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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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의 탑에 있는 수석들을 위한 회의실에는, 오늘도 원탁에 모인 각 학과의 수석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다만, 이전과는 다르게 모여있는 학생의 수가 적은 것은 공통의 적이었던 집행과의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된 뒤인 것이 이유이리라.
그럼에도 마법 학과의 라일라, 신성 학과와 정치학과의 수석들은 빠짐없이 회의에 모여 피해를 본 아카데미의 거리를 어떻게 수복할지, 어느 학과에게 일을 의뢰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갈 터였다.
하지만, 오늘의 회의장은 평소보다도 무겁고, 험악한 분위기에 쌓여 있었다.
원인은 물론, 라일라 플레임워치.
결국, 그날로 집행과의 남자를 따라가 모습을 감춘 사샤는 하룻밤이 지나더라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쿠온은 라일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받고, 꽤 큰 충격을 받았는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나오질 않고 있었다.
어제의 싸움은 벌써 학생들 사이에서도 퍼져나간 듯하여, 목격자들의 이야기는 다른 수석들에게도 전달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지. 라일라 플레임워치."
미간에 손을 올린 채 고민이 끊이질 않는 라일라를 바라보며 조용히 쏘아붙이는 것은 정치학의 수석인 귀족 남성이었다.
"... ..."
"치안유지를 위해 배치한 오토마타와 교전한 남자가 집행과의 수석이고, 네가 바깥에서 데려온 사나시아라는 여성이 그를 따라갔다는 사실에 대해서다."
침묵을 유지하던 라일라에게 조용히 문장을 덧붙이며, 눈빛의 날카로움은 잃지 않는다.
"그녀가 처음부터 집행과의 일원이었다. 라는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요?"
신성 학과가 이어서 이야기하자 라일라는 조금 짜증이 난다는 듯이 손을 휘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잖아. 만약 그랬다면 나는 벌써 잠자리에서 찔려 죽었어.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런 행동을 보이는 건 합리적이지 않아."
라일라의 말에 신성 학과의 수석 여성은 이해한 듯했지만, 정치학과의 학생은 여전히 라일라에 대해서도 책망의 눈초리를 멈추지 않았다.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 자리에서 순간적으로 구속당하더라도 비행 마법으로 쫓을 수 있었다. 어째서 그러지 않은 거냐."
"...그건."
라일라는 그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사샤가 했던 말. 그 남자가 자신들에게 있어 소중한 인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라일라는 심장이 크게 요동치는 듯한 감각을 받았다.
마치 그 몸에 새겨진 무언가가 그 단어에, 영혼의 진동에 반응하듯이 라일라의 정신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해 내려 하더라도 아무것도 떠오르지는 지금 상황에 답답함과 샤샤의 돌발적인 탈주에 의한 스트레스로 라일라는 심한 두통을 느끼며 눈앞의 남자가 닥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무리 라일라 씨라고 하더라도, 눈앞에서 동료가 자신을 배신하면 공황 상황에 이른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라일라를 비호하는 듯, 놀리는 듯. 애매모호한 태도로 이야기하는 마도구 학과의 수석.
"흥..."
정치학과는 마도구 학과의 말과 라일라의 태도를 보고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다고 깨달은 것인지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이 이상 귀찮은 일을 늘리는 건 사양이다. 집행과의 잔당도 그렇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습격 사건도 문제다."
"아아, 그 기묘한 사건 말이군요."
정치학 수석의 말에 신성 학과의 소녀가 대답한다.
일단 자신의 앞에도 놓여있는 보고서를 라일라가 눈으로 대충 훑어 내리면.
그곳에는 요 며칠 사이에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누군가에게 습격받아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는 사건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타겟이 된 학생 대부분이 `예절 학과`의 학생들로, 정신을 잃기는 하지만 물건을 빼앗긴 흔적도 없고 몸의 어딘가를 다친 흔적도 없으므로.
대체 범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신을 잃었던 이들도 그 사건에 대해서 어영부영, 범인상에 대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던가.
자기 몸은 문제없으니 범인을 찾을 필요도 없다든가 하는 말을 하고 있으므로 사건의 조사는 터무니없이 느린 진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도 집행과 관련인가?"
"아니. 지금까지와는 수단도, 동향도 달라. 이건... 별개 인물의 행동이라고 생각해."
라일라는 자신이 느낀 대로 대답한다.
이런 눈에 띄면서도 어떠한 이득을 벌일 정도로 집행과에게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거기에 범행의 대상이 `에절 학과`라는 마이너한 학과의 학생들에게만 집중되는 것에도 무언가 의도가 있는 것일까.
"이 사건은 실질적인 피해도 없으니 조금 뒤로 미뤄도 되겠지. 우선은 집행과의 잔당들이야…. 샤샤의 건도 있으니 내가 책임지고 마무리할게."
"부디 그러도록 해라. 그럴 수 있다면 말이야."
얄미운 정치학과의 학생의 말에 라일라는 크게 한숨을 내쉰 뒤 다른 수석들을 향해 묻는다.
"...어찌됐든. 집행과의 새 은거지에 대해 조사하는 게 가장 빠를 것 같네. 짐작되는 곳은 있어?"
"그럴듯한 곳은 이 일주일 동안 거의 한 번씩은 훑어보았습니다. 남았다고 한다면…. 출입이 금지된 외각의 구교사일까요."
라일라는 원탁의 중앙에 크게 펼쳐진 아카데미의 지도를 살피며 구교사의 위치를 확인한다.
"구교사는 과거에 마도 실험의 실패로 폐쇄된 곳이지? 오염된 영역이 남아 있어서 사람이 지내기엔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집행과의 인간들은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몰려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그것도 사실인가. 그러면 내가 한 번 갔다 와 볼게."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마도구 학과의 수석은 그런 그녀의 말을 크게 반기면서 양팔을 펼치며 이야기한다.
"오오, 그렇다면 부디 저희 과에서 개발한 오염방지용의 마도구를..."
"필요 없어. 또 이상한 데이터를 뽑으려고 나에게 임상실험 시키려는 속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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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의 영감탱이들... 뭐가 `지하 무덤`이냐..."
오랜만에 모험가의 복장으로 갈아입은 클레온은, 사샤, 이오나, 베아트릭스와 함께 밝은 지하의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어째서 지하인데도 밝냐고 한다면, 던전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력등의 힘이 아니라.
그 공간의 천장의 특이함 덕분이었다.
마치 밤하늘과 같은 막히지 않은 듯 탁트인 공간에, 무수한 별, 그리고 태양과 달이 동시에 떠 있는 신비한 공간이었다.
고대인들은 우주와 관련된 마법을 연구하고 있었다고 하며, 이 천장은 그 연구의 성과 중 일부일 것이라고 이오나는 옆에서 설명하지만.
달은 차올랐다가 꺼지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태양은 때때로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그 열기를 전달한다.
이렇게 강력하고 거대한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선, `영맥`의 힘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들이 나아가고 있는 곳은 원로회로부터 이야기를 전달받은 아카데미 지하의 거대한 무덤.
하지만, 미로에 가까운 구조와 끊임없이 자신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함정.
그리고 이따금 나타나 아직도 반 영구적인 동력으로 가동 중인 골렘들.
발굴이 시작된 뒤로 위에 아카데미가 세워지면서 오랫동안 방치된 탓일까.
이미 하나의 던전으로서 성장을 마친 상태의 뒤틀린 공간이었다.
한가지 다행이라고 한다면, 베아트릭스가 가진 `아리아드네`와의 연결을 이용해.
마치 실타래를 따라가듯 그녀의 안내가 있으면 이 안에서도 검은 교전들이 숨어 있을 `저주의 방`으로 길을 틀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리아드네와의 연결을 느끼더라도, 위치를 알 수 없는 이유를 알겠어요. 이 지하의 공간은 반쯤 이계화 되어 있던 거군요. 모나드의 관처럼."
"가만히 있어도 피부를 타고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질 정도예요..."
베아트릭스의 말에 사샤는 몸을 부르르 떨며 팔 부분을 손으로 문지른다.
`좋지 않군...`
클레온은 조용히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감아오는 끈적한 마력의 정체를 파악한다.
이것은, 이전에도 느낀 적이 있는 마력이다.
이오나 역시 조용히 클레온을 바라보더니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이건, 이차원의 마력이군."
"네. 이 정도로 짙은 농도라면, 거의 이차원 그 자체로 통하는 통로가 가까운 곳에 있다고 보아도 되겠죠."
이오나의 말에 사샤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 그럼. 또 절계수가 나타난다는 건가요?"
사샤의 비명과도 같은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젓는다.
"그렇지는 않아. 엘레시아의 숲에서 슈라드셀이 출현했던 이유는, 그곳이 원래 슈라드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지."
"맞아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 아카데미 일대에서는 세계수에 대한 전설이나 신화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차원으로 향하는 통로가 계속되어 열려 있다고 한다면…. 끊임없이 넘어오는 이차원의 마력과 함께 좋지 않은 것이 넘어올 확률도 크다는 것이 문제겠네요."
"좋지 않은 것…. 이라고 한다면…?"
베아트릭스의 말에 클레온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절계 추방 영역."
슈라드셀의 사건 이후로, 클레온은 탈체크가 남겼던 문서들을 통해 그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차원의 틈은 하나의 절계, 즉 바깥과 안이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므로, 그곳에 세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을 추방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기원은 고대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세계수들 역시 죽지 않는 몸을 억지로라도 멸하기 위해 고대의 술자들에 의해 이차원의 틈으로 추방된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보았던 풍경.
허공이 찢겨 나가며, 마치 밤하늘과 같은 공간에 떨어지듯이 빨려 들어가는 용사 레시아의 모습.
그날 도시를 찾았던 검은 로브와 동물의 가면을 쓰고 있던 인물들의 얼굴을 클레온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차원의 통로가 열리면 그 사이로 추방된 것들이 돌아오려고 할 때가 있었다.
게다가 더욱 머리가 아픈 것은, 그렇게 이차원과 클레온들이 사는 세계는 시간의 흐름이 어긋나 있는 때도 있어서.
현실에서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차원의 통로가 열렸다고 해서 추방된 쪽에서도 10년이 흘렀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반대로 현재에서 추방된 이들이 먼 과거에 열린 통로를 통해 현실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미래에서 찾아온 재앙인 것이다.
"고대인들의 기술력이 이상하게 높은 것은, 그런 미래에서 온 존재들 아마, 우리들의 현재보다도 더욱 미래에서 추방되었던 존재들에 의해 남겨진 것들 때문이겠죠."
추방 영역에 관해 이야기를 마친 클레온의 설명을 보충하듯, 이오나가 대답하면 사샤도 베아트릭스도 처음 듣는 이야기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긴 역사 속에서 이차원에서 넘어온 무언가에 의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통로에 대한 제어가 어느 정도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아니면 순수히 운이 좋았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야."
이오나와 클레온은 그렇게 말한 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같았다.
`검은 교전은 이차원의 통로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힘을 이용하면 통로를 통과해서 레시아를 찾는 것도...`
그의 스승과 그녀의 아버지, 검성 탈체크가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해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찰나.
"선배! 위험해요!"
갑작스럽게 뒤쪽에서 들려오는 베아트릭스의 경고에, 퍼뜩 정신을 차린 클레온은 자신에게 덮쳐오는 골렘의 주먹을, 그 스승이 사용하여 자신에게 물려준 검을 휘둘러 쳐내는 것이었다.
묵직한 충격이 검을 통해 팔로 내려와 뼈마디를 진동시킨다.
일격이 찌부러지지 않는 클레온이 신기하다는 듯이 강철의 거인이 위에서 내려다본다.
그 눈은 유리의 위를 덮은 조리개가 닫혔다 열리기를 반복하며 마치 클레온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있는 듯했다.
다음 순간. 마력의 화살이 날아와 그 눈을 꿰뚫는다.
사샤는 이제 완전히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살의 사용법을 숙지한 듯, 순식간에 스파크를 발생시키는 마력의 화살을 허공에 띄운 채 발사한다.
마치 살아있는 뱀과도 같은 비틀리는 궤도로 골렘의 관절 곳곳에 틀어박히며, 그 움직임이 멈춘 다음 순간.
자신을 짓누르던 골렘의 힘이 사라진 것을 느낀 클레온의 호흡
그리고, 일섬.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을 합일시켜 휘둘러진 궁극의 베기가, 골렘의 몸을 사선으로 일도양단한다.
골렘의 동력 부분인 코어 역시 그 일격에 산산이 조각나며 결국 골렘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고 가동을 정지하는 것이었다.
"또 실력이 늘었네요."
이오나는 자신이 무언가 할 틈도 없이 단번에 전투를 끝내버린 클레온을 보면서 이야기하지만, 클레온은 조용히 검을 검집으로 되돌리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 방금 건 나보다도 사샤의 도움이 컸지. 그녀야말로 정말 많이 실력이 늘었어."
"에헤헤..."
사샤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뒷머리를 긁적이고, 베아는 그런 사샤가 조금 부럽다는 듯한 표정이 되는 것이었다.
"이, 골렘... 갑자기 나타난 걸 보면, 어딘가에서 전이해 온 것 같네요."
"우리들의 침입을 느끼고 보낸 건가…. 그렇다면 검은 교전의 짓이겠군."
이오나의 말에 클레온은 골렘을 밀어젖히며 막혀 있던 길을 만든다.
"아리아드네의 반응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아요."
일행은 베아트릭스의 안내에 의지하며, 다시 한번 발을 움직여 미로의 안을 나아가는 것이었다.
002
"...이곳인가."
마침내, 일행이 도달한 곳은 지하 무덤의 가장 깊은 곳.
만약 베아트릭스의 안내가 없었다면 상당한 시간을 지하에서 떠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클레온들의 앞에는 커다랗고 무거워 보이는, 검은 돌로 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의 입구 주변에는 `봉인`의 흔적으로 보이는 거대한 부적들이 찢긴 채 붙어 있었으며.
손을 가져가 보면, `파직`하고 침입을 거부하는 결계가 펼쳐져 있는 것이 알고 있었다.
"이오나."
클레온이 이오나를 부르자, 그녀는 조용히 클레온의 손을 잡고 성검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결계를 유지하는 것은 흑마력과 이차원의 마력이었다.
그렇기에, 그에 상성인 신성마력을 머금은 이오나의 참격이 직선으로 그어지면.
결계는 마치 유리가 깨져나가듯 산산조각이 나면서 동시에 입구를 막고 있던 돌의 문조차도 박살내는 것이었다.
그 안의 공간은 정말로 어두웠다.
천장의 밤하늘과 같은 태양과 달이 동시에 뜬 빛은 이 방의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고 있었으며.
땅바닥의 새겨진 홈과 어떤 원리인지 주변에 떠 있는 세 개의 석판만이 이곳 전부였다.
"이곳이, 저주의 방?"
"그런 것 같아요…. 아리아드네."
베아트릭스가 조용히 그 이름을 부르자, 어둠의 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베아트릭스의 손으로 들어온다.
실타래와 같은 그것이야말로, 베아트릭스의 마검인 `아리아드네`의 본래의 모습이었다.
"아리아드네가 여기에 있다는 건, 아론다이트도 있다는 거겠지."
클레온이 마법을 통해 광구를 만들어내고 주변을 비추면
그 순간,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세 구의 유골이 보인다.
"...이게, 원로회가 말했던 저주의 방에서 죽었던 학자들인가."
그리고, 석판의 중앙에 푸른 빛을 내뿜으며 주인이 자신을 찾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리검.
클레온은 조용히 다가가 그 성검의 손잡이에 손을 뻗으려 한다.
다음 순간
"그 성검은 네 것이 아닐 텐데. 마검사."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
자신을 둘러싼 세 석판에 동시에 각각 푸른색, 초록색, 붉은색의 빛이 들어오며.
그중에서도 푸른색의 석판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클레온은 순식간에 검을 뽑고 경계한다.
"...네가 검은 교전인가?"
"정확하게는, 우리가 검은 교전이지."
클레온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이번에는 초록색의 석판.
성인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붉은 석판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대와는 한 번 이야기하고 싶었으니까요. 검은 마검사. 클레온."
아카데미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어둠이 마검사를 둘러싼다.
일행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상대방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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