는,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서 앞으로 고꾸라진 채 쓰러진 사샤의 모습이 보였다.
001
기절한 사샤를 보건실의 침대로 옮긴 뒤, 베아트릭스와 함께 그녀의 상태를 살핀 이오나는 젖은 수건을 사샤의 이마 위에 올린다.
"열이 엄청나요. 아마, 각인이 머릿속을 헤집은 영향이겠죠. 그 상태에서 용케 클레온이 있는 곳까지 와서, 여기까지 뛰어왔네요."
"괜찮은 건가?"
이오나의 말에 클레온아 걱정되는 듯 이야기하면, 베아트릭스는 그런 클레온을 안심시키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각인에 의한 증폭 효과가 사라지면, 조금씩 몸은 정상으로 돌아올 거에요, 물론 되찾은 기억도 그대로 유지되고요."
"제가 한동안 보고 있을 테니, 베아트릭스에게 오늘 모은 정보를 이야기해 주세요."
그런 클레온을 배려하는 듯한 이오나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사샤를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켜 보건실을 나섰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이동하는 두 사람 중,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베아트릭스의 쪽이었다.
"선배. 라일라와 만났나요?"
"...그래. 아쉽게도, 사샤처럼 나를 기억해 주지는 못한 것 같지만 말이야."
반쯤 농담으로 이야기하는 클레온을 올려다보며, 베아트릭스는 조금 슬픈 얼굴이 되었다.
"제가... 선배에게 너무 가혹한 싸움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베아트릭스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가혹한 싸움이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기는 힘들었다.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 보고, 서로를 이해하던 동료들과 강제적으로 떨어져 지내게 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마음에 구멍이 뚫린 듯한 감각이었다.
특히 사샤, 쿠온, 라일라. 이 세 사람과는 알베인의 건으로 시작해서 몇 번이고 몸과 마음을 통한 이들이다.
하루아침에 남이 되어버린 현실에 불합리함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 날, 베아트릭스와 함께 이곳으로 도망치지 않고 라일라에게 돌아갔다면 자신도 모든 것을 잊고 그들과 함께 지낼 수도 있었다.
언젠가는 아카데미를 떠날 예정이었으니까, 메모리아 큐브의 해석과 사샤에 관한 것을 모두 해결하는 것으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착각한 채로.
이곳에서의 생활을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결코 `어쩌다 보니`같은 우발적인 충동에 의한 결과가 아니었다.
티나의 정체가 베아트릭스가 아니라 하더라도, 클레온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옆에 있던 리오메스도 마찬가지였겠지.
`티나`는 도움을 바라고 있었다. 검은 교전이라는 불합리한 적과 마주한 채 모든 것을 빼앗긴 인간을 앞에 두고.
그 곁을 떠날 만큼, 클레온도 리오메스도 약한 인간은 아니었다.
베아트릭스를 돕게 하는 것은 그녀를 향한 동정이 아니다.
클레온과 리오메스를 움직이는 것은 그런 그녀의 상황을 만들어 낸 적에 대한 `분노`였다.
그 행동원리는 지극히 단순하고,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두 사람은 `영웅`이나 `용사`가 아니었다.
한 명의 마검사와, 한 명의 변태일 뿐이다.
그러니, 가혹한 싸움에 두 사람을 끌어들인 책임을 베아트릭스가 느낄 필요는 없었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스스로 기억을 되찾은 사샤 덕분에 클레온 역시 심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검은 교전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 자신들의 앞에서 개수작을 벌인 녀석들을 박살 내는 것이다.
"괜찮아.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 임시지만 아카데미의 교사로서 레일 그 녀석에게 알려줘야 할 뿐이니까."
그렇기에 베아트릭스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이야기한다.
소녀는 클레온과 눈을 마주친 채로 여러 가지 말을 머릿속에서 정리하지만, 이내 그것들을 모두 삼켜버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우울한 기분에 잠기기에는 아직 해는 중천에 뜬 채로, 강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002
그 뒤에 지하 묘지에 관한 것을 베아트릭스에게 설명한 클레온은 이런저런 일에 조금 지친 듯 하루의 일과인 베아트릭스와의 행위를 끝마친 뒤.
평소보다도 조금 이른 시간에 잠이 들었다.
아무리 클레온이라지만, 매일 같이 누군가와 몸을 섞고, 전투를 벌이고, 고위 등급의 마법을 사용하여 모습을 바꾸는 것은 피로가 쌓이는 행위였다.
어둡고 조용한 가면실의 침대는 저택에서 사용하던 것만큼 푹신하거나 넓지는 않았지만, 모험가 시절 때는 노숙도 자주 하던 것을 생각하면.
침대 위에서 잠이 드는 것 자체가 하루 벌이로 먹고살던 모험가들에게는 사치와도 같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달콤한 수면욕에 이끌린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죽은 듯이 잠이 드는 것이었다.
곁에서 보면 마치 죽은 듯이 숨소리만을 내며 잠들어있는 클레온의 침대에서,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불 아래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감각, 그리고 간지러운 털의 감촉에 클레온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며 눈을 뜨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침대로 들어왔다, 돌아온 리오메스인가, 아니면 이오나인가.
몽롱한 상태의 클레온이 어떻게든 상체를 일으키면, 다음 순간 자신의 하의와 속옷이 단번에 벗겨지며 따뜻하고 미끈한 감촉이 성기에 닿아.
순식간에 졸림이 달아나며 눈을 번쩍 뜨고는 이불을 걷어내며 자신의 잠자리를 습격한 인물의 정체를 확인한다.
그러면, 그곳에는 침대 위에 올라와 몸을 엎드린 채, 이미 전라가 되어 있는 주황색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까끌까끌한 혀를 내밀어 마치 아이가 사탕을 탐하는 듯이 귀두 부분을 할짝댈 때마다, 그 감촉에 클레온의 물건이 움찔거린다.
"사, 사샤...!? 정신을 차린 건가."
"... 네~. 클레온씨♡"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내며 어둠 속에서 웃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평소에 그녀가 보이던 순수한 미소와는 다르게.
성욕에 불이 붙어 발정한 듯 자신을 도발하던 리오메스나 이오나의 음탕한 미소와 닮아 있었다.
"레...르... 츗, 츄르.... 응... 츄우...♡"
"윽!?"
일부러 하는 듯이, 입에서 끈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물건에 봉사해 오는 그녀의 행위는.
이전 사샤와 몸을 겹쳤을 때와는 느껴본 적이 없는 마치 남성의 물건을 맛보는 듯한, 정욕적인 봉사였다.
거기에 각인의 영향으로 조금 더 동물에 가까워진 듯한 그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수컷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여 씨앗을 받아내려는 듯했었다.
어디까지나 혀와 그 조그마한 입술, 그리고 입안을 이용하여 봉사해 오지만, 눈만큼은 똑바로 클레온과 마주친 상태였다.
각인은 불타오르는 듯 가끔 그 빛을 강하게 내며, 가늘게 뜬 눈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고.
완전히 암컷의 얼굴이 되어 수컷이 자신을 덮치는 것을 종용하는 듯한 그 표정에.
클레온의 물건은 빠르게 혈류가 모여들어 팽창해 간다.
"사, 샤..."
"으붑...♡ 쥬루루룩... 주루루루루! 쥬붓...!"
안에서 커진 물건을 턱이 빠질 것만 같이 크게 입을 벌린 채 목의 깊숙한 안쪽까지 받아들인 채 머리를 위아래, 전후로 움직이는 사샤.
그때 마다 음탕한 물소리가 울리면서 클레온의 물건을 뿌리까지 집어삼키면, 따뜻하고 미끄러운 감촉이 물건 전체를 감싼다.
여전히 눈은 클레온을 바라본 채로,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탐욕스러운 봉사를 해내는 사샤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붙잡았다.
"으읍~!? 후욱.... 쥬루루루루...♡"
사샤는 조금 놀란 듯 목소리를 울리지만, 이내 그런 상황에서도 혀를 움직이며 클레온의 물건을 핥아 올린다.
기둥의 뒷부분, 예민한 곳을 그녀의 입보지가 쓸어올리면 순식간에 올라온 사정감을 참지 못하고
뷰륵! 뷰루루루룩...
그대로 사샤의 입안에 물건을 넣은 채로 첫 사정을 해버리고 만다.
"~♡"
꿀꺽, 꿀꺽, 목을 울리며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는 정액을 위장 속으로 넘겨버리는 사샤.
그녀는 요도 안에 남아있는 정액마저도 빨아내려 한다는 듯이 다시 한 번 입에 힘을 넣고.
클레온은 그런 그녀에게서 물건을 빼내려고 하기에 천천히 허리를 뒤쪽으로 움직인다.
퐁...!
하는 소리가 나며,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물건이 빠져나오자 그녀는 그를 따라 빠져나가려는 정액의 일부분을 손으로 받아낸 채.
그것을 다시 입으로 집어넣은 뒤, 그 작은 입을 오물오물하며, 마치 클레온의 정액을 맛보는 듯하다가 마저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하아...♡ 오랜만의 신선한 정기는 정말 맛있네….♡"
그러고는 황홀한 표정을 하며 양쪽 볼에 손을 가져다 댄 채 얼굴을 붉히고 웃는 것이었다.
그 웃음은 여전히 평소의 사샤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어서,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정말로 사샤 본인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의심은 곧바로 이어서 확신으로 변한다.
"역시, 정기 넘쳐나는 마검사. 그리고 이 계집애와의 상성도 발군이로구나….♡"
"...너, 누구지? 왜 사샤의 모습을..."
갑작스러운 말투의 변화에 클레온이 당황하여 되묻지만, 사샤는 팔을 뻗어 클레온에게 다가오며,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댄다.
"쿠후후...♡ 모르겠느냐 클레온. 나는 이 계집애의 몸을 통해 네 녀석을 몇 번이고 봐 왔는데."
눈에서 일렁이는 사냥꾼의 각인이 클레온의 앞에서 빛을 발한다.
"... 설마, 루벤인가?"
사샤, 아니. 사샤의 몸을 빌린 존재는 그 대답에 다시 한 번 웃어 보이며, 손가락에 묻어있는 정액을 핥아낸다.
"그 말대로. 나야말로 사냥의 신. 마랑의 대모(大?).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분신. 이 계집애의 각인에 깃들어 있는 본체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
"각인의 힘이 강해져서, 그 인격이 사샤의 몸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건가..."
클레온은 얼굴을 찌푸린 채 사샤를 바라본다.
"쿠후후... 한때는 나를 잘도 봉인해 주었구나 마검사여. 하지만 덕분에 계집애도 각인의 힘에 완전히 먹히지 않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각인의 힘을 제어하고 있으니, 이것도 네 덕분이라 할 수 있겠지."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그 몸은 네 것이 아니야."
클레온은 사샤의 의식이 없는 사이에 그녀와 몸을 섞는 것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는 듯했지만 루벤은 사샤의 몸으로 크게 웃어 보이며 클레온의 목덜미를 핥아온다.
"이것이야말로 이 계집이 바라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각인이 대량으로 소비한 마력을 보충하기 위해 그대의 정을 원하고 있는 것이지. 하지만 도저히 제정신을 찾지 않으니 내가 대신 이렇게 너를 찾아왔다는 거다. 나도 오랫동안, 순도 높은 정기를 맛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쿠후후♡"
자신에게 달라붙어 오는 사샤의 모습을 한 그것을 밀어내며, 클레온은 고개를 젓는다.
"그렇다면 사샤와 교대해. 네 욕망을 위해 그녀의 몸을 혹사하지 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내가 이 아이의 몸을 자신이 좋을 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클레온의 말에 루벤은 살짝 기분이 상했다는 듯이 표정을 바꾸며 이야기한다.
"틀렸는가?"
"틀리고말고. 나는 분명 루벤의 분신이기도 하지만. 나의 자아를 형성하는 것은 이 계집아이의 짐승성. 즉, 본능이니라. 너의 앞에서는 순수하고 착한 아이의 모습을 보일 뿐, 실제 그 아이는 짐승과도 같은 육욕을 지닌 아이라는 것이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봉긋한 가슴을 주무르고, 음부에 손가락을 가져가는 루벤.
잠시 뒤, 손을 딱 멈추면서 슬픈 표정이 되더니
"그게 아니라면... 클레온씨는 이렇게 귀나 꼬리가 돋아난 저랑은, 몸을 섞고 싶지 않으신 건가요...?"
언제나의 사샤로 돌아와, 눈물 어린 얼굴로 클레온을 바라본다.
그 목소리도, 행동도, 진짜 사샤라면 할법한 행동이었다.
"틀려! 나는, 어떤 너라도…."
다음 순간, 사샤의 꼬리가 클레온의 팔을 붙잡더니 그대로 사샤의 배 위로 끌고 온다.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이 피부의 위에서 전해져 오며 열기를 띤 암컷의 부드러운 몸은 그것만으로도 애액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안아라. 수컷을 원하는 암컷을 안는 것을 어찌 거부하는 것이냐 강한 사냥꾼이여? 나는 그대가 대단히 맘에 들었도다. 그대가 원한다면 그대에게도 각인을 나누어 주고 싶을 정도로. 분명 각인이 완성되었을 때 강인하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검은 야수가 태어나겠지. 그대의 영혼에는 그러한 형상이 보이노라."
다음 순간, 클레온의 머릿속에 루벤이 보이는 환상이 스쳐 지나간다.
각인의 힘으로 개화된 야수성이 클레온의 전신을 뒤덮고, 그 몸이 거대한 짐승으로 변하는 환상.
걸어 다닐 때마다 피를 흩뿌리고, 약한 자를 잡아먹으며 강해진다.
강한 수컷에게 굴복한 암컷들을 모태 삼아 자신의 무리를 늘려간다.
이윽고 일대의 땅을 모두 집어삼킬 정도로 강력한 짐승의 무리가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나도, 사샤도…. 짐승이 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클레온은 입술을 꽉 깨물어 피가 날 정도로, 환상을 거부한다.
루벤은 그런 클레온을 가는 눈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혀를 내밀어 클레온의 입술을 핥았다.
비릿한 피의 맛을 맛본 사샤는 그 맛을 잠시 음미하더니 엄지로 혀를 핥아내며 이야기한다.
"강한 의지를 갖춘 사내는 좋아한다. 강제할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이 아이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니라, 이 몸이 마력을 필요로 하는 것 역시 사실이고."
"... ..."
"나는 그 아이가 감추고 있는 욕망의 대변자. 결과적으로는 그 아이가 원하는 것밖에 하지 않느니라. 여기까지 말하면 그대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겠지."
자신이 인정한 수컷의 앞에서, 사냥꾼의 신은 신도의 몸을 빌려 암컷으로서 클레온을 유혹한다.
다리를 양쪽으로 크게 벌린 채, 끊임없이 애액을 흘리는 꿀단지를 손가락으로 열어젖힌다.
찌거억…. 하는 끈적한 소리가 나면서, 붉은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자아... 육욕의 짐승으로 함께 떨어지자꾸나, 주인님...♡"
팔을 묶고 있던 꼬리가 풀어지며, 복종과 애정의 뜻을 담아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